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자
김진성이 한미르가 착용한 어비스 슈트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저 슈트를 사는 사람이 나타날 줄이야.’
김진성도 장비를 고르는 구매하는 곳에서 어비스 슈트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밑에 적혀 있는 5조라는 가격에 주저 없이 몸을 돌렸을 뿐이었다.
애초에 사라고 준비한 장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상대하는 한미르가 저걸 착용하고 등장할 줄이야.
‘어비스 슈트라…. 이름만 알지, 위력은 제대로 알진 못하는데.’
어비스 슈트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잘 나오지 않았다.
워낙 비싸다 보니 평범한 헌터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구경하기도 힘든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평가를 위해 실제 탑승하는 일은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뭐, 이 기회에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보면 알겠지.’
김진성은 천천히 몸의 근육을 풀어주면서 슬슬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상대가 어비스 슈트를 착용했든 말든 아랑곳 않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긴장하고 있는 것은 어비스 슈트를 입은 한미르였다.
“후우…. 긴장하지 마, 한미르! 난 어비스 슈트를 입고 있어. 절대 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듯이 연신 중얼거리는 한미르의 두 입술은 아직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김진성이라는 세 글자가 그에게는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교육받았던 기억만 잘 떠올리면 돼. 난 어비스 슈트를 실제로 사용까지 해 본 사람이야. 경험치가 다른 사람이랑 다르다고!”
한미르. 그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전문 헌터였다.
엘리트 코스라는 건 헌터 육성 사관학교를 수료한 후 바로 대한민국 헌터부 소속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뜻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헌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든 장비에 대해 전문 교육을 받고, 직접 실전에서 사용까지 하게 된다.
어비스 슈트의 사용법도 교육 과정에 포함된 장비 중 하나였다.
‘긴장하지 말고 배운 대로만 하자. 그때 기억만 잘 떠올리면 무조건 이길 수 있어!’
한미르가 그렇게 가슴 속으로 억지로 자신감을 불어넣을 그때.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외침과 함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김진성이 공격을 시작했다.
휘이이잉~!
순식간에 한미르를 중심으로 생성된 거대한 폭풍이 주변 전체를 뒤덮었다.
그 폭풍 안에는 불꽃과 얼음 조각이 같이 섞여 있었다. 화염과 얼음 성질의 폭풍을 동시에 시전한 것이다.
콰르르릉!
그 위에 굉음과 함께 떨어지는 커다란 벼락 줄기들.
불, 얼음, 전기. 세 가지의 원소 마법이 동시에 한미르를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와…!”
“설다운이 사용하던 기술이다!”
“설다운이 쓰던 것보다 더 강력해 보이는데?”
“저걸 버틸 수가 있나? 아무리 슈트를 입었다 하더라도….”
관중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웅성거리고 있을 그때.
정작 한미르는 씨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이런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자동으로 마법 보호 모드에 돌입합니다.]“그래! 이게 바로 어비스 슈트지!”
만족한 듯한 목소리로 외친 한미르는 바로 땅을 박차고 정면으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마법 폭풍 안에서 뛰쳐나와 김진성을 향해 달려드는 한미르의 모습이 모든 관중의 눈에 들어왔다.
“어? 빠져나왔다!”
“역시 일반 원소 공격으로는 안 되나 봐!”
“달려드는 속도 뭔데?!”
모두가 놀라 외치던 그때, 어느새 김진성의 코앞까지 도달한 한미르는 어비스 슈트로 뒤덮인 주먹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까앙!
김진성이 든 검과 슈트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울렸다.
그 충격으로 인해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김진성과 한미르.
“와!”
“김진성이 뒤로 물러났다!”
“근데 한미르도 비슷하게 물러났는데?”
“그러면 일단 힘은 대등하다는 소리잖아!”
비록 최고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지만, 모든 면에서 밀릴 줄 알았던 김진성과 동등한 힘을 보여주었다.
비록 한 번의 경합이었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열광하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한미르 역시 방금 경합 이후 두 눈동자 안에 급속도로 희망의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힘에서 밀리지는 않는다. 이러면 진짜 할 만해!’
자신감을 얻은 한미르는 다시 한번 먼저 돌격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 공격은 김진성이 몸을 틀면서 피했다.
동시에 검을 휘둘러 한미르를 향해 반격했다.
깡!
옆구리를 공격한 칼은 아무런 흠집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 모습에 한미르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이게 바로 어비스 슈트의 힘이다, 이 새끼야!”
그러면서 다시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순식간에 다섯 번이나 양 주먹을 휘두르는 한미르.
하지만 김진성은 놀라운 몸놀림으로 모든 공격을 다 피해내더니, 다시 옆구리를 향해 반격을 시도했다.
한미르는 코웃음을 쳤다.
“흥! 몇 번을 더 공격해도…!”
퍽!
“……?!”
한미르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옆구리에서 느껴진 충격 때문에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그는 바로 옆구리 쪽을 확인해 보았다.
‘아니…!’
검에 맞은 부분이 깊게 움푹 들어가 있는 모습이 한미르의 눈에 들어왔다.
워낙 깊이 들어가, 주변의 관중들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오오!”
“찌그러졌다!”
“역시 김진성인가…?”
“한 번만 더 맞으면 뚫리겠는데?”
관중들이 눈을 크게 뜬 채로 웅성거릴 그때.
한미르의 바로 눈앞 스크린에 새로운 알림창이 빠르게 떠올랐다 사라졌다.
[자동 회복 모드에 들어갑니다.] [슈트 상태가 다시 100%로 회복되었습니다.]알림창을 본 한미르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맞다! 회복 기능도 있었지?’
잠깐 깜빡했었다. 어비스 슈트에는 망가진 부분을 자동으로 수리하는 회복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자신감을 얻은 한미르는, 자신의 회복된 상처 부위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김진성을 향해 씨익 웃으며 도발했다.
“흐흐흐, 놀랐나 보지? 몇 번이고 다시 공격해 봐라! 결과는 똑같을 테니까!”
“그래?”
김진성은 이번에는 본인이 먼저 한미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김진성의 모습에 한미르는 깜짝 놀랐다.
‘이,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렇게 빨라졌지?!’
아까 처음 합을 주고받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공격 속도.
마치 지금까지는 힘을 숨겼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 공격 속도가 빨라서, 어비스 슈트를 입은 상태라 훨씬 민첩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김진성의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퍽! 퍽! 뻑!
그래서 슈트 곳곳에 김진성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한미르.
공격을 받을 때마다 해당 부위가 눈에 보일 정도로 찌그러들었지만, 그뿐이었다.
[자동 회복 모드에 들어갑니다.] [슈트 상태가 다시 100%로 회복되었습니다.]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곧바로 빠른 속도로 해당 부위가 멀쩡해졌기 때문이었다.
“말했잖아! 몇 번을 공격해도 소용이 없다고!”
크게 외친 한미르는, 김진성의 일방적인 공세를 떨쳐내기 위해 슈트 자체에 내장된 스킬을 하나 사용했다.
[어비스 충격파를 사용합니다.]알림창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순간,
퍼엉!
강력한 마나 충격파가 한미르를 중심으로 폭발하듯이 뻗어 나갔다.
“읏.”
김진성이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와!”
“저 맹공을 다 버텨냈잖아?”
“봐봐! 그렇게 때려 댔는데 멀쩡하잖아!”
“저 슈트 진짜 개사기네….”
관중들이 여전히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한 어비스 슈트의 모습에 술렁댔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인 한미르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슈트를 착용한 상태인데도 이 정도로 밀리다니…!’
어비스 슈트 때문에 모든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진 상태임에도,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게 경합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얻어맞으면 안 봐도 결과가 뻔했다.
‘회복 모드는 무한이 아니야. 사용할 때마다 마정석의 마나를 끌어다 소모한다고.’
슈트의 동력인 ‘어비스 마정석’의 마나가 다 떨어지게 되는 순간, 그때부터 슈트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제부턴 원거리에서 싸워야겠어.’
한미르는 마음을 먹자마자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어비스 슈트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원거리 공격 스킬이 많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미르는 그 점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김진성이 손바닥을 펴서 땅을 향해 찍은 것이다.
그러자 김진성과 한미르 주위가 검은 장막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동시에 한미르의 정면 스크린에 떠오르는 알림창.
[마법진에 갇혔습니다.] [‘디스펠’ 기능을 사용해 파괴하시겠습니까?]한미르는 바로 속으로 사용한다고 대답하면서 겉으로 외쳤다.
“마법진 따위, 어비스 슈트 앞에선 안 통한다!”
동시에 [‘디스펠’ 기능을 사용했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이후 주변을 뒤덮은 검은 장막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오.”
김진성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볼 그때를 한미르는 놓치지 않았다.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에너지 볼’을 발사합니다.] [‘에너지 미사일’을 발사합니다.]그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원거리 스킬을 몽땅 김진성을 향해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어비스 슈트의 온몸에서 생성된 하얀 색깔의 마나 스킬들이 김진성을 향해 발사되었다.
김진성도 똑같이 반격했다.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마기 위에 생성된 수많은 마기 화살, 마기구, 그리고 마기로 이루어진 레이저 빔이 한미르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날아간 원거리 스킬들은 이내 충돌했고,
퍼엉! 퍼퍼펑! 콰앙!
곧 굉음과 함께 중앙 쪽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와…!”
“저 치열한 공방전 좀 봐….”
“진짜 너무 화려한데?”
경기장을 가득 뒤덮은 계속된 마나 폭발 장면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면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 이어지던 공방전은, 곧 김진성이 태세를 바꾸면서 종료되었다.
“…어!”
“검은 물결로 뒤덮였다!”
갑자기 김진성을 중심으로 경기장 전체가 검은 물결로 물드는 모습.
관중들은 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나 저거 알아! 김진성이 만들어 낸 마나 지역이야!”
“아, 그때 양중근이랑 싸울 때 보여준 거?”
예선 2차전 때 양중근을 상대로 김진성이 싸운 장면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던 것이다.
그때 김진성이 생성했던 주변 환경이 지금 경기장 내 모습이랑 완전히 일치했다.
저 검은 물결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상대하고 있는 한미르도 정체를 바로 눈치챘다.
‘젠장! 맞아, 저게 아직 남아 있었지.’
뭔가 대결 시작 이후부터 계속 찜찜한 무언가가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뭔지 이제야 깨달은 한미르였다.
‘저걸 사용한 이후 엄청나게 강해지던데…. 헉!’
속으로 생각하던 한미르는 곧 헛바람을 들이켰다.
김진성이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는데, 그 속도가 아까 전과는 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공격 속도도 마찬가지였다.
뻑! 뻑! 뻑! 뻐억!
이번에는 아예 한 대도 막아내지 못하고 연신 슈트에 공격을 허용하는 한미르.
힘도 훨씬 강해졌는데, 공격 한 번에 찌그러지는 깊이도 아까보다 훨씬 더 깊었다.
‘이, 이대로면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한미르는, 결국 최후의 선택을 했다.
‘이건 진짜 위기의 순간 아니면 안 사용하려고 했는데…!’
하지만 지금이 그 위기의 순간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한미르가 마음을 먹은 그 순간, 눈앞 스크린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비스의 동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슈트가 ‘버스터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버스터 모드’ 유지 가능 시간은 지금부터 대략 21분 정도입니다.]남아 있는 어비스 마정석의 마나를 극한으로 끌어 올려, 슈트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상승시키는 ‘버스터’ 모드.
이 모드를 사용했으니, 이제 20분 안에 한미르는 어떻게든 끝을 봐야 했다. 그 이후엔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이야아아!!”
기합과 함께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한미르.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던 김진성이 방어에만 급급해질 정도였다.
까가가가강!
김진성의 검이 어비스 슈트의 주먹을 막아내는 소리가 짧은 간격으로 연이어 울려 퍼졌다.
그렇게 힘겹게 계속 막아내기만 하던 김진성.
“쳇.”
눈썹을 찡그리면서 이내 방어를 포기하고는 검을 내렸다.
그런 그를 향해 한미르는 정타를 날렸다. 하지만 주먹이 닿는 순간, 김진성은 순식간에 작은 허수아비로 변했다.
“망할!”
한미르는 아깝다는 표정으로 크게 외치며 옆을 돌아보았다.
둔갑 분신술을 사용한 이후 멀찌감치 뒤로 물러선 그를 향해,
“뭐 해?! 피하지 말고 덤벼! 설마 천하의 김진성이 쫀 건 아니지?!”
라고 크게 외치며 도발하는 한미르의 모습.
하지만 정작 속으로는 굉장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아, 씨…! 이제 17분밖에 안 남았잖아!’
연신 스크린 화면 구석에 떠올라 있는 버스터 모드 유지 시간을 확인하고 있을 그때.
“이제 대충 성능이 어떤지 알겠어.”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그 슈트, 꽤 괜찮네. 내 평상시 실력이면 때려잡는 데 오래 걸리겠어.”
“…뭐?”
한미르가 눈썹을 꿈틀했다.
평상시 실력? 그렇다면 아직 숨겨놓은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건가?
“널 위해서 준비한 게 또 하나 있거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