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2)
제92화. vs 세계 최고의 큰손
“…총 588억 9,190만 원입니다.”
“……!”
김진성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직원을 쳐다봤다.
너무 놀라서 다시 한번 되물을 정도였다.
“588억이요?”
“네, 그렇습니다.”
“와…!”
500억이 넘어가는 후원 금액이 모였다는 건 정말 의외였다.
많은 시청자가 모였기에 적지 않은 후원 금액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그래도 100억 내외의 금액일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이슈도 되고 시청자가 많긴 했지만, 큰손과의 계약 없이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물론 100억도 아주 큰 금액이었다.
그렇기에 100억의 금액이 넘어가면 다시 방송을 켜서 고맙다는 이야기 정도는 하려고 했던 김진성이었다.
그런데 588억?
김진성이 아직 놀란 표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직원의 말이 이어졌다.
“가장 많이 후원하신 분은 ‘홍현진’님으로, 총 500억을 후원하셨습니다.”
의외의 이름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홍현진?
‘설마 파티에서 만났던 그 백두 클랜의 부마스터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홍현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서 500억이라는 금액을 콜로세움에 후원할 사람은 역시 백두 클랜의 그녀밖엔 없었다.
‘그 사람이 왜 후원해줬지? 분명 이틀 전 방송을 봤을 텐데….’
절대 큰손의 후원을 받아 계약 헌터가 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던 김진성이었다,
그런데도 500억이라는 금액을 주었다니, 분명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뭐, 나쁠 건 없지. 제 마음대로 잘 쓰겠습니다.’
김진성은 어찌 되었던 편한 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지금 당장 고가의 장비를 구매할 돈이 생겼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다.
김진성이 물품 쪽을 바라볼 때쯤 직원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30분간 원하시는 물품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구매 전에 직접 착용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구매를 완료하셨으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네.”
직원의 말이 끝나자 김진성이 물품들에 다가갔다. 각각 가격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디 보자…. 이 정도면 최고 가격의 무기 하나와 방어구 풀세트를 맞출 수 있는 가격이네.’
가격을 확인한 김진성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대일 대결에서 무기와 방어구가 큰 차이를 불러온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였다.
그런데 지금 아주 좋은 물품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뭘 살까…. 비싼 만큼 검증된 대한 클랜 장비들로 할까?’
김진성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는 것들은 아무래도 태극 문양이 각인되어 있는 대한 클랜 제품들이었다.
1라운드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한 제품들은 4대 클랜에서 제작한 것들이었다.
일부 ‘큰손’을 잡아서 많은 후원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제일 비싼 대한 클랜의 제품을 선택했었다.
김진성 눈에는 다른 4대 제품보다 압도적으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가장 뛰어나 보이기는 했다.
‘한번 구매한 제품은 3라운드 때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까….’
김진성은 고민 끝에 대한 클랜 제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문득 손을 멈추고선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리곤 옆의 진열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500억이나 후원해 줬는데 구경이나 해볼까.’
김진성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백두 클랜의 장비들이 진열된 곳이었다.
* * *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2! 예선 3차전의 2라운드의 첫 경기!]장내 방송을 통해 캐스터의 발성 좋은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김진성 대 한미르의 1 대 1 대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와아아아아!!”
경기장을 가득 메운 10만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김진성이 첫 경기였어?! 대박이다!”
“과연 후원금은 얼마나 받았을까?”
“많이는 못 받지 않았을까? 대놓고 큰손 안 받는다고 얼마 전 방송에서 선언했었잖아.”
“근데 김진성은 후원금 조금 받아도 이길 거 같지 않아?”
“나도 그런 느낌이 들긴 하는데….”
아직 열리지 않은 양쪽 출입구를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은 그렇게 웅성대기 시작했다.
VIP석에 앉아 있는 이들도 김진성의 후원금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지어 4대 클랜이라 불리는 BK 클랜의 마스터 오병국과 K3 클랜의 마스터 강경권조차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이틀 전 김진성의 방송이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켰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번에 김진성, 그 친구가 대놓고 큰손 안 받는다고 깠다면서요?”
“들었습니다. 아직 어리긴 어리더군요. 헌터 세계에서 대중의 인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대답하는 강경권의 태도는 오히려 김진성의 선택을 비웃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방송 때문에 김진성에게 관심 가지던 큰손들이 모두 목표물을 다른 선수들에게로 돌렸다더군요.”
“먼저 안 받겠다는 사람을 계속 기다리는 건 사업 접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러면 김진성은 순수한 개인 실력에 기댈 수밖에 없겠군요. 개미들 푼돈 아무리 받아봐야 뭐 얼마나 모이겠습니까?”
오병국의 발언에 강경권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에는, 김진성이 그 정도로 실력이 엄청 뛰어나 보이지는 않던데요….”
“와아아!”
“김진성이다!”
그때 일반 좌석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경기장 입구 쪽으로 향했다.
좌측 문 쪽에서 김진성이 먼저 입장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음?”
곧 둘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무기랑 옷이…?”
김진성이 착용하고 있는 전신 방어구와 들고 있는 검이, 둘의 눈에 아주 낯이 익었던 것이다.
검신과 방어구의 왼쪽 가슴 쪽에 새겨져 있는 ‘백두’라는 두 글자.
누가 봐도 저것들은 백두 클랜에서 생산한 물품들이었다.
‘저건 백두 클랜의 장비 중에서도 최상위권 제품들인데?’
‘저 비싼 물품들을 어떻게 구매했지?’
둘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장내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좌측 코너, 김진성 참가자! 현재까지 모인 총 후원금은 588억 9,190만 원!가장 많이 후원한 분은 ‘홍현진’ 님으로, 총 500억 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장내 방송에서 ‘홍현진’이라는 이름이 들리자마자 VIP석에 앉아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있는 홍현진은, 조금 전부터 백두 클랜의 간부 한 명과 전화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방금 방송에서 들으신 금액은 제 사비예요. 클랜 운영 비용엔 1원도 손대지 않았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그건 저희도 확인해봐서 알고 있습니다.
바로 간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의 거금을 투자하실 때는 저희에게 귀띔이라도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극구 말렸을 거잖아요? 큰손 영입을 대놓고 거부한 참가자한테 투자하는 건 허공에 돈 날리는 일이라면서요.”
– 그건….
바로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니, 정곡을 제대로 찔린 모양이었다.
– …그래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 정도 큰 금액을 사용하시면 시끄러워진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다음부터는 제발 미리 언질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죄송해요.”
전혀 죄송하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 홍현진이 말을 이었다.
“지금 TV 보고 계시죠? 김진성 선수가 착용한 물품 좀 확인해 보실래요?”
김진성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백두 클랜의 최신 방어구.
그리고 백두 클랜이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 중 하나인 최신형 백두검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모습.
백두 클랜의 암묵적인 마스터나 다름없는 홍현진에게는 보자마자 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질 법한 장면이었다.
“알아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우리 백두 클랜의 물품을 홍보해주고 있네요. 이 정도면 모델료로 지급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 그건 김진성이 이겼을 때의 얘기입니다. 만약 무기 차이로 형편없이 진다면….
“김진성이 질 거로 생각하시나 봐요, 지금?”
– …그건 아닙니다만.
어쩔 수 없이 솔직히 대답하는 간부의 목소리에 홍현진은 피식 웃었다.
지금 콜로세움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 중 김진성이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쯤 하고 끊을게요. 경기 봐야 해서요.”
더 이야기할 것 없다는 듯 바로 전화를 끊은 홍현진.
그때, 김진성이 그녀 쪽을 정확히 바라보면서 슬쩍 눈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홍현진은 흐뭇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게 후원하는 사람의 기분이구나. 뭐, 나쁘지는 않은데?’
사실 아무 이유 없이 후원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김진성에게 조금이라도 좋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투자 느낌으로 돈을 후원한 것이긴 하다.
제아무리 천하의 홍현진이라 하더라도 500억은 꽤 큰 지출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500억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그녀였다.
‘저 백두 클랜 세트로 멋지게 상대방을 처치하면 그것만 한 홍보 효과가 없지.’
어쩌면 지금, 백두 클랜은 앞으로 돈 주고도 섭외할 수 없는 최고의 모델을 영입한 것일지도 몰랐다.
* * *
흐뭇한 표정의 홍현진을 쳐다보는 VIP 손님들의 표정은 모두 비슷했다.
놀란 감정 속에 ‘왜?’라는 의문이 섞여 있는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박진웅이었다.
‘진짜 의외긴 한데, 어쨌든 다행이야.’
그의 얼굴 위에는 이제 놀라움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안도의 감정만 떠올라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간에 김진성이 많은 후원금을 받았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박진웅이었다.
‘내가 투자한 3억은 아무도 모르긴 하겠지만….’
비자금을 탈탈 털어 후원한 3억을 생각하면 조금 가슴이 쓰리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러면 김진성은 확실히 살아남겠군. 저 정도 풀세트면, 신웅을 제외하면 지는 게 힘든 수준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경기장 안 김진성을 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동생과 파이트 클럽에서 가장 친한 사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인지, 유일한 삼형제의 사진이 들어 있는 동생의 유품을 건네줘서 그런 것인지는 몰랐다.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티에서의 첫 만남 이후 계속해서 김진성이 좋은 쪽으로 신경 쓰이는 박진웅이었다.
그때였다.
“어? 저기 봐봐!”
“뭐야, 저게…?”
“로봇? 아, 아니다! 슈트야, 슈트!”
“뭔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슈트잖아…?”
갑자기 장내 관중들이 웅성거리는 걸 들은 박진웅의 시선이 자연스레 우측 문 쪽으로 향했다.
“……!!”
동시에 박진웅이 눈을 부릅떴다.
전신을 완전히 뒤덮고 있는 최첨단 슈트를 입고 등장하는 한미르.
박진웅은, 저 슈트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비스 슈트?!’
신대륙, 셀레포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급 마정석인 ‘어비스’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최첨단 슈트.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싼 가격 때문에 대한 클랜도 많아야 세 개가량만 보유하고 있는 어비스 슈트가, 고작 콜로세움 서바이벌 예선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엄청나게 비싼 걸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박진웅.
그때, 장내 방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좌측 코너, 한미르 참가자! 현재까지 모인 총 후원금은…. 자그마치 5조 원!]“!!”
“뭐?!”
“조라고? 억이 아니라?”
관중들 거의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더 놀라운 소식이 아직 더 남아 있었다.
[가장 많이 후원한 분은 ‘무하마드 빈 나시르 알사우드’ 님으로, 총 5조 원을 후원하셨습니다!]10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의 고개가 일제히 VIP석의 정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 앉아 있는 빈 나시르는, 옆자리의 백준과 알 수 없는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저기….”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장승욱의 목소리에 백준이 그를 쳐다봤다.
장승욱이 둘만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짜 5조를 후원한 건…. 아니죠?”
“알사우드 클랜에서 쓰던 어비스 슈트 하나를 후원한 것뿐이야.”
“아….”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짓는 장승욱.
제아무리 빈 나시르라 할지라도 5조를 한 번에 태우는 건 불가능한 걸 장승욱도 알기 때문이었다.
‘와, 근데 아무리 기존에 쓰던 거라고 할지라도 저 비싼 어비스 슈트를 그냥 예선전에 사용하라고 줬다고…?’
동시에 빈 나시르의 씀씀이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는 장승욱을 향해,
“어떻게 봐?”
백준이 질문해왔다.
질문의 뜻을 바로 이해한 장승욱은, 경기장에 선 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미르가 어비스 슈트를 잘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용할 줄 알아.”
“그러면, 2라운드에서 제일 재미있는 대결이 되겠네요.”
상대적으로 김진성보다 훨씬 약한 한미르에게, 무려 어비스 슈트라는 커다란 날개를 달아줬다.
이러면 누가 승자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계획대로 밸런스가 제대로 잡혔어. 여기서 김진성이 승리만 한다면 베스트인데….’
백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채로 어비스 슈트를 바라보고 있는 김진성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