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슈퍼스타의 소신 발언
한국 최대 콜로세움 서바이벌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인 ‘글래디에이터’.
요즘 이곳은 시즌 12가 시작한 이후 하루 게시글이 100만 개가 넘게 올라올 정도로 북적대고 있다.
특히 오늘따라 게시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 여기가 바로 돈으로 찍어 누르는 흑우 프로그램 쳐보는 사람들 모인 곳인가요?
– 후원은 왜 하냐? 큰손 한 명만 잘 잡으면 끝인데 ㅋㅋ
– 아 관리자 뭐 하냐, 분탕들 안 쳐내고?
– 백준도 생각이 있으니까 후원을 받았겠지. 이러다가 다시 민심 돌아서는 거 한두 번 보나ㅋㅋ
– 예선 3차 끝난 후 시즌 28173596번째 백준 재평가당할 예정 ㄹㅇㅋㅋ
– 백준이 돈독 오른 건 팩트 맞지 준빠들 수준 ㅉㅉ
게시글 대부분은 후원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비난, 조롱, 욕설로 가득했다.
오늘 1라운드를 통과한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후원을 많이 받은 참가자들이라는 점이 이를 더 부추기고 있었다.
– 와 내일 경기 시작할 때까지 여기 게시판 지옥이겠네 ㅋㅋ 난 탈갤한다.
게시판 분위기를 보다 못한 일부 이용자들은 이런 글을 남기고 아예 사이트 접속을 종료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간에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면, 게시판 분위기는 내일 다시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 계속 이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컸다.
그때,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
– 야 김진성 방송 켰는데?
갑자기 이런 제목의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클릭하고 들어가면, 아이튜브 사이트를 캡처한 듯한 스크린샷이 한 장 떠올라 있었다.
바로 김진성이 화면을 바라보며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의 제목이었다.
[후원 시스템에 대해 중대 발표하겠습니다.]이 게시글은 올라오자마자 댓글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달렸다.
– 어?
– ?
– 뭐야 진짜임?
– 채널명 뭔데?
└ 진짜진성
└ 김진성이 아니고?
└ ㅇㅇ 김진성이란 닉은 누가 선점했나 봄
– 뭐야 참가자들 방송 켜도 되는 거였어?
– 제목 보니까 큰손 관련해서 켠 거 같은데?
– 일단 드가자~
곧 게시판은 김진성이 방송을 켠 이유에 대한 게시글만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번에 커뮤니티 분위기 자체가 바뀐 것이다.
김진성이 방송을 켰다는 소식은 다른 사이트에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프로그램인 콜로세움. 그 안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참가자인 김진성이 방송을 켰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소문은 곧 모든 커뮤니티에 퍼졌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들로 인해 김진성의 아이튜브 실시간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방송을 켠 지 5분 만에 2만 명을 넘어서더니, 10분 만에 5만 명을 넘겨버렸다.
그러나 정작 김진성은 방송을 켜고서 마실 물을 가져오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아, 아, 들리세요?”
김진성이 다시 카메라 앞에 앉아서 마이크를 켠 것은 방송을 켠 지 10분이 지난 뒤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 와 진짜 김진성이네?
– 콜로세움 중에 방송 켜도 되는 거임?
– 진하~ 진성 하이라는 뜻 ㅋㅋ
“와, 채팅 속도 엄청 빠르다. 어떻게 다들 알고 찾아와 주신 거지? 헐! 벌써 10만 명 돌파했네요?”
아주 많은 시청자 수에 김진성이 당황한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보였지만, 사실은 연기였다.
방송 시작 전부터 한쪽 모니터 구석에 ‘글래디에이터’ 사이트를 띄워놓은 상태인 김진성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커뮤니티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중이었다.
지금 모든 게시글이 김진성 방송에 관한 내용인 걸 보니, 확실히 어그로는 제대로 끌린 상황이었다.
‘조금 더 기다리자. 시청자가 더 많이 찬 다음에 발표해도 늦지 않아.’
그래서 김진성은 일부러 시간을 더 끌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
“어, 채팅창이 화면에 안 나온다고요? 잠시만요. 이거 어떻게 띄우지…?”
어리숙한 모습으로 방송 세팅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시간을 보냈다.
“오늘 제 바로 밑 좌석에 앉아 계셨다고요?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다고요? 감사합니다. …네? 어지간한 연예인들 뺨칠 정도라고요? 에이, 그건 좀….”
그러면서 중간중간 채팅을 읽으며 소통까지 하니까, 어느새 방송을 켠 지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 * *
김진성이 방송을 켰다는 소식은 30분 동안 콜로세움에 관심이 있다는 모든 클랜 및 기업 관계자들의 귀에 들어갔다.
“정말 김진성이 후원 시스템 관련해서 발표한다고 방송을 켰어?”
“네, 대표님.”
“야, 애들 시켜서 방송 시청하라고 해! 그리고 실시간으로 무슨 말 하는지 정리해서 연락하라 해!”
“알겠습니다.”
“후원 관련 발표인 걸 보니, 100% 큰손 영입한다는 내용일 거야! 확실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직원들에게 모니터링을 지시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만에 하나라도 김진성이 큰손 역할로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이 만들어낸 기대감이었다.
* * *
‘30만 명을 돌파했네. 이쯤이면 됐다.’
김진성은 흘끗 시선을 내려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해 보았다.
– 김진성 쟤 소통 왤케 잘함? ㅋㅋ
– 무슨 방송 1년 이상 한 것처럼 자연스러운데? ㄷㄷ
– 어리고 잘생긴 데다가 실력도 뛰어난 놈이 말도 잘하네….
– 신 이 개새끼야! 왜 난 이따구로 만들고 김진성한테 재능을 몰빵한 거냐 ㅠㅠ
– 근데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나…?
커뮤니티의 마지막 게시글 제목을 확인한 진성은, 이내 목을 가다듬고는 방송을 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 방송을 켠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후원 시스템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진성의 입에서 오늘 종일 뜨거운 감자였던 그 주제가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 헉
– 앗
– 그 주제 ON
– 역시 저 말 꺼낼 줄 알았어
“사실 오늘 하루 내내 후원 시스템 때문에 시끄러웠던 거 알고 있어요. 특히 ‘큰손’ 관련해서 말이 많더라고요.”
– ㅇㅇ
– 역시 얘도 알고 있었네
– 문제가 심각하긴 해 ㄹㅇ
– 큰손 한 명 잡으면 백억은 그냥 우습게 벌 수 있으니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후원할 맛이 안 나요….
“저도 오늘 VIP석에서 관람하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런 식이면 저도 당연히 ‘큰손’을 구해야 하는 상항이라….”
– ㄹㅇ
– 어쩔 수 없지 뭐
– 큰손 안 잡으면 질 확률이 95%가 넘는데 어떡해 ㅋㅋ
– 아, 김진성마저 큰손을 구하네…. 실망….
– 그래도 진성 님은 구하려고 하면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채팅을 본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지금도 스마트폰 문자를 통해 큰손 관련 문의들이 많이 오고 있거든요. 한번 보여드릴까요?”
김진성은 바로 미리 준비해 놓았던 스마트폰 문자 화면 캡처 사진들을 방송 화면에 띄우기 시작했다.
곧 신분을 알 수 있는 이름, 기업명 등이 지워진 문자 내용이 3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공개되었다.
– 헐
– 와 왜 이렇게 많음?
– 최소 50곳은 넘겠는데? ㄷㄷ
– 한국에 돈 많은 회사는 전부 연락 온 거 같은데?
–
“네. 거의 그렇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마지막 채팅을 본 김진성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온 기업 스폰 제의는 거의 100곳에 가까웠다.
이쯤 되면 김진성의 스마트폰 번호는 도대체 어떻게 다들 알아낸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 오오
– 역시 시즌 12 부동의 인기 원탑 킹갓진성 ㄷㄷ
– 하긴 김진성이면 전부 침 질질 흘리며 달려들 만하지 ㅋㅋ
– ㄹㅇㅋㅋ
– ㅆㅇㅈ
“이 수많은 문자를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떤 큰손을 골라야 좋을까…? 한참을 고민한 결과, 드디어 결론을 내렸습니다.”
– 오
– 누굴까?
– 태극 클랜?
– 아무래도 4대 클랜 중 하나 아닐까?
– ㄷㄱㄷㄱ
– ㄷㄱㄷㄱ
“저의 결정을 지금 말씀드리려 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김진성은 물컵을 들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3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모두 그의 입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1시간 같은 10초가 지난 후, 드디어 김진성은 발표했다.
“저는, 큰손 영입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 ?
– ???
– 어?
– 진짜?
– 왜?
– 이건 진짜 의왼데…?
– 와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 ㄷㄷ
많이 놀란 듯한 채팅창을 반응을 보면서 김진성은 자신이 결정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큰손을 영입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예선 3차 규칙인 ‘후원 시스템’이라는 이름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큰손’과 선계약을 한 후에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면 그건 ‘후원’이 아니잖아요? ‘선계약금’이죠.”
– ㅇㅈ
– ㅆㅇㅈ
– 내 말이 그거야
– 후원이라는 단어의 뜻을 벗어난 행동은 맞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뭔가 후원이라는 뜻 자체가 변질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내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손해를 많이 보는 한이 있더라도 큰손을 대놓고 영입하는 행동은 포기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 와….
– 진짜 멋지다….
– 낭만 미쳤는데? ㅋㅋ
– 마인드 쩌네 ㄷㄷ
칭찬으로 도배되는 채팅을 보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서바이벌이 끝난 이후에도 계약 때문에 발목 잡혀서 살고 싶지는 않아.’
이것이 그가 큰손 계약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였다.
파이트 클럽 때부터 지금 콜로세움 서바이벌까지, 매 순간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다른 사람이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서바이벌이 끝난 이후에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김진성은 진정한 자유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꿈을 펼치기에는 대한민국은 너무 좁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채팅이 하나 있었다.
– 근데 그러면 다른 큰손이 있는 참가자들과 붙을 때 너무 불리하지 않나요…?
“아뇨, 불리하지 않습니다. 저한테는 여러분들이 있으니까요.”
단호하게 대답한 김진성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30만 명이 넘는 시청자 여러분, 부디 다른 큰손을 가진 참가자들과의 후원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동시에 공손하게 허리를 숙인 김진성은, 바로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 * *
이후 김진성이 방송에서 한 말들은 모든 커뮤니티에서 엄청난 화제로 자리 잡았다.
가지각색의 반응들이었지만 대체로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 김진성의 말대로 이번 예선 3차전은 ‘후원 싸움’도 아니다. ‘기업 대리 싸움’이지.
– 고작 만 18살밖에 안 된 어린 청년이 이번 시스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은 거야.
– 김진성의 용기가 대단하다. 큰손을 영입하지 않으면 대놓고 불리한 시스템인데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다니….
– 이미 최고의 인기 스타고, 그래서 서바이벌을 무사히 통과하기만 하면 황금빛 미래가 보장된 상황임에도 저런 소신 있는 선택을 했어. 이 얼마나 엄청난 용기인가?
– 적은 돈이지만 후원하고 간다. 저런 멋진 녀석이 후원금이 부족해서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 나도 모아놨던 적금 털러 간다!
대한민국의 모든 커뮤니티에서는 김진성을 칭찬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으며, 일부 커뮤니티는 김진성을 후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곧 ‘글래디에이터’ 게시판을 포함한 다른 커뮤니티에서 김진성을 후원했다는 인증 글이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하자, 다른 참가자들도 반응했다.
– 뭐야? 다른 참가자들도 방송 켰는데?
– 헐! 한미르도 켰어!
– 벌써 10명 넘게 켬 ㅋㅋ 대박
– 신웅은 이 와중에도 안 켜네. 진짜 캐릭터 하나는 확실하다니까….
그렇게 밤새 방송을 켠 참가자의 숫자는 30명이 훌쩍 넘어갔다.
다들 방송을 켜서 한 발언은 김진성과 비슷했다. 난 큰손을 영입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팬 여러분들이 많이 후원해서 도와달라.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제일 먼저 방송을 켠 김진성처럼 큰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괜히 처음 나선 사람이 제일 많은 주목을 받는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 * *
예선 3차전이 시작된 지 3일째가 되었다.
오늘은 1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한 이들과 부전승으로 통과한 도둑들이 모두 섞여서 2라운드 경기를 치르는 날이다.
그래서 김진성은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아침 일찍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대기실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진표를 쳐다보았다.
‘…내가 첫 경기군.’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치는 딱 두 개였다.
김진성 본인이 치르는 첫 경기. 그리고 신웅이 배치된 마지막 경기였다.
김진성은 자신의 상대를 확인해 보았다.
‘한미르라….’
한미르.
예선 1차전과 2차전 때 모두 D조에 배정되었던 인물로, 두 번의 예선에서 모두 큰 활약을 펼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참가자다.
‘쉽지 않은 상대가 걸렸네.’
신웅을 제외하면 가장 까다롭다고 볼 수 있는 상대가 걸린 것이다.
“김진성 씨, 경기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그때 준비실 문이 열리면서 고개를 내민 직원이 큰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김진성은 바로 직원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후원금으로 살 수 있는 장비들이구나.’
드넓은 준비실 안을 꽉 채운 물품들을 보며 김진성은 그리 생각했다.
이틀 동안 1라운드를 관람하면서 보았던 익숙한 장비들이 모두 이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여기서 30분 동안 원하시는 물품을 골라서 후원금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물품들을 지켜보는 김진성의 귀에 직원의 설명이 들려왔다.
“그러면 김진성 선수의 현재 사용 가능한 후원금 액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