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큰손의 힘
이지성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김현수를 몰아붙였다.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반월 모양의 날카로운 마나가 생성되어 김현수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앙!
날아간 반월 마나는 김현수가 서 있던 자리에 항상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김현수는 짧은 간격으로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에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도무지 공격할 틈이 나지 않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씨발, 도대체 뭔데? 원래 저렇게 강한 놈이 아니라고!’
이미 아이튜브나 다른 자료에서 이지성에 대해 조사를 마쳤던 김현수였다.
그가 봤던 영상에서 이지성은 절대 이 정도로 강력한 마나 공격을 연달아 날릴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애초에 스킬이 아니라면 마나 자체를 운용하여 공격을 날리는 건 엄청난 숙련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오히려 자신보다 약하면 약했지 절대 강하지 않아 보였기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경기장에 올랐던 김현수였는데….
‘그런데 어떻게…. 으악!’
콰앙!
또 한 번 날아오는 폭발을 피하느라 생각조차 오래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에 김현수한테 돈을 건 도박꾼들은 당황한 얼굴로 소리를 쳐야만 했다.
“야! 김현수 뭐 해?!”
“도망만 다니지 말고 공격을 하라고, 이 새끼야!”
“이지성 저 새끼는 왜 저렇게 센 거야? 내가 알던 그 허약한 놈이 아닌데?”
“아, 씨발…. 영상만 대충 보고 김현수한테 걸었는데 실수했나…?”
이번 매치는 대다수가 김현수의 우세를 점쳤었다. 예선 2차까지 보여준 활약상이 김현수가 압도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전투 양상은 그들의 예상과는 아예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서로의 이름이 바뀐 듯한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
김진성은 VIP석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20초 정도 지났을 때쯤이 되자, 김진성은 현재 이지성의 공격력의 원천을 눈치챘다.
‘검이 너무 좋은데?’
그의 시선이 태극 마크 문양이 각인된 이지성의 검으로 향했다.
‘몸에 뒤덮인 마나의 두께가 저렇게 얇은데도 불구하고, 그보다 훨씬 강한 반월 마나를 계속해서 발사하고 있어.’
저 정도 반월 마나를 꾸준하게 발사하려면 사용자의 마나 운용 수준이 아주 높아야 했다.
마나 숙련자들은 신체 위를 보호하듯 덮고 있는 마나의 두께가 아주 두껍기 마련이었고 색깔도 상당히 진했다.
그런데 몸을 감싸고 있는 마나가 저렇게 얇은데도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딱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검의 마나 증폭력이 엄청 뛰어나다고밖에 볼 수가 없어.’
예선 1차전 때, 산속에서 다른 참가자가 들고 있었던 보급 상자용 특제 검을 얻었을 때가 떠오른 김진성이었다.
당시 같은 양의 마나를 주입했는데도 훨씬 강한 마나가 검 위에 일렁이는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휘두르는 속도를 보니 무게도 엄청 가벼워 보이고….’
만약 가볍지 않았다면 저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 연속 공격을 날리지는 못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분명 한 번 이상은 김현수한테 반격의 기회가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지성의 계속된 빠른 공격에 김현수는 한 번의 반격 기회도 잡지 못했고….
콰앙!
“크아악!”
결국에는 도망치다가 한 번 스텝이 꼬이는 바람에 정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그 한 방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김현수의 모습에 관중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8억이나 주고 샀다던 보호구가 한 방에 박살 나버렸군.’
김진성이 흥미로운 얼굴로 김현수의 보호구를 쳐다봤다.
그때 피를 철철 흘리며 신음하는 그를 향해 이지성의 연이은 공격이 날아왔다.
그렇게 또 한 번 굉음과 함께 이번엔 김현수의 몸이 그대로 찢어져 버렸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이 지 성!]곧바로 들려오는 장내 방송과 함께 이지성이 주먹을 불끈 쥐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포효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김진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300억이나 투자할 만한 무기군.’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이지성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검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실 마나를 다루는 법이 익숙해진 뒤로는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던 김진성이었기에 이지성의 검은 더 흥미롭게 보였다.
‘도대체 어떤 무기일까…. 응?’
그때 들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 메시지의 발신자를 확인한 김진성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박진웅?’
곧바로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니, 꽤나 장문으로 긴 내용이 담겨있었다.
– 김진성 님을 위해 방금 전투에서 이지성 선수가 사용한 검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아, 참고로 이번 정보는 서비스로 해드리는 겁니다. 정보료는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
김진성은 반가운 기분으로 계속 읽어 내려갔다. 마침 궁금한 부분을 해소해주는 귀한 정보였다.
‘…이런 것도 혹시 영업의 일종인가?’
혹시나 해서 김진성은 주변에 박진웅이 앉아 있나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구석에 앉은 박진웅이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웃는 낯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김진성은 마주 고개를 끄덕여 눈인사를 한 후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방금 이지성이 사용한 검은 올해 대한 길드에서 신대륙인 셀레포 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최신형 검입니다.
– 현재 한국제 검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마나 증폭력이 다른 검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역시.’
설명을 본 김진성은 아까 전투 때 자신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 그 외에도 내구성, 가벼운 무게, 그립감 등 모든 면에서 일품입니다.
– 방금 이지성이 300억에 이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줘도 없어서 못 구합니다. 그만큼 사용자의 경지를 몇 단계 상승시켜 주는 뛰어난 성능의 무기거든요.
– 상대방이었던 김현수가 입은 전신 슈트도 시제품으로 구할 수 있는 물품 중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데, 한 방에 찢겨 나가는 것을 보면 검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실 겁니다.
– 저런 무기를 막아내려면 비슷한 가격의 최첨단 방어구를 맞춰야 합니다. 시제품으로는 택도 없어요.
‘흠….’
문자를 계속해서 읽던 김진성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 고민에 빠졌다.
‘이러면 후원을 많이 받는 게 이번 예선 때 엄청 중요하겠는데.’
방금 전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경기의 승패를 아예 뒤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로 지급되는 무기나 방어구의 성능이 뛰어났다.
만약 상대방이 저 태극 검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물품들로 온몸을 도배한 상태인데, 반면 김진성은 후원금이 모자라 맨몸으로 상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쩌면 상대방의 경지에 따라 김진성이 패배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또다시 박진웅에게서 문자가 왔다.
– 눈치채셨겠지만 아무래도 후원금을 많이 받는 자가 승리할 확률이 꽤 높아집니다.
– 그리고 후원금을 많이 받으려면 역시 ‘큰손’을 한 명 이상 잡는 게 좋죠. 방금 전 이지성한테 혼자 300억을 쐈던 인피니티 클랜의 회장 황힘찬 같은 ‘큰손’ 말입니다.
‘아…!’
그제야 황힘찬에 대한 정체를 알게 된 김진성이었다.
곧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VIP석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이지성에게로 향했다.
이지성이 손을 흔드는 상대를 좇아 시선을 이동하니, 저 멀리 VIP석 쪽에서 마주 손을 흔들고 있는 머리가 벗겨진 중년 사내의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가 황힘찬인 모양이었다.
– 참고로 황힘찬은 파티 당일 날 이지성을 만나 설득해서 인피니티 클랜과 선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후원을 한 거였군.’
– 김진성 님도 가능하다면 큰손을 한 명 잡는 게 훨씬 더 좋아 보입니다. 일반 팬들이 아무리 많이 돈을 모아서 후원한다 하더라도, 갑부 한 명이 쏘는 후원 액수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겠지.’
김진성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VIP석에 앉아 있는 화려한 면면들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들 모두 수백억 정도는 한 번에 가볍게 쏠 수 있는 막강한 재력을 보유한 이들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박진웅은 계속해서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 만약 원하는 큰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 완벽하게 비밀을 보장하는 선에서 접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그게 저희 업체의 주요 업무 중 하나기도 하거든요.
– 참고로 김진성 님이라면 어느 큰손을 고르셔도 프리패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소 4대 클랜 이상의 최고 거물들을 추천해 드립니다만, 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끝까지 읽은 김진성은 짧게 답장을 보냈다.
– 고맙습니다. 필요하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을 집어넣은 김진성은 조용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큰손을 잡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잡는다면 어떤 큰손을 잡아야 할까?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두뇌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 * *
늦은 밤.
백준과 장승욱을 태운 고급 승용차가 콜로세움 서바이벌 스튜디오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후…. 드디어 끝났네.”
장승욱이 한숨을 돌리면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진짜 진이 다 빠지네요. 생방송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이 사우디 국왕과의 만찬 자리라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기억도 안 나네….”
“큭큭큭.”
소리 죽여 웃는 백준.
그들은 막 사우디 국왕 및 4대 클랜 주요 인사들을 포함한 거물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빈 나시르를 정말 믿어도 될까요?”
곧 심각한 얼굴로 물어오는 장승욱을 향해 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시즌 투자까지 확정된 마당이라 어지간하면 계획대로 따라 줄 거야.”
“만약 계획대로 빈 나시르가 안 따라주면 정말 큰일 납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백준이 그를 돌아보자, 장승욱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봐요. 오늘 기사 뜬 거 일부예요.”
장승욱이 내민 스마트폰 안에는 오늘 콜로세움 1라운드 경기에 관한 기사들이 정렬되어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제목들이 아주 적나라했다.
–
– ‘실력대결’에서 ‘후원 대결’로 전락한 콜로세움 예선 3차전.
– 백준의 돈에 대한 과욕이 콜로세움을 망쳤다.
– [이강희 칼럼] 공정성이 생명이던 콜로세움은 오늘 죽었다.
대강 제목만 봐도 오늘 대회에 관한 민심을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론이 이렇게 안 좋은데, 틀린 말은 아니라 뭐라 할 수도 없어요. 후원 시스템 때문에 공정성 떨어진 건 팩트라서요.”
“…….”
“만약 계획대로 진행되어서 예정된 반전을 주면 여론이 뒤집힐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만약 계획마저 틀어진다면….”
“믿어도 돼.”
백준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장승욱의 말을 끊었다.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거야. 이게 중간에 틀어질 일은 없어.”
“…저기, 대표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곧 장승욱이 속마음을 꺼냈다.
“굳이 빈 나시르 한 명 때문에 지금까지 지켜왔던 프로그램의 색깔을 이렇게 확 바꿔가면서까지 진행하는 건….”
“나라고 뭐 바꾸고 싶어서 바꾼 줄 알아?”
또다시 말을 끊은 백준의 언성이 아까보다 조금 높아졌다.
“이번 계획에 내 선택권은 없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알잖아?”
“그래도…. 하아….”
다시 반박하려다가 이내 꾹 참은 장승욱은 상체를 시트에 힘없이 기댄 채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장승욱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과 백준의 주머니 안에서 동시에 진동 소리가 들려온 것은 말이다.
백준은 굳이 주머니 안의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장승욱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둘한테 동시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제작진이 보내는 단체 문자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곧 장승욱은 스마트폰 화면을 다시 켜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인했고,
“…어?”
곧 동그랗게 눈을 뜨더니, 백준을 향해 말했다.
“김진성이 지금 인터넷 방송 켰다는데요?”
그 말에 백준의 눈도 살짝 커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