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후원의 힘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 내용은 현재 콜로세움 서바이벌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으로도 올라와 있습니다!혹시 설명을 듣다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시면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설명을 자세하게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어진 방송을 듣자마자 김진성은 스마트폰을 꺼내 콜로세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순간적으로 사람이 몰려서 사이트가 버벅댔지만, 빠르게 행동한 덕분에 해당 공지사항을 화면 위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시즌 12 예선 3차전 상세 규칙 발표’라는 제목의 공지 게시글에는 몇 가지 상세 규칙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중 첫 줄이 바로 방금 안내 방송에서 들은 ‘후원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었다.
1. 후원 시스템.
지금부터 시청자 여러분이 원하시는 참가자에게 후원이 가능해집니다.
참가자는 후원된 금액으로 미리 대기실에 준비된 무기, 방어구, 소모품 등을 구매하여 예선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원 금액은 각 참가자의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공개되며, 가장 후원을 많이 한 1명의 명단이 공개됩니다.
만약 후원금을 해당 라운드 때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면, 남은 금액은 다음 라운드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번 후원한 금액은 환급되지 않습니다.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명을 읽고 있는 김진성의 귀에, 캐스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후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들은 1 대 1 대결의 유불리를 단번에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모두 성능이 뛰어나며,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여러분이 응원하는 참가자가 무사히 예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여러분들의 작은 후원이 참가자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안내 방송을 듣던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면 인기 선수들이 너무 유리한 거 아냐?’
특히 김진성, 본인이 제일 유리해 보였다. 이런 후원 시스템은 아무래도 팬이 많을수록 유리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를 더 배부르게 하는 시스템 같은데… 이게 맞나?’
지금 김진성에게 유리한 시스템인 건 맞지만, 동시에 인기 없는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불리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만약 김진성이 지금과 달리 인기가 없는 선수였다면, 이 시스템을 보자마자 많이 화를 냈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앉아 있는 참가자들의 입에서 비슷한 불만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러면 후원만 많이 받으면 실력이 떨어져도 이길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말 아냐?”
“인기 없는 나 같은 선수는 뭐 그냥 대놓고 죽으라는 건가…?”
“이건 아니지! 백준 이 새끼 갑자기 돈에 미쳤나…?”
그들이 불만을 터뜨리건 말건, 안내 방송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후원은 지금부터 공식 홈페이지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후원 시스템을 통해 가능합니다! 지금 바로 후원을 시작해 주세요!]예선 3차전에 대한 상세 규칙 설명이 끝난 이후에는 오프닝 공연이 이어졌다.
처음 겪는 낯선 후원 시스템에 웅성거리던 관중들은 곧,
“와아아아!!”
“꺄아아악!! 오빠아아!!”
대한민국 최정상 아이돌들의 화려한 무대에 빠져 환호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개막전 뺨칠 정도로 화려하고 성대한 오프닝 공연은 본 경기가 시작되는 3시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진성은 오프닝 공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아직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읽으면서 상세 규칙 내용에 대해 숙지하는 중이었다.
2. 예선 3차전 각 경기 제한 시간은 30분이며, 30분이 지나면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 그리고 무승부가 결정됩니다.
무승부가 되면, 두 선수 모두 해당 라운드에서 생존하게 됩니다.
3. 도둑으로 통과한 참가자들은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하게 되며, 1라운드 경기를 VIP 관람석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4. 2라운드, 3라운드 대진은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정해집니다.
‘…이번에는 무승부도 있네.’
2번 규칙을 읽으며 생각하는 김진성. 격투 시합을 많이 본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할 만한 규칙이었다.
‘하지만 무승부는 사실상 없는 규칙이라고 봐야해. 실제로 격투 시합에서도 무승부는 거의 안 나오거든.’
무승부가 나오려면 심사위원들이 모두 똑같이 무승부라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그럴 확률이 굉장히 낮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실제 격투 시합에서도 어떻게든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면 경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격적으로 주도해야겠군. 그래야, 심사로 넘어가서도 이길 가능성이 클 테니까.’
김진성은 파이트 클럽에서 봤던 심사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잠깐 떠올렸다.
당시 조 대표는 팽팽한 대결을 펼친 상황에서도 훨씬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친 선수의 손을 항상 들어주었다.
– 이런 애들이 돈이 된다니까? 수비만 하는 새끼들은 필요 없어! 인기가 없어서 베팅금도 안 모인다고!
이전에 술자리에서 취한 목소리로 김진성을 향해 외쳐대던 조 대표의 모습이 아직도 김진성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들려오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에 김진성은 상념에서 벗어나 경기장 내를 확인해 보았다.
‘…오프닝 끝났나 보네.’
막 퇴장하고 있는 가수들의 모습을 본 김진성은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2시 50분. 이제 10분만 있으면 본경기 시작이다.
[여러분,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그때, 여느 때보다 정중하고 엄숙한 캐스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신 무하마드 빈 나시르 알사우드 님이 입장하고 계십니다!]그때 오른쪽 VIP석에 앉아 있던 이들이 모두 우르르 일어나는 모습에 김진성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한 미소와 함께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입장하고 있는, 전형적인 중동 갑부처럼 보이는 중년의 사내.
그가 빈 나시르인 모양이었다.
“빈 나시르? 그 전 세계 최고 갑부?”
“이번에 콜로세움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대! 그 액수가…!”
“…히익! 와, 그게 실존하는 단위였어?”
“부럽다…. 저 사람은 치킨 먹고 싶으면 돈 걱정 없이 마음대로 먹을 거 아냐?”
“나 피자 시켜 먹게 5만 원만….”
관중들이 마치 신기한 존재를 쳐다보는 것처럼 빈 나시르를 바라보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곧 빈 나시르가 백준 등과 같이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앉은 후.
다시 한번 캐스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콜로세움 서바이벌 시즌 12! 예선 3차전의 대망의 첫 경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와아아아아!!”
기다렸다는 듯이 1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 시각.
백두 클랜의 부마스터, 홍현진은 고운 눈썹을 찌푸린 채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버지가 직접 만나러 오려 했다고요?”
– 네. 빈 나시르만큼은 본인이 나서야 체면이 선다면서….
스마트폰 안에서는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설마 또 병원 뛰쳐나온 건 아니죠?”
– 다행히 이번엔 설득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다시 병상에 누우신 상태이십니다.
“휴… 잘했어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홍현진은 속으로 못마땅해했다.
‘진짜 너무하네. 본인이 이렇게 나를 못 미더워하는 티를 내니까 직원들도 나를 마스터로 인정하지 않는 건데….’
사실 홍성흔이 진작에 마스터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렸으면, 백두 클랜은 벌써 홍현진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홍성흔은 홍현진이 마스터가 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는 듯하다. 꼭 이런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본인이 나서겠다고 고집을 피우기 일쑤인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의지대로 행동하기에는 이제 홍성흔은 너무 늙었다. 주변의 도움 없으면 제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힘들 정도의 몸 상태다.
“일단 알았어요. 빈 나시르와 저녁 미팅 후에 바로 아버지 만나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
– 알겠습니다. 마스터.
“아직 그 호칭 쓰지 마세요. 아버지한테 인정받은 후면 모를까요.”
– …….
뭔가 슬프게 느껴지는 홍현진의 대답에 스마트폰 안에서는 더 이상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끊을게요.”
홍현진이 바로 전화를 끊었을 그때였다.
[예선 3차전 첫 번째 경기를 펼칠 두 선수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장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안내 방송에 홍현진의 시선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중앙에 선 두 선수에 시선이 옮겨갔을 때, 캐스터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져 들려왔다.
[청 코너, 김현수! 현재까지 모인 총 후원금은 8억 7천 3백만 원!]“8억?!”
“두 시간 만에 8억이 모였어?”
“대박이다…!”
관중들이 놀란 목소리로 웅성대는 와중에도 안내 방송은 이어지고 있었다.
[가장 많이 후원한 분은 ‘조세진’님으로, 총 4억 원을 후원하셨습니다.김현수 선수는 이 중 8억 7천만 원을 이번 1라운드를 위한 물품 구매에 사용하셨습니다.]
홍현진은 김현수라 불린 참가자를 바라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호구로 무장을 한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대부분의 금액을 보호구에 투자한 것 같았다.
[다음 홍 코너, 이지성! 현재까지 모인 총 후원금은…!]캐스터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금액을 발표했다.
[301억 2천 5백만 원!]“뭐?!”
“300억?!”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관중들이 훨씬 더 놀란 목소리로 그리 한마디씩 외쳐댔다.
어떻게 두 시간 만에 300억이 넘는 금액이 모인단 말인가?
[가장 많이 후원한 분은 ‘황힘찬’님으로, 총 300억 원을 후원하셨습니다.이지성 선수는 이 중 300억 원을 이번 1라운드를 위한….]
‘…잠깐만. 황힘찬?’
홍현진의 고개가 옆쪽으로 돌아갔다.
저 먼 쪽 VIP 관람석에 앉아 있는 머리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 이지성 쪽을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본 홍현진은 바로 상황 파악을 완료했다.
‘인피니티 클랜 마스터 황힘찬이 쏜 거였네.’
최근 중견 수준의 규모로까지 상승한 인피니티 클랜. 그곳의 수장이 바로 저 중년 남성 황힘찬이었다.
그라면 300억 정도는 가볍게 쏠 수 있을 것이다. 중견 클랜 정도만 운영해도 던전 레이드 한 번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수익금을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 대가 없이 쏘지는 않았을 테고, 분명 파티 때 영입 이야기가 오고 갔겠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제아무리 300억이 큰돈으로 안 느껴지는 위치의 황힘찬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마 이지성이 이번 시즌 때 끝까지 살아남으면, 그는 높은 확률로 인피니티 클랜에 합류할 것이다.
‘그나저나 300억으로 뭘 구매한 거지?’
홍현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경기장 안의 이지성을 내려다보았다.
상대방인 김현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사용했음에도 착용한 방어구가 한참 보잘것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
한참을 달라진 점을 찾던 홍현진의 시선이 이지성이 들고 있는 검에 멈췄다.
동시에 그녀는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의 손잡이에 각인된 태극 문양을 말이다.
‘설마, 대한 클랜에서 만든 검은 아니겠지?’
홍현진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속으로 그리 생각할 때였다.
[그러면,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경기 시작을 알리는 장내 방송이 들려왔다.
동시에, 이지성이 김현수 쪽을 향해 힘껏 검을 휘둘렀고,
콰아아앙!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 만한 굉음과 함께 김현수가 서 있던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졌다.
“헐?”
“아니…!”
“뭐야?!”
관중들은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지성의 전방 바로 앞부터 김현수가 서 있던 자리까지의 바닥이 길고 깊게 파여 있는 것이 모두의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이지성의 검에서 생성되어 날아간 반월 모양의 마나가 만들어낸 모습이었다.
“말도 안 돼!”
“김진성도 아니고 저게 가능해?!”
“신웅도 저건 불가능하겠다!”
“에이, 신웅은 가능하지….”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리 한마디씩 외쳐댈 때.
홍현진 역시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이지성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질 못하고 있었다.
‘설마가 맞았어. 저건 대한 클랜에서 최근 제작한 마나 증폭 검이야!’
동시에 그녀는 왜 이지성이 300억이나 되는 돈을 한 번에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저 최신형 마나 증폭 검을 사려면 그 정도 금액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런 검까지 살 수 있다고? 저 검 하나면 사용자의 수준이 몇 단계는 한꺼번에 올라가는데?’
그것이 홍현진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후원금으로 저런 무기까지 구매할 수 있다면, 사실상 후원금의 차이가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백준 대표는 외부에서 경기 내에 영향을 끼치는 걸 혐오하는 거로 아는데….’
이 정도면 외부에서 영향을 끼치는 걸 넘어서, 아예 생존자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수준 아닌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죠, 백준 씨? 설마 잘나가는 이들을 더 띄워주기 위한 방책인가요?’
홍현진의 고개가 저 멀리 앉아 있는 백준 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연신 옆에 앉아 있는 장승욱과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