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58
아카데미 담당 일진 158화
아카데미 교수들의 정기회의 날이 다가왔다.
시간제 강사부터 정식 교수, 학장까지 모든 교수가 총장실로 들어섰다.
회의 시간인 9시가 되자마자 총장인 카르도 마진이 걸어놓은 마법에 따라 총장실 문이 저절로 닫혔다.
카르도 마진은 자신의 우측에 앉아 있는 학생처장 주동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수님들은 전부 다 오셨나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주동빈은 곧장 일어나 회의용 테이블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빈자리를 확인했다.
“무공학부 학장님이 안 계십니다.”
“나 학장님이……?”
“나혁중 학장님이 회의에 불참하는 건 또 처음 보는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 아닌가?”
“나 학장님이 누구인지 잊으셨소? 무슨 일이 생겨도 상대에게 생겼겠지.”
교수들이 저들끼리 속닥거리자 카르도 마진이 손을 들어 자중시켰다.
“나 학장님은 저에게 용무를 말씀하고 불참하신 거예요. 나혁중 학장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전부 참석하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아르무트는 카르도 마진이 나혁중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고 남몰래 미소를 머금었다.
‘총장도 힘드시겠네요. 손이 닿을 수조차 없이 아득한 절벽에 피어난 꽃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러던 도중 단계홍과 아르무트의 눈이 마주쳤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단계홍은 아르무트를 보자마자 고개를 내저었다.
탕-탕-탕-
카르도 마진은 책상에 놓여 있던 나무망치를 들고 탁자를 두드렸다.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느슨하게 앉아 있던 교수들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학생처장님, 안건은 전부 정리됐나요?”
“네, 총장님. 전부 정리해 둔 상태입니다.”
“좋아요. 첫 번째 안건은 뭐죠?”
안경을 추켜올린 주동빈이 태블릿을 눈앞에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안건입니다. 동아리 중에 방송반과 홍보를 전담하는 음유시인이라는 동아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카르도 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유시인? 언론 동아리 아닌가요.”
“맞습니다.”
“네, 좋아요. 말씀해 보세요.”
“음유시인 동아리에서 발행하는 ‘월간 아카’라는 월간지에 대해서 민원 제기가 들어왔습니다.”
카르도 마진은 얼굴에 의문을 담은 채 까딱였다.
“어떤 민원이죠?”
“월간 아카라는 월간지에서 사생활 침해를 자주 일으킨다는 민원입니다.”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둔 주동빈은 교수들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교수님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각자 앞에 놓여 있는 태블릿에 떠오른 발언권 버튼을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먼저 누른 것은 마도구학 교수 벨리케였다.
“네, 벨리케 교수님.”
“네, 1학년 마도구학 교수, 벨리케입니다.”
벨리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교수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그는 카리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음유시인 동아리에게는 적당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뭔가요?”
“이유는 말 그대로 사생활 침해입니다. 아카데미에 들어온 학생들은 공인이 아니라 학생이죠. 그런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발언을 마친 벨리케가 자리에 앉았다.
벨리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몇몇 교수들은 턱을 주억거렸고.
“하긴, 학생들의 개인 신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긴 하지.”
“맞습니다, 선을 넘고 넘어 이제는 교수들에 대한 정보도 적더군요.”
그와 생각이 다른 몇몇 교수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한들, 자유로운 언론을 표방하는 동아리를 탄압해서는 아니 될 일이지요.”
“예전의 음유시인을 생각해 보십시오. 사사건건 참견을 한다면 예전의 동아리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유력 동아리들의 찬가만 써대는 동아리를 언론 동아리라고 부를 수는 없는 법이지요.”
교수들의 말을 듣던 카르도 마진이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현재 음유시인의 지도교수가 누구죠?”
지목을 받은 카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입니다.”
“카리스 교수님께서는 이런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카리스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물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부분은 주의가 필요하겠으나, 음유시인을 제재한다면 지금 같은 참신한 월간지는 만들 수 없겠죠.”
“카리스 교수님, 자신이 지도하는 동아리라고 해서 옹호하는 거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일정 부분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매일같이 보면서 그들의 노력을 지켜보는 처지니까요.”
그때, 머리가 절반 정도 벗겨진 교수가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카리스 교수는 ‘월간 아카’의 수익을 가져가는 거로 알고 있소만. 그것 때문이 아니오?”
“제가 월간 아카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동아리 초기에 아카데미에서도 아무런 지원이 나오지 않을 때, 제 사비를 들여 월간 아카에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몇 년간 월간 아카에 사비를 투자할 때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더니 이제 조금 잘나간다 싶으니까, 태클을 거는 것은 조금 추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지적을 받은 교수는 얼굴부터 반쯤 벗어진 이마까지 붉어졌다.
“뭐, 뭣이? 추하다고 했나? 이봐, 카리스 교수 말 다 했어?!”
카리스는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상대를 진정시키려는 자세를 취했다.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세요.”
“…….”
“제가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잖습니까. 제가 음유시인 동아리를 맡고 얼마 안 됐을 때 저는 분명히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지원금을 요청했습니다.”
“…….”
“그때, 어떻게 되었죠? 반려를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다들 알고 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나도 그건 알고 있네.”
“…….”
“대답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비를 들여 투자하겠다고 보고서를 올렸을 때 다들 뭐라고 하셨습니까.”
그때 교수들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었다.
‘카리스 교수가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고.’
‘카리스 교수가 책임감이 워낙 커서 자신의 돈을 쏟아붓는다고.’
자신들이 했던 말이 떠오른 교수들은 침음성을 삼켰다.
“그런데 인제 와서 이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시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피식-
카리스는 웃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마진이 보였다.
“그럼 카리스 교수님은 지금 이대로 놔두는 것도 괜찮다는 견해이신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제재를 가한다는 부분에서 반박한 거지, 사생활 침해까지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 선에서 어느 정도는 조절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주의를 시키실 건가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가십거리에 관한 기사는 최대한 월간지에 쓰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묵묵히 그의 말을 듣던 카르도 마진이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요, 언론 동아리니 어느 정도의 자유는 보장하는 게 맞겠죠. 음유시인 동아리에 대한 것은 카리스 교수님에게 전적으로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신, 앞으로도 이러한 민원이 꾸준히 나온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네, 이해했습니다.”
카르도 마진이 이렇게 말하자 교수들은 전부 수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첫 번째 안건은 해결됐습니다.”
탕- 탕- 탕-
그 후로도 두 번째 세 번째 안건이 지나갔다. 안건마다 교수들은 첨예하게 의견을 주장했다.
“이제 마지막 안건이군요.”
“네, 이번 안건의 발의자는 1학년 특수임무반의 담임 교수를 맡고 계신 단계홍 교수님입니다.”
“네, 안건이 뭔가요?”
“특수 임무반의 기말고사 임무를 필기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안건입니다.”
얘기를 듣자마자 교수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특수 임무반의 뜻이 뭔가.
말 그대로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아 처리하는 반이다. 거기다가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라지만 1학년 특임반은 중간고사 임무도 끝마치지 못했다.
아니, 그리고 아직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개인 임무도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무슨 벌써 기말고사 얘기를 꺼낸단 말인가.
한마디로 턱도 없는 소리라는 것.
물론 이런 생각을 곧바로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상대가 단계홍인 까닭이었다.
학장급이나 천수신의, 제갈목연 정도를 제외하고는 단계홍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아르무트야 워낙 유들유들한 사람이니 단계홍의 의견에 태클을 걸지 않을 것이고 제갈목연과 천수신의는 단계홍과 사이가 좋다.
그리고 나혁중은 부재중인 상태.
유일하게 단계홍의 의견을 막아설 만한 사람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학생처장 주동빈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도 서기의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나설 수 없었다.
교수들이 다들 눈치를 보던 도중, 3학년 특임반의 담임인 라트라제가 손을 들었다.
“단 교수님, 이런 안건을 발의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켈켈- 지금 집단 임무를 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하거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실혼인이 나타났으니까.”
“실, 실혼인……?”
뜬금없는 소리에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전에 1학년 극기훈련 때와는 달리 한 구가 아니었소. 못해도 수십여 구는 있었다고 봐야지.”
눈을 동그랗게 뜬 카르도 마진은 단계홍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얘기 자세히 들어봐도 될까요?”
단계홍은 라이비온 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백일진’이나 ‘우조’ 같은 몇 개의 키워드만 빼고.
“아니, 라이비온 백작이면 중부지대에서 가장 유명한 귀족인데 거기서 실혼인이 발견됐다니…….”
“라이비온 같은 거대한 영지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했단 말입니까.”
“흉수가 누군지는 밝혀졌습니까?”
단계홍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
나혁중은 장안시티를 나서기 전에 그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아무리 교수라고 해도 전부 믿을 수는 없으니 텔로스에 관한 것은 비밀로 하라고.
그리고 그것은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 수십 명의 교수 중 모든 것을 터놓고 믿음을 줄 만한 이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근데 그것과 1학년 특임반의 기말고사를 아카데미 내에서 치르자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들 관점에서 실혼인을 만들기 가장 좋은 신체가 어떤 신체일 것 같소?”
“그야, 나이가 어리고 마력이나 내공에 친화적인…… 설마?”
“그래서 조심하자는 거지. 그리고 1학년 학생뿐만이 아니네. 1학년만 기말고사를 필기로 대체할 거였으면 안건에 발의하지도 않았네, 내 선에서 처리했겠지.”
“그 말은……?”
“기말고사를 필기로 보자는 것은 모든 학년에 해당하는 말일세.”
“그럼 계약된 임무들은 어떻게 합니까.”
단계홍은 눈을 돌려 카르도 마진을 쳐다봤다.
“아카데미에서 위약금을 지불하기로 하죠.”
“초, 총장님!”
“단계홍 교수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임무를 내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때 단계홍이 품에서 곱게 개어져 있는 흰색 수건을 꺼냈다.
“그게 뭐죠?”
“제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