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88
아카데미 담당 일진 188화
사브작 사브작-
홍도범은 누군가 눈길을 밟고 다가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맹주님 오셨습니까.”
“일전에 쥐새끼를 따라간 실혼인들은 어떻게 되었나.”
“……그게.”
“……?”
“실혼인을 데려간 흑사문도 녀석들도 연락이 안 됩니다.”
관태산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연락이 안 된다니.”
“전등에 불이 꺼진 듯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관태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흑사문주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흑사문도들이 배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당했다는 건데…….’
실혼인 열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검제겠군.’
검제를 상대했다고 생각하니 별로 이상할 것은 없었다.
흑사문도 열 명과 실혼인 열 구에게 검제는 천재지변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차라리 그 정도 녀석들로 검제를 붙잡아놨으니 쓸모는 다 했다고 봐야겠지.’
관태산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그렇고 지금 이쪽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관태산의 질문에 홍도범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카데미 녀석들과 무림 연맹 녀석들이 꽤 선전하는 듯 보입니다만.”
“입니다만?”
“실험체로 삼기 위해 녀석들을 상처 없이 사로잡으려고 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흠……. 어차피 전부 사로잡아 봐야 전부 실혼인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니 적당히 알아서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죽여도 된다고 흑사문주에게 전해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흑암대 녀석들도 얼른 손맛을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관태산은 홍도범의 뒤에 나열해 있는 흑암대원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흑암대원들은 투기를 잔뜩 드러낸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래?”
“네, 명령만 해주신다면 뒤에서 마법질을 하는 마탑 녀석들을 싸그리 잡아 죽이도록 하겠…… 아 재료로서 남겨놔야 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흠, 무공을 배운 녀석들이 있는데 마법사 놈들까지 재료로 삼을 필요는 없겠지.”
“그렇다면……?”
“전부 죽여도 좋다. 흑사문의 인원들과 함께 가서 마법사 녀석들을 처리하라.”
“존명.”
“그곳에도 단장급 인사와 교수들이 있을 테니 너무 마음을 놓지는 말도록.”
“네? 맹주님께서는 같이 안 가십니까?”
관태산은 실혼인 서넛과 합을 나누고 있는 단계홍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광패(狂覇) 저 늙은이를 처리하고 가겠다.”
홍도범은 가장 앞에서 날뛰는 단계홍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포권을 취한 홍도범은 흑암대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홍도범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관태산은 천천히 시야를 돌려 실혼인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백일진에게로 옮겼다.
‘저기 있다……!’
백일진을 보는 관태산은 입매를 한껏 끌어 올렸다.
사실 관태산이 전방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단계홍 같은 다 늙어빠진 늙은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
천마검(天魔劍)과 개벽환(開闢環) 때문이었다.
“저 녀석만 잡아 죽이면…….”
관태산의 눈빛은 마치 침을 질질 흘리는 개의 그것처럼 번들번들 광채를 빛냈다.
‘이제 내 것이 된다…….’
그사이에 지하드가 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하드는 지금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설령 알아챈다 하더라도 늦었다.
“빙궁 성벽 내부도 장악했고, 후방도 금방 끝나겠고. 이곳도 몇 명만 처리하면 금방 끝날 테니.”
관태산은 아르무트가 자신에게 했던 경고를 떠올렸다.
‘관태산 씨에게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예요.’
관태산은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내가 여기서 죽을 거라고? 네 생각이 틀렸다, 아르무트.’
천마검과 개벽환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검제, 지하드가 아니라 그들의 할애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았다.
* * *
남궁종수의 팔이 회복된 것을 확인한 백일진은 황보철수와 모용석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다행히 뒤에서 마법 전형 학생들의 버프 마법과 지원 사격 덕인지 실혼인을 상대로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마법 지원 덕분이라지만 실혼인을 상대로 저렇게 버텨내다니 저 녀석들도 실력이 많이 늘었군.
-어린 나이에 실혼인과 호각으로 겨룰 수 있는 이들이 이리 많다니. 놀랍구나.
그때였다.
“커억-”
백일진의 시야에 누군가 복부를 붙잡고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이 담겼다.
-저거 당봉인가 하는 녀석 아니냐?
-얼굴이 많이 망가져 있긴 한데. 당봉인가 하는 당가 녀석 맞는 것 같군.
-그리고 같이 싸우는 녀석은 화산의 속가인 그 뭔 무기인가 하는 녀석이군.
‘제무기.’
-그래, 맞다. 제무기.
당봉은 같은 초령단원인 제무기와 함께 실혼인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실혼인은 본디 독이 통하지 않는 시체.
독과 침을 주로 사용하는 당봉에게 있어서 실혼인은 천적과 같은 존재였기에 둘이서 하나를 상대하면서도 좀처럼 우위를 잡지 못했다.
백일진은 복부를 붙잡은 채 낑낑대는 당봉의 옆으로 선 다음 당봉을 슬쩍 밀어고는 실혼인의 목을 향해 천마검을 휘둘렀다.
실혼인은 본능적으로 손톱을 들어 백일진의 검을 막았으나, 충격까지 막지는 못한 듯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반사신경만 봤을 때는 지대학인가 하는 녀석보다도 더 뛰어난 것 같군.
‘반사신경만.’
말 그대로 반사신경만 봤을 때의 얘기였다.
지대학은 실혼인보다 더욱 강한 파괴력과 더욱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백일진은 실혼인의 눈구멍 사이로 천마검을 박아 넣고는 우격다짐으로 휘저어 머리통을 박살 냈다.
“……고, 고맙다.”
“당가 출신이라고 했나?”
“응, 당봉이다.”
“후방에 가서 치료나 도와라.”
“…….”
백일진 입장에서는 당가 출신들은 가진 치료술이 뛰어나니 독과 침이 통하지 않는 실혼인을 상대하지 말고 더 도움이 되는 곳에 가라는 의미였지만 전달력이 미흡한 탓인지, 아니면 백일진의 말투 때문인지 당봉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봉은 별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리고 거기 너.”
제무기는 백일진의 시선이 닿자 침을 꿀꺽 삼켰다.
“화산파?”
“……그, 그렇다.”
“너는 저쪽에 가서 당하고 있는 너희 선배를 도우면 될 것 같군.”
백일진이 가리킨 쪽에는 태산파 출신의 8년 차 베테랑 초령단원 오묵이 실혼인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알았다.”
제무기를 보낸 백일진은 고개를 돌려 전장의 상황을 훑었다.
지금 순간에도 어떤 무공 전형 학생은 실혼인의 손톱에 목이 뚫려 목숨을 잃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밀려 보이지는 않았다.
-막 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군.
-실혼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음, 아니면 아카데미 녀석들이 생각보다 강한 건가?
백일진은 실혼인에게 목이 뚫려 죽은 아카데미 학생의 시체로 다가갔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만배……?’
-아는 사이냐?
‘정무단원이다.’
-음…….
‘쯧, 알던 얼굴이라 찝찝하군.’
백일진은 만배의 목을 찔러 죽인 실혼인의 얼굴을 우악스럽게 붙잡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기에에에에에엑-”
백일진의 내공이 주입된 실혼인은 이내 칠공에서 보라색 액체를 내뿜으며 숨이 끊겼다.
백일진은 피떡이 된 실혼인을 내던지고는 만배의 시체를 쳐다봤다.
“흠, 묻어줘야 하나?”
-아니, 전투가 끝나면 시체를 파악해야 하니 저 눈으로 덮어주기만 해라.
고개를 끄덕인 백일진은 눈으로 만배의 얼굴과 몸을 덮어줬다.
그때였다.
“내 팔도 그렇게 덮어줬나?”
백일진은 순간 자신의 몸을 노리고 쏘아지는 뭉툭한 대도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천마검을 들어 올려 튕겨냈다.
백일진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려 상대를 확인했다.
“……관태산.”
“크하하하하하- 어린 애송이한테 이름을 불리는 기분은 참 묘하군.”
“…….”
“내 반지를 애송이가 끼고 있는 기분은 더 묘하고 말이야.”
관태산은 여전히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백일진을 보면서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전에 만났을 때는 반로환동을 한 노고수인 줄 알았지.’
하지만 후에 알아보니 반로환동을 한 노고수가 아니라 그냥 덜 자란 괴물이었다.
“그 눈깔 괴물 녀석은 저쪽에 있더구나.”
“눈깔 괴물?”
백일진은 그렇게 되물으며 관태산의 대도가 가리킨 방향을 슬쩍 훑었다.
‘비그리 선배를 말하는 거였군.’
관태산은 오연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백일진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리 봐도 제이드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녀석이란 말이야.”
“……?”
“이봐, 백일진. 천마검과 개벽의 반지를 내게 넘겨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지. 아니, 목숨을 살려줄 뿐 아니라 내 밑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관태산의 말이 끝나기도 전―
“필요 없다.”
―백일진은 천마검에 내공을 쏟아부어 검강을 만든 다음 관태산에게 쇄도했다.
“쯧.”
혀를 찬 관태산은 절레절레 턱을 내저으며 대도를 움켜쥐었다.
관태산의 대도에서는 흑색의 사이한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콰아앙-
먼저 공격을 한 것은 백일진이었지만 밀려난 것도 백일진이었다.
“저번에 마주했을 때, 가지고 놀아준 기억 탓에 내가 만만해 보인 모양이구나.”
관태산의 말은 허언이 아닌지 저번과는 대도에 담긴 위력이 달랐다.
-저번이랑은 다르다. 처음부터 전력을 내고 있다.
-조심해라.
‘금제를 풀어야 하나?’
백일진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용석과 황보철수, 남궁종수와 지태경이 실혼인과 일전을 치르고 있었다.
‘일단 자리부터 옮겨야겠군.’
-야, 너 뭐 하려고.
‘거리를 벌린 다음 금제를 풀어낸다.’
-그냥 지금 풀어!
백일진은 고개를 저었다.
관태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금제를 어느 정도로 풀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만에 하나 모든 금제를 풀게 되어서 이성을 잃게 되었을 경우, 주변 이들까지 말려들게 할 수도 있었다.
백일진은 천마검을 가로로 눕힌 다음 관태산의 목을 뚫어지도록 응시했다.
‘……일단 목을 노리는 척 연기를 한 다음 옆으로 빠져나가 거리를 벌린다.’
백일진은 검강을 원뿔 형태로 뾰족하게 만든 다음 땅을 굴러 관태산에게 쏘아졌다.
“쯧, 연기는 아직 부족하구나.”
관태산은 백일진이 목을 노리는 척하면서 옆으로 지나가려고 한다는 것을 예상이라도 하듯, 옆으로 스쳐 지나가려는 백일진을 향해 대도를 내리그었다.
-거, 걸렸다! 옆으로 굴러!
이대로 몸을 움직인다면 몸이 일도양단 될 수도 있는 상황, 백일진은 급히 허리를 틀어 눈밭 위를 굴렀다.
“쯧, 찰나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추한 짓까지 하는구나. 어차피 결과는 같을 것인데.”
관태산의 말대로 방금의 나려타곤은 이번 한 번의 공격을 피해내는 임시방편일 뿐, 이미 몸의 균형이 틀어진 이상 다음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까운 녀석.”
사이한 기운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관태산의 대도는 이내 백일진의 몸을 향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백일진은 피격 범위에서 몸을 빼내기 위해 서둘러 헤엄치듯 바닥을 짚고 움직였지만, 관태산의 대도가 다가오는 속도는 백일진의 움직임보다 배 이상 빨랐다.
‘……늦었군.’
그렇게 날카롭게 날을 세운 대도가 백일진의 몸을 가르고 지나가려는 순간.
타앙-
관태산의 대도는 무언가 벽에 막히기라도 한 듯 튕겨 나왔다.
“……검제?”
관태산은 자신의 대도를 가볍게 쳐낸 상대를 바라보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