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198
아카데미 담당 일진 198화
지하드의 입으로 몰려드는 마력이 많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가며 주위에 있는 빙판과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저, 저 녀석 뭘 준비하는 거야.
-마력탄인가?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지하드의 입가에 모이는 기운이 생각 이상으로 늘어나자 사태가 범상치 않음을 느낀 천마검과 개벽환이 호들갑을 떨었다.
-저, 저거 맞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
-위, 위험하기만 하겠냐, 백일진! 어서 움직여!
지하드의 입에서 모이는 기운을 느낀 것은 천마검뿐만이 아니었다.
실혼인을 상대하던 아카데미 학생들과 초령단원들, 마탑의 마법사들 심지어는 흑사문도들과 흑암대원들까지 일제히 시선을 돌려 백일진과 지하드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눈을 까뒤집은 채 입을 벌리고 있는 지하드가 있었다.
“뭐, 뭐 하는 거지? 마력이 계속 모여들고 있어.”
“브, 브레스 아니야?”
그 외침에 주변에 있던 이들의 얼굴이 전부 사색이 되었다.
“브레스라고?”
브레스.
용언을 넘어 드래곤이 가진 궁극의 공격수단.
성체의 드래곤이라고 해도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사용할 수 없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브레스의 위력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들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알려지기로는 성체 드래곤의 브레스의 위력은 못해도 반경 10km 이내의 지역을 날려 버릴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거기다가 지하드가 준비하는 브레스는 그런 브레스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누군가가 소리쳤다.
“피, 피해! 브레스다!”
“빨리 비켜, 나 먼저 갈 거야!”
“너나 비켜!”
“도망쳐! 저거 맞으면 죽는다!”
“그냥 무조건 도망쳐!”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초령단원, 흑사문도, 마탑의 마법사들, 흑암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벽 쪽으로 도망쳤다.
크리스도 뭔가에 홀린 듯 그들을 따라 성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 어…….”
성벽을 향하는 인파에 치인 크리스가 제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도, 도망쳐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멘탈이 나가서인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크리스는 지하드의 입에 모이는 마력을 보며 입만 뻐끔거렸다.
뒤에서 그런 크리스를 보던 지태경이 크리스를 보고 소리쳤다.
“크리스, 이 병신 새끼야 정신 차려!”
“……어?”
“정신 차리라고!”
지태경은 크리스가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다가와 옷을 잡아 일으켜 세운 다음 뺨을 내리갈겼다.
크리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이 병신아, 여기서 저거 맞고 뒤질래?”
“아, 아니.”
“그럼 빨리 움직여 새끼야.”
혈사자회의 기획부장이자 비그리의 연인인 진예하는 지하드 쪽으로 점점 다가가는 비그리를 보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얘, 설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진예하는 비그리의 옷을 붙잡았다.
“비그리, 우리도 빨리 가…….”
“예하, 너 먼저 가.”
말을 하던 비그리의 눈이 진녹색으로 물들자 본 진예하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너 설마……?”
기공안(氣空眼).
고대에 마족들과 계약한 대가로 받았다는 그리니쉬 가문의 권능.
기공안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기운을 없애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기공안을 사용한다는 건…….’
비그리가 기공안의 능력으로 저 브레스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
“비그리! 안 돼!”
진예하는 비그리를 말리기 위해 팔을 잡아끌었지만, 비그리는 그런 진예하의 팔을 벗겨내고는 지하드가 잘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크으윽.”
지하드를 바라보는 비그리의 눈이 터질 듯이 가열됐다.
이내 눈알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허억-”
“비그리, 그만해!”
비그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기공안을 사용했다.
비그리의 노력 덕분인지 지하드의 입에 모이는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그리의 기공안에 저항하듯 지하드가 모으는 기운이 더욱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드래곤 하트의 기운을 버티지 못한 비그리가 눈을 붙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비그리!”
진예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도망가기 위해 몸을 돌렸던 황보철수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비그리 선배?”
남궁종수와 황보철수는 비그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신 거예요?”
진예하는 비그리를 들쳐 업으며 말했다.
“브레스를 막으려다가…….”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진예하는 됐다고 하며 비그리를 업고 달려갔다.
황보철수는 그런 비그리와 진예하의 뒷모습을 보고 뭔가를 느낀 듯 턱을 주억거렸다.
“……그래.”
“뭐?”
“일진이와 친하지도 않은 비그리 선배도 일진이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저렇게 바치는데 나 혼자 그냥 도망갈 수는 없어.”
남궁종수는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황보철수를 보며 눈을 키웠다.
“너 미쳤어? 안 도망가면 뭐 어쩌게 네가 가서 저걸 막게?”
“막지는 못하더라도 가서 도울 수는 있겠지.”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도울 거야.”
남궁종수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말했다.
“지금 네가 가서 무슨 도움이 된다고 그래. 너 백일진 못 믿어? 지금 저기 가만히 서 있는 것만 봐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황보철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진이 혼자서 저 공격을 감당하게 놔둘 수는 없어.”
황보철수도 자신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보수정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백일진을 두고 도망갈 수가 없었다.
그때.
퍼억-
뒤통수에 충격을 받은 황보철수의 눈이 스르르 풀렸다.
남궁종수는 제자리에 고꾸라진 황보철수를 보고는 고개를 돌려 화보철수를 기절시킨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용석?”
“지금은 종수 네 말이 맞아. 고집부릴 때가 아니다, 일진이를 믿어야지.”
“그, 그렇지?”
모용석은 기절한 황보철수를 업고 말했다.
“가자.”
* * *
마침내 지하드의 입이 열리고 지하드가 모아뒀던 마력이 나선으로 회전을 하며 쏘아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지하드의 입에서 모든 것을 녹일 듯한 지옥의 겁화가 내뿜어졌다.
가공할 열기를 동반한 기파가 백일진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아앙-
지하드의 브레스가 지속될수록 주변이 불바다로 변하며 자욱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벽 앞까지 도망친 사람들의 몸에도 열기로 인해 수포가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드의 브레스가 멈추고 서서히 연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지하드는 내심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브레스를 사용한 후폭풍이 별로 강하지 않았기 때문.
‘사용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래곤 하트를 잃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거늘…… 드래곤 하트가 몸에 적응이 잘 되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브레스를 연달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일반 드래곤처럼 하루에 다섯 번씩 사용할 수도 없었다.
‘많아야 세 번…….’
상관없었다.
앞으로 브레스를 사용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을 뿐만 아니라 만약 사용할 일이 있더라도 그리니쉬 가문 녀석 탓에 약해진 위력으로도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두 번 이상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백일진과 지하드의 브레스의 영향을 받은 주위의 대지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제 형체를 되찾지 못한 채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기가 걷히면 걷힐수록 지하드의 얼굴에 서린 미소가 사라져가며 눈가가 꿈틀거렸다.
‘살아 있어……?’
물론 목숨만 붙어 있는 거지 살아 있다고 보기 힘든 몸 상태였다.
백일진의 피부는 완전히 녹아내려 뼈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인 데다가 근육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으며 눈 주위는 퀭하게 들어가 마치 시체와 다른 바가 없는 모습이었으니.
‘아무리 방금 브레스가 그리니쉬 녀석의 방해로 인해 위력이 반감되었다고는 하지만 쉽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닐 텐데.’
백일진 주위에 자욱하게 끼어 있는 잿빛의 운무를 본 지하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천마기……?”
이제야 백일진이 브레스를 버텨낸 방법을 알 수 있었다. 폭주 중이던 천마기가 브레스를 막아낸 것.
그리고 지금도 어떤 공격이든 막겠다는 듯 백일진 주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저렇게 짙게 나타난 천마기를 뚫고 백일진을 죽이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불가능했다.
‘천마기…… 끝까지 거슬리는군.’
가장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은 브레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 막 브레스를 사용한 탓에 용언이나 브레스를 다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다시 브레스를 사용하려면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건가.’
지하드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다섯 개의 마법진이 생성되어 전격을 토해냈다.
이런 자잘한 공격으로 천마기를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백일진의 몸이 최대한 회복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다.
‘쯧 조금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지금 상황만 해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 지하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갑자기 저 녀석의 회복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저렇게 뒹굴고 있는 것은 나였겠지.’
지하드는 바닥에 널브러진 백일진에게 계속 마법을 쏘아대며 옛 친우인 천수백을 생각했다.
천수백은 같은 지구라는 곳에서 온 녀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보다 앞서가는 녀석이었다.
그런 천수백을 동경했었고, 또 질투했었다.
뭔가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빛을 하던 지하드는 고개를 거세게 내젓고는 눈을 감았다 떴다.
지하드의 눈에 떠올랐던 그리움의 빛은 사라져 있었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다.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거다.’
지하드는 천수백과 꼭 닮은 백일진의 얼굴을 보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하드는 드래곤 하트의 박동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
“끝이다. 천수백도, 너도.”
이제 더는 시간 따윈 끌 필요가 없었다.
지하드는 터질 것 같은 드래곤 하트의 박동을 느끼며 입에 마력 덩어리를 모았다.
비그리가 기공안으로 방해한 탓에 약해진 처음 것보다 위력이 배는 강한 브레스였다.
지하드의 입으로 모이는 마력이 거칠게 대기를 휘저으니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하지만 백일진은 제자리에서만 꿈틀거릴 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백일진! 다시 몸에 금제를 걸어라!
백일진의 몸이 무너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가진 기운을 견디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다시 금제를 건다면 몸이 회복될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백일진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백일진은 거칠고 탁한 숨만을 내쉬며 지하드의 입에 마력이 모이는 것을 힘없이 바라봤다.
천마검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아니면 용언이라도 사용해서 회복해!
천마검은 용언을 이용해 몸을 회복하라고 말했지만, 백일진은 지금 용언을 사용하기는커녕 손가락 하나를 까딱할 힘도 남지 않았다.
신체의 모든 기능이 피에트로의 기운을 억누르는 데 사용되고 있었던 것.
마침내 지하드의 입이 열리고 브레스가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