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98)
하지만 대장로와 메사이어가 협력해서 만든 새장은 견고했고, 베아트리체는 감히 새장을 탈출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성녀의 지위를 이용한 소극적인 저항뿐이었다.
지금까지는.
“인간들의 격언 중에는 적의 적은 나의 친구······. 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도다.”
김덕성.
평소라면 기억할 가치도 없다 여길 열등한 인간의 이름을 머릿속에 담으면서 베아트리체가 검은 귀축, 김덕성이라고 적힌 보고서를 쓰다듬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메사이어의 계획.
그 계획을 연속해서 세 번이나 파행시킨 전무후무한 사내. 김덕성.
혹시 그라면, 자신을 새장에서 해방할 조커 카드가 되어주지 않을까?
“검은 귀축, 과연 여의 친우가 될 자격이 있을까?”
베아트리체의 붉은 눈동자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알록달록한 썸네일이 보인다.
[K-영웅 김덕성! 일본을 넘어 세계를 구하다! 교토에 출현한 S랭크 빌런 세 명이 김덕성의 발 아래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울면서 빈 이유는?! 김덕성의 클래스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미국이 감동하고 프랑스가 구애하고 일본이 질투하는 김덕성의 활약에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K-영웅 김덕성의 활약 집중 조명!] [(분노 주의) 일본 충격 근황!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일본의 자존심! 김덕성의 활약을 보며 열폭하는 일본 네티즌! 한심한 일본 반응을 보고 미국과 프랑스조차 뒤돌아섰다! 일본의 열폭에 제대로 열받은 전 세계 반응! 일본! 세계 왕따 위기에 처하다! “김덕성 푸대접 이해할 수 없다. 일본 국격을 떨어뜨리는 추한 행동.”] [일본 현역 영웅들이 K-영웅 김덕성의 활약에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식은땀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김덕성의 영웅 랭크는 사실 S랭크를 초월했기 때문! K-영웅 김덕성은 이미 생도 수준을 뛰어넘었다! K-영웅의 상대는 이제 생도가 아닌 현역 영웅?! “일본은 김덕성의 등장에 긴장해야 합니다.” 영웅 강국 일본의 패권을 무너뜨린 K-영웅 김덕성!] [대한민국의 자랑 김덕성, 이번 교토 사태에서 맹활약. S랭크 빌런 셋 토벌에 커다란 공을 세워······.] [강 대통령. “이번 교토 사태의 활약으로 김덕성은 이제 대한민국이 아닌 전 세계가 사랑하는 인재로 발돋움해······. 그의 활약으로 한일관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대폭 상승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 [(돌발영상) 강 대통령, 청와대 담화 중 오열하다 실신.] [김덕성 특별 지원법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장일치 통과.] [국회, 추경 예산에 김덕성 지원 예산 포함 만장일치로 여야 합의.] [국내에 부는 김덕성 열풍 어디까지인가? 한류 아이돌, 톱스타보다 더 잘 팔리는 김덕성 굿즈.] [케이리서치 여론조사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 세종대왕, 2위 이순신, 3위 김덕성.] [한류 아이돌 유세라. 방송에서 공개 고백. “김덕성과 사귀고 싶다. 그가 제 마음을 받아줬으면 좋겠다······.”] [어이 예수, 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는 거야?] [(4대 성인 짤)] [아직 김덕성이 오지 않았소.] [- 김덕성이면 5대 성인 ㅇㅈ이지 ㅋㅋㅋ] [- 기독교지만 인정합니다] [- 김덕성… 그는 신이야!] [- 빛 덕 성, 황 덕 성, 킹 덕 성] [다들 김덕성 좋아하면 추천 눌러볼까?] [추천 23423524] [비추 0] [- 조용필 오르가즘 추신수] [- 이건 추천이지 ㅋㅋ] [- 치트키 쓰네 비겁하게 ㅋㅋㅋ] [- 비추 클린한거봐라 ㅋㅋㅋ] [- 주작아님 내가 추천함] [- 3대째 김덕성 팬 집안이라 추천함 ㅋㅋ] [저거 추천 숫자 주작 아니냐? 이렇게 빨리 올라가는거 좀 이상한데;; 그리고 솔직히 김덕성 한것도 없다더만. 그 슈오우 학생회장이랑 일본 헌터 협회가 다 했다던데? 걔 S랭크랑 맞먹는다더라 ㅇㅇ 일본 언론 기사만 봐도 나온다 얘들아;] [추천 1] [비추 – 2342345324] [- 주작은 느그 일본이 주작이고 ㅋㅋㅋㅋ] [- 냉철한 척 하는 쿨찐일뽕 일침병 걸렸죠? 역겹죠? ㅋㅋ] [- 추천실명제 ㅋㅋㅋ 역겹네 ㅋㅋㅋ] [- 쫄려서 VPN으로 숨은거봐라 ㅋㅋㅋ 일뽕 수준 이거밖에 안돼냐?ㅋㅋㅋ] [- 느그 일본으로 꺼져]보기만 해도 혼미해지는 인터넷 반응과 너튜브 영상들.
얼굴이 뜨거워지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 빌어먹을 국뽕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뭐?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3위? 내 위에 세종대왕님이랑 이순신 장군님밖에 없다고?
국뽕도 이 정도면 병이다. 병.
‘염병.’
더 보면 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
휴대폰을 끈다.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많이 부풀리고 과장되기는 했지만, 일단 S랭크 빌런 셋이 퇴치당했다는 사실 자체는 알려진 모양.
배후가 리그라는 사실과, 메이진 영웅 학원이 리그에게 장악당했다는 사실은 은폐됐고, 사건 활약 자체는 아리스와 협회의 공으로 돌아갔고.
무난하다면 무난한 마무리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일러.’
아삭.
올리비아가 깎은 토끼 사과를 입안에 넣고 씹으며 생각한다.
13사도 중 2명이 죽고 1명이 체포당했다.
거기에 메이진 영웅 학원과 카스미 선배, 레나까지 빼앗긴 상황.
버쳐, 매드 해터 같은 말단이 체포당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리그의 손해가 막심하겠지.
‘게다가 나는 리그의 계획을 연속 3번, 아니 마코토 건까지 합치면 네 번이나 방해했어.’
원래부터 쓸데없이 완벽주의자인 메사이어다.
이 정도면 최종 보스 그 미친놈의 눈에 들고도 남았다.
그래도 내 전력이 알려지지 않은 건 행운이다.
안 그래도 최종 보스의 의심을 사기 시작했는데, 이번 사건의 해결사가 나라는 사실까지 알려졌다면 뼈도 못 추릴 뻔했다.
아카데미물 클리셰대로 행동하는 것 같아 찝찝하지만, 힘숨찐 놀이를 당분간 해야 한다.
‘앞으로는 좀 더 긴장하고 조심히 행동해야겠군.’
달라지기 시작한 원작.
어떻게 튈지 모르는 미래가 살짝 불안하기는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원작 지식을 활용하면서 잘 대처할 수밖에.
아삭.
마지막 사과 한 조각을 먹는다.
이거 맛있네.
“사과 더 없냐?”
“다, 당신은 제가 사, 사과나 깎는 시녀로 보이시나요? 저는 프랑스의 고귀한 황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요!”
질문을 받은 올리비아가 볼을 부풀린다.
척.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소리친다.
“사과.”
네가 프랑스 황녀인 거랑 사과랑 무슨 상관이야.
“······흥. 먹는 것밖에 모르는 바보. 조금만 기다려 봐요. 더 깎아줄 테니까.”
올리비아가 박스에서 사과를 한 개 더 꺼내 깎기 시작한다.
사각사각.
사과 깎는 소리를 들으며 벽에 몸을 기댄 순간.
덜커덕.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나타난다.
“후배 군. 오늘도 후배 군 보러 왔어. 오늘은 레나랑 같이······!”
예상치 못한 손님.
카스미 선배와 레나의 등장이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날로 먹어야 한다
“후배 군······!”
열린 병실 문 부근.
보라색 머리 미소녀, 카스미 선배와 그녀가 미는 휠체어를 탄 연두색 긴 머리의 병약해 보이는 환자복 미소녀가 보인다.
휠체어에 탄 쪽이 사토우 레나겠지.
애니메이션에 나온 모습과 똑같아서 바로 알아봤다.
레나가 탄 휠체어를 밀고 있던 카스미 선배의 보라색 눈동자가 커진다.
그녀가 휠체어에서 손을 놓고 내게 달려온다.
“깨어났구나. 후배 군!”
덥석.
가슴으로 나를 끌어안는 카스미 선배.
아니, 레나 친구라면서 왜 버리고 오는 거야?
그녀의 푹신한 가슴이 느껴진다.
“후배 군. 다행이야. 나······. 진짜 많이 걱정했어. 후배 군은 나쁜 남자지만······. 후배 군이 쓰러지면 후배 군이 빼앗아간 소녀들의 순정은 갈 곳이 없으니까······.”
카스미 선배가 평소처럼 말도 안 되는 말을 중얼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뭐라고 하고 싶지만, 이번만큼은 참기로 했다.
메이진 학원 지하, 라비린토스에서 그녀가 나를 감싸다 쓰러지던 모습이 아직 머리에 선명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누운 카스미의 모습.
여유롭게 나와 카스미 선배를 죽이려 다가오는 아키텍트.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저, 저저저저저. 즐기는 거 봐라. 저저. 하여간 입으로는 싫다면서도 몸으로는 솔직하게 다 받아주는 파트너가 제일 문제야. 야, 임마 옆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내 동생은 어쩌라고 지금 대놓고 그러고 있는 거냐? 적어도 안 보이는 데서 좀 해라, 좀.]머릿속에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아, 머리 아프네.
‘야, 흑태자. 조용히 할 거라면서? 보나파르트 황실의 명예는 내다 버렸냐?’
[이 자식······. 치사하게······. 알았다.]보나파르트 황실의 명예를 들먹이자 입을 닫는 흑태자.
진작 그랬어야지.
“보고 싶었어. 후배 군. 히히. 정말 다행이야.”
귓가에 카스미 선배가 그런 말을 속삭이고 있던 그때.
“지, 지지지금 무, 무슨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민망한 짓인가요! 호시노 선배! 어어어어떻게 이렇게 천박한 행위를!!”
귓가에 올리비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 보나파르트 양. 보나파르트 양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나는 선배로서 후배 군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일 뿐인걸?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말이야.”
쓰담쓰담.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슴에 내 얼굴을 부비부비하는 카스미 선배.
슬슬 답답하다.
“가슴이 그 가슴이 아니잖아요!! 그, 그그그런 파렴치한 짓은 전속 시녀인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용서할 수 없어요!! 어서 떨어지세요! 에이이잇!!”
저벅저벅.
올리비아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나와 카스미 선배를 강제로 떼어낸다.
카스미 선배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요염하게 핥으며 말한다.
“나는 후배 군을 좀 더 위로해주고 싶은데. 너무해. 보나파르트 양. 후배 군도 내 부비부비를 원할 거야. 그렇지 후배 군?”
카스미 선배의 보랏빛 눈동자가 이쪽을 향한다.
아니 그걸 왜 나에게 물어.
평소처럼 뭐라 하고 싶지만, 이상하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욕이라도 한바탕 해야 하는데.
‘염병.’
카스미 선배를 볼 때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내 앞을 가로막다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모습이.
그때.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거다.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데.
어쩌지?
침묵이 이어지자 카스미 선배의 입가에 웃음이 서린다.
“당신? 왜 가만히 있죠? 평소와는 다른데······. 설마 호시노 선배의 가슴에 홀린 건 아, 아니겠죠? 천박해요! 불결해요! 파렴치해요!!”
올리비아가 눈을 질끈 감으며 붉어진 얼굴로 소리친다.
[야, 임마. 왜 가만히 있냐? 내 사랑스러운 동생이 묻잖아.]덤으로 머리를 시끄럽게 하는 흑태자의 목소리까지.
“후후. 후배 군. 역시 언젠가는 내 진심을 알아줄 줄 알았어. 후배 군은 검은 귀축이지만, 여심을 움직일 줄 아는 남자야.”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카스미 선배의 여유로운 말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활화산처럼 붉어진다.
척.
그녀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이, 있을 수 없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그, 그그그리고 가, 가가가슴 사이즈라면 제가 선배보다 더 크, 크크거든요?! 나, 남자들은 크, 큰 가슴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올리비아의 푸른 눈동자가 팽글팽글 돌아간다.
“그, 그러니까 저, 전속 시녀로서 다, 당신이 그, 그런 파렴치한 명령을 만약에 내린다면 저, 저는 어, 어쩔 수 없이······. 으으으으으!! 제가 대체 무, 무무무슨 말을?!”
그녀가 횡설수설을 시작한다.
“이 변태!! 파렴치한!! 믿을 수 없을 만큼 최저, 최악!! 가, 가가가슴이 그렇게 좋나요?!!!!”
올리비아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파트너. 즐기지만 말고 빨리 좀 수습해보라고. 내 사랑하는 동생이 폭발하기 전에 말이야.]흑태자의 얄미운 목소리가 들린다.
에휴.
개판이다. 개판.
두 사람이 싸우는 꼬라지를 보니 속이 뒤집힌다.
역시 나는 이 미친 라노벨 세상의 미친 꼴을 볼 수가 없다.
“딱히 원한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않습니까? 선배?”
“흥. 후배 군은 역시 나쁜 남자야. 사실 좋았으면서 기사공주의 눈치를 보는구나? 기사공주한테만 약한 후배 군은 얄미워.”
카스미 선배가 볼을 부풀린다.
그런 그녀를 보며 올리비아가 우쭐한 표정으로 말한다.
“흐, 흥. 아셨으면 그만하시죠. 호시노 선배! 그런 천박한 행위 따위!”
“후배 군은 검은 귀축이야.”
카스미 선배와 올리비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잘했다. 파트너.]흑태자의 칭찬이 울린다.
‘당신 칭찬 받으려고 한 일 아닌데. 그나저나 아까 입 닫고 있는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반박하자마자 입을 닫는 흑태자.
자꾸 입이 근질근질한 모양.
사오리에게 진짜 음소거 칼집 개발해달라고 해야겠다.
저 수다를 모조리 듣고 있다가는 내가 노이로제로 먼저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저기······. 카스미?”
위이잉.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연두색 머리 병약 미소녀, 레나가 카스미 선배 근처로 다가간다.
오랫동안 햇빛을 못본 모양인지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가 인상적인 그녀가 말한다.
“나한테 김덕성 님 소개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아, 맞아. 그랬지. 미안. 레나.”
카스미 선배가 자신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하며 데헷하고 웃는다.
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제스처를 현실에서 보다니.
미친 세상 같으니.
“후배 군. 소개할게. 내 친구 레나야.”
카스미 선배가 레나의 휠체어를 내 앞으로 밀어댄다.
전동 휠체어 같은데 왜 굳이 저러지?
“안녕하세요. 김덕성 님. 카스미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김덕성 님이 절 구원해주셨다고요.”
레나가 연두색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내 손을 붙잡는다.
깜짝이야.
“정말 고마워요. 김덕성 님. 카스미가 김덕성 님 얘기를 어찌나 많이 하던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제 구원자가 어떤 분인지.”
“아 뭐······.”
원작에서도 이렇게 급발진 박는 캐릭터이기는 했는데, 직접 겪으니까 좀 당황스럽다.
악의 한 점 없는 순수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직접 보니까 좋은 분 같아요. 인상은 좀 나쁘지만······. 그래도 절 구해주신 분이니까요!”
레나가 배시시 웃는다.
[하긴, 우리 파트너 인상이 좀 별로긴 하지.]흑태자가 또 한마디를 한다.
보나파르트 황실의 명예가 이렇게 싸구려로 팔려도 괜찮은 건가?
레나가 내 손을 놓는다.
그녀가 휠체어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인다.
“김덕성 님이 일어나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절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도 고마워. 후배 군. 내 친구 레나를 구해줘서······.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감사 인사가 늦어서 미안해. 후배 군.”
뒤에 있는 카스미 선배가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아, 이거.
왠지 가슴이 간질간질거리고 쪽팔린다.
이런 낯간지럽고 오글거리는 상황은 딱 질색인데.
부담스럽다.
난 그냥 이용하려고 구해준 건데, 그걸 진심으로 감사하다니.
쓸데없이 상냥한 세상 같으니.
진심이라서 뭐라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아, 알았으니까 허리 그만 숙이고 가서 일들 보세요. 그리고······.”
내가 말끝을 흐리자 카스미, 레나,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내게 향한다.
“그때는 고마웠습니다. 선배. 저 감싸주신 거.”
어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말한다.
이런 오글거리는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카스미 선배가 날 위해서 목숨을 내건 건 사실이니까.
“후배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