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28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29화
배우진을 태운 버스가 싱가포르 국제 중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학교 강당에서 축제가 한창이라 운동장은 조용했다.
버스가 정차하자 울프강이 올라탔다.
“강당 뒤에 조용히 숨어 있을 곳을 마련해 놨습니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울프강을 뒤따라갔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바바리코트의 깃을 높이 세우고 썬그라스에 마스크를 썼다.
스태프들이 나를 몇 겹으로 둘러싸고 강당 후문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그 문은 창고로 이어졌고, 창고는 무대 뒤 소품실과 한번 더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서 연극을 보고 계시다가 사인을 주면 이 가면을 쓰고 무대로 나가시면 됩니다.”
나는 그곳에서 학생들의 연극을 잠시 감상했다.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빛나는 아이디어로 그 일을 해내는 아이들이 대견했다.
준과 제이가 박스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무대로 올라왔다.
마지막 장면이었다.
[앗, 중요한 걸 놓고 왔네. 제이야 차에서 기다려. 내가 얼른 가서 가져올게.] [알았어. 빨리 갔다 와.]준 역할의 남학생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내가 남학생과 바꿔 올라갈 차례였다.
울프강이 사인을 줬다.
나는 가면을 쓰고 무대로 올라갔다.
잠깐 퇴장했던 준이 가면을 쓰고 다시 나타나자 학생들이 술렁였다.
뭐지?
갑자기 가면은 왜 쓴 거야?
아까 그 남학생 맞아?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능청맞게 준의 연기를 이었다.
[이제 출발해 볼까?] [응, 출발.]준과 제이가 자동차를 타고 바다로 떠나면서 연극은 마무리되었다.
마리아 엘레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우~
와아~
학생들의 흥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자, 지금이다!
나는 가면을 벗어 거침없이 객석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더욱 정열적으로 춤을 췄다.
순간, 고요함이 강당에 찾아왔다.
학생들이 내 얼굴을 보고 너무나 놀라서 돌석상이 되었다.
그러다 마법이 풀린 듯,
아아아악~~~~
와아아아~~
대바아아악~~~
강당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
에브리데이 페스티벌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올라왔다.
“여러분. 깜짝 놀라셨죠?”
네~
“배우진 씨. 우리 학생들에게 인사 한 번 하시죠.”
“저를 초대해 주시고 또 이렇게 뜨겁게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어제는 잠도 잘 못 잤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만나보니 그럴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와와와
아아아
짝짝짝
중학생들의 고함과 박수소리는 일반 팬들의 열 배 정도였다. 강당이 떠나가도록 아이들은 나를 열렬히 환영했다.
“배우진 오빠가 축제에 올 거란 걸 알았습니까?”
아니요!!
“혹시 우리 선생님은 아셨나요?”
선생님들도 손을 흔들며 아니라는 신호를 주었다.
“오늘 이렇게 깜짝 등장했던 게 배우진 씨 아이디어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사회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네. 학생들이 프린스 앤 플라워로 연극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나요?”
네!!!!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배우진 Fun Fun Q&A 코너를 시작하겠습니다.
배우진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제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손을 들어주세요.”
저요!
저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아니, 하나, 둘, 셋 외치면 말이죠.”
하하하
웃음꽃이 터졌다.
“자, 시작합니다.
손을 들어주세요. 하나, 둘, 셋.”
수많은 손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치솟았다.
“와아, 배우진 씨에게 궁금한 것이 정말 많은 싱가포르 국제 중학교 학생들입니다.
네, 여기 바로 앞에 금테 안경을 낀 남학생. 질문해 주세요.”
금테 안경을 쓴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우진이 형은 키가 엄청 큰데요, 그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저도 형처럼 커질 수 있을까요?”
“우진 씨는 키가 몇입니까?”
내가 남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 전, 사회자가 내게 먼저 질문을 했다.
“187입니다.”
“와~ 진짜 크시네요.
우리 남학생의 질문처럼 혹시 키가 큰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음~”
남학생은 나를 간절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우선 저희 부모님 키는 보통이십니다. 저도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170이 안 됐었구요.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갑자기 크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 1학년 때 180이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키가 작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크더라고요.
밤에 잘 자기, 편식하지 않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스트레스 받지 않기 이 네 가지 규칙만 잘 지킨다면 질문한 남학생은 아마 저보다 더 훌쩍 클 겁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남학생은 까불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우진이 오빠 잘생긴 비결이 뭐예요?”
이번에는 말총머리를 묶은 여학생이 질문했다.
아아아~~~
악아아아~~
학생들이 서로를 때리며 함성을 질러댔다.
“잘 생긴 비결이라면··· 사랑을 많이 하고 또 많이 받는 거?”
답이 없는 질문이라 농담으로 대답을 했다.
“그럼 지금 배우진 씨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사회자가 깨알같이 되물었다.
“당연히 있죠. 여기 있는 팬들 모두 사랑합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오우~
“천재배우란 별명이 있는데 배우진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까 연극에서 준 역할을 했던 남학생이 일어나서 물었다.
한 단계 높은 질문에 아이들이 감탄을 쏟아냈다.
나에게 있어 연기란?
질문을 듣는 순간 전생과 현생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 나에게 있어 연기란 ‘생명’이에요. 제가 숨을 쉬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일을 해 내는 것도 모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일념이 만들어 낸 겁니다.
전 항상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운동을 합니다. 연기를 하려면 우선 신체가 건강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가끔 정말 일어나기 싫을 때도 있어요. 잠이 너무 달콤하다든지 아니면 몸이 피곤하다든지. 머리에서 ‘오늘 하루 쉰다고 크게 달라질 일이 있겠어?’라고 아우성을 치죠.
그런데 그때 연기 생각을 하면 몸이 벌떡 일어나 집니다.
저는 살기 위해서 연기를 합니다.”
진솔한 내 대답에 분위기가 다소 차분해졌다.
“자,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사회자가 힘차게 진행을 이었다.
한 여학생이 어깨 죽지가 찢어질 듯 두 팔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저기 여학생.”
사회자가 여학생을 지목했다.
“전 우진 오빠처럼 영화배우가 되는 게 꿈인데요. 어떻게 하면 영화배우가 될 수 있나요? 디테일하게 말씀해 주세요.”
여학생은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총기와 열정이 느껴졌다.
“디테일이라? 지금 질문한 학생은 이미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섰다고 생각되네요. 열정이 가득하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열정입니다.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만든 원동력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었어요.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영화배우가 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이 나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지금 학생이 저에게 질문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 다음 연기력을 향상시키세요. 배우가 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연기니까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언제든 선택받게 되어 있어요. 이것은 진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기에 대한 자양분을 쌓으세요. 사람들이 저에게 위험한 장면을 촬영할 때 무섭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건 절대 무섭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이 즐거워할 걸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죠. 그런데 가장 무서운 것은 나의 연기 자양분이 사라질 때입니다.
자양분이 고갈되지 않게 끊임없이 채워 넣으세요. 여행을 하고, 주변을 관찰하고, 독서를 하는 거죠. 움직이고 생각하고 경험 쌓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배우만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이 무슨 일을 하든지 도움이 될 겁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생각해 볼만한 묵직한 질문들이 들어왔다.
나는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갈 때, 오늘의 대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성심껏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 오늘 정말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시네요. 배우진 씨가 얘기를 하니까, 우리 학생들이 더욱 잘 새겨듣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을 받겠습니다.”
제일 앞에 앉아 있던 학생회장이 손을 들었다. 사회자는 학생회장을 지목했다.
“저희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배우진 씨. 마지막 질문입니다. 싱가포르 국제 중학교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 순간 나는 아이들에게 꾸미지 않은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아직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진짜 이야기.
“··· 중학교 때 저는 여러분보다 덜 열정적이었고,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낸 날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도 없었고 뭘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죠.
그냥 얼굴은 좀 잘 생겼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잘 생겼다고 하길래 막연히 배우나 해 볼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끔찍한 악몽을 꿨습니다.
영화배우가 되었는데 꿈속에서 인기가 너무 많았어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아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인기라는 달콤한 꿀맛을 본 거죠. 그래서 아주 흥청망청 살았어요. 자기 멋대로 내가 세상 최고가 된 것처럼.
그러다 인생이 끝도 없이 곤두박질쳤습니다. 내리막길에 브레이크가 없더라고요.
돈, 명예, 건강, 가족,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새벽안개처럼 사라지고, 한 평 방에 갇혀 영원한 고통을 겪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잠에서 깼는데, 다시 고등학생이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지, 잠에서 깨고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가끔 그 꿈이 너무나 생생하게 생각나서 한 번씩 소스라 칠 때가 있어요.
여러분은 절대 그 악몽의 주인공이 되지 마세요.
여러분이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면 반드시 멋진 인생을 손에 쥐게 될 겁니다.
저처럼 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전 아직 달려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거든요.”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학생들이 눈물을 훔치며 기립 박수를 쳤다.
이제 박수를 그만치고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가라는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
첫 일정을 마친 이후,
나는 팬 사인회, 명예 시민증 수여, 기자 회견 등의 남은 일정도 무사히 소화해냈고,
어느덧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어, 은아름의 챔피언십 경기를 관전했다.
나는 은아름의 공식 후원자 자격으로 링 바로 앞자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전 세계에 송출된 경기에서 내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자,
사람들은 경기도 보고 배우진도 보는 이중의 재미를 느꼈다.
경기는 치열했다.
모든 경기를 3라운드 안에 KO승을 거둔 곤잘레스가 초반 은아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3라운드만 버티자, 예상대로 곤잘레스의 힘이 급격히 떨어졌다.
7회에 은아름의 어퍼컷이 마리 곤잘레스의 턱에 그대로 꽂히며 경기는 끝났다.
은아름은 포효했고 약속대로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나는 링으로 올라가 은아름과 함께 손을 높이 들었다.
우리들의 사연을 해설자가 중계해 주었고,
전 세계 사람들의 감동은 배가 되었다.
길었던 아시아 투어가 모두 끝났다.
다음날 나는 첫 비행기를 타고 그리웠던 한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