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and actress RAW novel - Chapter 168
168. NFL의 스타(1)
이런 말이 있다.
야구는 미국이 선망하는 것이고, 미식축구는 이 나라 그 자체이다.
슈퍼볼로 대표되는 미식축구 이벤트는 어지간한 국제 스포츠 대회의 규모를 가볍게 넘어설 정도며, 단순히 ‘미국에서만’ 열리는 규모조차 상상 그 이상.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영웅, 조성환에게 미식축구공을 선물받은 도윤은 덩달아 매스컴을 타게 되었다.
“도윤! 촬영 중일 텐데 여기서 볼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조에게 공을 받은 기분이 어떻습니까?”
“평소 미식축구에도 관심이 있습니까? 그럴 테죠! 여기는 미국이니까!”
“한국에서 미식축구는 어떤 스포츠죠?”
경기가 끝난 후.
스타디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도윤.
그리고 그런 도윤의 손에는 조성환이 준 공이 들려 있었으며.
그런 도윤 옆엔.
그 공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칼이 서 있었다.
물론 칼은 도윤에 비해 그리 많은 질문을 받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조성환이 공을 주는 장면이 전파를 타 버렸고-
그 결과 도윤이 오늘 기자들의 타깃이 된 셈.
덕분에 칼은 세상 부럽다는 눈길로 도윤을 바라봤다.
아니.
도윤의 손에 들린 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도윤! 제발. 얼마면 되겠어?”
“안 팔아.”
“젠장! 나는 지금까지 수백 번을 가면서 유니폼 두 개랑 가드 다섯 개, 공 열 번이 전분데!”
“많이 받았네.”
“하지마 키커한테 받은 적은 없다고!”
도윤은 욕망 가득한 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혹시 1만 달러는 어때?”
이어지는 딜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의미의 문제다.
준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젠장, 그럼 네 소속사를 사 버릴까?”
“칼. 그만 해요. 안 팔 것 같은데.”
“하지만!”
도윤은 폭주하려는 칼을 말리는 매니저에게 조용히 엄지를 세워 주었다.
여하튼.
칼은 미식축구를 매우 사랑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키커라는 포지션에 꽤나 큰 애정도 가진 모양이다.
“근데 조가 너의 팬인 건 알았어?”
“아니. 전혀.”
“그럼 모든 한국인들이 너의 팬인가?”
“모두는 아니어도, 상당수는?”
“젠장, 부럽군. 한국 국적은 얼마를 줘야 하지?”
“이 공보다 비쌀걸.”
가는 내내 공을 가지고 싶어 헛소리를 해대던 칼의 차에서 내린 도윤은.
여전히 꼭 쥐고 있던 공을 바라보며 피식거렸다.
아무래도.
좋은 취미가 생길 것 같은 이 기분.
‘하기야. 취미 하나 없이 살았으니.’
가끔 가다 드라이브나 하는 걸 빼면.
도윤은 남들이 하나씩 가진 취미가 없었다.
게임, 사진, 낚시…….
운동을 자주 하긴 했지만.
그건 연기를 위해서라는 의미가 더 크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종종 즐기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와, LA에서는 진짜 인기스타네요. 한국에서는 언급 거의 안 되는데.”
이런 가운데 성호는 조성환을 검색해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한국은 미식축구 인기 거의 없으니까. 나 일본 있을 때는 그래도 덕분도 있고 나름대로 인기도 꽤 있었는데.”
두칠이 거들었다.
둘의 말마따나.
한국의 미식축구 인기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수준.
“언급은 몇 번 됐는데, 그냥 거기서 끝이네요. 활약을 해도 팬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지고.”
“농구였으면 대서특필됐을 텐데.”
“그러니까요.”
소수의 팬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비인기 종목의 스타에게 지면을 할애할 언론사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조성환이 LA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는 인기 스포츠 스타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참, 오빠.”
“응?”
“아까 경기장 간 거 팬카페에 올렸어요.”
“꾸준히 관리하는구나.”
“오빠도 직접 올리는 빈도 높이세요. 맨날 저만 업로드할 수도 없고.”
“노력해 볼게.”
도윤은 민주가 건네준 휴대폰을 받아 게시글을 확인했다.
고작 1시간 전에 올렸는데.
무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개중에는 미식축구가 뭐냐고 묻는 팬도 있었고.
도윤이 미식축구를 보러 갔다는 사실에 흥분한 팬들도 있었다.
-오빠! 미식축구 재미있어요?
-와 형님 NFL 아시는구나!
-미식축구 존잼! 나 슈퍼볼 보는 게 소원임!
-되게 위험해 보인다 ㅠㅠ 오빠 조심해요!
-형님 MLS는 안 보러 가시나요? ㅋㅋㅋ
여기에.
“오, 기사도 떴다.”
도윤의 소식이라면 그냥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도 무조건 기사화하던 한국 언론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진짜네. 형님 경기장 간 거랑 인터뷰한 거 다 기사로 떴네요.”
도윤이니까.
현재 한국에서 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고.
이른바 ‘국위선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우가 뭘 하는지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는 것.
덕분에.
실시간 검색어는 꽤 흥미로워졌다.
1. 최도윤 미식축구
2. 미식축구
3. 조성환
4. NFL
도윤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와, 형님 경기장 간 것만으로 이렇게 이슈가 되네요.”
“인기 배우니까.”
그야말로 담백한 이유.
슈퍼스타들은 마트에 가서 물건 하나만 사도 그게 무슨 물건인지 뉴스에 나올 정도라는데-
하물며.
미식축구 경기장에 가서 스포츠 스타에게 공을 직접 받은 거면 오죽할까.
때문에 도윤은 내친김에 빌에게 전화를 걸었고.
-뭐? 램스의 조 연락처를 알아달라고?
“받은 게 있으니까요.”
-기사 보긴 했는데…… 흐음. 같은 한국인이라고 했었지? 오케이. 힘써보지.
“부탁하겠습니다.”
-얼마든지 부탁하라고! 도윤 네가 미국에 있는 시간이 단 하루라도 늘어날 수 있다면…….
도윤은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재빨리 전화를 끊었고.
이어서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NFL의 스타를? 언제나 환영이지! 근데 누군데?
“램스의 조입니다.”
-오 제기랄!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잖아! 그래서, 언제 온다는데? 이야기는 해봤나?
크리스와는 다른 의미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역시.
NFL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게 맞는 모양이다.
한국인인 도윤 입장에선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차라리 야구면 모를까.’
생각해 보니 여기에는 한국인들이 잘 아는 구단, LA 다저스도 있었다.
도윤이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은 안 들지만 말이다.
아무튼.
빌에게 의뢰해 뒀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다.
그럼 지금 이 손에 들린 공에 대한 보답을 할 수 있겠지.
* * *
어느 곳이든 스포츠 스타들은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파파라치가 따라붙는 건 물론, 어딜 가나 화제가 되고 거대한 규모의 광고를 제안받기도 한다.
인기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그런 의미에서 NFL 최고의 키커이자 LA 램스의 유일한 동양인 선수, 조성환은 LA에서 가장 유명한 남자 중 한 명.
개인 매니저가 있는 건 물론.
어딜 갈 때 경호원도 둘이나 따라붙는다.
타지에서 온 조성환을 위해 구단 측에서 제공해 준 서비스였다.
다만.
조성환은 이를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정확히는.
매니저를 말이다.
“조. 오늘은 NFL 사무국에서 찾아올 거야. 저번 약물 검사 깔끔했던 건에 대해서 인터뷰를 좀 하고 싶다는데.”
“나는 왜 쉬는 날이 없는 거야?”
“그야 너는 스타니까.”
당연하다는 듯 답하는 매니저의 말에 한숨을 쉬는 조성환.
이해는 하지만.
미국에 건너온 후, 경기와 훈련이 없는 날에도 맘 편히 쉬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를 두고 어리광이니, 투정이니 이야기하겠지만.
안 그래도 향수병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조성환은 진심으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첫 시즌.
엄청난 킥으로 이른바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조성환은 자신이 미국과 맞지 않다고 느꼈다.
미식축구를 좋아하는데 미국과 맞지 않는다면 어쩌겠냐는 말이 당연히 돌아오겠지만.
정말.
맞지 않는다는 생각뿐이었다.
사람들.
음식.
그리고 그 외 모든 것까지.
“조, 이제 첫 시즌이야. 조금만 더 힘을 내보라고. 조금만 기다리면 시즌이 끝날 테고,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에 갈 수 있어. 거기서 편하게 쉬면 되잖아?”
그렇기에 매니저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성환은 결국 한숨을 쉬었고.
“좋아. 노력해 볼게.”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명심해. 넌 램스의 키커야. NFL 최고의 키커라고.”
“예예.”
그렇게 매니저는 방을 나섰고.
홀로 남은 조성환은 한숨을 쉬며.
저번 경기를 떠올렸다.
자신의 킥으로 1점을 추가하며 간신히 이긴 경기.
그런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알아본 게 신기했는데.’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쓴 사람을 알아보고 용케 공을 건넨 게 참 신기하다.
뭐.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음에도 흘러나오는 도윤의 아우라 덕이라면 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후회는 없었다.
팀 동료와 감독, 매니저는 도대체 왜 그 공을 다른 사람에게 준 거냐며 아쉬워했지만-
조성환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지플릭스라서 다행이야.’
조성환은 휴대폰으로 지플릭스를 실행시켰고.
오늘자로 5화까지 공개된 을 틀었다.
배우에게 반할 수도 있구나, 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일깨워준 배우.
최도윤.
“LA에서 촬영하고 있다고만 들었지, 실제로 볼 줄은 몰랐는데…….”
중얼거리던 조성환은 곧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이이잉.
시청을 방해하는 전화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모르는 번호였다.
조성환은 반사적으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하필이면-
-오! 받았군! 조? 조 맞지? 나 빌이야. 빌 테일러! 할리우드의 프로듀서!
통화 연결을 터치하는 바람에 전화가 연결되었고.
-조, 믿기지 않겠지만 이건 진짜라고. 나는 할리우드의 프로듀서고, 지금 시즌2를 제작하고 있어. 안 믿긴다면 내가 30분 이내로 네 숙소 앞에 가서 파나메라의 배기음을 들려주지! 너만 알아들을 수 있게!
다다다다- 쏟아지는 소리에 조성환은 정신을 못 차렸다.
“누, 누구라구요?”
-빌 테일러! 할리우드의 프로듀서! 네가 얼마 전 경기에서 공을 건네준 그 도윤을 캐스팅한 사람!
“그게 무슨…….”
-긴말은 안 하지. 매니저를 통할까 하다 핫라인으로 연결했어. 나 빌 테일러는 LA의 모든 걸 알고 있지. 무슨 뜻이냐면, 당신 매니저 데이브가 조 당신의 모든 걸 감시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건…… 램스의 신입이라면 모두가…….”
-조,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 배우가 널 촬영장으로 초대했다는 거지!
그 말에 순간.
조성환의 눈이 번쩍 뜨였고.
“뭐, 뭐라구요? 정말요?”
-그래. 네가 공을 준 게 너무도 감명 깊었는지 나에게 이야기하더군. 지금 바로 네 휴대폰에 도윤의 번호를 쏴주지. 한번 연락해 보라고. 참, 우리는 램스의 스타가 언제 오든 환영이야!
전화는 곧 끊겼으며.
빌의 말대로.
조성환의 휴대폰에 번호 하나가 도착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던 조성환은 일단 문이 잠겼는지 확인부터 한 뒤.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무척이나 선명한.
한국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