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17
116. 견월망지(見月忘指) (3)
정현석은 의원회관에서 나와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이영식과 독대를 나누고 있었다.
“…대표님 생각은 공감하지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이영식은 해당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기도 힘들어보인다며 정현석을 향해 난감하다는 듯 얘기해왔다.
“그래서 원내대표님을 찾은 게 아니겠습니까? 어찌 방법이 없겠습니까?”
“우리 당은 복지위 간사가 이해관계인이 아닙니다만, 진보당 쪽은 직능단체에서 추천받아 비례로 시작해서 현재 3선인 이진협 의원이 간사입니다. 의사 출신이고요.”
정현석은 심각한 표정을 하며 이영식을 바라보았다.
“복지위 구성을 보면 진보당이 9명, 우리 당이 8명, 사민당이 4명, 대안당이 1명이니 만약 통과를 바란다면 우리 당에서 이탈자가 없어야 하고요. 본 회의 상정만 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큰 법안입니다.”
이영식의 설명을 듣던 정현석은 원내대표인 이영식을 바라보았다.
“사민당에서 현재 요구하는 쟁점법안이 있습니까?”
“요구하는 법안 대부분이 우리와 거리가 멉니다. 진보당에서 또한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대부분이고요.”
방법이 없다는 듯 말하는 이영식의 말에 정현석은 잠시 고민에 빠진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고민이 끝난 듯 정현석은 이영식을 바라보았다.
“법안으로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자리로 거래를 해야겠습니다.”
“자리라 하심은······?”
“방통위원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표님, 그렇게 되면 방통위원에 진보성향의 인사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영식은 정현석의 의견에 놀란 듯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우리 쪽과 성향이 가까운 인물이 있었기에 현 정부가 방송사를 장악하는 것을 막아왔습니다. 하지만 야당 몫의 추천권을 사민당에게 넘기면 그 균형이 깨집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였다. 이영식이 걱정하는 것은 야당 몫 상임위원 추천권을 사민당에 넘긴다면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방통위원회에 넘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차피 보궐임기지 않습니까?”
정현석은 이번 야당 추천 몫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가 5개월밖에 되지 않는 것을 이용하려고 했다.
현재 야당 추천 상임위원은 진보당이 야당인 시절 임명한 위원이었고 3년 임기 중 남은 임기 5개월을 채울 야당 추천 몫 위원을 임명해야 했다.
“어차피 5개월 남은 임기기도 하고, 기존의 방통위 야당 추천위원은 진보당이 임명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음 기수는 어차피 사민당에 추천권 한 장이 있는 이상 지금 내주고 우리가 상임위 통과를 거래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사민당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요.”
이영식은 사민당 또한 정현석이 생각하는 것을 모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공 의대 법안은 사민당으로서도 찬성하는 법안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도한다는 법안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문제겠죠.”
“명분을 주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사민당 또한 공공 의대 설치라는 대의에는 찬성하는 견해였지만, 보수당이 주도하는 법안이라 꺼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진보성향의 지지자들이 대부분이니 보수당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것을 꺼리는 당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넘겨짚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사민당 주 대표를 만나볼까 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이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에 당선되시고 처음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시려는 법안 같습니다.”
“이 대표님이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주시겠습니까?”
“힘든 일 같아 보이지만, 제가 할 일이니 해봐야겠지요.”
정현석은 이영식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하하, 다음 지방선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움직이는 일이니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 그럼 저는 당내 상임위원들과 의원들을 설득하러 가보겠습니다.”
이영식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현석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이영식과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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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직능단체,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정현석 보수당 당 대표 후원회 계좌에 거액 후원. 정현석 의원실에 선관위에 직접 조사 요청.」
「정현석 의원실 관계자 “노골적인 입법 반대 로비 받아들이지 않을 것.” 시민단체 “불법 쪼개기 후원 전체 국회의원 대상으로 조사해야.”」
「선관위 “조사 이후 위법사항 발견 시 검찰에 고발 예정.”」
사흘 후, 지훈은 선관위에 조사 요청을 한 이후 언론에 해당 사항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선관위에서 조사를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기도 했고 이 일과 정현석은 무관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또, 언론에 보도가 되기 시작하면 의료인단체의 움직임이 위축되어 정현석이 움직이기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훈은 자리에 앉아 기사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박주미가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선관위에서 정치자금 수입, 지출 내역을 달라고 요청해왔어.”
“박 비서관님께서 번거로워지셨네요.”
“번거롭기는 내 실력 몰라? 우리 회계는 깨끗해.”
“하하, 당연히 박 비서관님의 실력은 잘 알고 있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웃으며 칭찬하자 박주미는 기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류를 정리해나갔다.
잠시 후, 박주미의 자리에 있는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한참을 통화하던 박주미는 전화기를 잠시 내려놓고 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반응이 온 것 같아.”
“반응이요?”
“응. 후원금 반환 요청이 왔어.”
박주미의 말에 지훈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정현석 의원실 보좌관 김지훈입니다. 후원금 반환을 요청하셨다고요?”
-네. 500만 원을 후원했었는데 실수였습니다. 반환을······.
“선생님, 선생님께서 후원해주신 금액에 대해서는 반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후원회 계좌에 대한 선관위 조사가 시작될 것 같아서요. 선관위에 문의 이후에······.”
-저 조사 없이 그냥 반환 안 되겠습니까? 말씀드렸듯 단순 실수에 의한 입금입니다.
지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방은 당황한 듯 말을 끊고는 물었고 지훈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당연히 돌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저희 측에서도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일입니다. 오늘 안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지훈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상대는 아무런 말이 없이 전화를 끊었다. 지훈은 박주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정치자금영수증 교부 전이죠?”
“응.”
“선관위에 유권해석 받으시고 바로 반환해주세요. 어차피 불법 정치자금 성격의 후원금이니 반환하라고 답변 올 겁니다.”
지훈의 말에 박주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한편, 정현석 또한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당 대표로서 공식 일정이 끝이 난 정현석은 사민당의 대표 주옥형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 대표님은 가면 갈수록 얼굴이 밝아지십니다. 보수당의 현재 모습을 보면 밝아지신 얼굴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주옥형은 정현석을 향해 그저 예의상의 말이 아니라는 듯 호의적인 말투로 말을 걸어왔다.
“고맙습니다. 주 대표님은 요즘 어떠십니까?”
“주요 의제들을 진보당과 보수당 두 당에서 해결 해버리니 점점 잊혀 가는 느낌입니다.”
주옥형은 최근 국회 내에서 사민당을 제외한 보수당과 진보당의 협상에 서운하다는 듯 정현석을 향해 말해왔다.
“그래서 제가 찾아온 것이 아니겠습니다.”
“하하, 정 대표님 필요하신 게 있으시니 저를 찾아오신 게 아니고요?”
주옥형의 말속에는 가시가 있었지만, 정현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여전히 웃음을 유지하며 주옥형에게 강희성이 건넨 공공 의대 설치법안의 요약본을 건넸다.
“공공 의대 설치법안에 대해서는 아시겠지요?”
“그럼요. 어제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설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지 않았습니까?”
강희성은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경남의 도지사에게 요청해 법안의 통과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내 달라고 요청했고, 경남도지사는 정식 회의안건으로 올려 시도지사협의회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상황이었다.
“사민당의 입장은 어떤지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저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만 아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해당 상임위 위원들의 입장은 들은 바 없습니다.”
주옥형은 공감한다는 듯했지만, 호락호락하게 찬성해줄 수 없다는 듯 에둘러 말해왔고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 대표께서는 우리 당의 협조를 바라시는군요? 진보당에서도 그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을 텐데요. 진보당과 협상하시지 그러십니까?”
“하하, 주 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먼저 해당 법안의 통과를 원하면 진보당에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요.”
정현석의 말에 주옥형의 표정은 굳어갔다.
“우리 당은 쉽게 보여 찾아오셨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주 대표님께 명분을 드리러 찾아온 겁니다.”
정현석은 주옥형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방통위원 야당 추천권 사민당에 넘기겠습니다. 상임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주옥형의 눈썹은 움찔했고 정현석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민당에서 다음 지선에서 진보당의 텃밭을 뺏기 위해 순천, 남원 등등 호남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그곳은 대표적인 의료 낙후지역이고요, 그리고 현재 이 법안의 공동 발의자 또한 그 지역구의 진보당 의원님들이십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의료 낙후지역에서 원하는 법안을 저희와 함께 통과시키시면 두 가지를 얻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주옥형의 얼굴을 주시했다.
“방통위원 야당 추천권과 의료낙후 지역 즉, 사민당이 공들이는 지역에서 원하는 법안의 통과 이 정도면 사민당에게는 좋은 명분 아닙니까?”
정현석의 말에도 여전히 주옥형은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다.
“만약 주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이 방을 나가자마자 진보당의 원 대표님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보당과의 협상은 피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은 사민당이라는 파트너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 대표님께서 거절하신다면 진보당과 협상을 해봐야겠지요.”
주옥형은 정현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좋습니다. 상임위 통과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주옥형의 말에 정현석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네. 상임위만 통과될 수 있다면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오히려 정 대표께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하시니 받지 않는다면 제가 멍청한 것 아니겠습니까? 상임위원들 설득할 명분으로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보수당 내부단속은 되었겠지요?”
“이영식 원내대표님께서 움직이고 계시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주옥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정현석은 주옥형의 손을 마주 잡고는 기쁜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