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59
158. 새로운 시작을 위한
2016년 7월 말.
“현재 시각 일산 킨텍스에서는 보수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현장기자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훈 기자.”
스튜디오 앵커가 기자의 이름을 부르자 잠시 후 화면은 보수당의 전당대회 현장으로 넘어갔다.
“네. 보수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에 있을 보수당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기자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리포팅을 이어나갔다.
“차기 대선 경선 규정을 결정할 수 있는 지도부가 들어선다는 점이 그렇고, 후보들 또한 대권 후보의 대리인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바로 허훈 전 장관과 박성중 의원인데요. 이들은 각각 정현석 현 당 대표와 구윤서 전 대구시장의 계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지율은 허훈 전 장관이 앞서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보수당 대표 적합도 조사 결과를 보면 허훈 전 장관이 47%, 박성중 의원이 32%의 지지를 받으며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허훈 장관의 지지율에는 정현석 대표의 지분이 꽤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 그런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긴 합니다만, 이번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입장인 정현석 대표로서는 대놓고 허훈 전 장관을 향한 지지 발언은 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현석 계파로 불리는 인물 다수가 허훈 전 장관의 캠프에 요직을 맡은 것을 보면 타당한 평가라고 보입니다.”
“그렇군요.”
스튜디오의 앵커는 기자의 말에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허훈 전 장관이 당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특히 TK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정현석 대표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의 의견이긴 하지만, 대의원 투표에 30%의 비율을 준 전당대회 특성상 대의원표가 박성중 의원 쪽으로 몰릴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허훈 전 장관 캠프에서는 의미가 없다며 언급을 꺼렸습니다만, 박성중 후보 캠프에서는 해볼 만하다는 의견입니다.”
“알겠습니다. 김성훈 기자 수고했습니다. 전당대회 투표 결과가 발표될 때 다시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떻게 생각해?”
“허훈 전 장관 캠프에서 적당한 발언을 한 것 같습니다. 의미가 없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현장, 행사 시작 전 지훈과 정현석은 대기실에서 흘러나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네. 박성중 후보 캠프 측에서는 해볼 만하다고 했다는데 어디까지나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할 의도에서 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하하, 네 확답을 듣고 싶었던 거야. 내가 대표로 당선됐던 전당대회랑 돌아가는 판이 비슷해.”
“맞습니다. TK 이외 지역의 대의원들은 허훈 전 장관에서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
정현석은 지훈의 말에 싱긋 웃으며 재킷 안쪽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지훈에게 건넸다.
“읽어봤어? 최희문이 쓴 이번 연설문인데.”
“네. 제가 일차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손댈 곳이 몇 곳 없었습니다.”
“그래. 나도 놀랐어.”
“합류하신 지 며칠 되지 않으셨는데 대표님의 전 인터뷰와 연설문 모두를 분석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대표님의 입장에서 잘 쓴 연설문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하고 있을 찰나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당직자로 보이는 인물이 정현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행사 시작 시각입니다.”
“네. 금방 가겠습니다.”
정현석은 당직자를 향해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매만진 후 전당대회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행사가 시작되고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나와 연설을 했고, 대의원 현장 투표까지 끝이 나자 정현석을 위한 시간이 다가왔다.
“현재 투표 결과를 집계 중입니다. 다음은 지난 2년간 당을 위해 노력하시고 또 오늘의 전당대회를 준비해주신 정현석 당 대표님을 모시고 인사 말씀 듣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정현석 당 대표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발언이 있자 정현석은 단상 위에 준비된 연단으로 올라섰고, 현장에 있는 당원들은 정현석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정현석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연호하는 소리가 줄어들 때까지 두 눈을 감고 서 있었으며, 소리가 줄어들자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마이크 앞에 섰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 정현석 여러분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고, 정현석을 향한 환호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 서서 저에게 고별인사를 하라고 하는데 고별이란 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꼭 정계 은퇴를 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저는 고별인사라는 말 대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작별 인사라 말하겠습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농담을 하자 단상 위에 앉아있던 후보들과 많은 사람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아마도 여러분께서는 제가 미웠을 겁니다. 그저 우리 당을 지지하고 좋아해 당원이 되어서 지지를 보낼 뿐인데 항상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고만 말해왔습니다. 어찌 보면 단 한 번도 제 입에서는 여러분이 이 당의 당원임을 자랑스럽게 하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당원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원 여러분께서는 참아주셨고 저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그런 당원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일은 적어도 당원 신분이 쪽팔리지 않게만 하자는 일념 하나로 지난 당 대표 임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제 자화자찬을 하자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까?”
정현석의 말에 당원들은 정현석을 향해 작은 박수를 보냈고, 박수 소리가 끝나자 정현석은 말을 이어나갔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 당은 지난 과거에 오랫동안 집권을 해온 당이었습니다. 민주화 세대의 정치 엘리트들이 당내에 있던 군사정권의 잔재를 뒤로하고 훌륭한 수권정당의 모습을 했던 과거가 있는 당입니다. 그런 당이 지난 몇 년간의 오만했던 모습들로 인한 대가를 뼈저리게 느꼈던 지난 세월이었습니다. 선거는 그저 우리 당을 심판하기 위한 과정이었고, 매번 패배하면서도 바뀌지 않는 당의 모습에 매우 답답하셨을 겁니다.”
정현석의 목소리 톤은 점점 높아져 갔고, 행사장의 모든 사람은 정현석의 연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 임기 2년 동안 과거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다시 국민 여러분의 곁으로 우리는 다가갔습니다. 이전과 같은 정치 엘리트들이 당으로 많이 돌아왔고, 지난 총선에서 승리하며 어엿한 수권정당의 모습을 회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저와 같은 정치인들만 바뀌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현석은 정면을 바라보며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자세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이는 당원 여러분들의 지지와 변화의 열망으로 인해 있을 수 있었던 결과입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정현석은 행사장 한편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들으라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직도 여전히 밖에서는 우리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과거의 오만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거라는 평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 정현석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이 자리에서 단언하겠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는! 또 과거를 반성할 줄 아는 훌륭한 당원이 있는 당이기에 오만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허약하고 박약했던 우리의 과거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정현석의 말에 당원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정현석의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이 있기에 저는 안심하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했던 지난 2년의 세월은 제 인생에서 다신 없을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평당원의 위치에서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습니다. 새로 선출될 당 지도부의 앞날과 당원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건승과 번영이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현석은 연설을 끝내고도 감정이 복받쳐 오는지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
[허훈 전 장관이 64.8%라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보수당 당 대표로 선출······.]“허훈 대표와 새로운 최고위원회의 앞날을 위하여!”
전당대회가 끝난 후 정현석을 비롯한 정현석 계파로 불리는 인원들이 모여 허훈의 당 대표 선출을 축하하는 축하연을 가지고 있었다.
“자 한 번 더 가겠습니다. 수고해주신 정현석 대표를 위하여!”
“위하여!”
항상 그렇듯 이런 자리의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은 이승호였는데 건배사를 도맡아 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었다.
“드시지 않습니까?”
건배 후 잔을 내려놓는 정현석을 보고는 허훈이 신기하다는 듯 물어왔다.
“아내와 약속했습니다. 당분간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요.”
“하하, 훌륭한 부인을 두셨습니다. 대표님께 제일 중요한 시기이니 금주를 하시는 게 좋겠지요.”
허훈은 정현석을 향해 이해한다는 듯 말해왔고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제넘은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허 대표님께서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만, 노파심에 한 마디 드려도 되겠습니까?”
“하하,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정 대표님의 말씀이라면 어떤 조언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간 거침없이 개혁을 해왔습니다. 개혁을 멈춰서는 안 되겠지만, 개혁의 속도를 늦추고 당 내부 결속을 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만, 허 대표님의 성품이면 우리 당이 하나의 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저로 인해 상처받은 당원들을 보듬어 주십시오.”
정현석의 말에 허훈은 놀랍다는 듯 눈을 번쩍 뜨고 정현석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대선은 우리 당이 하나가 되어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니까요.”
“그렇습니다.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우리 당의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합니다. 조언이 아닌 그저 정치 후배의 부탁이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허훈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리 당이 집권 정당이 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꼭 대통령이 되어주십시오.”
“하하, 큰 짐을 제게 주십니다.”
“오늘 이 자리 이후에는 저는 당 대표로서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가시는 길의 동반자로서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어느덧 축하연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정현석과 허훈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허훈의 말에 정현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허훈과 모두를 번갈아 보았다.
“알겠습니다. 부족한 사람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여기 계신 모든 분의 또, 당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정현석의 말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고, 정현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이날 참석자 모두가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