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58
157. 출항 (4)
“네. 선거는 스윙보터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윤도경 씨가 데이터로 도출한 결과인가요?”
스윙보터(Swing Voter)는 부동(浮動)층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즉, 어떤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지 정하지 못하고 떠다니는 유권자들을 뜻하는 단어다.
“네. 특히 부동층 중에서도 우리 당 후보에게 호의적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투표장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요 타겟으로 잡아야 해요.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우리 편이 나를 위해 움직이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해요.”
지훈의 물음에 윤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는 지난 양진호 의원님의 선거에서 청산 을이라는 지역구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기반이 되는 데이터들은 선관위에 공개된 지난 선거 투표 결과를 사용했고, 또 그 지역구의 주거형태 또, 해당 지역에 사는 유권자들의 나이와 성비 그리고 청산 을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다른 지역구의 데이터들도 사용했어요.”
지훈은 윤도경의 설명이 흥미로운 듯, 그녀의 설명에 점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데이터를 가지고 지역구에 있는 동들의 중요도를 나눴어요. 예를 들자면 청산 을에 속해 있는 중앙동은 중요도 3%, 그리고 성천동이라는 곳에는 중요도 10%를 줬어요.”
“신기하네요. 중앙동은 청산시의 중심지이고, 성천동은 외곽지인데 중요도는 오히려 외곽지인 성천동이 높네요?”
지훈의 대꾸에 윤도경은 놀랍다는 듯 지훈을 바라보았다.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라더니 정말이네요!”
“하하, 아닙니다. 청산시가 제 고향이에요.”
“아! 그렇구나.”
윤도경은 다시 화이트보드를 바라보고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중요도를 나눈 것의 큰 이유는 유세 포인트를 잡은 거예요. 제가 선거 캠프에 가보고 가장 놀란 것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위주로 후보가 유세를 나가더라구요.”
“그렇죠. 아무래도 후보가 모든 곳을 누빌 수 없으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가 큰 효과를 노리는 거니까요.”
“맞아요. 그러니 양진호 선거 캠프에서는 중앙동에만 주야장천 후보를 투입해 선거 유세를 했구요.”
“그런데, 윤도경 씨는 그 중앙동에 중요도 3%를 줬군요?”
지훈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윤도경은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중앙동의 큰 문제점은 시내 번화가라는 점과 대학교가 있다는 거예요.”
“실제 유권자들은 많지 않은데 유동인구 때문에 과대추정이 될 수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지훈이 자신의 말뜻을 알겠다는 듯 얘기하자 윤도경은 신이 난 듯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른 지역에서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기숙사 생활을 하거나 자취생활을 하죠. 보통 주소는 옮기지 않아요. 물론 주소지를 옮긴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소수에 지나지 않고요. 이를 잘 말해주는 게 지난 선관위에 등록된 중앙동의 유권자 숫자예요. 중앙동의 유권자 수는 9천 명뿐이에요. 주거형태 또한 주거 지역이라기보다는 대학가와 시내 번화가 위주의 상가 지역이라 애초에 표가 적은 지역이라는 겁니다.”
“기존의 캠프에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습니까? 다른 지역에 사는 유권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지훈이 반박하듯 말하자 윤도경은 지훈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효율적이에요. 하루? 아니, 두 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거기에 투자하면서 만나는 유동인구가 얼마나 될까요?”
“좋습니다. 그럼 윤도경 씨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선거 유세는 무엇입니까?”
“중앙동이 아닌, 성천동과 같은 지역을 노려야 해요. 성천동은 재미있는 곳이에요. 흔히 말하는 외곽지역에 시골 지역 같고 번번한 아파트 단지는 없지만, 선관위에 등록된 유권자 수만 3만 명이 넘어가는 곳이죠.”
“아무래도 공단 지역과 가깝다는 점이······.”
“바로 그 점이에요. 대학가와 다른 점이에요. 그곳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자리를 잡은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이요.”
윤도경은 다시 신이 난 듯 지훈을 향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인구는 많지만, 18대 총선에서 성천동의 투표율을 보면 43.3%밖에 되지 않는 낮은 투표율을 보여주는 지역이기도 해요.”
“그럼 그 지역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낸 게 양진호 의원의 득표율을 높인 비결이겠군요?”
“네! 처음에 말씀드렸듯 우리를 지지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투표장에 나오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모인 곳이죠. 이 생각에 대한 근거는 청산 을의 지난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항상 우리 당 후보가 이 지역에서 1등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보니 투표일에 투표소로 나오기보다는 쉬는 것을 택하는 거죠.”
“그들을 투표소로 나오게 하면 우리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럼 그 지역에 후보가 유세하러 많이 가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것은 지난 대선과 총선 후 여론조사들이 얘기해주고 있어요. 2002년 대선에서는 8%, 2012년 대선에는 21%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게 뭔지 아시나요?”
“글쎄요? 선거 후 여론조사라고 하셨으니······ 후보를 뽑은 이유?”
“정확해요!”
윤도경은 지훈이 정답을 맞힌 것이 정말 기쁜 듯 신이 난 표정과 말투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2002년 대선에서는 8%의 유권자가 2012년 대선에서는 21%의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만나고 투표를 결정했다고 대답했어요. 후보나 선거 유세원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소극적인 투표층이 적극 투표층으로 바뀌는 거죠.”
“재미있네요.”
“그래서 저는 성천동과 비슷한 지역을 포함해 우리 당을 지지하지만, 소극적인 유권자들이 많은 곳으로 후보의 유세 일정을 짰고, 후보가 가지 않더라도 그 지역 위주로 유세차량의 동선을 기획했어요.”
“그래서 성천동의 투표율이 상승했나요?”
“네. 실제 성천동의 투표율도 66.4%! 18대에 비해서 24.1%가 늘었어요. 비효율적인 후보의 선거 유세 일정만 바꿨을 뿐인데 투표율 상승 폭은 엄청나죠. 물론 투표율이 늘어난 이유가 이것 하나일 뿐일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데이터가 쌓인다면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윤도경의 설명이 끝나자 지훈은 만족스럽다는 듯 씩 웃으며 윤도경을 바라보았다.
“윤도경 씨가 말한 것처럼 이유가 그것 하나는 아니겠지만, 확실히 비약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했습니다. 어쨌든 지역별로 중요도를 나눠 선거 유세를 효율적으로 바꿨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데이터의 승리, 전략의 승리라고 봐도 되겠군요.”
지훈의 말에 윤도경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지훈을 향해 인사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윤도경은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고, 지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젠 업무 외적인 질문을 드리죠. 지금의 성과로도 컨설팅 업체로 돌아가신 다거나 관련 업계로 가신다면 더 많은 돈을 버실 텐데 이곳으로 합류하겠다고 마음먹으신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대세잖아요.”
“네?”
“정현석 대세론. 대선 얘기가 나오면 언론에 매번 나오는 말이더라고요. 저는 도박은 싫어해요. 대세 후보에 곁에서 좀 더 데이터를 쌓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하하, 대답이 만족스럽습니다. 말씀드렸듯 비서관일 때 보다 매월 받는 월급이 줄어들 겁니다. 물론 하는 일 만큼 보수는 지급될 거지만요.”
“괜찮아요. 후에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윤도경의 말에 지훈은 무슨 뜻일까 고민했고, 그런 지훈의 모습을 바라보던 윤도경은 재빠르게 손을 흔들며 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커리어를 가지면 나중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우가 좋아질 거라는 말이었어요.”
“아, 그렇군요. 다음 주 19대 국회의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해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아까 말씀드렸듯 어제 사직서 제출했어요! 당장 내일부터라도······.”
“하하, 지금은 딱히 나오셔도 할 일이 없을 겁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해주시면 되고 윤도경 씨가 맡으실 일은 당분간 대표님의 외연 확장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을 빅데이터로 찾는 겁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대표의 일정 중 참여했으면 하는 행사에 대해 말해준다든지, 아니면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정리해서 말해주면 됩니다.”
“당분간이라면······ 그럼 대선에 돌입한다면요?”
“양진호 의원 캠프에서 해왔던 일을 해주시면 됩니다. 대선은 총선보다 더 많은 곳을 누벼야 하니 선택과 집중이 더욱더 필요할 겁니다. 윤도경 씨가 제 앞에서 말한 것들이 엄청나게 도움이 되겠죠.”
지훈의 말에 윤도경은 만족스럽다는 듯 지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지훈은 윤도경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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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보수당 대표 단독 인터뷰.
본지는 다음 주,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정현석 보수당 대표를 만나 지난 소회를 듣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정 대표의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정현석 대표는 밝은 얼굴로 본지의 기자들을 맞이해주었다.
-반갑습니다. 매번 국회에서 뵙다 다른 장소에서 뵈니 새롭네요.
“하하,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당분간은 국회의 당 대표실을 사용할 테지만, 당 대표 임기도 한 달 정도 남았으니까요. 개인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개인 사무실이라고 보기에는 꽤 커 보이는데요?
“선거 캠프의 사무실로도 사용 예정이니까요.”
-선거라면, 대선 출마 선언을 미리 듣는 기분입니다.
“하하, 제가 대선에 나가리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좋을 것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차기 대선에 출마하신다는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시기를 봐서 할 테지만, 그때까지 대선을 위해 준비하는 사무실이라고 보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선배, 대표님 나오셨어요.”
일주일 후, 사무실에 앉아 정현석의 국회의원 퇴임 인터뷰를 읽던 지훈은 자신의 방 문이 열리고 막내 비서가 정현석의 출근을 알리자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표님 나오셨습니까?”
“뭐 한다고 사람이 오가는 것도 몰라?”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한성경제와 진행하신 인터뷰를 읽고 있었습니다.”
“잘했지?”
“사무실을 공개하시는 부분까지만 읽었습니다. 하지만, 안 좋은 쪽으로 쟁점이 되지 않는 걸 보니 잘하고 오셨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알아서 자알 하고 왔습니다.”
정현석은 지훈을 향해 농담을 던지며 사무실 중앙에 있는 회의 테이블에 자리했고, 지훈은 사무실 구성원들을 불러 모았다.
사무실 구성원들이 자리하자 정현석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좀 더 일찍 여러분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시기가 늦어진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사무실 구성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의 말에 집중했다.
“아직 당 대표의 임기가 남아 여러분들과 자주 만나고 같이 일하는 건 시기를 좀 미뤄야 하겠지만, 여러분들에게 당부할 것도 있고 해서 오늘 이렇게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정현석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면면을 훑어보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여러분들이 직접 하는 자기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정현석의 말에 사무실 구성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서로 인사는 했지만, 정현석의 앞에서 제대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현석의 시선이 지훈을 향하자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소개를 했고, 그 이후로도 기존의 정현석 의원실에 있었던 보좌진들이 소개를 이어나갔다.
“윤도경입니다.”
정현석 의원실 보좌진들의 소개가 끝이 나자 새롭게 합류한 인원들의 소개가 시작되었고, 윤도경이 제일 먼저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양진호 의원실에서 있었고, 사무실에 합류해서는 이슈별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들의 데이터를 취합해 대표님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무적 감각이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저를 도와주신다면 짐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윤도경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모두가 윤도경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양 의원께서 윤도경 씨 칭찬을 많이 하셨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윤도경은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고, 그녀를 이어 다른 사람들도 소개를 이어나갔다.
이후 네다섯 명의 사람의 소개가 끝나자 마지막 남은 사람을 향해 모두가 시선을 보냈고, 시선을 받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최희문입니다.”
최희문은 우렁찬 인사로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이승호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했고, 사무실에 합류해서는 대표님의 메시지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국회에 들어가기 전 기자 일을 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께 인사드리는 이 순간 수습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때와 같은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대표님만의 메시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희문의 말이 끝나자 정현석은 최희문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이 의원이랑 떨어져서 섭섭하겠어.”
“섭섭하기는요! 홀가분합니다.”
“하하, 이승호가 들으면 반대로 섭섭해하겠네.”
“없는 데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최희문의 말에 정현석은 큰 웃음을 터뜨렸고 지훈은 그런 최희문을 바라보았다.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뭘?”
“이승호 의원님도 다음 주중으로 사무실로 합류하실 예정입니다.”
지훈의 말이 끝나자 최희문의 표정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정현석의 대변인은 자신밖에 없다며 일찍부터 합류하신다고 하셨는데······.”
지훈이 계속해서 최희문을 향해 확인 사살하듯 말하자 최희문의 표정은 계속해서 썩어들어갔다.
“어쨌든 우리 최 보좌관은 좋겠어. 국회에서 같이 일하던 의원이랑 다시 손발을 맞추니 적응 기간도 적을 테고 기대할게.”
정현석이 놀리듯 말하자 사무실에 모인 모든 구성원은 크게 웃었고, 최희문 또한 반쯤 포기한듯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정현석은 모두의 자기소개가 끝이 나자 자신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구성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부터 여러분을 식구라고 생각할 겁니다. 언론에서는 나를 향해 대세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치에서 대세는 없다는 걸 여러분들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몰랐더라도 지금부터는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부디,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의 끝이 해피엔딩이었으면 합니다.”
정현석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현석을 바라보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정현석 호의 성공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