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0
159. 안되는 집, 잘 되는 집
2017년 1월.
「[여의도 리포트] 인재가 모여드는 정현석 캠프 대세론 증명.
최근 보수당의 현역의원들 대다수가 정현석 캠프로 합류한다는 기사가 본지를 통해 단독 보도되었다.
당내 초선 모임과 소장파 의원 모임이 정현석 지지 선언을 하며, 캠프에 합류한 것도 모자라, 이젠 학계에서 정현석 대세론에 탑승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 출범을 예고한 정현석 전 대표의 싱크탱크 은 정현석 대표의 경제 과외교사로 알려진 한국 조세 정책학회장 신영효 교수가 대표를 맡아 200여 명의 교수와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것은 정치적 성향을 허물었다는 점인데,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의 학자와 시민단체가 참여해 보수당의 한계라 불리는 외연 확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평가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서명을 한 인원만 200명을 넘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폴리페서(polifessor, 정치참여에 적극적인 교수를 비판적으로 칭하는 말)를 대놓고 양성한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현석 대표의 캠프 측에서는 현실정치가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정책들까지 수렴해 준비된 후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교수들의 정치참여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여의도 리포트, 장영수 국회 반장.」
“어째 우리는 참여 의사를 밝힌 교수가 없나?”
여의도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는 신문에 적힌 기사를 확인하고는 배알이 꼬인 듯 구윤서가 자신의 캠프 총괄을 향해 물었다.
“조성득 의원과 심영민 의원이 학계로 돌고 있습니다.”
“그래? 분위기는 어때?”
“다들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아무래도 정현석 지지율이 매주 오르다 보니······.”
총괄의 말에 구윤서는 한숨을 내쉬며 신문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당내 현역의원들도 정현석 캠프로 합류하고 있는 판입니다. 아무래도 TK 중심 캠프를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디 TK 중심이 아닌가? 어차피 경선 룰만 우리한테 유리하게 가져오면 분위기는 바뀔 테니 그 부분은 자네가 알아서 하고, 오늘 일정 어떻게 되나?”
“오전 일정은 없고, 당내 경선에서 사용할 포스터 촬영 및 프로필 사진 촬영이 오후에 있습니다. 오후에 사무실로 스타일리스트가······.”
“스타일리스트?”
“네. 의원님의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정현석이 젊다 보니 상대적으로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이······.”
“이봐, 박 총괄! 지금 나보고 얼굴에 분이나 바르고 머리에 염색하고 뭐 그러란 건가?”
“정현석 캠프에서 제의가 먼저 간 분입니다. 그만큼 유명하시고, 능력 있으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설득을 통해서 우리 캠프로 오시겠다고 해주셨습니다.”
“나는 그런 거 없이도 대구 시장 3선이나 한 사람이야. 가식적인 모습 보일 필요 없이 지금 내 모습 그대로 가는 게 좋아. 취소해.”
“의원님······.”
“어허! 선거는 내가 잘 알아. 그러니 지금 내 모습 그대로 포스터 촬영하는 거로 진행해.”
설득되지 않는 구윤서의 모습에 총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알겠습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아, 잠깐 박 총괄.”
캠프 총괄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윤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자 구윤서는 캠프 총괄팀장을 불러세웠고, 총괄팀장은 다시 자세를 돌려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다음 주 중으로 내 처남이 캠프에 합류할 거야.”
구윤서의 말에 캠프 총괄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구윤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처남이요?”
“아, 그래. 대구에 있을 때부터 날 도운 친군데 내가 3선을 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줬어요. 나름대로 선거 전문가니 캠프에 적당한 자리 하나 마련해줘.”
“어떤 일을 하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야. 선거전략을 기가 막히게 짜는 친구니까 박 총괄도 내 가족이라고 어려워하지 말고 둘이서 잘해봐.”
구윤서의 말에 캠프 총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구윤서의 성격이라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는 캠프 총괄팀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가 봐.”
구윤서의 축객령에 총괄팀장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고, 방문을 닫자마자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어떻게······.”
총괄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자 그에게 다가온 캠프 직원은 조심스레 팀장에게 물었고,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 오기로 한 스타일리스트 선생님 일정 취소하고, 사과의 말씀 잘 전해.”
“팀장님! 정현석 캠프에서 먼저 요청 온 분을 우리가 빼내느라 투자한 돈이랑 시간이 얼만지 아시잖아요.”
“미안해, 내가 좀 더 강경하게 나섰어야 했는데.”
총괄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직원을 달랬다.
“아니에요. 팀장님 잘못은 아니잖아요······ 의원님 성격이 어떤지 모르는 사람 우리 팀에 없어요······.”
“우리 자리 하나 낼 수 있지?”
“자리요?”
“그래, 다음 주에 의원님 잘 아시는 분이 캠프에 합류하기로 하셨어.”
“이번엔 또 누구예요? 저번엔 지역 유지 아들이라면서 데리고 오더니······ 자리 만들면 뭐해요? 캠프에 출근을 안 하는데.”
“의원님 가족이라는데 대구 시장 선거 때 전략을 맡으신 분인가 봐. 이번엔 다르겠지. 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총괄팀장은 직원을 달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직원 또한 팀장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아는 듯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
“후보 일정이 이게 맞아? 텔레비전 출연 제의를 까고, 이 일정 잡은 이유가 뭐야?”
“대한노총 일정이 더 중요······.”
“아니, 대한노총은 어차피 우리 지지하게 될 거야. 거기 지금 위원장이 보수 인물이에요. 진보당이나 사민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니까?”
한편, 정현석 캠프에서는 국회의원 김규섭이 캠프 사무실을 방문해 한창 일하고 있는 윤도경을 잡고 후보 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서던 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윤도경의 자리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 김 팀장 왔나? 후보 일정이 말이야······.”
“김 의원님, 일단 자리 옮기시지요. 도경 씨.”
지훈은 윤도경에서 진정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윤도경은 지훈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훈은 김규섭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방에 들어와 김규섭이 자리에 앉자 방 한쪽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김규섭에게 건넸다.
“무슨 일이십니까?”
“후보 일정표를 봤는데. 내가 몹시 어렵게 텔레비전 뉴스 인터뷰를 따왔더니 그 일정을 까고 대한노총 행사에 참여하더라고 어차피 대한노총 위원장은 우리 사람인데 지금은 방송 같은 데를 나가서 외연 확장을 해야 할 시기야. 당내 경선은 우리 후보한테는 그저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김 팀장도 잘 알지 않나?”
김규섭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김 의원께서 후보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시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래, 내가 어디 허튼일 하겠어?”
“그런데 의원님, 일 하는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셔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지훈은 김규섭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히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의원님께서 보시기에 캠프의 일 처리 방식이 답답해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직원에게 직접 가지 마시고 저를 찾아오셔서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듣겠습니다.”
“이것 참, 김 팀장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김규섭의 말에 지훈은 싱긋 웃으며 김규섭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다 후보님 잘되시라고 하시는 말씀일 텐데요. 다만,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합니다. 아무래도 김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이시니 말씀을 무시할 수도 없을 테고요. 일에 지장이 갑니다. 말씀드렸듯 다음부터는 제게······.”
“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럼 대한노총 일정 커트하고 뉴스 인터뷰하는 거로 하는 건가?”
“그건 어려울 듯합니다.”
지훈의 말에 김규섭은 인상을 굳히고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아니, 김 팀장까지 왜 이러나? 대한노총은 우리 편······.”
“그런 대한노총이 지난 대선에서는 진보당을 지지했습니다.”
“그거야 그때 당시 위원장이 힘이 없었어. 지금 위원장은 완전 우리 쪽 사람이라니까?”
“그 당시에도 지금 김 의원님 말씀과 같은 소리가 나왔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회원투표에서 현 대통령을 지지 선언하는 결과가 나왔지요. 더 이상 대한노총 회원들에게도 이념적 잣대가 먹히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행사는 대한노총의 거의 모든 지부가 참여하는 행사고 진보당의 후보들도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이것 참······. 후배가 어렵다는 걸 내가 억지로 우겨서 한 꼭지를 우리 후보님을 위해서 시간을 냈는데 내 처지가 난감해졌구먼.”
“후에 단독 인터뷰를 약속해주시지요.”
지훈의 말에 김규섭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지며 지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줄 수 있나?”
“네. 어차피 방송사와의 단독 인터뷰는 우리로서는 어떤 방향이든 이득입니다. 다만 시기가 맞지 않으니 후에 이슈가 생기면 단독으로 인터뷰 해주겠다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 김 팀장 역시 속 시원해. 고마워.”
“다음부터는······.”
“그래, 그래. 걱정하지 말게. 적어도 김 팀장이랑 상의하고 약속 잡겠네!”
“하하,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보자······ 나는 상임위 일정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야겠네. 후보님 뵙고 가면 좋으련만······ 후보님 들어오시거든 내가 왔다 갔다고 전해 줘.”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규섭을 배웅하고는 윤도경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음부터는 의원들이 와서 간섭하거들랑 내 이름을 대요. 안 먹히면 대표님 이름 대고요. 쩔쩔매고 있지 말고.”
“앗! 팀장님 감사해요. 요즘 여기저기서 대표님 일정 때문에 태클이 너무 들어와서 곤란한 참이었는데······.”
“윤도경 씨가 가져오는 일정은 내가 만족하고 있고, 또 대표님도 만족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지금처럼만 해줘요.”
지훈의 말에 윤도경이 싱긋 웃었고, 지훈 또한 웃음으로 윤도경을 칭찬했다.
두 사람이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외부 일정을 마친 정현석이 사무실로 들어섰고, 지훈은 정현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자 정현석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고는 입을 열었다.
“자, 다들 하던 일, 마저 하고요. 김 팀장은 따라 들어오고.”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정현석을 따라 들어갔다.
“일정 어떠셨습니까?”
“어떻기는 인마, 내 얼굴 안 보여? 머리 잘 어울리냐?”
“네. 잘 어울리십니다.”
“어우, 미용실 가서 앉아 있는 시간이 어찌 그리 지루한지······ 옷도 뭐 여기저기 치수 재고하는데 너무 지루하더라고.”
“한 번만 고생하시면 몇 주 버틸 수 있으니까요. 힘드시더라도······.”
“이거 맞는 거지?”
“네?”
“구윤서도 그렇고 다른 후보들은 나처럼 안 꾸미고 자기 모습 그대로 가던데 말이야. 유권자들이 너무 가식적으로 보지 않을까?”
“일부 유권자들은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단기간에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듯 가식적이라고 느끼지 않게 하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스타일리스트 선생님들은 그 부분의 전문가이니 믿고 따라가시지요.”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래, 네 말 들어서 내가 손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말이야. 사무실은 어때?”
“몇몇 의원님들이 오셔서 분위기를 해치긴 합니다만, 그분들도 대표님 잘되길 바라시는 분들이라······ 제 선에서 쳐내고 있습니다.”
“누구야? 사무실 오지말라고 해! 일하는데 방해 되게 말이야.”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지었고, 그런 지훈을 바라보며 정현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에서 쳐냈다니 잘했어. 직원들은 괜찮고?”
“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고 위축되는 모습들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대표님의 이름을 대고 거절하는 모습들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하, 내 이름 팔아먹는 거야?”
“제가 그렇게 시켰습니다.”
“그래, 잘했어. 내가 요즘 느끼는 건데 말이야. 나 혼자 의사결정을 결정하는 것보다 지훈이 네가 중간에서 조율하고 나한테 보고하는 형식이 맞는 거 같아. 이렇게 큰 규모의 캠프는 처음이라 나도 배워가는 중이야.”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 또한 최대한 직원들이 회의를 거쳐 가져온 결과물들은 수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표님의 의사가 무시되어선 안 되겠지만, 직원들이 회의하고 올린 결정들은 전부 대표님을 위한 결정이니까요.”
“그래, 내 말이 그 말이야. 처음엔 네가 내 일정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을 때는 걱정도 했는데, 네가 캠프에 머물면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줘야 직원들도 일하기 한결 수월할 테고 말이야.”
“제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성장하신 대표님의 모습도 한몫했습니다. 이젠 제가 없어도 잘하고 오시니까요.”
“새끼, 입에 발린 소리는······ 어쨌든 네 덕분에 그리고 직원들 모두가 자기 일 열심히 해줘서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한결 편해. 앞으로도 잘 부탁하자.”
정현석은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내 비췄고, 지훈은 그런 정현석의 모습에 그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