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1
160. 출마선언 (1)
2017년 5월.
“대표님, 대선 기획단 출범은 이르지 않냐는 당 내외부의 평가가 있습니다.”
보수당의 최고위원회의실에는 허훈의 주재로 기자간담회 겸 대선 기획단 출범식이 진행 중이었다.
대선 기획단 출범식이 끝나자 기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진행 중이었는데, 한 기자의 질문에 보수당 대표 허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을 하기 시작했다.
“이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예비후보들은 캠프를 차려 비공식적으로 대선 행보를 걷는 중입니다. 그들을 하루빨리 돕기 위해서라도 당내 준비가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보수당은 꽤 많은 인물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었고, 정현석을 비롯한 예비후보들은 각자 사무실을 차려 대선 후보로서의 활동을 해나가는 중이었다.
“대선 기획단 단장으로는 한윤성 의원을 임명하셨는데요. 임명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윤성 단장은 선거 경험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이번 예비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중립적이고 경험이 많은 한윤성 단장이 적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허훈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열심히 받아 적으며 다음 질문을 위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대변인이 한 기자를 지목하자 기자는 마이크를 건네받고는 한윤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한윤성 단장님께 여쭙겠습니다. 애초 예상보다 빠른 대선 기획단 출범인데요. 그렇다면 당내 대선후보 경선도 빨라지는 건지······ 또, 경선 룰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의 질문에 한윤성은 자신 앞에 놓인 마이크를 고쳐잡고는 답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 비해 겨우 한 달 정도 빠른 기획단 출범입니다. 지난 대선과 다르게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후보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한윤성은 자신을 향해 질문한 기자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 경선이 빨라지는 것이냐 질문해주셨는데, 후보들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6월 말쯤 경선을 시작해서 7월 중으로 경선을 마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얘기를 하셨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7월부터 본격적으로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했는데요. 일정이 전체적으로 한 달쯤 앞당겨 졌는데 후보들 입장에서는 이르다고 생각할 수······.”
“앞에 허훈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 이미 우리 당 대선후보들은 대권후보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윤성은 기자의 질문을 끊고, 단호하게 대답을 하고는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6월 중으로 경선규칙 협상을 끝내는 것이 대선 기획단장인 제 목표입니다. 후보들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지기보다는 빠르게 경선을 끝내는 것이 후보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럼 룰 협상은······.”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끝내면, 후보 본인이나 후보의 대리인들을 통한 경선규칙 협상이 있을 겁니다. 질문 더 없으시면 여기까지 합시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옆에 자리하고 있던 허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사진 기자들은 그 모습을 찍느라 연신 셔터를 터뜨려댔고, 취재기자들은 재빨리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
**
「보수당, 대선 기획단 출범. 단장에는 한윤성 의원.」
「한윤성 보수당 대선 기획단장, 후보들 출마 선언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구윤서 의원 캠프, 주말 대권 출마 선언.」
“자, 다들 오늘 아침 신문기사들을 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날, 정현석 캠프에서는 아침 일찍 정현석을 포함한 캠프 직원들이 모여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직원들은 기사를 확인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기획단 출범 이후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예정이 없다고 말해뒀습니다만, 구윤서 캠프에서 선수를 친 이상 우리도 빠른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캠프 대변인직을 맡은 이승호의 말에 정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습니다. 구윤서 쪽 대응 상황이 좀 들어옵니까?”
“친한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신호가 나오면 바로 출마 선언을 하려고 말입니다.”
이승호의 말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준비가 더 필요한가?”
“아닙니다. 캠프가 차려진 지 5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말씀드리면 제가 일을 똑바로 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지훈의 말에 정현석은 씩 웃었다.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결단뿐입니다.”
“결단은 진즉에 했어. 시기를 기다리기 지루했는데 마침 판을 깔아주니 반가울 뿐이고.”
“그렇다면 더 볼 것 없이 하루빨리 출마 선언을 하고 공식적으로 대권 하부로서 행보를 가져가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좋아. 그럼 내가 해야 할 게 있나?”
정현석의 질문에 지훈은 최희문과 정현석을 번갈아 보았다.
“출마선언문은 대표님께서 직접 작성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지훈의 말에 최희문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정현석은 걱정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사여구가 화려할 필요도 욕심을 내어 힘을 줘서 적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온전히 대표님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으신 이유를 대표님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대표님의 언어로 얘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팀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대표님께서 대표님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적어주시면 저는 옆에서 우리 팀이 준비한 정책들이 또, 대표님의 진심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지훈의 말을 이어 최희문마저 그렇게 얘기하자 정현석은 걱정이 가득하던 표정을 지우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 하라고 하면 못했을 거야. 여러분들이 도와준다고 하니 나도 한번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정현석은 열심히 해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얘기했다.
“김 팀장, 그럼 날짜는 언제쯤이 괜찮겠어? 기자들한테 일정 알려야 하니 오늘 결정 짓는 게 낫지 않겠어?”
정현석의 말이 끝나자 이승호가 지훈을 향해 물었고, 정현석 또한 지훈을 바라보았다.
“이번 주말 구윤서 의원의 출마 선언이 있을 테니 예의상 하루 이틀 뒤는 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다음 주 금요일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 좋지. 주말 이틀 동안은 대표님 출마 선언 이슈가 나올 거니까.”
지훈이 금요일을 얘기해오자 이승호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금요일에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신문이 나오지 않는 주말 이틀은 정현석 출마 선언이 계속해서 뉴스를 뒤덮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아. 다음 주 금요일로 확정합시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정현석이 출마 선언 일정을 확정하자 회의에 참석한 모두는 괜스레 긴장되는 듯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았다.
“다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갑시다. 파이팅하고 이만 해산합시다.”
정현석의 말이 끝나자 직원들은 긴장을 떨치고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팀장님, 시작했어요.”
주말, 한창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하고 있던 지훈은 자신을 향한 막내의 말에 하던 일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중앙에 있는 텔레비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그곳에는 여러 캠프 직원들이 모여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훈이 다가오자 김용일은 지훈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왔어? 지금 막 시작했어.”
김용일의 말에 지훈은 자리에 책상 위에 걸터앉아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했다.
화면에는 구윤서의 대선 출마 선언이 생중계되고 있었는데 구윤서는 비장한 표정으로 출마선언문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독립기념관이야.”
“예. 그래 보이네요.”
구윤서는 독립기념관에 있는 태극기 한마당 앞에 서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었고, 김용일은 그런 모습을 보며 지훈을 향해 계속해서 말했다.
“수많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이 주는 무언가가 있잖아, 설명은 못 할 거 같은데 괜스레 가슴 벅차오르는 그런 거.”
김용일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출마선언문에 담기는 내용만큼이나 출마 선언 장소 또한 중요했는데 구윤서는 장소 선택으로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를 원했던 것 같고, 전문가인 지훈이 보기에도 훌륭한 장소 선정이었다.
“장소 잘 잡은 것 같네. 제일 먼저 치고 나가는 후보다워. 거기다가 저 위치가 충청이잖아. 우리 대표님 의식한 것 같지?”
“네. 괜한 추측일 수도 있지만, 장소를 선택할 때 우리 쪽을 의식한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김용일의 말에 지훈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구윤서의 출마 선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변화를 꿈꾸었던 또! 실행해나갔던 민족이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1948년 번번한 해군 전함 한 척 가지지 못했던 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 조선업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과거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변화를 생각해야 하고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정치부터 바꾸어야 합니다.]텔레비전 화면을 통한 구윤서의 모습은 굉장히 결연해 보였는데, 정현석 캠프의 직원들도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장면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저 구윤서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지금 보수당은 변화의 흐름을 멈추고, 새로운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 승리에 안주하고 있으며, 대세론이라는 이름 아래 한 후보를 위한 정당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노골적으로 정현석을 견제하는 것 같은 발언들이 이어지자 지훈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지금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 구윤서가 모든 것을 걸고 싸워나가겠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을 걷어내고 오직 국민만을 보고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제 손을 잡고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 함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갑시다. 낡은 정치를 함께 심판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구윤서의 대선 출마 선언이 끝나자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 넘어갔고, 정현석 캠프 직원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김용일은 지훈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노골적이네. 대응 안 할 거야?”
“대응할 필요 있겠습니까? 알맹이가 빠진 연설 같습니다. 우리 대표님을 의식하느라 말입니다. 한 사람을 견제하기 위해 쓰인 연설문 그 이상의 평가가 나오겠습니까? 당 대표 출마 연설문 같았습니다.”
“그렇긴 한데, 언론에서 한참 떠들어 대겠구만.”
“그들로서는 이보다 좋은 떡밥이 없으니까요. 그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출마 선언 장소는 그대로야?”
“네. 대표님께서 원하시니 의견에 따라야겠죠. 뭐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나도 나쁘진 않아 보이는데, 오늘 구윤서 출마 선언을 보니 괜스레 걱정돼서 그래.”
“하하, 자신 없으십니까? 이런 모습 보여주시면 직원들이 불안해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늘 보여주고 계시니, 우리도 믿고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훈은 김용일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는 캠프의 직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우리는 우리 일만 잘합시다. 그만큼 우리 후보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 너무 신경들 쓰지 말고, 다음 주 금요일! 모두의 시선이 우리를 향할 때 실수 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조금만 고생합시다.”
지훈의 말에 직원들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안감을 떨치고는 자리로 돌아가 제 일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