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100 thousand reincarnation he became a transcendent hunter RAW novel - Chapter 66
66화 마계의 틈(3)
10m가 넘는 크기의 거인.
붉은 가닥들이 엮여서 만들어진 녀석의 몸은 기괴했다. 그 중심부에 융합 되어 있는 중독의 마족이 광기에 젖어 소리쳤다.
“전부 죽어라!”
쿠우웅!
내 키만한 크기의 주먹이 지면을 강타했다. 붉은 동굴의 바닥이 크게 쪼개지며 튀어올랐다.
『 스킬 ‘신속(神速) Lv.1’을 발휘합니다. 』
『 전투 중 지속적으로 속도가 1% 증가합니다. (최대 50 %) 』
카가각!
나는 대검으로 파편을 막아내며 돌진했다. 바로 왼편에서 진세아 또한 거인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게 보인다.
‘진세아의 재능 신속.’
본래는 진세아의 히든 특성이지만, 나는 타재간파의 힘을 빌어 잠시 스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금 거인의 팔이 휘둘러졌다. 거인의 몸에서 나온 촉수들이 가공할 속도로 지면을 꿰뚫었다.
‘움직임이 전부 보인다.’
나와 진세아는 양 옆에서 쏟아지는 촉수들을 전부 피하며 달려나갔다. 신속의 효과는 가히 사기적.
시간이 지날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콰아앙!
양 옆으로 내려찍은 거인의 주먹. 나는 그 위에 올라탔다. 주먹에 대검을 꽂아넣고서 놈의 어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카가가각!
대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거인의 팔을 갈래 갈래 헤짚어 놓기 시작했다. 반대편의 진세아 또한 나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딜!”
거인의 흉부에 상반신만 내놓은 중독의 마족이 양 손을 펼치자, 거인의 몸에서 돋아난 촉수들이 나와 진세아를 노리고 쏟아졌다.
“으아악!”
달려가던 진세아가 주춤하며 멈춰섰다.
그 수는 자그마치 수백 개.
도저히 피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지만.
『 스킬 ‘신속(神速)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신속(神速) Lv.3’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신속(神速) Lv.4’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신속(神速) Lv.10’을 획득합니다. 』
일순 눈 앞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날이 선 채로 다가오는 수백의 촉수 하나하나가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마족이 온 마기를 쏟아부어 만들어 낸 산물이, 내게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
‘이게 최대 레벨의 신속.’
나는 마력이 담긴 대검을 휘둘러 놈들을 모두 지워냈다.
촤아아악!
거인의 어깨를 박차고 뛰어 올라 진세아가 있는 반대편 어깨까지 단번에 도달했다. 내 칼날에 잘려나간 촉수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우왓! 엥?!”
갑작스런 내 등장에 진세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내 스킬은 신속의 원 주인인 진세아를 뛰어 넘었다.
진세아를 노리고 쏟아지던 촉수들 또한 대검 앞에 전부 잘려나갔다.
“지금이에요!”
윤서현의 외침과 함께 거인 주위의 허공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촤르륵! 촤르륵!
허공에서 솟아난 네 줄기의 보랏빛 사슬이 거인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대단한데.’
진세아 뿐만 아니라 윤서현도 확실하게 강해졌다.
“이, 이 새끼들이! 인간 주제에 감히!”
거인의 가슴팍에 박혀 있는 중독의 마족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악을 쓰는 걸 보니 놈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
나는 가볍게 뛰어 중독의 마족을 향했다.
“어째서냐, 마족인 내가 왜 인간 따위에게 지는 거냐!”
그들은 언제나 최상위 포식자로서 군림해 왔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세계 전반에 깔린 마기는 마족들을 더없이 강하게 했고, 마계와 비슷하게 조성된 이 세계는 놈들의 필드나 다름 없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내가 있는 한 마족들이 인류 위에 군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칭호 마계의 재앙 덕분에 내 데미지는 10배.
내가 그어낸 선은 위 아래로 끝없이 뻗어나가 한 줄기의 기둥이 되었다. 강력한 섬광이 거인의 중심부를 꿰뚫었다. 강렬한 마력의 파동이 동굴 전체를 헤짚어 놓았다.
쿠구구구!
마지막 순간, 중독의 마족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인간에게 당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일인 거겠지.
‘내 생각보다 위력이 엄청난데.’
나는 사뿐히 바닥 위로 착지했다.
뒤늦게 동굴 내부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업적 정산이 완료 되었습니다. 』
『 압도적인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이계규율이 해당 업적을 정산합니다. 』
– 업적명 : 최하위 마족 부동, 중독 처치
– 기록 : 데미지 S, 전투 S, 특수 스킬 SS, 영향력 SS, 능력 활용 S······.
– 종합평가 : S+
『 이계 규율에 따라 보상을 지급합니다. 』
* * *
또 다른 마계의 틈새.
유적 제단의 한가운데.
“그럼 슬슬 시작하도록 하겠다.”
기록의 마족이 선언했다. 두루마리 형태의 마기의 원천을 손에 쥔 기록의 마족은 자신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런 마족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김상욱이 있었다.
‘젠장, 이거 떨리네.’
빌런 조직 ‘환령’을 소탕하고, 프로젝트 마기에 사용할 제물을 들고 간 김상욱. 그는 계약을 통해 이미 이지한에게 종속되어 있는 상태였다.
‘나한테 너무 위험한 임무를 주는 거 아니냐고. 실패하면 내 모가지가 날라갈 판인데.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고.’
어제 김상욱은 이지한의 말대로 기록의 마족의 일기장을 훔쳐봤다. 명령이니 거절할 수도 없었다. 마기를 사용해 해석한 마족의 일기장.
거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이 미친놈들, 지구를 싹 다 갈아 엎을 생각이었잖아.’
단순히 이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욕 정도가 아니었다. 철저히 파괴하고 인류라는 종을 멸절 시킬 계획. 세계를 마계와 다름 없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
그게 마족들의 진짜 목표였다.
‘아무리 내가 성공에 눈이 먼 놈이어도 이건 아니지.’
마족에게 줄을 잘 서서 미래에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게 김상욱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래서는 그저 노예나 다름 없었다.
애초에 자신을 제외한 사람들이 전부 죽고, 마족의 발닦개로 살아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 프로젝트 마기는 내가 무조건 막는다.’
물론 이지한의 명령이 있었으므로 거부할 권리는 없었지만.
‘이지한······. 당신은 이걸 전부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대체 뭐하는 사람이신겁니까. 아니지, 그건 아닌가.’
김상욱이 좌우로 머리를 털어냈다. 이지한을 향한 맹목적인 찬양이 노예 계약 탓인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응?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냐?”
기록의 마족의 붉은 눈동자가 김상욱을 향했다.
“아뇨, 없습니다. 완벽합니다.”
김상욱은 완전무결한 미소를 연기했다. 어차피 기록의 마족의 능력으론 자신의 진심을 꿰뚫어 볼 수 없다.
“그럼 의식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섬세한 의식이니 절대로 방해하지 말아라. 특히 제단 내부로는 들어오지 말아라.”
마족의 말에 맞춰 권속들이 제물로 사용될 빌런들을 끌고 왔다. 기록의 마족이 마기의 원천을 위로 들어 올리자, 제물들의 심장에서 검은 기운이 뽑아져 나왔다.
국내에 하나 남은 마기의 원천.
기록의 마족은 억지로 프로젝트 마기를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김상욱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의식이 진행되는 유적의 가장 자리를 부수랬지.’
자신의 주인인 이지한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는 모른다. 그리하면 어떤 원리로 의식이 실패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오오, 기록의 마족이시여!”
“주인님의 강대한 마기가 느껴집니다!”
양 팔을 들어 올리고 기록의 마족을 찬양하는 권속들.
김상욱은 의식에 참여하는 척 양팔을 들고, 천천히 물러났다.
유적의 가장자리.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장소. 그 끝 부분을 마력을 담은 발로 세게 밟았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
“커허어억!”
기록의 마족에게로 흘러들어가던 마기가 갑자기 역류하기 시작했다. 얼굴과 목에 잔뜩 핏대가 선 기록의 마족이 목을 붙잡고 쓰러졌다.
“괘, 괜찮으십니까?!”
“일단 의식을 멈춰라!”
당황한 권속들이 기록의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된건가?’
김상욱도 마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척 가까이 다가가려는 찰나였다. 제단 위로 올라간 권속들의 심장에서 검은 기운이 뽑혀나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 권속들의 몸에서 빠져나간 마기는 허공으로 모여 들어 구체를 형성했다.
“커허억······!”
“주인이시여······!”
마기를 잃은 권속들의 피부가 미라처럼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기록의 마족도 폭주하는 마기를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크으윽, 어째서······.”
피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목을 부여 잡은 기록의 마족. 실패한 의식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제단 주위의 권속이 지닌 마기까지 빼앗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김상욱은 뒷걸음질쳤다. 아니, 아예 뒤돌아서 도망치려고 했다.
콰아아아앙!
마계의 틈새를 뒤덮는 강력한 폭발만 없었더라면 그리 했을 것이다.
* * *
『 칭호 ‘마족의 천적’을 획득합니다. 』
『 1. 마(魔)속성 대상으로 25% 데미지 상승
2. 마도 – 제약 무시 5% 』
‘필드에 제한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칭호잖아.’
이제 하위 마족인 ‘발전의 마족’과의 전투만을 남겨 두고 있다. 마족들의 격이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그 강함 또한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최하위 마족을 가볍게 썰어 버릴 정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상대해야 할 마족은 앞으로도 계속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칭호는 의미가 있다.
“여기요, 열쇠. 보수는 나누는 거 맞죠?”
“그래.”
진세아가 가지고 있던 검은 열쇠를 내밀었다. 이건 발전의 마족의 연구소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근데, 진짜 궁금한게 오빠······.”
열쇠를 넘긴 진세아가 미간을 좁혔다.
“왜 이렇게 세요? 아무리 그래도 저건 심하잖아요.”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검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일자베기에 의해 생겨난 구멍이었다.
윤서현도 한마디 거들었다.
“역시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죠? 분명히 F급이었잖아요.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이건 정말로······.”
믿기지가 않는다는 투다.
“딱히 숨긴 건 아닙니다. 이번에는 상황이 특수했던 것 뿐이고요.”
실제로 진세아의 재능 개화와 마계 필드가 겹쳐 이만한 시너지가 났을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거고.
“잠시만요.”
나는 뻥 뚫려 있는 구멍 근처로 다가갔다. 바닥에 떨어져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 마기의 정수 』
‘뭐야, 이건.’
마정석이 아니라 특이한 보석이 떨어져 있었다. 오색찬란한 빛을 내는 자수정 같다. 그걸 인벤토리에 집어 넣는 순간이었다.
드드드······.
주인을 잃은 공간이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마계의 틈새에서 벗어나 우리들은 버려진 놀이공원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어, 어라? 던전 바깥?”
던전 자체가 마족들이 생성해낸 장소라 그런건가.
“그럼 이걸로 공략은 끝이네요. 모두 고생했······.”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세 명의 스마트폰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울렸다.
– 서울 시내 A급 게이트 발생, 브레이크 발생 가능성 농후
– 근처의 시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셋의 전화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각자가 자연스레 전화를 받아들었다.
“지금 협회에서 긴급 소집이요?”
“엥, 택배가 왔다고요?”
진세아는 별로 급한 용무가 아닌 것 같다.
나도 전화를 받아들었다.
김상욱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이제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의식은 저지했나?”
– 그것 때문에 난리 난 겁니다! 지금 서울에 생성된 게이트, 위험하니까 절대 가까이 가지 마십쇼!
김상욱이 프로젝트 마기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나보다. 그렇다면 더더욱 기회였다. 마족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
“너는 지금 어디에 있지?”
– 게이트 근처에서 망보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그거 폭발한다고 왜 말 안해줬습니까! 저 죽을 뻔했다고요!
그래서 가장 자리에서 하라고 알려준 거다.
“어쨌든 잘했네. 기록의 마족은 살아 있나?”
–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설마 여기로 오시려는 건 아니죠?
나는 지시 사항을 몇 개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협회와 전화 통화를 끝낸 윤서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긴급 소집 때문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방금 재난문자에 나온 게이트로요. 들어보니까, 상위 길드들이 단체로 공략에 나선다는데······.”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나는 손에 쥔 검은 열쇠를 인벤토리에 던져 넣으며 물었다.
프로젝트 마기의 실패로 생긴 게이트. 틀림 없이 의식 장소와 연결 되어 있을 거다.
그곳에서 열쇠를 사용해 발전의 마족까지 일망타진할 기회였다.
“그거야 괜찮죠.”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공간이 천천히 왜곡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동할게요. 세아야, 미안한데 돌아가는 건 혼자 갈 수 있지?”
“자, 잠깐! 나도 갈래요!”
진세아가 급하게 우리 쪽으로 달려오며,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게이트 붕괴까지 얼마 남았어?!”
“장비 준비 확실하게 해!”
“야, 거기 주변에서 얼쩡대지말고······.”
게이트 주변은 임시로 설치한 천막으로 가득했다. 번화가에 갑자기 생성된 고위험군 게이트.
게이트가 붕괴하기 전에 공략하는 게 급선무.
때문에 협회는 여러 길드에 동시에 공략을 요청한 것 같았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인원 제한이 있는 게 아닌 경우, 사람이 많을수록 안정적인 공략이 가능하니까.
“저는 협회 쪽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일단 은빛의 날개로 가셔도 될 거에요.”
윤서현이 급하게 사라졌다.
“너, 괜찮겠어?”
나는 진세아에게 물었다. 이미 던전 하나를 공략해서 피곤할텐데.
“물론이죠. 그리고 아까 던전에서 굉장히 강해졌거든요? 몸이 더 가벼워졌다고 해야하나.”
히든 특성인 신속을 새로 얻었을 거다. 내 타재간파 덕분이지만, 딱히 생색을 낼 수 있는 스킬이 아니네 이거.
은날이 위치한 천막을 찾아 가는 도중.
‘잠깐만.’
부산스러운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의외의 얼굴이 보였다. 익숙하지만, 가장 경계해야하는 인물.
“저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