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단단한 망치가 되고 싶다면
“예, 예!?”
“잘 안 들려? 네가 지금 신고 있는 그 축구화 당장 벗어.”
‘여, 여기서!? 다 보고 있는데!?’
맥스는 한치우의 말에 당황했다,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축구화를 벗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팀의 또래 선수들은 맥스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어렸을 때와 달리 지금 그것을 가지고 놀리는 동료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버트처럼 주위에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저, 저. 훈련이 끝나고 벗으면 안 될까요? 아직 한 게임이 나, 남아 있는데요.”
맥스가 주위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자,
화악 –
“아, 악!”
한치우가 바로 맥스의 발을 붙잡고 축구화를 벗겨 버렸다.
“!”
“이 상태로 게임을 더 뛰겠다고? 내일은 훈련 안 할 생각이야?”
“이,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맥스가 얼른 자신의 발을 감추며 소리쳤다.
“모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주위에 있던 선수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확인하려고 모여들자, 벤치에 앉아있던 그랜트 감독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를 질렀다.
“예, 예!”
그랜트 감독의 박력에 선수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모두, 벤치 주위로 모인다. 지금 게임은 이대로 종료하고, 오 분 쉬고 마지막 게임을 시작하겠다.”
클라크 감독 역시 눈치껏 선수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손 치워.”
맥스는 훈련 시작 전에 잠깐 들었던 한치우의 자상한 목소리가 하얗게 지워질 정도로 지금 귀로 들리는 차가운 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부끄러움, 아쉬움, 미안함이 섞여 감정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미니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뭐라고 얘기했지?”
“죄, 죄송해요. 잘, 못 들었습니다.”
“그렇겠지. 발가락이 아파 내가 하는 말을 들을 정신이 없었겠지. 손 치워.”
한치우의 냉정한 말에 맥스가 떨리는 손을 들었다.
보이는 발은 이미 엄지발가락이 있는 부분이 하얀 스타킹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멕스의 얼굴도 검붉게 달아올랐다.
“창피해?”
“…….”
“나는 아까 분명히 이런 훈련에서 다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네 꼴은 지금 이게 뭐지? 네 사정은 궁금하지 않아. 하지만 그라운드에 올라가는 선수가 자신의 장비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축구 선수의 자격이 없어. 가장 기본적이니까. 내 말이 틀렸어?”
“…….”
“당장 팀 닥터에게 보이고 치료를 받아. 너의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하, 하지만!?”
“왜 내가 너희 팀의 감독이 아니라서? 맥스 드레이크. 내가 누구지?”
“!”
맥스는 한치우가 훈련을 그만하라는 말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어, 어떻게 내 이름을!?’
“맥스 드레이크?”
“묘, 묠니르…….”
“아니. 나는 대한민국에서 온 한치우. 한이라고 불러. 적어도 네가 나를 묠니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기본적인 것을 갖추고, 너의 진짜 실력을 내게 보여 준 다음이야.”
“흑!”
맥스는 순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아 급히 발을 만졌던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잘 들어. 맥. 금방 말했지만, 네 사정은 궁금하지 않아. 나는 여기에 다음 시즌 내 동료가, 해머스의 단단한 망치가 될 만한 녀석을 찾으러 왔어. 우리에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있고, 오늘은 첫째 날에 불과하지. 네가 끝까지 어리석게 굴겠다면,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적어도 단단한 망치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치료실로 가는 게 좋을 거야.”
“……예.”
맥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숙이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지만, 선수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결국, 또 말썽이네.”
“아니 축구화가 작아져서 못 신게 되었으면 말을 하지.”
“쉿!”
“뭐,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어? 맥스의 엄마에게 갖다 드리나, 저 녀석에게 바로 주나 마찬가지인데, 뭘.”
“조용히 해.”
선수들이 수군대자, 로버트가 주의를 시켰다.
‘그래도 잘됐어. 겹치는 포지션이 아니라도 이제 저쪽으로 시선이 분산될 일은 없을 테니까.’
로버트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맥스가 전술 코치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한치우의 시선이 자꾸 맥스에게로 쏠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맥스가 빠진 이상, 남은 시간 동안 한치우의 시선을 자신에게 묶어 두어야 한다.
* * *
마지막 미니 게임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있는데, 나와 존의 옆으로 서우가 왔다.
“병석이 오빠가 생각났구나? 맞지?”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럴 줄 알았어. 하긴, 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병석이 오빠가 어떻게 컸는지는 많이 들었으니까. 오빠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나도 이제 성인이라고. 오빠가 걱정하는 게 어떤 건지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믿고 맡겨 줄래?”
“그래.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을 불편하게 해 드리지 않는다면.”
“존. 나 좀 도와줘.”
존이 피식 웃으며 못 말린다는 표정을 내게 보여 줬다.
뭐, 어쩌겠는가? 아마 서우는 내가 거절했어도 끝까지 나를 설득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마지막에는 서우의 말을 모두 들어주었으니까.
‘그 녀석의 발. 그리고 축구화.’
맥스의 피에 젖은 스타킹과 작은 사이즈의 축구화를 떠올리자, 처음 병석이와 축구할 때가 생각났다.
병석이의 집도 가난했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병석이의 어머니께서는 우성 건설에서 짓는 아파트 현장에서 청소 일을 하시며 병석이를 홀로 키우셨다.
나도 처음에는 병석이의 사정을 몰랐다.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병석이는 친구가 없었고, 나 역시 친구가 아니었으니까.
언제나 병석이는 혼자였다.
“치우야. 알아? 쟤 아빠가 없대.”
“맞아, 맞아. 아빠도 없고, 엄마는 너네가 짓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쓰레기를 치운대.”
“그러니까, 가까이 가면 안 돼. 알았지?”
어렸었던 우리는 그렇게 주위에서 떠들어 대는 녀석들에 의해 더욱 친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다.
“치우야. 학교에 축구부를 만들기로 했다.”
“우와! 진짜요!?”
“그래. 엄마한테 고맙다고 말해. 치우 네가 축구를 열심히 배워서 엄마가 허락해 준 거니까.”
“피! 초등학교가 뭐, 엄마 꺼야?”
“엄마가 일하는 학교는 아니지만, 엄마가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물론, 아버지가 내게 해 주셨던 말씀은 조금 거짓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우성 교육 재단의 이사장인 엄마의 이름이 있었기에 여러 곳에서 받아야 하는 허가가 빨리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은산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생기게 된 것은 나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남성시에 있는 유소년 축구 클럽과 개인 과외로 레슨을 받고 있던 내게, 조금 더 넓은 환경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배웠으면 하는 아버지와 엄마의 바람이 있었다.
“어? 뭐야? 저 새끼도 축구부에 가입한 거야?”
“치우야. 집에 가면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축구부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들었어.”
그랬었다.
부모님께서는 축구부의 가입 조건을 따로 두지 않으셨다.
두 분이 바라셨던 것은 내가 좀 더 많은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셨다면, 차라리 서울에서 축구를 배우는 게 훨씬 더 나았을 테니까.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고급 인조 잔디가 깔렸고, 한쪽에는 생활관도 지어졌다.
물론, 다 아버지께서 하신 일이다.
위로 4, 5, 6학년 선배들이 있었지만, 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감독님도, 코치님도.
그래서 내 주위에는 나를 믿고 까부는 녀석들이 많았고, 나는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어렸었다는 핑계를 대기에 내가 비겁한 거였지.’
그래서 병석이는 매일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는 꾸중을 받았다.
특히 남들처럼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병석이를 축구부에 가입시킨 어머님은 병석이가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고 계셨다.
그냥 학교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저녁까지 공놀이하는 정도로 생각하시고 계셨던 게 분명했다.
언제나 병석이는 혼자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당연히 제대로 축구를 배울 수가 없었다.
축구화뿐인가?
신 가드, 테이프, 유니폼 안에 받쳐 입는 이너웨어, 등등 준비하려고만 하면, 지급되는 운동복과 유니폼, 스타킹을 제외하고라도 많은 개인 장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합에 나가려면, 최소한 신 가드와 축구화는 필수였다.
시합에 나갈 수 없는 병석이에게 정성을 들여 축구를 가르쳐 줄 사람도, 왜 이렇게 하고 나오는 것인지 물어봐 줄 친구도 그때는 병석이에게 없었다.
그래도 병석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혼자 집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장에 나왔다.
“강병석! 골대 뒤로 가!”
“예!”
그리고 병석이가 축구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파앙 –
“빨리 가져와!”
“예!”
골대 뒤로 넘어가는 공을 주워 운동장으로 던져 주고, 차 주는 일이었다.
“그때는 그것도 재미있었어.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내 뜻대로 공을 만지고, 찰 수 있었으니까.”
나중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병석이가 내게 해 준 말이었다.
병석이는 그렇게 3학년 내내 골키퍼보다 뒤에서 넘어오는 공을 잡으러 다녔다.
그래서 병석이가 골키퍼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 몰랐다.
일 년 동안 축구부의 모든 사람이 차는 슛을 골키퍼보다 더 많이 지켜본 것은 병석이 뿐이었다.
우리가 4학년이 된 봄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내가 잘하고 있나 보고 싶으셨는지 일정에 없는 방문을 하셨다.
“아빠!”
“하하하! 잘하고 있었어?”
“아이고! 사장님께서 다 나와주시고!”
“아니, 아닙니다. 감독님. 고생이 많으세요.”
“저희가 무슨 고생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 주는 데가 또 어디 있다고, 하하하!”
아버지는 한동안 우리가 축구 하는 모습을 지켜보셨고,
“그, 그게 사장님!?”
“저 아이가 왜 저기 혼자 서 있는 것입니까!?”
“그, 그것이.”
얼마 되지 않아 연습 경기는 중단되었다.
벤치에 감독님과 함께 앉아 있던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고 계셨다.
‘그렇게 화를 내시는 아버지를 처음 본 날이었지.’
“저, 저 아이는 개인 보호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위험해요. 축구화 스터드에 다치기라도 한다면, 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죠! 그렇다고 어린아이 혼자 골대 뒤에 세운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반대편 골대 뒤에는 왜 볼 보이가 없는 겁니까!? 제가 가서 할까요!?”
“사, 사장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고, 한 사장!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선생님, 아니 교장 선생님! 저 정말 섭섭합니다! 저기 보십시오. 저 어린아이가 왜 축구부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입니까!?”
“김 감독!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그날, 교장 선생님까지 밖으로 나오며 일은 커져 버렸고, 이제는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김 감독님은 다음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병석이는 김 감독님이 나오지 않는 날부터 축구화와 신 가드, 그리고 가방까지 갖추어진 모습으로 운동장에 나올 수 있었다.
“저, 치, 치우야.”
“응?”
“고, 고마워.”
아버지께서는 축구부에 소속된 모든 선수에게 축구화와 개인 장비를 선물해 주셨고,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축구 장비 지원을 약속하셨다.
“병석이 맞지? 강병석?”
“응! 맞아!”
그리고 우리는 그날부터 친구가 되었다.
“치우야.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고,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돼. 엄마와 아빠가 네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생기길 원했던 이유는 네가 좀 더 많은 친구를 사귀기를 바란 것이야. 병석이라는 아이의 어머니께서도 아빠의 일을 도와주시는 분이시니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그럴 수 있니?”
“예. 저도 아빠, 엄마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 친하게 지내. 집에도 놀러 오라 그러고. 혹시 아니 그 친구가 나중에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지 말이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기억이 떠오르는 바람에 치솟는 감정을 눌러 삼켜야 했다.
* * *
삑 – !
“자, 오늘 미니 게임은 이것으로 종료한다. 점심을 먹고, 전술 분석실에서 미니 게임에 관한 리뷰가 있을 것이다.”
“예!”
선수들이 빠르게 흩어지며 그라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먼저 갈게.”
“서우 맛있는 거 사 주고.”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들어.”
“오빠. 이따가 서프라이즈가 도착할 예정이야.”
“귀찮은 일을 벌인 것은 아니지?”
“존과 함께 얘기하고 결정한 거야.”
“점심 먹고 집으로 바로 들어가고.”
“예, 예.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많아요.”
존과 한서우는 한치우와 인사하고 먼저 돌아갔다.
한치우는 그랜트 감독과 클라크 감독을 따라 아카데미의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식단도 훌륭하네요! 1군 선수들이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아무래도 잘 먹을 때라서. 그리고 적어도 아카데미 안에서만큼은 제대로 먹이라는 구단주 형제의 뜻도 있고.”
“실버 형제가 구단주가 되고 나서 아카데미에 대한 투자가 더 많아졌지. 투자한 만큼, 벌어들일 수 있다는 마인드이니까.”
“예. 현명한 생각이에요. 물론, 여기 있는 선수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환경에서 잘 배우면 그 가능성은 커지죠.”
“지금은 비록 첼시 아카데미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마인드는 우리가 더 훌륭하다고 자부해도 돼.”
한치우와 그랜트 감독의 대화에 클라크 감독의 표정이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잠시 후,
“하지만 아까 드레이크처럼 모든 것을 지원해 주지 못하는 아이도 있지.”
맥스가 생각난 클라크 감독의 표정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지원해 주는 게 훨씬 많을 텐데요?”
“후! 맥스의 부모가 대출이 많아. 하는 일도 마땅치 않고. 물론 맥스가 성공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지만, 아직은 아니니까.”
이런 이야기는 흔한 것이다.
지구 어디에서나 힘든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는 선수가 있다.
맥스 한 명만 억울하고, 괴로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아카데미, 어떤 학교에서도 선수 한 명, 한 명 전부를 신경 써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버지가 훌륭하신 분이지.’
한치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금수저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지만, 병석이와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병석이는 아직도 아버지께서 처음 선물해 주신 그 축구화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축구화는 내 무덤까지 가지고 들어갈 거야.”
그 축구화가 병석이에게는 보물이었다.
그리고 개인 장비를 받아 정식으로 축구를 배울 수 있게 된 병석이가 선택한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지금 강병석은 아버지의 예상대로 훌륭한 축구 선수를 넘어 대한민국의 수호신이 되었다.
“와! 맛있는 냄새!”
“역시! 집밥보다 맛있는 급식!”
한치우가 다시 옛 생각에 빠지는 것을 방해하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씻고 나온 선수들이 식당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치우가 주위를 슥 둘러보자, 저기 구석 한쪽에서 홀로 밥을 먹고 있는 맥스가 눈에 들어왔다.
발에는 거즈가 붙여졌고, 편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한치우는 그것까지만 확인하고 다시는 맥스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았다.
여기서 맥스에게 또 시선이 집중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병석이도 정말 괴로웠다고 했지. 괴로운 티를 안 내는 것은 더 어려웠다고.’
“저기, 저쪽에 있어요.”
“한? 한!?”
그때, 식당 입구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아카데미의 보안 직원이 한치우를 찾고 있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서프라이즈인가?’
한치우가 두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무슨 일이시죠?”
“아! 따라오시죠. 밖에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
직원을 따라 식당 밖으로 나오자, 낯이 익은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가 새겨진 트럭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 배송 기사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말끔한 옷차림을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당신을 여기서 만났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거.”
그 사람이 한 장의 카드를 한치우에게 건넸다.
「오빠.
존이 코치님께 알아봐서 선수들의 발 사이즈대로 오빠가 신는 축구화를 주문했어.
물론, 아까 그 선수의 축구화는 한 사이즈 큰 것으로.
한 명에게만 선물하면 보기 좋지 않을 거야.
오늘 묠니르가 제대로 쏘는 거야.
우리가 어렸을 때, 아빠가 하셨던 것처럼.
나도 병석이 오빠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
나머지는 오빠가 알아서 해. ^^
아! 나이키에서는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어.
대신 나중에 하루만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하네?
지면 광고 촬영이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 」
한치우의 눈꼬리가 한서우의 메시지와 똑같이 올라갔다.
이런 광고 촬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