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지
아카데미 첫날의 일정을 끝내고, 나는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춰 건너편의 아파트로 향했다.
‘부장님도 그렇고, 박사님까지 왜 전화를 이렇게 받지 않아?’
재영이 형이라도 연락이 돼서 다행이었다.
특히 김한식 부장님은 런던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끝으로 다시 전화도 하지 않으셨다.
뭐, 편집 일정이 빡빡하니까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박용우 박사님까지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형. 저 올라가요?”
아파트 입구에서 재영이 형에게 다시 전화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재영이 형이 열어 주는 문 사이로 김치찌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얼른 들어와! 냄새가 새어 나가겠어!”
탕 –
그러지 않아도 나는 잽싸게 들어가 현관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맡아 보는 그리운 냄새에 나는 박사님과 부장님께 섭섭했던 마음도 잊어버렸다.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식단 관리 때문에 찌개는 상상에서만 먹어 보는 음식이었다.
그것도 하얀 김치를 꼭꼭 씹으면서 말이다.
“역시! 부장님께서 실력 발휘를 하시는군요!”
부장님의 요리 실력은 알아주는 편이었다.
그것이 비록 조미료의 힘일지라도 선수 시절 자취를 오래 했던 경험이 묻어나는 맛이다.
“들어왔으면, 인사 먼저 해야지. 찌개에 먼저 인사하려고?”
“맞다! 박사님! 부장님! 왜 이리 통화가 안 되세요? 제가 다큐멘터리 시즌 2 촬영 이야기를 구단주에게 들어야겠어요?”
오늘 오전, 휴 실버에게 대충 촬영이 조금 더 이어지리라는 것과 시즌 2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해머스의 어린 선수들이 웨스트햄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방송된다면, 한국에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당연히 승낙했다.
그런데 박사님도, 부장님도 내게 아무런 얘기가 없었고, 전화도 되지 않았다.
재영이 형도 뭔가 내게 말을 하는 것이 어려운 티가 났다.
“전화는 네가 이해해야 해. 지금 안염지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어서 말이야. 그래도 너는 런던 하늘 아래 함께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 진짜! 암 덩어리가 따로 없구나.’
안염지의 이름이 들리자, 나는 머리끝까지 올라왔던 식욕이 사라지고, 화로 바뀌는 기분이었다.
“후! 그래도 한국에 계신 가족 생각은 안 하세요?”
“메시지로 생사 확인만 시켜 주면 돼.”
“나는 부모님께 자주 전화드리고 있어.”
“나는 런던에 간다니까 좋아 죽던데? 박사님. 다 되었습니다!”
“자, 가서 먹자. 김 부장 고생했어. 우리도 그동안 한국 음식이 엄청 그리웠거든.”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김치찌개에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얼큰하고, 칼칼한 맛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협회장은 왜 또 연락이 오는 거예요? 박사님도, 부장님도 이제 그 사람과는 볼 일이 없는 거 아니었나요?”
“구단주가 그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나 보구나.”
“들을 가치도 없는 얘기잖아요. 너까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리고 휴 실버가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으니 더더욱.”
“예. 저도 궁금하지는 않는데, 그 사람 이름이 들리는 것은 싫어서요. 그런데 재영이 형.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아, 아니! 아니야!”
이상하게 밥을 먹는 내내 재영이 형이 내 얼굴을 힐끔거리는 게 보였다.
내 말에 재영이 형이 당황하며 고개를 젓는데,
“치우. 휴 실버가 너에게 영국 이민을 권유했다는 게 사실이야?”
박용우 박사님도 아닌 김한식 부장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그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구단주를 만나는 자리에서 그가 직접 한 이야기야.”
“아아.”
박용우 박사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무거우신 박사님이시라면, 아무리 부장님이라 할지라도 쉽게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 그런 제안을 받았죠.”
“그래서 관심은 있고?”
“이 사람아!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치우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이야!”
“예. 박사님 말씀이 맞으세요. 저는 이민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 그런데 나는 말이야.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네가 영국으로 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도 이 사람이!?”
“박사님. 생각을 좀 해 보세요. 지금도 안염지는 계속 치우와 접촉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이 녀석의 발목에 다시 그 끔찍한 족쇄가 채워지기라도 한다면! 저는 상상하는 것도 힘듭니다!”
“족쇄라니!? 이미 은퇴 기자 회견까지 열었는데, 양심이 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구렁이 새끼에게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까?”
“오늘 계속 이런 분위기였어.”
재영이 형이 조용하게 내 귀에 대고 말했다.
“후! 부장님. 그리고 박사님. 제가 안염지를 만나는 일은 영국으로 귀화하는 일보다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남성시가 대한민국 안에 있는 한, 저는 한국인으로 살아갈 거예요.”
“그래! 들었지? 이 이야기는 인제 그만하자.”
딱! 딱!
박사님께서 마치 판사처럼 숟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셨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식기를 잘도 구해 오셨다.
“그래요. 우리 일이나 얘기하시죠. 박사님과 재영이 형은 내일부터 저와 함께 아카데미로 가시게 될 거예요. 존과 서우도 한 시간은 저와 함께 보고 있고요.”
내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부장님의 얼굴이 확 펴졌다.
“오! 발굴자의 눈썰미를 직접 보게 되는 건가? 재영아. 가서 잘 보고 배워라. 이건 특종감이야.”
“옙!”
“부장님은 섭섭하지 않으세요? 좋은 기회인데.”
“나야 나중에 영상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고, 편집에 집중해야지. 그리고 최 기자가 함께 있는 것도 어디야. 그런데 우리 시즌 3는 절대 찍지 말자. 구렁이 새끼 한 마리 때문에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인지.”
“에이. 부장님 왜 그러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런던에 오게 되었다고 좋아하시더니.”
재영이 형이 부장님의 말에 나름 아양을 떨었다.
기분을 풀어 주려는 것이다.
“구렁이 새끼가 또 탐낼까 봐 그러지! 치우야. 만일 시즌 3 얘기가 나오면, 반드시 런던의 방송사와 진행해!”
“하하하! 알았어요.”
우우웅 – 우우웅 –
우리가 그렇게 떠드는 동안에도 박사님과 부장님의 스마트폰은 계속 울려 대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 * *
5월 19일 수요일 오후.
한치우가 그랜트 감독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래. 촬영팀은?”
“어린 녀석들 몇 데리고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하하하! 대한민국 팬들이 확실히 늘겠어.”
“그러게요. 아카데미로 과자를 보내면 안 될 텐데요.”
“먹지 못해도 먼 나라에서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어린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될 거야.”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네요. 괜히 헛바람만 불어넣는 것 같기도 하고.”
“일을 시작할 때는 좋은 쪽만 생각하고 볼 필요가 있지. 나쁜 쪽을 생각하다 보면 좋은 쪽으로는 생각이 잘 안 떠오르게 마련이니까.”
“예. 맞는 말씀이세요.”
“그럼. 헛바람이 들어가게 될 녀석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둘은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아 선수들의 파일을 넘기며 한 명, 한 명 살피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부분 기초는 확실해요. 몸도 잘 만들어져 있고. 바로 계약해도 좋을 것 같은 선수들이 제법 보여요.”
“반가운 소리군. 하지만 보편적인 기준에서겠지. 자네의 마음에 든 선수는 아직 없지?”
“감독님 이제 이틀입니다. 아직 오 일이나 남았어요.”
“역시 자네의 기준에 들어온 선수는 없군.”
“어제 미니 게임, 오늘 체력 훈련과 포지션별 전술 훈련. 아직 봐야 할 게 더 많아요. 제 기준에 들어오지 못한 이유는 아직 정식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니까요.”
“그래도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지. 로버트는 어떤가?”
그랜트 감독의 눈이 반짝였다.
이틀 동안 훈련에 참관한 한치우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한치우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모리슨 영의 부탁도 있었고 말이다.
“하하! 혹시 수석 코치님께서 궁금해하시던가요?”
한치우가 감독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다.
“부정하지는 않겠네. 아무래도 아들에게는 엄격한 사람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자네의 평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야. 진짜 내가 아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들이 계셨다면, 축구를 시킬 생각이셨어요?”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마 그렇게 되었겠지. 그래서 내 딸들은 엄마가 다 키웠어. 내가 가르쳐 줄 거라고는 축구뿐이니까. 하하하!”
한치우는 그랜트 감독의 웃음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 데이비드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랜트 감독의 두 딸이 어렸을 때 축구를 일 년 배우고, 그만두었다는 것을.
‘그래서 선수들을 아들같이 생각하시는 거겠지.’
“감독님. 다음 주에는 가족과 함께 어디 좋은 곳이라도 다녀오세요.”
“왜? 걱정되나?”
“예. 아들 같은 선수가 드리는 말씀이니 꼭이요.”
“하하하!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로버트 얘기를 해 봐.”
그랜트 감독이 흐뭇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다 좋아요. 포워드로서 갖추어야 할 피지컬도 좋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겠죠. 스킬도 제법 갖추어져 있다는 게 보였어요. 몸을 돌리는 동작 몇 가지가 자연스러운 게 엄청난 연습을 했다는 것이겠죠. 슛도 나쁘지 않아요. 골대를 향해 공이 잘 날아가고……. 뭐, 더 봐야겠지만, 다 좋은데, 뭔가 큰 임팩트가 아직 없네요.”
“솔직하게 말해 주어서 고맙네.”
“당연하죠. 수석 코치님이 제 앞에 있었어도 저는 똑같이 얘기했을 거예요. 이런 부분일수록 솔직하고, 확실하게 해야죠.”
“그렇지. 맞는 말이야. 로버트의 부족한 임팩트. 이거 혹시 자네가 어제 얘기한 탐욕에 관한 이야기 맞나?”
“로버트는 중요한 순간에 패스와 슛에서 망설이는 모습이 몇 번 보여요. 더 중요한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거죠. 속마음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들끓고 있는데, 뭔가 어쩔 수 없이 패스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포워드는 탐욕에 물들어 있어야 합니다. 이기적이어야 해요. 그래야 남들보다 더 많은 슛을 하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어요.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 많은 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니까요.”
“역시. 자네의 눈은 정확하군! 어떻게 정식 경기를 보지도 않았는데, 그 정도까지 느낄 수 있는 거지?”
“저도 어렸을 때는 포지션이 포워드였어요. 성인이 되기 전에 미드필더로 내려왔죠.”
“그건 나도 알고 있네. 자네가 2019년 20세 이하 대회에서 준우승했을 때의 포지션이 거의 포워드에 가까운 공격형 미드필더였다는 것을. 그 대회 MVP였지? 그런데 왜 포워드에서 미드필더로 내려온 거야?”
“탐욕, 탐욕이 없어서요. 탐욕이 없었던 저는 아예 미드필더로 내려왔어요. 하하하!”
그랜트 감독이 웃으며 대답하는 한치우의 눈을 잠시 보다가 피식 웃었다.
“훗! 탐욕이 없는 사람이 바로 전 시즌에서 그렇게 골을 많이 넣었어? 자네 얘기는 됐고. 로버트가 문제야. 자네 말대로 로버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는 버릇이 생겨 버린 것 같아. 모리슨 그 친구 성격이 그러하니까.”
“흠. 좋지 않아요. 로버트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야 할 거예요.”
“그래. 이것은 내가 모리슨과 더 이야기를 해 보지. 맥스 드레이크는 어떤가?”
이번에는 한치우가 그랜트 감독의 눈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나?”
“후! 감독님 그 녀석은 어제, 그리고 오늘 훈련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어요. 내일까지는 발가락에 거즈를 붙이고 있어야죠.”
“그래서 아무런 관심이 없다?”
“어제 축구화를 선물한 이유가 맥스가 될 수는 있어도 아직 녀석이 제게 보여 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은 풀백이에요. 폴과 리치의 부담을 덜어 주지 못하면, 다음 시즌 많이 힘들어질 수 있어요. 이제 상대도 프리 시즌 동안 우리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고 나올 텐데요.”
“흠. 풀백은 현대 축구에서 너무 중요한 포지션이야. 그리고 구단주 쪽에서도 영입할 만한 자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으니 더 기다려 보자고.”
“예. 저도 이쪽으로는 더 관심 있게 지켜볼게요.”
그랜트 감독은 한치우가 말은 저렇게 하지만, 그의 관심이 맥스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축구화 때문이 아니란 것도 말이다.
* * *
지금 안염지의 얼굴은 박용우와 김한식이 봤다면 아주 좋아했을 정도로 불만에 가득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뭐!? 휴가!? 공문을 받아 볼 직원도 남기지 않고, 휴가를 갔다는 게 말이 되나!?”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유럽인들은 휴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와 정서가 다른 부분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미리 일정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죄송합니다.”
보고를 올린 비서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니. 자네 잘못은 아니지. 후! 그래도 그렇지. 일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가 말이야!”
“어차피 휴가는 끝이 나게 돼 있고, 직원들이 업무를 시작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그렇다고 직원도 없는 곳에 저희가 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흥!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런던까지 직접 간단 말인가! 그리고 박용우와 김한식은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내가 시차까지 생각해서 전화하고 있는데도! 괘씸한 사람들 같으니!”
“일부러 피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시간에 맞춰서 하는 전화를 받지 않을 이유가 있나?”
“그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일부러 전화하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비서가 안염지를 살살 달랬지만, 붉게 달아오른 안염지의 얼굴은 좀처럼 가라앉지를 않았다.
‘이렇게 쉽게 칼자루를 뺏기게 될 줄이야. 그때 사건이 터졌을 때, 더욱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했어. 박용우도 김한식도 이제 나를 피하기만 할 테고, 이를 어찌한다.’
연락을 받지 않는 둘을 생각할수록 괘씸했지만, 그들은 바다 건너 런던에 있고, 자신은 대한민국 안에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최 기자라는 사람은 접촉해 볼 방법이 없겠나?”
“방법이야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지금 그럴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옆에는 박용우와 김한식이 착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런던에 있는 동안에는 접촉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괜한 경계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흠. 그건 자네 말이 맞아. 나중에 한국에 들어오면 따로 자리를 마련해 봐. 아직 젊은 사람이니 파고들 구석이 많을 거야.”
이제야 안염지의 얼굴이 조금씩 풀려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장님.”
“왜?”
“한치우의 고모인 한우선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언제든지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시간에 맞춰 드릴 용의가 있다고요.”
“흥! 어차피 그 카드는 별로 쓸모가 없어. 한치우와 고모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 아닌가? 나중에 진짜 방법이 없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는 수단일 뿐이지.”
“그래도 나중을 생각하신다면 그 전에 한 번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괜히 얼굴이라도 팔리게 되면 언론에서 떠들어 댈 것이 분명해. 그러지 말고 회사에 연락해서 우성 건설이 하는 공사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생각해 봐.”
“예, 알겠습니다.”
“다른 건?”
“강병석이 군인 신분이라 제약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국방부에서는 여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여기저기 시원하게 풀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니! 군인 새끼들이 꽉 막혀 가지고!”
“그쪽은 내가 직접 알아볼 테니까. 자네는 그만 나가 봐.”
“예.”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안염지의 풀렸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젠장! 그때, 한치우를 은퇴시키는 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