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99
99화. 기회
맥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조선소의 용접공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시며 청소 일을 한다.
가난한 집이었다.
그래도 맥스의 부모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열심히 돈을 벌고 계시다.
아버지는 언제나 맥스를 데리고 런던 스타디움에서 축구를 보게 해 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씀하신다.
“맥스! 다음 시즌에는 아빠와 함께 런던 스타디움에 가자!”
“미안하다. 그래도 다음 시즌에는 경기장에 함께 갈 수 있을 거야.”
“반드시 네가 데뷔하기 전에 경기장에 데려다줄게. 아빠가 미안하다.”
하지만 맥스를 아카데미에 보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런던에서 생활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들었고, 부모님께서 벌어들이는 돈은 적었다.
그리고 열아홉 살의 맥스는 아직도 신체가 성장하고 있었고, 아카데미에서 보내 주는 식단표대로 식단 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맥스는 효자였다.
부모님께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집에 티브이가 없는 것도 아닌데요.”
“예. 다음 시즌에는 함께 가요. 그리고 제가 데뷔하면 반드시 런던 스타디움에서 가장 좋은 좌석으로 시즌권을 선물할게요.”
“예. 빨리 프로 선수가 될게요!”
맥스는 진심으로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전술 훈련 시간에 축구 경기는 질릴 정도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맥스는 오히려 아버지께서 축구를 보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고단하셨다,
“아, 아! 아파!”
“아파도 참으셔야 해요.”
맥스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저녁에 돌아오신 어머니의 굳은 몸을 주물러 드리는 것뿐이었다.
맥스는 빨리 어머니께서 일을 그만하시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아직은 견뎌야 할 때였다,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코치님 말씀 잘 듣고.”
“에이. 저 이제 열아홉이에요. 친구들과 싸울 일이 있겠어요? 코치님 말씀도 잘 듣고 있어요.”
“그래. 맥스. 네가 빨리 성공해야 한다. 성공해야 해.”
“예. 잘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밥은 잘 먹고 있지? 키가 더 큰 것 같은데, 발은 트지 않았어?”
“무, 무슨 키가 더 컸다고 그러세요?”
“옷이 작아진 것 같아서.”
“요, 요즘 근육을 단련하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도 자라는 그의 신체가 요즘은 원망스러웠다.
두 달 전에 얻은 축구화가 벌써 작아졌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했다.
발가락이 아픈 것을 참으며 다음에 얘기해야지 한 것이 벌써 일주일을 넘겨 버렸다.
하루가 고단하신 두 분께 새 축구화를 사달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물론, 부모님께서는 축구화를 어떻게 해서든 구해다 주실 분들이다.
중고 거래 장터를 통해서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이 가난을 벗어나는 길은 자신이 축구 선수로서 성공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 기회가 온 것도 같았다.
‘후. 묠니르가 올 줄 알았다면, 미리 말씀드릴 것을 그랬어.’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지 못해도 묠니르가 누구인지는 다 안다.
동런던에서 묠니르는 그 이름 그대로 신화에 가까운 한 사람의 별명이었으니까.
그래서 맥스는 한치우가 왔음에도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아파져 오는 엄지발가락을 축구화 안에서 구부리는 것에 더 신경 쓰고 있었다.
“맥스! 맥스!”
저 앞에서 로버트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 어!?”
이제야 맥스는 알아차렸다.
그라운드에 모인 사람들 전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우상인 묠니르 역시!
맥스를 보는 선수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었다.
“쳇! 또 저 자식이야?”
“오늘은 또 왜 저래? 아침을 굶고 나온 것은 아니겠지?”
“이런 날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선수의 자격이 없는 거 아니야?”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맥스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눈동자에 한치우의 모습만을 담았다.
“아! 죄송합니다! 조 편성이 끝났습니다.”
“예. 그럼 저는 벤치로 돌아가겠습니다.”
“저, 저기! 묠니르! 제 질문은요!?”
“저도요! 저도 물어볼 게 있어요!”
맥스 때문에 질문을 하지 못한 선수들의 불만이 터졌다.
“저는 내일도, 그 다음 날도 이곳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나중에 또 질문할 시간도, 제가 답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제가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훈련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치우는 웃으며 선수들의 기분을 풀어 주고 벤치로 돌아갔다.
“자, 자! 모두 모여! 골키퍼는 마음에 드는 골대로 흩어지고, 나머지는 호명하는 순으로 골대로 흩어진다! 로버트 영!”
“예!”
“첫 번째 골대로 간다!”
클라크 감독은 바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선수들은 편성대로 그라운드에 흩어지며 미니 게임을 시작했다.
* * *
“자, 이것을 받아.”
내가 벤치에 앉기를 기다린 그랜트 감독님께서 파일 하나를 건네주셨다.
파일 안 종이에는 선수들의 대략적인 정보가 나와 있었다.
물론, 어제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충 내용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 간추려진 정보를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과 이름, 포지션, 신체 조건 등이 적힌 그곳에서 나는 맥스 드레이크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맥스 드레이크. 앤드루 코치님께서 추천하신 미드필더라도 했지?’
맥스의 이름 역시 어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앤드루 코치님의 추천과는 다르게 영 수석 코치님과 클라크 감독은 추천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아! 맥스를 보고 계시는군요.”
선수들이 미니 게임을 시작하자, 내 옆으로 온 클라크 감독이 내가 보는 파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 예. 그리고 너무 예의를 차리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에게도 선배님이신데.”
“하하! 그래? 그럼 편하게 하지. 맥스. 이 녀석은 좀 뭐랄까? 아직 확실한 실력을 모르겠어. 어떤 날은 훈련장에서 지켜보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킬 정도로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 주다가 가끔 오늘과 같이 뭔가 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아무래도 가정 환경 탓인 것 같은데, 우리가 부모도 아니고 일일이 다 챙겨 주고 맞춰 줄 수는 없거든, 맥스의 부모님께 집안에서 조금 더 신경 써 달라는 말밖에 드릴 수 없지.”
“그렇군요. 그래도 추천을 받을 만한 실력은 있다는 것이네요?”
“만일, 저 녀석이 한 달에 일곱 번이라도 좋은 움직임을 계속 보여 주게 된다면,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맥스를 추천할 거야. 하지만 어떤 달은 한 달 내내 멍청한 모습을 보여 줄 때도 있어서.”
“예. 참고하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가볍게 지켜볼게요.”
“그래. 첫날이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예. 가까이에서 봐도 괜찮죠?”
“물론이야.”
“이거 잘 챙겨 줘. 이따 집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하게.”
나는 파일을 서우에게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웃라인 가까이에 서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기 시작했다.
맥스, 로버트, 몇몇 선수만을 계속 볼 수는 없었다.
지금 저기에서 미니 게임을 뛰는 모든 선수가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을 잔디 위를 굴렀을 테니까.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해.’
이제 머릿속에 맥스와 로버트라는 이름은 지워 버렸다.
선수들에게 내가 없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나 역시 모든 편견과 선입견, 배경을 배제하고 선수들을 지켜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감독님의 제안을 수락한 이상, 대충 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가까운 미래에 내 동료가 될 녀석을 보는 자리였다.
그리고 여기서 뛰어난 녀석들을 많이 찾을수록 실버 형제가 이적료를 지급하는 액수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어때?”
삼십 분 정도가 지났을 때쯤, 존이 내 옆으로 왔다.
뒤를 돌아보니 서우는 그랜트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몇 번 뵈었다고, 그랜트 감독님과는 이제 조금은 가까워졌나 보다.
그래서 클라크 감독이 어색한 상황이 돼 버린 것 같지만, 그것까지 내가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역시 기본기가 잘 갖추어져 있어. 솔직히 기대 이상이야.”
“그렇지? 웨스트햄 아카데미는 영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곳이지. 비록 재능이 뛰어난 많은 선수가 다른 클럽으로 넘어가 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아카데미의 명성은 예전 그대로야.”
“다행이야. 아카데미가 튼튼한 팀은 언제나 강팀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이지.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견학을 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디? 은산 미들? 하이 스쿨?”
“이왕이면 미들이 좋겠지. 하이는 이곳에 오면 좌절감을 느낄 것 같아.”
“하하하! 너 진심이구나?”
“그래. 하지만 지금은 저 애송이들이 먼저야. 네가 보기에는 어때?”
“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래도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해머스 수석 코치님의 아들이야.”
우리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로버트가 속한 조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녀석은 내게 투쟁심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만큼, 상대 수비가 걸어오는 몸싸움을 전혀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가 움찔거리며 주저하게 하였다.
“일단 자세는 좋은데?”
“확실히 기초는 좋아. 무게 중심도 잘 잡혀 있고, 꾸준히 관리를 잘한 몸이라는 것도 눈에 보이지. 자신감도 있고.”
“뭔가 부족하구나?”
존이 한치우의 말투에서 뭔가 아쉬움을 느꼈다.
“뭐, 아직은 네 말대로 이제 처음 본 것뿐이고, 어린 선수들이니까.”
“네가 한번 같이 뛰어 주는 것은 어때?”
“그건 더 두고 본 다음에 그렇지 않아도 감독님께서 부탁하신 것도 있고, 확실히 직접 몸을 맞대고, 함께 호흡을 맞춰 보는 게 가장 정확할 테니까.”
“그럼 나도 그때까지는 잠시 판단을 보류하고 기본적인 것만 살피고 있을게.”
“그래. 하지만 진짜 보석은 언제 어느 순간이라도 빛을 발하게 돼 있어. 놓치지 말라고.”
“당연하지.”
한치우는 잠시 로버트를 지켜보다가 고개를 옆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맥스가 속한 조의 미니 게임이 한창이었다.
* * *
‘윽! 젠장! 발가락이 너무 아파!’
축구화 안에서 구겨진 발가락 때문에, 잔디를 힘껏 밀며 몸을 앞으로 보내 줘야 할 발이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하고 있었다.
맥스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벤치 앞에 서 있는 한치우까지 담았다.
‘발가락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묠니르가 보고 있었다.
그는 맥스의 우상이었고, 목표였다.
전술 분석 코치님께 부탁해 한치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수백 번을 반복해서 봤을 정도였다.
“맥스!”
‘아!’
그때, 생각을 걷어 내 버리는 동료의 외침에 맥스는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벌써 공은 발 앞으로 굴러 오고 있었다.
‘골대 앞에 하나!’
골대로 달려가는 포워드 포지션의 동료가 시야에 들어왔지만, 지금 구겨진 발가락으로는 빠르게 날아가는 긴 패스를 차기 힘들었다.
게임이 시작된 후부터 맥스는 원래의 특기인 길게 뿌려 주는 패스보다 간결하고 짧게 연결하는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끌어갔다.
툭 –
맥스는 옆으로 올라온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며 포워드에게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 주었다,
삐익 –
옆쪽에서 게임을 하는 로버트는 다시 골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보여서 보인 것이었다.
맥스는 남들보다 넓은 시야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좋은 시력을 타고났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미리, 그리고 끊임없이 살피는 좋은 습관이 몸에 배었다.
시력과 시야는 가난과 상관이 없는 것이다.
시야가 넓어져도 거기에 맞춰 신어야 하는 축구화가 필요 없었다.
맥스의 시야는 성장하는 신체와 더불어 계속 넓어지고 있었다.
툭 – 투웅 –
‘아! 이제 짧게 밀어 주는 패스도 발이 아파!’
나중에 축구화를 벗기가 무서워질 만큼 발가락이 아팠다.
한치우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 무리를 하고 만 것이었다.
이제 맥스는 패스뿐만이 아니라 그라운드 위를 달리는 속도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뭐야!? 맥스! 너만 힘들어!?”
“아, 진짜! 왜 같은 조가 되어 가지고!”
“너 때문에 우리까지 떨어질 수는 없잖아! 좀 제대로 해 봐!”
같은 조의 선수들이 맥스에게 원망을 쏟아 내도 맥스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미, 미안!”
‘후! 움직이는 범위를 줄이고, 패스는 빠르고 짧게! 그래도 미니 게임이란 게 다행이지.’
맥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대로 오늘 훈련이 정식 규격의 시합이었으면, 십 분도 되지 않아 교체되었을 것이다.
파바바바 –
하지만 미니 게임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포워드가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골키퍼와 대치 상황을 만들어 주는데도 긴 패스를 뿌려 주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웠다.
지금도 포워드와 골키퍼 사이에 공을 꽂아 넣을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른발로 감아서 올린다면 수비수의 뒤로 넘어가며 포워드의 발 앞에 떨어트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위치에서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려면, 공을 감아 때리는 강도를 올려야 했다.
‘젠장! 발가락이 조이지만 않았다면!’
짧게 갈등하는 시간에 이미 공간은 사라져 버리고, 포워드가 죽일 듯이 노려봐도 맥스는 다시 공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삐빅! 삐이익!
그때였다.
벤치 쪽에서 휘슬이 다급하게 울리고, 클라크 감독이 그라운드 쪽으로 크게 외쳤다.
“잠깐 중지! 중지해!”
“뭐야!? 벌써 끝났어?”
“설마? 아까 한 번 쉬었으니까, 조금 남았을 텐데?”
“후아! 오늘은 시간이 금방 가는 느낌이야!”
“그러게. 잘됐어! 물 좀 마시자!”
선수들이 벌써 감독의 휘슬이 울리자 의아했지만, 물을 마시며 다음 게임을 위해 편히 쉬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이제 한 번의 게임만 더 뛰면, 축구화를 벗을 수 있겠어.’
6개의 조가 20분씩 상대를 세 번 바꾸며 진행되는 미니 게임이었다.
이제 오 분 정도 쉬고, 마지막 게임을 뛰면 오늘 미니 게임 훈련은 끝이 난다.
맥스는 저린 발목을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어, 어?”
“왜 한이 이리로 오지?”
“뭐야? 맥스에게 가는 것 같은데?”
‘뭐라고?’
발가락의 통증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맥스가 주위에서 들리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가린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그림자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한치우였다.
‘묠니르!?’
감격이라도 해야 했지만, 한치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래서 맥스는 자신의 몸도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너. 당장 축구화 벗어.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