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98
98화. 혼자만 알았으면 했는데
동런던의 신도시인 카나리 워프에는 유명한 호텔이 많다.
힐튼, 플라자, 등의 고급 호텔부터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는 작은 규모의 호텔과 아파트들도 있었다.
한치우와 존이 사는 아파트 역시 카나리 워프 근처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메리어트 호텔은 카나리 워프에서 좋은 전망을 자랑하는 고급 호텔이었다.
호텔의 레스토랑 안쪽 조용한 테이블에 휴 실버가 손님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고 후식을 즐기고 있었다.
“한을 빨리 만나고 싶으시겠지만, 연락해 보니 그랜트 감독님과 선약이 있더군요. 아마 내일부터 진행하게 될 일로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예. 어차피 내일 당장 한국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희도 런던에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당연히 서로의 일을 존중해 주어야지요.”
“하하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사는 입에 맞으셨습니까?”
“예. 그런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서 식사하셔도 괜찮은 것인지……?”
김한식이 주위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과 함께 왔더라면 신경을 많이 써야 했겠죠. 저보다 더 유명한 사람은 묠니르이니까요.”
휴 실버의 말에 세 명의 표정이 기분 좋게 휘어졌다.
한치우를 높게 평가해 주는 구단주의 말이 싫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김한식은 금방 표정이 굳어졌다.
휴 실버 역시 아까부터 한국에서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남자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킴?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 따로 있으십니까?”
“그러게. 자네, 무슨 일이 있어? 혹시 우리가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하는 거라면, 신경 쓰지 말고 얘기해. 잠시 나갔다 와도 되니까. 최 기자. 잠깐 일어나지.”
“예.”
“아니, 아닙니다. 후! 실은…….”
박용우가 최재영을 데리고 일어서려 하자, 김한식이 급히 붙잡으며 안염지가 스포츠 내일에 들려 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 진짜 뻔뻔하기로는 세계 제일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자네에게 부탁을 또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너무하네요.”
박용우와 최재영의 반응은 당연하였다.
그래서 김한식은 말하는 동안에도 휴 실버의 표정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흠. 재미있는 이야기로군요. 대한민국의 축구 협회장도 사업 수완이 있어요. 돈이 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대한민국에서 재벌로 불리는 집안의 남자였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축구 협회는 현성 그룹과 깊은 관계입니다.”
“한 나라의 축구 협회가 재벌로 불리는 집안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저로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축구가 돈과 떼일 수 없는 관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전문적인 스포츠 행정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혹시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한국의 축구 행정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잘못된 것을 압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을 개혁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요. 그래도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요. 저희는 비록 작은 신문사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휴 실버가 사과하자, 김한식이 얼른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 김한식을 보는 휴 실버의 표정이 흐뭇하게 바뀌었다.
“역시 훌륭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저도 당신의 칼럼을 읽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시는 시선에 저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축구 협회의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의 축구 협회와 국영 방송사와 얽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무엇보다 한이 원하지 않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자꾸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박용우는 잘 되었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김한식은 미안한 마음에 자꾸 고개가 떨어졌다.
“음, 재미있는 얘기를 해 드릴까요? 아직 제게 대한민국 축구 협회의 일로 공문이 올라오지는 않았어요. 그렇다는 것은 아마 내일 공문이 도착한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내일부터는 웨스트햄 클럽의 직원들은 보름 동안 휴가입니다.”
“아! 그렇죠! 그러면 공문을 받을 직원도 없는 것입니까?”
파티에 참석했던 박용우가 휴 실버의 말에 오늘 업무를 마무리한 직원들이 휴가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무리 제가 대표라고 해도 직원들의 휴가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인뿐만 아니라 유럽인들은 개인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은 제게도 한 나라의 축구 협회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한 시즌 동안 열심히 일했고, 휴가를 즐길 권리가 있어요. 대한민국 축구 협회는 지금은 휴가 중이니 보름 후에 다시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답신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밑으로 쳐지고 있던 김한식의 고개가 다시 올라왔다.
휴 실버는 그런 김한식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예. 킴이 어떤 부분을 걱정하시고 계신지는 잘 알겠습니다. 만일 대한민국 축구 협회장이 제게 직접 연락을 해 온다고 해도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이 대한민국의 일로 스트레스가 생기는 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는 국가대표팀을 은퇴하지 않았습니까?”
“감사합니다. 저도 치우가, 아니 한이 축구 협회와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혹시, 여기 계신 분들께서도 다 비슷한 생각이십니까?”
“예? 어떤……?”
“저는 한이 프리미어 리그 역사에 남을 선수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일로 그가 신경 쓰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해요.”
“예. 같은 생각입니다.”
“동의합니다.”
“저도요.”
“역시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한의 주위에 이렇게 그의 미래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저는 저번에 한과 재계약의 일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에게 영국 이민을 권유했습니다.”
“!”
이미 한치우에게 들어서 알고 있던 박용우마저도 휴 실버가 이렇게까지 직접 얘기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처음 듣는 김한식과 최재영은 그대로 얼음이 되고 말았다.
셋의 표정과는 다르게 휴 실버는 아직도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는데 말이다.
* * *
2027년 5월 18일 화요일.
러시 그린 훈련장 외곽에 있는 웨스트햄 아카데미의 그라운드에는 몸을 풀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곳곳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몸의 근육을 푸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하였다.
특히 21세 이하 팀의 주장인 로버트 영의 주위에는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로버트! 진짜야? 묠니르가 일주일 동안 훈련하는 우리의 모습을 봐준다는 게?”
“뭐!? 묠니르!?”
“진짜!?”
“로버트! 사실이야!?”
“쉿! 조용! 아직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가만히 계시는데 조용히 하고 있어!”
모리슨 영 수석 코치의 막내아들인 로버트가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처음 이야기를 꺼낸 아이에게 물었다.
“넌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어?”
“아까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코치님께서 전화 받으시는 걸 듣게 되었어!”
“기다려 봐. 나도 어제저녁에 아버지께 듣기는 했지만, 언제 올지는 나도 몰라.”
“우와! 아! 미안! 우리도 조나단처럼 리그에 데뷔할 수 있다는 거잖아!”
“후! 일단, 조용히 하고, 몸이나 잘 풀어. 그리고 평소대로 훈련하고.”
“그래! 알았어!”
‘젠장! 혼자만 알았으면 했는데.’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로버트는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미웠다.
‘찰스야 원래 잘했지. 나이도 한 살이 많으니까 이해했어. 하지만 조나단이 뽑혀 갈 줄은 나도 몰랐어! 하지만 이번은 다르지. 묠니르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아버지께서도 인정해 주실 테니까!’
로버트의 포지션은 포워드였다.
찰스 미들턴이야 지난 시즌부터 1군으로 콜업이 되며 정식 계약을 마쳤지만, 자신과 같은 열아홉 살의 조나단이 이번 시즌에 1군으로 올라갈 줄은 몰랐다.
‘그 소심한 녀석이 벌써 프리미어 리그 선수라니! 내가 더 뛰어난데 말이야. 이럴 때는 아버지가 수석 코치라는 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로버트는 여기저기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선수 중에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의 선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나이 때 선수들은 1군 계약서를 받지 못하면,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알고 코치들의 권유로 지도자 수업을 받기 시작하거나 스카우터 쪽으로 빠져 공부를 시작한다.
아예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나가 버리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아카데미로 옮기는 선수들도 꽤 있다.
그리고 재수가 좋은 선수들은 2부 리그 팀과 주전 계약을 맺거나 다른 클럽으로 임대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재능을 인정받아 클럽의 선수로 남는 것이다.
지금 훈련장에 모여 있는 선수들이 그런 경우였다.
아마 포지션별 코치들의 추천이 있었을 것이고, 여기서 많게는 두, 세 명, 적게는 한, 두 명이 1군 감독인 그랜트 감독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웨스트햄을 새로운 런던의 주인으로 만든 묠니르가 일주일 동안이나 참관한다고 하니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분명히 이번에도 아버지께서는 추천 선수 가운데 내 이름이 있어도 보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이 나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계실 테니. 그러니 반드시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해. 무어 브란트가 독일로 돌아가는 이상, 포워드 자원도 필요할 테니까. 그리고 다음 시즌 해머스는 챔피언스 리그로 간다! 어떻게든 내가 돋보여야 해!’
로버트가 축구화의 끝을 손으로 잡고 몸을 쭉 늘렸다.
오늘 새로 신고 나온 축구화가 마음에 들었다.
어젯밤에 가죽 클리너로 얼마나 정성스럽게 닦았는지 풀이 달라붙지 못하고 미끄러질 지경이었다.
“로버트. 못 보던 축구화인데?”
“우와! 또 새로 산 거야?”
“전에 신던 것은?”
‘하! 제발 내게 신경 끄고, 몸이나 풀어라!’
“사이즈가 작아진 것 같아서.”
“벌써? 그러면 내 발에 맞을 수도 있겠네? 그것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
로버트는 주위에서 떠드는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귀를 닫아 버렸다.
‘조금만 견디자! 일주일 후에는 반드시 이곳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 * *
내가 그랜트 감독님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는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갔을 때였다.
“한 시간만 볼 거야.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계속.”
“알았어.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서우 점심은 맛있는 거로 사 주고.”
“어? 오빠는?”
“나는 감독님과 함께 먹어야지. 존에게 맛있는 거 사 달라고 하고, 바로 들어가.”
“응.”
똑, 똑!
“들어올 것 없어. 내가 나가지.”
내가 감독님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바로 감독님께서 나오시는 게 보였다.
“시간 맞춰 왔구나. 존은 아카데미가 상당히 오랜만이지?”
“예.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우리야말로 발굴자의 덕을 볼 수 있게 되어서 고맙지. 어제 한이 부탁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왜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자책을 했을 정도야. 물론, 아카데미의 코치들도 환영이야. 혹시라도 발굴자의 눈에 걸리는 선수가 있다면, 다른 팀에서도 관심을 보일 테니 말이야.”
“혹시 기자들도 와 있나요?”
“아니. 자네들이 볼 일주일 동안은 비공개 훈련이 될 거야. 기자들이 보게 된다면, 어떤 난리가 생기게 될지도 모르고. 오늘부터 휴가를 떠난 직원들도 많은데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지.”
“잘하셨어요.”
우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카데미 건물로 넘어갔다.
런던의 기자들이 나와 존이 감독님과 함께 아카데미 건물로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오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21세 이하 팀의 감독. 조니 클라크입니다.”
“안녕하세요. 예전 해머스의 스트라이커를 이곳에서 보게 되네요.”
“조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안녕하세요.”
조니 클라크는 오 년 전에 은퇴한 웨스트햄의 포워드였다.
그는 선수를 은퇴하고, 바로 지도자 수업을 마친 후 웨스트햄 아카데미의 코치가 되었다.
그랜트 감독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앤드루 전술 코치님과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존이 예전 스카우터로 있었을 때 클라크 감독은 막바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라 둘은 친분이 있었다.
아카데미 건물의 복도를 지나 훈련장으로 나오자, 그라운드에는 이미 선수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우와! 진짜 묠니르야!”
“묠니르다! 묠니르가 왔어!”
“이건 말도 안 돼!”
“조용! 아까 이야기기한 대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웨스트햄의 미드필더 한이 훈련을 참관할 것이다. 훈련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다들 함부로 떠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야. 만일 기자들이 훈련장의 입구에 바글댄다면, 반드시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찾아내고 말 테니까. 그리고 참관하는 일정도 자연스럽게 취소가 되겠지.”
조니의 협박에 들떠있던 선수들의 표정이 겁먹은 얼굴로 바뀌어 버렸다.
“몸은 확실히 풀었나?”
“예!”
“먼저 미니 게임을 진행한다! 코치들이 잠시 조를 짤 테니까. 그동안 묠니르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도록. 부탁하겠습니다.”
이것은 복도에서 미리 얘기된 것이었다.
나는 클라크 감독의 부탁대로 그라운드 위로 올라갔다.
선수들의 눈빛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좋은 계기가 되겠지. 나 역시 선배들의 등을 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을 때가 있었으니까. 물론 나중에는 그 선배들보다 동영상으로 보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지만.’
선배들의 등을 더 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내 실력이 이미 그들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런 경험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만일 이번에 뽑히지 않아도 평생의 기억에서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음, 대한민국 출신이지만, 이제는 묠니르가 더 익숙한 한이라고 합니다. 저를 한이라고 부르든, 묠니르라고 부르든 상관없어요. 제가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와 – !!!”
선수들이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해머스의 경기는 다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번 시즌 리그 2위에 올랐고, 리그 컵 우승과 FA,컵 우승을 이뤄 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이 된 웨스트햄의 미래이죠.”
어린 선수들의 볼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 조나단을 봤을 때가 생각나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대한민국이라는 축구의 변두리에서 태어나 이제는 축구 종주국의 어린 선수들이 선망하는 선수가 되었다.
여기 있는 선수들이 잘 성장한다면 단단한 해머스의 주축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다음 시즌부터 나와 함께 경기를 뛸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심할 것은 제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지워 버리세요. 쓸데없이 힘이 들어갈 이유도 없고, 자연스럽게 평소 하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적당한 긴장은 유지하되, 훈련을 즐기세요. 무엇보다 이런 훈련에서 다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예!”
힘 있게 대답하는 어린 선수들의 목소리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음, 조 편성이 끝날 때까지 몇 가지 질문을 받을게요. 손을 들어 질문을 해 보세요.”
내 말에 가장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녀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이 녀석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 녀석이 리더로구나!’
“소개를 간단하게 한 뒤, 질문하세요.”
“예! 21세 이하 팀의 주장을 맡은 로버트 영입니다!”
‘수석 코치님의 아들이로구나! 클라크 감독은 추천했지만, 수석 코치님께서는 거절하셨지. 코치님께서는 자신의 후광으로 아들이 먼저 뽑히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고. 그래도 일단 표정은 합격이야.’
“포워드가 지녀야 할 마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로버트?”
“예!”
“먼저 로버트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저는 투쟁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요?”
“포워드는 항상 상대의 수비를 이겨 내고 공을 골대 안으로 집어넣어야 하니까요! 상대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이겨 내는 투쟁심이야말로 포워드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포워드라면, 더 중요한 것을 기본적으로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투쟁심은 포워드뿐만 아니라, 포워드를 수비하는 선수들도, 중원에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미드필더들도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죠.”
“더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탐욕! 탐욕이에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어도 포워드라면, 골대 앞에서든 그 어디에서든 골을 넣고야 말겠다는 탐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포워드들은 언제나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골에 성공하며 욕을 환호로 바꾸어 버리는 능력이 있죠. 기억하세요. 포워드라면, 골대 앞에서 동료의 위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면 골을 넣을 수 있을지만을 생각합니다. 동료의 위치를 생각하는 것은 제가 할 테니까요.”
“우와…….”
어린 선수들의 입이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들 가운데 탐욕이 강한 포워드는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 축구 선수라면, 돈을 받고 경기에 나서는 포워드라면, 어떤 욕을 먹어도 골에 욕심을 내야 한다.
축구는 열한 명이 상대의 골대 안으로 골을 많이 넣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이고, 그 골을 가장 많이 넣는 사람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응?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아까부터 땅을 쳐다보고 있는 거야?’
로버트의 질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손을 드는 데 그들과는 달리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선수 한 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린 흑인 선수는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