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보물은 다른 보물을 끌어당기는 법이야
“한! 어서 오세요!”
“잘 지냈어?”
“예. 우와! 머리가 많이 길었네요?”
“그러게. 머리를 정리할 여유도 없었네.”
이제는 집처럼 편안한 아이언 디쉬였다.
오랜만에 반겨 주는 지미도 보기 좋았다.
민석이 형이 볼보를 주차하고 내 옆으로 왔다.
“인사해. 한국에서 온 형이야. 물론 영어는 할 줄 알아.”
“아! 안녕하세요. 편하게 지미라고 불러 주세요.”
지미가 넉살 좋게 인사했다.
“지미는 이 레스토랑에서 근무해요. 웨스트햄의 충성스러운 팬이기도 하죠.”
“그리고 묠니르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안녕? 박민석이야. 파크라고 부르면 돼. 그게 편할 테니까.”
“예. 들어가세요. 예약은 확인해 두었어요.”
역시 지미는 눈치가 빠르고,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다.
입구에서 오래 시간을 뺏지 않고, 가게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런데 한. 프리시즌 경기를 런던 스타디움에서 하지 않아 많이 아쉬워요.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리고 모레면 바로 커뮤니티 실드가 런던에서 열리게 되지.”
“모레는 토요일이네요. 저는 일해야 해요. 후-”
“아, 미안. 칼튼은 잘 지내지?”
“예. 드디어 모든 벌금을 납부하고 날마다 쉽에서 모이고 있어요. 아직 챔피언스 리그 조별 경기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원정을 위해 다시 열심히 일도 하고 있죠.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예. 저기 안쪽 테이블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세요. 세상에 제 눈으로 직접 전차군단의 대장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 알았어. 여기 형은 잘라 낸 케이크 한 조각 하고, 잉글리시 티를 가져다줘. 따로 앉을 거야.”
“예. 알았어요.”
ㄱ 자로 꺾어지는 코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안쪽 테이블에 데이비드와 페어가 마주 앉아 있었다.
“어? 한! 여기!”
아직 페어와 단둘이 있는 것이 어색했는지 데이비드가 심하게 나를 반겼다.
시간 맞춰 나올 것이지.
내가 데이비드의 옆자리로 가자 민석이 형이 우리와 한 테이블 건너 앉았다.
둘은 민석이 형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굳이 따로 인사를 하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 왔는데, 제일 늦어 버렸네요.”
“난 차가 막힐 줄 알고, 좀 일찍 출발했어.”
“뭐, 아직 이 동네를 잘 몰라서 길도 익힐 겸 일찍 나왔지.”
페어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옷차림도 면으로 된 반바지에 얇은 셔츠 한 장만을 걸쳤고, 테이블 위에 선글라스가 보이는 것이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식사는 알아서 주문했어. 따로 마실 것만 주문하면 돼.”
“어. 고마워. 지미! 나 시원한 커피 한 잔만!”
“예!”
지미는 발사믹 식초가 뿌려진 샐러드와 얼음이 담긴 커피 한 잔, 김이 나는 잉글리시 티, 그리고 거품이 가득한 맥주 한 잔을 가지고 왔다.
“고마워.”
페어가 맥주를 받으며 얼른 입으로 가져갔다.
시원하게 넘기는 모습에 나도 맥주가 당길 정도였다.
역시 독일 남자다웠다.
하얀 생선을 채소와 함께 구운 요리가 나오고 그것을 다 먹는 동안에도 우리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이 자리의 주선자인 데이비드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럴 때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해머스의 캡틴은 데이비드가 맞아. 수비의 중심을 잡아 줘야 하는 것도 맞고.’
나는 접시들이 치워지자, 생각을 정리하고 페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페어. 솔직히 뮌헨에서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었는데, 굳이 동런던으로 올 이유가 따로 있었어요?”
데이비드가 내게 고맙다는 눈짓을 보냈다.
하여튼 그라운드 밖에서는 조금 맹한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의 말이 맞아요. 당신은 바이에른 뮌헨에서만 삼백 경기를 넘게 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만 열 번을 넘게 들었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두 번, 그리고 그 시즌에는 트레블을 달성했죠. 굳이 독일 국가대표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죠. 바이언의 원 클럽 플레이어로 남을 수 있었는데 해머스를 선택한 이유가 저도 궁금합니다.”
데이비드가 내 말을 거들었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 녀석이 첫 시작이 어려워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왜? 내가 해머스를 통째로 집어삼키기라도 할까 봐? 그래서 묠니르와 캡틴 해머스가 동시에 나를 견제하려는 거야?”
“아! 아니요! 그것이 아니고!”
바보야! 농담이잖아!
“하하하! 이제는 은퇴한 전차군단의 대장이 묠니르와 캡틴 해머스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겠어요?”
“대한민국의 심장이 은퇴한 것도 사실이지. 그리고 묠니르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고. 혹시 알아? 나도 멋진 별명이 새로 생기게 될지?”
바짝 긴장한 데이비드를 놔두고 우리는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여기서 더 농담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분위기는 적당히 풀어졌고, 페어의 눈빛에서 장난기가 사라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한스 박사님과의 친분은 저도 충분히 들어서 알고 있어요. 칠 년 전에 부상으로 한 시즌 가까이 쉬게 되었을 때, 한스 박사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막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을 뿐인 동런던의 작은 클럽을 선택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겸손한 거야? 그러는 척하는 거야?”
“뭐, 일단은요. 내년 이맘때는 달라져 있겠죠.”
나는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페어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페어의 파란 눈동자에서 호기심의 빛이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그래. 맞아. 뮌헨에서 은퇴할 생각이었지. 그것도 바로 지난달에.”
“예!?”
이것은 데이비드의 외침이었다.
“아니! 왜요!? 물론, 뮌헨의 주전 왼쪽 풀백이 지금 독일 국가대표로 뛰는 녀석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이언의 레전드가 이렇게 일찍 은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아요!”
“데이비드. 진정해.”
“그래. 진정할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내 나이가 되면 미래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게 될 때가 오게 될 거야. 그때는 많은 생각과 고민도 필요하지만, 경험에 의한 느낌으로 ‘딱 이거다!’ 하는 뭔가를 느낄 때가 있지.”
“그게 우리 해머스였던 거군요?”
“맞아. 난 한스 박사님을 통해 웨스트햄의 지난 시즌 경기를 보게 되었지. 정말 참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한. 너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동런던에 남아 있다는 것을.”
“할 수 있는 일이요?”
“그래! 정말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아이언 실드를 부수어 버리는 일!”
“!”
* * *
가나리 워프에 있는 실버 인베스트먼트의 꼭대기 층.
점심을 먹은 실버 형제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휴. 페어의 영입. 잘한 일일까? 웨스트햄의 재정 상태가 걱정스러워.”
“설마 요즘 먹는 것이 부실해졌다고, 우리가 거리로 나앉게 될까 걱정하는 거야?”
휴가 형의 말에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실제로 요즘 둘의 점심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해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원래 둘은 먹는 거에 그리 비용을 많이 투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농담할 때가 아니야. 지난 시즌 성적이 좋아서 불만을 직접 얘기하는 사람이 없을 뿐, 만일 우리가 다가오는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론이 표정을 굳히며 하는 말에 휴의 고개가 끄덕였다.
“맞아. 솔직히 무리했어. 하지만 형. 누구도 아니고 페어 포크츠야.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보물이 제 발로 찾아왔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웨스트햄은 또다시 리그 중위권에서 맴도는 그저 그런 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 우리는 투자자이지. 이런 위험을 늘 안고 살아가는.”
“후! 그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말이지. 결국, 선수단의 숙소 건물을 새롭게 짓는 일은 또 다음으로 미뤄야겠어. 선수들이 이해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그들은 자유로워. 그리고 대부분이 이곳 출신이기도 하고.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숙소 건물을 짓는 일은 당장 급한 일은 아니야. 우리는 온 정성을 쏟아 그들의 편의를 살펴 주고 있다고.”
둘은 찻잔에 남은 차를 깨끗이 비웠다.
“형의 걱정을 이해해. 우리는 맨시티나 맨유, 리버풀. 그리고 가까운 첼시나 아스날, 짠돌이 토트넘에도 비교할 수준이 아직 되지 못하지. 하지만 두고 봐.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위치가 어디까지 올라가 있을지 말이야. 그리고 한이 아카데미에서 보석으로 가공할 원석들을 캐내 주었지. 덕분에 우리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페어의 영입만으로도 런던의 클럽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하하! 그러고 보니 맨유의 풋볼 디렉터의 분한 얼굴이 떠올라.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 전에 어린 선수 둘을 맨유로 이적시킨 일은 지금도 통쾌할 정도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론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것이 생겼다.
나중에 다큐멘터리의 영상을 보고 다시 찾아온 데빈이 맥스와 레온의 영입을 원한다고 얘기했지만, 이미 둘은 정식 1군 계약과 에이전트 회사와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형. 예전에 아버지께서 하셨던 말씀 기억해?”
“어떤 말씀?”
“보물에 관한 이야기.”
“보물은 다른 보물을 끌어당긴다고 하셨지.”
“그래. 보물은 보물을 끌어당기는 법이야. 그것이 원석이든 다듬어진 보석이든 완성된 보물이든 말이지. 전차군단의 대장이 제 발로 찾아왔듯이, 또 어떤 보물이 우리를 찾아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고. 블랙 팬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어. 우리가 묠니르를 얻고 난 다음이었지.”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 한의 다큐멘터리가 나가고 난 이후, 지금 아카데미 선수들에 관한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입학을 원하는 희망자도 급증했어.”
“바로 그거야. 물론,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 수익은 없을지라도 이미 시작되고 있었어. 묠니르는 계속 다른 보물을 끌어당길 것이고, 새로운 원석을 발굴해 줄 거야.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리가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만 있다면, 페어를 영입하며 사용한 비용은 순식간에 채워질 거야.”
“그 이상의 이익도 거둘 수 있지. 차 더 마실 거야?”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구나? 난 됐어.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가 불러 버렸거든.”
론이 동생의 말에 자신의 찻잔에만 찻물을 따랐다.
“그래.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챔피언스 리그 8강이라. 그렇게만 된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되겠지. 아버지께서 꿈꾸셨던 진정한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거야.”
“형. 설마 거기에서 만족할 것은 아니지?”
“넌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소원. 웨스트햄이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나는 아버지께 그 이상의 것을 선물할 거야.”
“빅이어?”
“그래! 빅이어!”
“다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겠군.”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 시즌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팀의 주축 선수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내년 겨울 이적 시장부터는 우리도 제대로 된 장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휴 실버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 * *
EMA는 탬스강이 보이는 카나리 워프 서쪽의 상업 지구에 있다.
존은 사무실로 쓸 공간을 나름 시간과 공을 들여 알아보았다.
멋진 빌딩의 사무 공간을 임대할 수도 있었고, 지금 사는 곳처럼 아파트를 임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존이 선택한 것은 창고를 고쳐 스튜디오로 쓰던 건물이었다.
“여러 사람과 부딪치느니 독립된 공간이 훨씬 편할 거야. 보안에 신경을 더 써야 하겠지만.”
“좋은 생각이야.”
존은 한치우가 한국에 있는 동안 빠르게 공사를 진행했다.
원래 스튜디오의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둘로 나누어 존과 토마스의 개인 사무실로 만들었다.
편집실은 나중에 들어올 직원들의 사무실로 고쳤고,
가장 넓은 촬영장은 가구와 소파를 들여 손님을 맞이할 응접실과 직원들의 휴게실, 그리고 회의실로 개조했다.
“좋은데요? 진짜 멋져요.”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 함께 일하게 돼서 반가워 토마스.”
“예. 잘 부탁해요.”
토마스는 당연히 한치우와 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치우와 존은 회사의 이름에 토마스의 이름이나 아슈르의 블랙 팬서를 넣어 주고 싶었지만, 토마스가 이를 거절했다.
“여기서 잘 배워서 나중에 독립하고 싶습니다. 동생과 함께 아프리카의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토마스는 나중에 동생이 선수 생활을 그만하게 되었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치우와 존은 토마스가 독립하게 되는 날이 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아직은 넓은 건물에 존과 토마스 둘이 개인 사무실에 박혀 모든 일을 맡아 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 능력 있는 직원들이 들어오게 되면 넓은 공간이 채워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EMA의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 공간처럼 생긴 홀로 들어오게 된다.
원래 스튜디오의 넓은 입구 안쪽으로 다시 출입구를 만들었다.
공간을 한 번 더 분리하여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덕분에 넓은 홀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공간은 모두 한서우의 작품이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골에 성공하고 포효하는 한치우의 전신사진이었다.
그 옆으로 아슈르의 사진과 맥스의 사진도 보였다.
아슈르의 사진은 흑백으로 걸어 놔서 그런지 블랙 팬서의 이미지와 잘 맞았다.
반면에 맥스의 사진은 색을 강하게 바로잡아 한치우와 아슈르 쪽으로 쏠리는 시선을 잡아 주었다.
한서우는 한치우보다 먼저 런던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내게 얘기하지 않을 수가 있어!?”
존은 한서우에게 내내 시달려야 했지만, 한서우가 인테리어 공사에 신경을 써 주며 존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다.
가지런히 정렬된 화분과 벽 곳곳에 걸린 그림들이 선수들의 사진과 조화를 이루었다.
“나중에 계약하는 선수들이 더 생기면 그림을 떼고 선수의 사진을 걸어. 하지만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입구에 오빠 사진은 내 허락 없이 절대 건드리면 안 돼. 다음에 내가 런던에 왔을 때는 내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어.”
한서우가 리옹으로 떠나며 남긴 말이었다.
현재 한서우의 사무실이 없는 이유는 오빠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서우가 만든 홀 안에서 한치우의 사진을 바라보는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큰 키에 날씬한 몸매, 더운 날임에도 감청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모습이 지적이면서도 묘한 색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들어오십시오.”
그때 안쪽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열리며 건장한 남자가 여인을 안으로 안내했다.
“고마워요.”
여인이 열어 주는 문을 지나며 보안 직원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또각 – 또각 –
구두 굽 소리가 아직 사람은 없고 공간만 넓은 EMA를 울려 댔다.
그래도 그녀는 호기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주위를 하나하나 살폈다.
“오른쪽의 사무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쪽으로 꺾어지는 복도 앞에서 보안직원이 몸을 돌렸다.
그의 표정에 아쉬움이 보이는 것은 잘못 본 게 아닐 것이다.
복도는 존과 토마스의 사무실을 나눈 경계이기도 했다.
왼쪽 사무실의 유리창 안으로 토마스가 노트북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토마스의 눈동자가 자꾸만 복도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로 지금 존의 사무실 문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아름다웠다.
똑 – 똑 –
가볍게 문을 두드린 여인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아직 회사에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나가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갑자기 찾아오겠다고 연락한 것은 저인데요. 제가 죄송하죠.”
“하하하! 실제로 뵈니 사진보다 더 미인이시네요. 첼시의 새로운 경영 이사께서 이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