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파리 (3)
원정 팀의 라커룸.
“릴! 잘했어! 역시, 너의 판단력은 최고야!”
“하하하! 그 전에 내 헤더가 더 기가 막혔다고!”
“흥! 그거라도 잘해야지.”
한치우가 릴의 머리카락을 잔뜩 헝클어트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데릭이 자신의 이마를 두드리며 시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자! 자! 조용! 한! 후반전은 쉰다! 조나단. 준비해!”
그때, 영 수석 코치가 끓어오르던 라커룸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예!?”
“코치님!?”
“조나단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벌써 한을 교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나단! 빨리 몸 풀어!”
“예, 예.”
선수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영 코치는 완강했다.
조나단도 어쩔 수 없이 눈치를 살피며 그라운드로 나갔다.
“코치님.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한치우가 생각해도 영 코치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렇게 일찍 자신을 교체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감독의 지시다.”
“!”
반박할 수 없는 말이 나왔다.
“가, 감독님께서요?”
“감독님이 어떻게……?”
“일어나신 겁니까!?”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그랜트 감독의 상태를 물었다.
“아니.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로 보여. 그런데 간호인이 대신 메시지를 보냈더군. 티브이 중계방송을 귀로 듣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메시지에 한을 교체하라는 내용이 있었어.”
영 코치가 스마트폰을 꺼내 한치우에게 보여 주었다.
[감독님께서 한을 교체하라고 하셨어요.]“주말에 있을 리버풀 원정 때문일까요?”
오늘 경기를 마치면 해머스는 런던으로 돌아가자마자 리버풀 원정을 준비해야 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직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더 자세한 내용은 나도 알 수 없어. 하지만 감독의 뜻이 확실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가 전화해서 직접 확인까지 했으니까.”
“어쩔 수 없네요. 아무래도 너희가 단단한 아이언 실드로 파리지앵의 숨통을 조여야겠다.”
한치우도 그랜트 감독의 메시지에 반발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45분을 잠그는 데에 도가 튼 동료를 믿었다.
“한의 말대로 후반전은 철저하게 잠근다! 페어가 마이크의 위치로 올라가고, 조나단을 데이비드의 왼쪽에 둘 거야. 마이크는 맥스와 함께 중앙을 맡아. 릴은 함부로 올라가지 말고.”
“예!”
“주말에 리버풀 원정, 그리고 일주일 후, 파리지앵이 런던 스타디움으로 온다! 우리의 목표인 더블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싸움이 더 중요한 때야. 침착하고 냉정하게 판단해라.”
“예!”
한치우는 영 코치의 전술 지시와 거기에 맞춰 힘차게 대답하는 동료의 모습을 한발 물러나 지켜보았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해졌구나! 원 팀이 되었어!’
이상하게 저 속에 자신이 없다는 것에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한치우였다.
* * *
한편,
PSG의 라커룸은 다른 쪽으로 상당히 시끄러웠다.
“주니오르! 너무 돌파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지! 내 목에서 피가 나야 내게 패스를 연결할 생각이야!?”
“네리! 설마 내가 페어를 뚫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네가 누구를 바보로 만드는 것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 제발 흐름을 끊지 말라고! 왜 그렇게 질질 끄는 거야!?”
브라질의 주니오르와 아르헨티나의 네리는 서로 앙숙이었다.
같은 클럽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국가대표팀으로 만났을 때는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주니오르! 그만해! 너희가 싸우라고 있는 라커룸이 아니야!”
“뭐야? 또 편드는 거야? 에두! 도와줘!”
아르헨티나 출신의 오른쪽 미드필더인 호세 시메오네가 네리의 편을 들자, 주니오르 역시 같은 국적인 오른쪽 풀백 에두를 불렀다.
하지만 에두는 눈을 감고 자신의 로커 앞에 앉은 채로 모르는 척했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하는 주장이기도 한 피에르 역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지쳤구나. 하긴, 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 나 역시 그랬으니까.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이끈다는 것은 내장을 다 들어내고 뱃속에 인내로 가득 채워야 가능한 일이니까.’
페로셰 감독이 벽에 기댄 채, 선수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생각에 빠졌다.
여기서 자신이 소리라도 치면,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 되는 것이다.
일단, 주니오르와 네리의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후반전 전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중이었다.
‘카타르 리그로 떠나고 싶은 게 당연하겠지. 거기서 편하게 축구하며 지도자 연수까지 지원받는다면,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아. 유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 갔다가는 이런 꼴을 또 봐야 할 테니까. 하!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마찬가지로구나!’
페로셰 감독은 어딘가 의욕이 떨어져 보이는 주장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월드컵 예선을 끝으로 국가대표도 은퇴한다고 했었지. 그래도 한때는 에토리와 함께 뢰 블레를 이끌던 녀석들이었는데.’
이제는 중국으로 귀화한 그레고리 에토리와 피에르 코망은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콤비였기도 했다.
‘에토리가 중국으로 도망간 것도 녀석의 마음을 흔들었을지도 모르지. 섬세한 녀석들이니까.’
“감독님. 감독님?”
그런데 페로셰 감독의 생각이 자꾸 이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전술 지시를 부탁합니다.”
아사모아였다.
가나 출신의 이 미드필더는 그래도 다른 동료와 달리 아직도 눈에서 의욕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런! 내가 너무 생각에 빠졌어!’
아사모아 뿐만이 아니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무사 역시 소란을 피우는 녀석들과는 다른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후 – 우 – !”
페로셰 감독은 숨을 크게 내쉬며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의 면면을 살폈다.
실력만큼이나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언제나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파리의 일간지는 좋다고 날마다 기사를 올렸다.
그럼에도 리그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했다.
‘한이 여기에 있다면, 조금은 달라질까?’
앙리 페로셰가 리옹에서 지낸 반년 동안 한치우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한 가지는 그 어린 나이에도 주위 선수들을 살필 줄 아는 배려심이 있다는 것이다.
‘한이 파리지앵의 주장이 되면, 내 두통이 조금 가실지도 모르지.’
“감독님.”
“집중!”
아사모아가 얼굴에 미소를 보이고 있는 감독에게 한 번 더 재촉하자, 앙리 페로셰는 생각을 거두고 눈빛을 바꿨다.
“주니오르는 후반전에 쉰다.”
“감독님! 말도 안 돼요! 이럴 수는 없습니다!”
“조용. 지금 내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건가?”
“저 없이 페어의 수비를 어떻게 감당하시려 합니까!? 저나 되니까, 페어가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는 거라고요!”
“내 뜻은 바뀌지 않아. 가서 찬물이라도 좀 맞고 있어.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해. 다음 런던 원정에서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젠장!”
콰 – 앙 –
주니오르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라 할지라도 감독의 교체 지시를 어길 수는 없었다.
잔뜩 독이 오른 그는 라커룸 입구에 놓인 휴지통을 거칠게 발로 차고 나가는 것이 반항의 전부였다.
“잘 들어! 알겠지만, 해머스가 역전을 당하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거야. 아사모아! 한의 위치와 상관없이 그의 옆에 계속 붙어 있어.”
“예!”
“피에르. 오늘 무사와의 호흡이 괜찮아. 네리가 뒤를 받치면서 연결에 더 신경 써 봐. 분명히 아이언 실드의 틈이 생길 거야.”
“예!”
“호세는 하프 라인에서 공, 수를 조율해. 특히, 카운터에 주의하고. 풀백은 상대가 파이브백으로 내려앉으면, 오버래핑을 쉬지 않는다.”
“예!”
“센터백은 호세의 위치를 보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깔아. 두 번째 실점도 당황하지만 않았다면, 오프사이드 파울을 유도할 수 있었으니까.”
“예!”
페로셰 감독의 전술 지시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가 왜 젊은 감독 중에 가장 촉망받는 존재가 되었는지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치우가 후반전에 나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었다.
* * *
“한은 새로운 PSG의 캡틴이 될 것입니다. 그는 누구보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임에도 한 번도 주장이 된 적이 없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죠. 한국에서는 서열 때문에, 리오네에서는 신인이었고, 거너스에서는 인종의 문제로 말입니다.”
하템 회장은 일부러 웨스트햄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휴 실버는 그것이 고맙지만은 않았다.
자신 역시 한치우가 데이비드보다 주장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주지 못한 것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칼판 하템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를 그냥 아시아인으로 판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바이백 조항을 넣을 것입니다.”
휴 실버의 자조를 뚫고 하템 회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하템 회장은 잠시, 보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휴 실버의 마음을 흔들었으니까.
“그리고 이적료는…… 일억 파운드입니다.”
“예, 예!?”
휴 실버의 고개가 위로 번쩍 들렸다.
“일억 이천만 파운드.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의 가치로 책정한 원래의 금액입니다. 하지만 바이백 조항을 넣으며 이천만 파운드는 없어지게 된 것이죠. 당신의 능력이라면 일억 파운드의 투자를 받아 충분히 이익을 얻으리라 생각합니다. 계약 기간은 발굴자와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삼 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혹시 짧다고 여기신다면, 제가 발굴자에게 5년까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일억 이천만…….”
휴 실버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일억 파운드.
물론, 일억 파운드의 기준이 넘어간 것은 몇 년 전이었지만, 바이백 조항을 끼운 상태로 일억 파운드의 계약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일억 이천만 파운드라니!’
원래 책정한 한치우의 이적료의 숫자는 맨시티의 나스르가 바르셀로나에 제시한 금액과 일치하고 있었다.
“예. 맨시티 주인의 입에서 처음 나온 금액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묠니르가 충분히 축구의 신과 버금간다고 여깁니다. 한동안 축구판은 한과 미구엘을 계속 비교하며 이 둘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이야기 속에 PSG가 함께 하는 것이죠. 물론, 웨스트햄 역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웨스트햄이 자꾸 주목을 받게 되면, 아까 이야기한 대로 갈가리 찢어지는 결과가 빨리 오게 될 겁니다.”
“어, 언제부터였습니까……?”
“2022 카타르 월드컵.”
“!”
“왜 이제 와서 이럽니까? 라고 묻고 계시는군요. 예. 인정합니다. 다만, 그를 먼저 알아본 사람이 있었던 것뿐이죠.”
“발굴자…….”
“맞습니다. 우리가 한을 알아봤을 때, 그는 이미 거너스와 계약을 마친 상태였죠. 아! 물론 월드컵 직전, 한은 지휘자로서 우리를 꺾었지만, 이렇게 완성된 보물로 세공될지는 몰랐으니까요.”
“거너스에서 부상에 시달리며 관심이 멀어졌겠군요.”
“예. 인정합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 너무 얽매이는 모습은 제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구단주께서는 그 모습까지 좋게 보시더군요. 몇 번 이야기는 했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말렸죠. 하지만 저는 제 판단을 믿었고, 그 믿음의 결과가 바로 묠니르입니다.”
빠득!
휴 실버의 아래턱이 불룩해졌다.
“빼앗겼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삼 년 전에, 이 년 전에 우리가 거너스에서 한을 데려갔다면, 묠니르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곳은 해머스와는 다르게 개성이 강한 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죠. 한이 그때 이곳에 오게 되었다면, 다른 보물들이 뿜어내는 날카로운 기운에 잘려 버렸을 것입니다.”
* * *
우우웅 – 우우웅 –
“이거 봐요. 전화 올 거라고 그랬죠?”
존이 웃으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어 보였다.
“어. 벌써 교체냐?”
“감독님의 지시야.”
“뭐!?”
존이 깜짝 놀라 외치자, 웃고 있던 퓨어의 안색이 확 변했다.
“병원에서 간호인을 통해 내 교체를 지시하셨단다. 소리 지르기는. 중계를 듣고 계셔.”
“아! 그래도 많이 좋아지신 모양이네.”
“그렇지. 이제 회복하실 일만 남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알아보라고 한 건?”
“JMG 아카데미에서는 시간을.”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퓨어는 찾으러 갔어?”
“흠, 흠! 미스 샤렛은 나와 함께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 걱정하지 마. 토마스가 가드들을 데리고 갔으니까. 위치는 미스 샤렛이 정확하게 찍어 줬어. 토마스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메시지 보내 줄게. 씻기나 해라. 화장실이야? 네 목소리도 엄청 울리니까.”
“어. 그, 그래. 흠, 흠 퓨어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
“그 말은 네가 직접 하지?”
“끊어!”
존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한이 고맙다고 전해달라는데요?”
그리고 퓨어는 존의 말에 하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참, 나! 이런 미녀를 옆에 두고.’
하지만 남녀 간의 일은 생각처럼 되는 게 아니다.
“혹시 서울에 갈 일이 있나요?”
“예?”
“아까, 지하철 이야기를 했을 때, 셋이 함께 지하철을 탄다고 들은 것 같아서요.”
존의 얼굴이 다시 묘한 미소로 바뀌었다.
퓨어가 묻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였다.
‘그 세 명은 치우와 서우, 그리고 제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미스 샤렛.’
우우웅 – 우우웅 –
그때, 존의 스마트폰이 다시 울렸다.
“왜?”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확인한 존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발신자의 이름이 휴 실버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