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에이전트를 하게 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여동생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작년 월드컵이 시작하기 일주일 전이었으니 거의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드디어 런던에 왔네!”
“리옹에서도 오빠 이야기로 떠들썩해.”
“내게 오빠 이야기를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모른다고 했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건 정말 무서워.”
“아쉬워!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 경기는 보고 싶었는데!”
“결승전에서도 골을 넣어야 해!? 알았지? 오빠가 세리모니하는 것을 보고 싶어! 예전에는 골이 많이 없어서 보지도 못했는데.:
서우는 내 팔에 매달려 계속 조잘대고 있었다.
나와 이모. 그리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몇몇을 제외하면 서우는 얼음 인형이라 불릴 정도로 말이 없다.
여섯 살 밑의 여동생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커야 할 어린아이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오빠인 나도 전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저는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경호원 중의 한 명이 먼저 밖으로 나갔다.
남은 경호원이 서우의 캐리어를 끌려고 하자,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이런 심부름까지 시키려고 이분들을 여기 데려온 것은 아니었다.
나는 서우의 캐리어를 손으로 잡고 남은 손으로 서우의 손을 잡았다.
경호원이 웃으며 우리의 왼쪽 뒤에서 에스코트를 해 주었다.
아까 넘어질 뻔한 아가씨는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공항의 건물 밖으로 나오자, 그래도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 주었다.
“오빠, 차는 가지고 오지 않았어?”
“응.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고, 시끄러운 일은 피해야 하니까.”
“오 – 유명 인사라는 거지? 아! 선물은 고마워! 잘 탈게.”
“운전은 할 만해? 내 차와 같은 모델이야.”
“뭐, 자주 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차가 정말 예뻐!”
“조심히 운전해라.”
“알았어. 늙은이처럼 잔소리하지 말고, 이모의 잔소리만으로도 아주 힘들다고, 헤헤! 이모는 왜 커다란 차를 선물로 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계셔. 정말 멋진 차인데, 이모의 눈에는 그냥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괴물로 보이셨나 봐. 아마 나중에 오빠도 잔소리를 많이 들어야 할 거야. 그리고.”
“시끄럽다. 며칠 동안 할 얘기를 지금 다 하려는 건 아니겠지?”
“피! 내가 뭘 얼마나 얘기했다고!”
바람이 쌩쌩 부는 도로로 나왔음에도 서우의 입은 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우의 입은 한 번 터지면 알렝도 한 수 접어 줄 정도의 수다쟁이였다.
물론, 낯을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라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차에 타서 얘기를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이모는 잘 계시지?”
“존은 어때?”
나는 서우가 토라질까 봐 이모의 안부를 물었고, 서우는 내가 말하는 동시에 존의 안부를 물었다.
이럴 때, 우리는 당황하지 않고 서우가 먼저 이야기한다.
오누이만의 규칙이었다.
“이모는 바빠. 이모부께서 시장이 되신 이후로 더 바빠지셨어. 이번에 함께 런던으로 오시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하고 계셔. 아! 이모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차에 타서 해도 늦지 않아.”
내가 런던에서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이모는 그래도 서우를 데리고 프리미어 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에 맞춰 런던으로 들어오시고는 했다.
전 시즌은 월드컵 일정 때문에 내가 급히 한국으로 들어가야 해서 오시지 못했고, 이번 시즌은 좀 빨리 끝난 편이라 일정을 맞추지 못하셨다.
나 역시 동런던으로 이적한 첫 시즌이었고, 아직 FA컵 결승전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모를 맞이해 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잘 됐지.’
어차피 서우와 함께 리옹에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됐다.
서우도 굳이 올 필요는 없었는데, 결승전을 직접 보고 싶다고 우기는 통에 오게 된 것이다.
“존 역시 몸이 다섯 개 정도가 더 필요할 정도야.”
“좋은 일 아니야? 오빠가 잘해서 바쁜 거잖아. 작년에 존은 불쌍해 보였다고.”
“그놈은 나 아니어도 잘 먹고, 잘 살아.”
“그래도 둘이 계속 함께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존에게 얼마나 졸랐는데.”
“서우야. 존에게 그런 얘기를 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더라도 계속 좋은 사이로 남았을 테니까. 그리고 존은 진짜 바쁘니까 옆에서 방해하지 마.”
“내가 뭐 어린애도 아니고.”
결국, 서우는 토라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이 모습이 귀여웠는데, 이제는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
‘언제 이렇게 다 커서.’
나는 그래도 달래 보려고 서우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고 있는데,
“어!? 뭐야!? 왜 이렇게 말랐어!?”
서우의 눈빛이 바뀌며 내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식단 관리 안 해? 운동선수 몸이 이게 뭐야!? 밥은 먹고 다니냐? 다리는 이게 뭐야? 축구 선수 그만하고 모델이라도 하게?”
그리고 한 번에 빠르게, 그리고 쉬지 않으며 잔소리를 쏟아 내고 있었다.
‘이건 이모의 영향이 틀림없어. 완전 작은 유소영이 따로 없네.’
유소영.
엄마의 동생이자, 현재 우리 남매의 실질적인 보호자셨다.
뒤끝이 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이기는 했어도 한 번 잔소리를 시작하시면 듣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으신다.
‘이모부가 대단하신 거지.’
“야. 잘 만져 봐. 이게 뼈밖에 없는 건지. 전부 근육으로 바꾼 거야. 그리고 내일 박용우 박사님께 물어보면,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잘 말씀해 주실 거야.”
“정말이지? 박사님께서 좋다고 하시면 나는 인정.”
그래도 박용우 박사님께서 런던에 함께 계신 것은 다행이었다.
서우가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따가운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파파라치와 얼굴을 마주치기 싫어 무시하고는 있었지만, 요즘 내 감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인지 시야에 들어오는 관심의 정도가 상당히 컸다.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어?”
저 옆으로 아까 내가 잡아 주었던 아가씨가 우리를 계속 힐끔거리고 있었다.
‘나를 알아봤겠구나!’
하긴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했으니 모자와 선글라스는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뭐야? 누구? 아는 사람이야?”
서우가 내 시선을 함께 따라오며 그 아가씨를 보며 물었다.
그 아가씨 역시 우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깜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그때, 그녀의 앞으로 하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멈춰 섰다.
저기에서 기다린 이유가 따로 있었나 보다.
아직도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캐리어가 불안해 보였다.
‘카트에라도 실어 버리지 않고. 또 넘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탁 –
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계속 보는데, 디스커버리의 트렁크가 열렸다.
쿵 – 터거덕!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사람을 기다렸다가 함께 올렸으면 되는 일을 혼자 급하게 하려니 캐리어 바퀴가 또 걸리며 도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는데, 당황해서 빨개진 얼굴이 왜 귀여워 보였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우웅 –
“오빠, 차 왔어.”
우리가 타고 갈 검은색 벤이 우리 앞에 세워졌다.
나는 서우의 캐리어를 먼저 올려놓고, 서우를 안으로 먼저 태웠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옆쪽을 바라보았다.
한 번 시작된 마음이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마음이 걱정과 불안이었을 지라도.
“!”
그런데 그녀 역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 채, 한참을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선글라스를 벗고, 그녀를 제대로 보고 싶어졌다.
‘눈이 상당히 예뻤던 것 같았는데…….’
아까 어깨를 잡아 주었을 때, 살짝 선글라스 너머로 본 그녀의 눈동자 색깔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오빠! 안 타고 뭐 해?”
하지만 서우의 재촉에 나는 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 * *
“존!”
“서우!”
열 시가 다 되어 한서우는 오빠와 존이 함께 지내는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서우도 존은 반가운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강병석을 비롯해 오빠의 몇 명 되지 않은 친구였고, 할아버지께서도 존 리처드는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이 자자하셨다.
둘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을 포옹으로 나누었다.
“야! 야! 안 떨어져!”
“존! 죽여 버린다!”
한치우가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며 그 모습을 보고는
동생에게는 한국어로, 존에게는 영어로 소리쳤다.
“메 – 뭐, 우리가 남인가?”
한서우는 오빠에게 혀를 내밀며 존의 팔에 매달렸다.
“야! 한서우!”
한치우의 눈이 무서워지자, 존이 한서우의 팔을 뺐다.
“하하하! 싸움은 나중에 올라가서 둘이 하고, 일단 손부터 씻고 와.”
“우와! 바쁘다고 들었는데, 언제 이렇게 다 준비했어?”
거실에는 나름 테이블이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와인과 간단한 치즈, 과일이 놓였고, 은은한 향초가 타오르고 있었다.
‘서우가 온 것을 까먹었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겠지.’
한치우는 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셋은 소파에 둘러앉아 붉은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저녁 식사는 어땠어?”
“아! 데이브가 곧 결혼할지도 몰라. 오늘 약혼녀를 소개해 주는 자리였거든.”
“오! 정말? 예전부터 오래 사귀었던 친구가 있었다고 했지?”
“어. 이름은 제인. 붉은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아가씨야. 나도 직접 본 것은 오늘 처음이었는데,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
“시즌이 끝나면 결혼할 계획이었구나?”
“맞아. 아직 프리 시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어.”
“서우가 힘들었겠네.”
한서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존이 와인을 따라주며 말했다.
“그러게. 오빠는 좀 미리 이야기라도 해 주지. 어떻게 그런 자리에 가면서 여동생을 납치하듯이 갈 수 있는 건지, 정말 센스가 없다니까.”
“데이브에게는 미리 얘기했어. 너한테 얘기하면 가지 않으려 할 것이 뻔하니까.”
“그래도 옷이라도 차려입어야지!”
“결혼식에 가? 그냥 저녁 먹으러 가는 자리야.”
“후! 이건 이모한테 분명히 전할 거야. 오빠가 잘못한 거라고.”
“마음대로 해라! 하나도 안 무섭다.”
“야! 둘이 영어로 해. 정신 사나워 죽겠네.”
“Oh! Sorry.”
“Sorry.”
“하하하하!”
둘이 동시에 미안하다고 얘기하자, 존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한치우, 한서우 남매도 대화를 영어로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서우는 뭐라도 좀 먹었어? 낯선 곳에 가면 잘 먹지 못하잖아.”
“처음에는 그랬는데, 데릭과 릴이 엄청 웃겨 줘서 괜찮았어. 둘이 고기도 구워 주었고.”
“하하! 맞아 둘은 축구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코미디언이 되었을지도 몰라.”
“나도 동감이야. 그리고 필립도 있었지. 필립은 서우를 진짜 인형 보듯이 봤어. 그래서 내가 등을 한 대 쳐 주었지.”
“하하하. 그래도 해머스의 선수들은 가식이 없고 분위기가 밝아. 치우가 해머스로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었어. 서우, 런던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은 없고? 혼자만 왔는데 내가 신경 써 주지 못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 줘. 그래도 알아봐는 줄 테니까.”
존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솔직히 지금도 무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FA컵 결승전을 경기장에서 보려면, 지금 쌓여 있는 메일에 대한 답신을 형식에 맞춰 정중하게 거절을 해야 했다.
복사하기, 붙이기 스킬은 통하지 않는다.
“음…… 생각해 봤는데, 존의 일을 도와주고 싶어.”
“뭐?”
“에이전트가 하는 일이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나도 경영과 법을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오빠의 일인데 내가 알아도 상관없잖아?”
“서우. 설마 내 밥그릇을 뺏으려는 건 아니지?”
한서우의 말에 존의 얼굴이 불안해졌다.
“물론 아니지! 오빠와 내가 함께 일하게 되면, 하루가 멀다고 싸울 일만 생길 것이 뻔한데. 어차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나로서도 무리이고, 존이 바쁘다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서.”
“서우의 말이 맞아.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일은 없어. 나도 싫다고. 무엇보다 서우가 에이전트를 하게 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존 역시 한치우의 집안 사정을 알기 때문에 한서우가 에이전트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 자! 우리 일 얘기는 하지 말자. 서우. 공부는 어때? 법이 어렵지?”
존이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하며 와인을 새로 따기 시작했다.
* * *
5월 14일 금요일 홋스퍼 웨이 훈련장.
“그레고리 에토리의 이적료라면, 한의 주급을 맞춰 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에게 20만 파운드의 주급을 맞춰 주면 다른 선수들은 가만히 있겠나? 알렝 미쿠 역시 지금의 주급에 대해 불만이 많은데!”
“후! 회장님. 저로서도 중앙 미드필더의 보강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에서 기대하시는 성적을 이루어 내기 어렵습니다! 이미 해머스는 스퍼스보다 많은 것을 얻었어요! 모든 것의 시작은 한의 영입이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것 보게. 나도 답답하네. 존 버클은 절대 쉽게 지갑을 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오늘 뉴스를 보셨다면, 블루스의 로만 넴초프가 어제 리옹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가 리옹에 왜 갔겠습니까? 한이 조레스 감독을 스승 이상으로 생각하고 좋은 관계로 지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리옹에는 한의 이모가 있죠. 리옹시 시장의 부인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더러 로만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라는 말인가!?”
할로우 회장이 참지 못하고 그만 바레나 감독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답답한 마음은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한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고, 팀의 에이스는 중국으로 건너가게 생겼다.
물론 상하이에서 지급할 이적료라면, 빅 네임을 영입하고도 남을 금액이었지만, 구두쇠로 소문난 존 버클이 과연 여름 이적 시장에서 어디까지 지갑을 열지는 아무도 몰랐다.
“적어도 노력은 해 보자는 말씀입니다. FA컵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일도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해머스의 주장도 지난번 경기보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 확실한데, 단단한 수비를 그레고리 없이 뚫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바레나 감독이 그냥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기대감을 심어 주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편했다.
‘차라리 일찍 탈락해 버리는 것이 더 좋았어.’
물론, 더 솔직한 마음을 클럽의 회장 앞에서 얘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왜 해 보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그리고 이미 할로우 회장은 이 정도만 얘기한 것 가지고도 저렇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냉정하게 얘기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 것입니다. 저도 축구 감독으로서 패배를 예상하고 그라운드로 나가기 싫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레고리 에토리의 마음은 런던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런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다면, 반드시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시즌을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결승전에는 어린 유망주를 내보낼 생각도 있고요.”
“하! 팬들의 불만이 상당할 텐데.”
“회장님. 팬들의 불만이 신경 쓰이신다면, 선수 영입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세요. 멍청한 거너스도 이미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가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처럼 우리가 런던의 주인이 되는 날은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에토리를 정말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생각인가?”
“예. 이제 그는 스퍼스의 선수가 아닙니다.”
그리고 일요일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 FA컵 결승전의 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