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93
93화. 고마워
웸블리 스타디움 VIP 룸.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함께 보냈던 실버 형제와 존 버클, 피터 할로우, 그리고 노신사 한 명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아직 후반전이 남았습니다. 이대로 쉽게 무너질 스퍼스가 아니지요.”
“예.”
“허허허!”
노신사의 말에 할로우 회장은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존 버클은 진심으로 웃는 것인지 그냥 웃는 것인지 모를 웃음만 남겼다.
“해머스는 360만 파운드를 가져갈 의지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아마 선수들은 지금 우승 상금보다 우승 트로피를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 연봉 협상에서 밑천을 다 털렸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요?”
“예! 완전히 거덜 나게 생겼습니다. 의장님. 하하하!”
양 클럽 수뇌부의 사이에 앉아 있는 노신사는 축구 협회의 의장인 리치몬드 테이번이다.
원래 있어야 할 축구 협회의 회장인 왕실의 왕자를 대신해 이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축구 협회의 전반적인 일은 모두 리치몬드가 알아서 처리한다.
리치몬드는 주로 실버 형제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의 수뇌와 계속 말을 이어 가기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옆에서 할로우 회장이 대화에 어떻게 하면 끼어볼까 눈치를 보고 있었고, 존 버클은 대화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이번 시즌은 해머스의 돌풍이 정말 대단합니다. 실버 구단주 형제의 투자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는군요?”
“의장님께서 항상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해 각종 대회의 품격을 유지하시고, 좋은 스폰서를 끌어와 주시는 노력에 비하면 아직 멀었습니다.”
“허허! 듣기 좋습니다. 저야 뭐 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협회 직원들이 알아서 축구의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제 몫을 다해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너무 겸손하십니다. 의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많다는 것은 지금 이 경기를 보고 있을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옆에서 할로우 회장이 대화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허허. 스퍼스는 다음 시즌에 투자를 좀 해야겠어요?”
“아, 예.”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물음에 할로우 회장은 다시 고개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좀, 도와주든가, 말이라도 하든가. 후! 진짜!’
할로우 회장은 옆에 앉아 있는 존 버클이 전혀 도움 되지 않자, 얄미워 죽을 것만 같았다.
“프리미어 리그는 물론이고, 리그 컵, 그리고 지금 FA컵까지 웨스트햄의 돌풍으로 이번 시즌 축구 협회가 주관하는 주요 대회가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정말 잘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의장님 저희 해머스의 돌풍은 이제 시작입니다. 다음 시즌에서도 돌풍은 이어질 것이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클럽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습니다.”
짧게 대답한 쪽은 론이었지만, 휴는 자신감을 보이며 눈을 빛냈다.
“오! 자신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예전에도 돌풍을 주도하는 팀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연속으로 활약한 적은 몇 번이 되지 않아요. 아! 물론, 해머스가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 맞습니다. 돌풍을 만들어 낸 팀들은 시즌이 끝나고, 주축 선수들을 지켜 내지 못하며 분해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저희는 아닙니다. 지금 저기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이 다음 시즌에서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묠니르가 있죠. 그가 해머스에 있는 한, 우리의 활약은 계속될 것입니다!”
“휴. 목소리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
론이 휴에게 살짝 일렀다.
“허허! 역시 젊음이 좋습니다.”
리치몬드가 손을 저으며 론을 말렸다.
그리고 다시 휴 실버의 눈을 바라보았다.
휴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이번에는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번에 한과 새로운 계약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저는 한에게 귀화할 것을 권했었습니다.”
“!”
목소리는 낮았지만, VIP 룸을 휘몰아치는 긴장된 분위기가 서로 눈치를 보게 할 정도였다.
특히 피터 할로우는 자신의 눈이 얼마만큼 크게 떠질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허허허.”
존 버클이 낮게 웃는 소리에 긴장이 가득하던 방 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리치몬드는 살짝 언짢은 표정이 되어 있었다.
‘역시. 영감이 좋아하지 않는구나!’
휴 실버는 리치몬드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하! 그런데 그는 거절했습니다. 어차피 다음 달이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생기게 되니까요.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만큼 그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휴 실버의 눈이 존 버클을 향해 있었다.
존 버클은 휴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지 한결같은 표정으로 그라운드의 경기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 이런!”
그리고 그때, 무어의 슛이 토트넘의 골네트를 흔들어 버렸다.
한치우의 날카로운 킬패스가 결국 무어의 발에 연결되었다.
“그야말로 예술이 아닙니까?”
휴 실버가 유리창 가까이 다가가며 팔을 벌렸다.
마치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흠. 다 좋은데,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 중에는 잉글랜드 선수가 아무도 없군요?”
그런데 경기장을 내려보는 리치몬드는 굳어진 표정으로 뭔가 아쉬운 말을 꺼냈다.
“의장님 저희 팀 구성원을 보십시오! 선수 대부분이 해머스의 아카데미를 거치고 그대로 올라온 선수들입니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들은 스퍼스가 훨씬 많지 않습니까?”
휴가 리치몬드의 말에 이번에는 팔을 쭉 뻗으며 토트넘의 선수들이 보이는 곳을 가리켰다.
처음으로 존 버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할로우 회장의 얼굴은 기분이 나빴는지 일그러지고 있었다.
“아! 그냥 해 본 말이었습니다. 축구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이죠.”
리치몬드가 굳어진 표정을 풀며 분위기를 풀어 냈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저는 시상을 위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미스터 버클. 그래도 준우승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기를 직접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영광스런 대회입니다. 당연히 보러 와야지요.”
주름진 손을 맞잡은 둘은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저희 형제도 먼저 나가겠습니다. 준비한 것이 좀 있어서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저도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리치몬드가 나가고, 바로 실버 형제와 할로우 회장마저 방에서 나가자,
이제까지 웃고 있던 존 버클의 눈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차가운 기운만이 감돌았다.
* * *
무어 브란트!!! 무어 브란트!!! 무어 브란트!!! 무어 브란트!!!
웸블리 스타디움이 다시 무어를 외치는 소리로 가득 울렸다.
아이언들 앞에서 힘껏 점프하는 무어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브란트! 넌 영원한 해머스야!”
“베를린에 가서도 우리를 잊으면 안 돼! 우리도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맞아! 영원히 기억할게! 무어 브란트의 이름을!”
아이언들이 무어에게 잊지 않겠다는 말을 외쳐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어! 잘했어!”
“역시 성공할 줄 알았어!”
“흥! 내 패스가 어시스트가 돼야 했었는데.”
“누구의 어시스트면 어때, 무어가 골을 넣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웨스트햄의 선수 모두 무어의 등에 매달리거나 머리를 두드려 주며 무어의 골을 축하해 주었다.
무어는 리그 컵 결승전과 FA컵 결승전 모두 골을 기록하게 되었다.
“자! 이제는 우승 트로피를 지켜 내자!”
데이비드의 말에 완벽하게 아이언 실드로 전환한 웨스트햄은 토트넘에게 한 골도 내어 주지 않으며 세 골의 차이를 잘 지켜 냈다.
삑! 삐이 – 삐이이익!
그리고 드디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웨스트햄이 이번 시즌에서 컵 대회 더블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내는 순간이었다.
“한, 축하해.”
“고마워, 미쿠!”
한치우와 알렝이 서로 끌어안았다.
“그레고리에게 연락해서 한 번 더 말려 볼 생각이야. 그 녀석도 저기 무어처럼 팬들의 인사를 제대로 받을 자격이 있어.”
“맞는 말이야. 에토리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지. 중국으로 가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다음에 보자.”
“그래. 다음에 보자. 묠니르.”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그라운드에 시상식 무대가 마련이 되었다.
한 번 경험한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이제 여유롭게 시상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VIP 룸에서 내려온 리치몬드 테이번 의장이 선수들의 목에 챔피언 메달을 걸어 주고, 데이비드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 주었다.
“무어! 가운데로 와!”
한치우가 무어를 데이비드의 옆으로 끌고 왔다.
“데이브!”
“그래, 자! 받아. 네가 들어 올려!”
데이비드가 우승 트로피를 무어에게 건넸다.
“진짜 내가 들어!?”
“그래!”
“베를린에 가면 언제 들어 보겠어. 두고두고 후회하라는 뜻이야.”
“릴!”
“뭐, 그냥 섭섭해서 그렇지!”
“모, 모두 고마워. 흑! 흑!”
“우, 울지 마! 나도 참도 있어!”
“그, 그래! 오늘 우는 새끼는 평생 놀릴 거야!”
선수들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모두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며 무어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주려는 노력을 함께했다.
“자! 이제 우리가 챔피언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자! 하나, 둘, 셋!”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펑! 펑! 퍼버버벙! 퍼 – 어엉!!!
신호에 맞춰 무어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시상식 무대에서 폭죽이 터졌다.
오늘 우승 세리모니의 주인공 무어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 모두 고마워!’
우웅 – 우우우웅 – 우우웅 –
그때, 시상식 무대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아, 안 돼! 이러지 마! 겨우 참고 있단 말이야!”
“흑! 흑! 이건 반칙이지!”
“흑! 흑! 누가 준비했는지 몰라도 최고의 선물을 준비했어.”
“시상식에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흑, 흑! 한! 누구야?”
“실버 형제. 자, 우리 울지 말고, 버블송을 함께 부르자!”
시상식의 무대에서 비눗방울이 하늘로 솟아오르고, 웸블리 스타디움 곳곳에서도 비눗방울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치우가 버블송을 부르기 시작하자,
무대 위에 선수들, 남아 있는 관중, 그리고 코칭스태프들까지 모두 어깨동무를 한 채 버블송을 함께 부르며 웨스트햄의 기념적인 역사를 함께했다.
“무어. 그만 울어.”
“그래.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한!”
무어가 트로피를 다시 데이비드에게 넘겨 주고 한치우를 끌어안았다.
“흑! 흑! 무어! 건강해!”
“야! 필립! 뭐, 지금 당장 헤어지는 것처럼 굴어!? 흐흑! 너무 슬프잖아!”
“으허허허허! 무어!”
필립과 릴이 무어의 등을 안으며 눈물을 흘리는데,
데릭이 울부짖으며 그들을 한꺼번에 안아 버렸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이 함께 끌어안으며 풀어지지 않는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 아이언들에게도 인사를 해야지!?”
감정을 정리한 데이비드의 외침에 선수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경기장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시작했다.
‘역시 갔구나.’
그라운드를 도는 한치우는 아까 그녀가 앉아 있던 관중석으로 시선이 자꾸 쏠렸다.
하지만 토트넘의 팬들이 모여 있던 그곳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뭐야!? 왜 아쉬워하는데!’
한치우는 알 수 없는 마음에 고개를 저으며 앞에 가는 무어와 데이비드의 뒤를 따라갔다.
* * *
“먼저 갈게.”
“왜? 더 있다가 가지?”
“아니. 충분해. 함께 와 줘서 고마웠어.”
“그, 그래. 다음에 봐.”
숄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하자, 먼저 경기장에서 나왔다.
아직 많은 사람이 웸블리 스타디움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 뉴엄구로 돌아가는 지하철은 한산했다.
잠겨 있는 쉽의 문을 열고 들어온 숄은 바 한쪽에 작은 조명 하나만을 켰다.
철컥!
그리고 바의 제일 구석 아래에 있는 철제 금고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귀중품은 보이지 않았고, 몇 가지의 서류 뭉치가 전부였다.
숄은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아 꺼내었다.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사진 속에는 숄과 칼튼, 그리고 둘의 사이에 웨스트햄의 유니폼을 입은 흑인 청년 한 명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후!”
사진을 한참 바라보던 숄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감정이 올라온 것 같았다.
몸을 돌려 진열장에서 위스키 한 병과 커다란 유리잔을 꺼내어 가득 부었다.
“크흐!”
단숨에 입으로 쏟아 넣은 숄이 가슴이 화끈해져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브라이언. 나 오늘 경기장에 다녀왔어. 저번에도 얘기해 줬지? 오늘 FA컵 결승전이라고. 우리가 이겼어. 알아? 우리는 이번 시즌 리그 컵 우승과 FA컵 우승을 동시에 이루어 냈다고! 언제나 함께 말로만 떠들어 댔던 일이 마침내 현실이 되고 있어! 흑! 흑!”
사진 옆으로 숄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던 때가 1980년 FA컵이었지. 27년이나 걸렸지만, 이제 해머스는 강해졌어. 항상 런던의 북쪽이나 서쪽을 부러워하던 시절은 이제 모두 지나갔어. 브라이언 그곳에서도 잘 보고 있지?”
울먹이며 흐느끼는 숄의 말에 대답해 줄 사람은 사진 속에만 있었다.
그럼에도 숄은 혼자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동양인 남자 한 명이 해머스에 들어오고 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어. 우리는 그를 묠니르라고 부르지. 신의 무기 묠니르. 그리고 블랙 팬서도 생겼고, 켑틴 해머스도 있지. 웃기지? 그런데 난 묠니르가 어쩌면 네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항상 런던 최고의 클럽이 되기를 꿈꿨던 네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말이야.”
“묠니르는 멍청한 거너스를 부수고, 재수 없는 블루스를 부쉈지. 그리고 오늘은 스퍼스도 박살이 났어! 하하하하! 그가 해머스에 오기 전까지는 그냥 고장이 난 사령관에 불과했는데! 믿겨!?”
어느새 위스키는 반이 비워져 있었고, 숄은 술에 취하는지 감정에 취하는지 모를 정도가 되었다.
“브라이언,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 거지? 다시 경기장에 가서 버블송을 부르고,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상대 선수에게 욕을 날려도 되는 거지?”
“그래. 숄 딜런. 이제는 그렇게 해도 돼.”
그때, 숄이 앉은 바의 앞으로 누군가가 걸어왔다.
작은 조명의 빛에 얼굴이 드러나자 쉽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칼튼이었다.
숄은 칼튼이 들어오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칼튼은 바 안으로 들어가 역시 같은 크기의 잔을 가지고 나와 위스키를 가득 부었다.
“크흐! 이 독한 것을 잘도 마셨군!”
“칼튼,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거지?”
“그래. 이제 그만 브라이언을 편하게 해주자. 그 녀석도 오늘 같은 날은 즐겨야지. 아마 런던 스타디움에 있을지도 몰라. 잔뜩 몰려갔으니까.”
“그곳에 가지 않고.”
“됐어. 친구란 놈이 혼자 질질 짜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꺼져.”
“후후후! 딜런. 이제 잊어버리자.”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
“오늘처럼 경기장에도 다니고, 강해진 해머스를 보고, 예전처럼 선수들을 만나고 그러다 보면 잊히겠지.”
“페넌트! 넌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쾅!
“젠장! 그럼 오늘 경기장에는 왜 온 거야!? 그리고 도망치듯이 먼저 나온 것은 뭔데!?”
칼튼이 주먹으로 바의 테이블을 내리치며 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큰 소리를 냈다.
“그, 그냥 나 혼자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싫었을 뿐이야.”
“나는? 그럼 나는? 너만 브라이언에게 죄책감이 있어? 그 사진에 너와 브라이언뿐이야!?”
“…….”
“후! 숄 딜런. 살아야지. 살아야지. 언제까지 죽은 놈 매일 들여다보며 죽은 사람처럼 지낼 거야!? 오 년 동안 힘들었으면 됐어! 그냥, 가끔, 가끔이라도 밖으로 나와. 꼭 경기장이 아니어도 좋아. 훈련장도 있고, 업턴 파크도 있지. 물론 경기장에 오면 제일 좋지만 말이야.”
숄이 칼튼의 진심을 느꼈는지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남아 있던 위스키를 모두 부어 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크흑! 네, 네가 훌리건 짓을 그만하면 생각해 보지.”
칼튼이 숄의 말에 사진을 자기 쪽으로 끌어다 당겼다.
그렇게 한참을 보다가 쓸쓸한 미소를 숄에게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빚을 갚기 전까지는 ICF의 리더로 남아 있어야지. 이것이 내가 사는 이유인데.”
“미, 미안하다. 미안해.”
둘의 눈빛이 같은 감정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숄은 자꾸만 칼튼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그리고 그 시각 리옹에서는 드디어 조레스 감독과 로만 넴초프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