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199.
아쿠아의 일본 내 활동에 레이나 프로덕션과 손을 잡기로 한 현준은 리리나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리리나 또한 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현준도 리리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국적은 서로 달랐지만 살아온 배경은 비슷했으니 두 사람 사이의 공감대는 깊을 터였다.
“종합 격투기 사업도 하신다면서요?”
“예, 고등학생 때 취미로 격투기를 조금 배웠었습니다.”
“그래서 몸이 꽤나 좋으신 모양이네요.”
슈트를 입었지만 다부진 몸이 옷으로 가려지지 않았다.
리리나는 꽤 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일본 선수들 중에서도 꽤나 좋은 선수가 많은데 일본 시장에 진출을 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 볼까 합니다.”
식사의 분위기는 꽤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현준도 굳이 일본의 주요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실은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까 많은 고민을 했는데.”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말씀드릴게요. 실은 저희 소속 연예인들 중에 한국 연예계에 진출을 원하고 있는 이들도 있어서 베스트 프렌드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한국의 연예계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방송 시장이나 음반 시장은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컸다.
하지만 국제적인 영향력에 있어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딱히 낫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한류를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이 한국이 나은 상황이었다.
“일본의 연예계는 무척이나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자국 시장에만 안주하면서 그 수준이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준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리리나를 바라보았다.
리리나는 뭔가 분개한 듯한 모습으로 자국의 연예 시장을 비판하고 있었다.
일본 방송 재벌의 일원인 리리나였다.
그런 그녀가 일본의 방송계에 회의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도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 과거에는 그랬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의 방송계는 멍청이들이 장악하게 될 거예요.”
분명 과거의 일본 문화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한국도 일본과의 문화 개방 때에 자국의 문화가 일본에 집어삼켜질 것을 두려워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역으로 한국의 문화가 일본의 젊은이들을 지배한다며 일본 내에서도 탄식을 터트릴 정도였다.
‘규모의 경제가 부럽긴 부러워.’
한국보다 인구가 2배가 넘는 국가였다.
후쿠시마 사태로 국토의 절반이 방사능에 오염이 되었지만 국토의 크기도 한국의 3배가량 될 정도였다.
일본과 규모적인 면에서 대등해지려면 남북한이 통일되고 옛 고토인 만주까지 되찾아야 할 터였다.
물론 이제는 일본이 지는 해로 여겨지고 있었고 한국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었기에 단순한 비교는 무리였다.
“저는 일본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준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리리나에 이런 일본인이 너무 많아지면 한국으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리리나가 의욕적으로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일본이 한순간에 바뀔 일은 없다는 사실을 현준은 알고 있었다.
매우 경직적인 사회가 일본이었다.
그것이 일본의 화(和)의 문화 때문이기도 했기에 한순간에 바뀔 수 없는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중시한다.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신분제가 존재했지만 언제든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힘들기는 하지만 면천의 기회는 존재했고 평민도 벼슬을 통해 양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하는 국가였다.
거기에 더해 6.25 전쟁으로 인해 신분제가 완전히 사라지면서 누구나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펼쳐졌다.
물론 그로 인해 문제도 있지만 일본에 비해 훨씬 활발한 사회가 되었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확연하게 다릅니다만 심리학적으로 한국인들과 일본인의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어머! 그런가요?”
“예. 한국과 일본은 심리 검사적인 측면에서 동일하게 분석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건 정말 신기하네요. 하긴 저도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의외로 마음이 잘 맞더라구요. 오히려 도쿄 사람하고 더 안 맞아요.”
“도쿄요?”
“예. 도쿄 사람들은 최악이에요.”
도쿄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리리나였다.
현준은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지역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리리나의 말에 의아했다.
“도쿄가 고향이 아니셨습니까?”
리리나의 할아버지는 TV 도쿄의 이사장이었다.
지금 있는 곳이 오사카이기는 하지만 리리나도 본가는 도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 저는 오사카에서 태어났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도쿄 사람이지만.”
술 한 잔 들어가고 현준과 말이 잘 통하는 것에 리리나는 자신이 너무 말이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오사카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처럼 솔직한 면이 있거든요.”
“아! 그거 들었습니다. 도쿄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부분이 조금 있다고.”
“엄청 많아요.”
어린 시절 본가에 가면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에 진절머리가 났던 리리나는 현준에게 도쿄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물론 현준에게는 도쿄 사람이나 오사카 사람이나 다 똑같은 일본 사람이라는 생각뿐이었지만 굳이 내색을 하진 않았다.
현준에게 있어서 일본은 그냥 돈이나 벌면 될 뿐인 시장이었다.
일본을 위해 뭔가를 해줄 생각도 없었고 의욕적인 리리나에게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줄 생각도 없었다.
그냥 리리나를 이용하기 위해 적당히 맞춰 주면 될 뿐이었다.
그것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래 직원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괜히 일본에 왔나?’
별생각 없이 머리나 식히려 온 일본이었지만 일본인 아가씨에게 붙잡혀 한참 이야기를 들어 줘야 했다.
“서 대표님은 다른 사람들하고는 뭔가 다르네요.”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다고요? 어떻게 말이죠?”
“그게. 나이에 맞지 않게 아! 죄송해요.”
“아닙니다. 조금 노인 같은가요?”
“아니요! 노인이라니요! 점잖으신 것 같아서요. 의젓하고 믿음이 가네요.”
어떤 일이 벌어지든 여유로워 보이는 현준이었다.
그리고 그때 현준과 리리나가 앉아 있던 테이블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지진인 듯 보였다.
주변의 일본인들은 익숙한지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다.
리리나 또한 지진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의 사람답게 당황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외국인들이 지진에 당황하는 모습을 구경할 기회라 생각하는지 현준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듯했다.
“지진인가 보군요.”
“예. 그런 것 같아요. 별로 당황하지 않으시네요.”
“아니요.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런 경험 처음이어서요.”
처음이라는 현준이었지만 리리나가 본 현준은 그다지 당황스러워하지 않았다.
역시나 웬만한 일에도 당황해하지 않은 채로 여유로워 보이는 현준에 리리나는 오히려 감탄했다.
그렇게 호텔의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다지 당황해하지 않는 모습에 현준도 대수롭지 않게 식사를 계속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일본인들도 당황할 만큼 작은 지진이 아닌 듯했다.
쿵!
조금 전에 느껴졌던 지진보다 훨씬 강한 진동과 함께 호텔 건물 내부의 무언가가 부러지는 듯한 광음이 들렸다.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세요! 빨리!”
현준은 심상치 않은 진동에 리리나의 머리를 자기 손으로 감싸고서는 테이블 아래로 들어갔다.
“꺄아악!”
진동은 꽤나 강렬했다.
몸을 집어 던지는 듯한 흔들림에 현준은 리리나의 몸을 자신의 팔로 감싸 안고서는 진동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식당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렇게 실제로는 10초 남짓 흔들린 것이었지만 체감하기에는 10분 이상으로 느껴질 만했다.
삶에 대한 의지가 그리 크지 않은 현준조차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올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은 강진의 공포에 몸이 얼어붙을 만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진동이었지만 결국에는 멈추었다.
하지만 언제 다시 강렬한 진동이 다시 밀려올지 알 수 없었다.
일본의 건물들이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다지만 조금 전에 들었던 굉음은 현준으로 하여금 이 호텔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잠시 진동이 잠잠해지자 현준은 리리나에게 말했다.
“호텔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예? 호텔을요?”
“예.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진동이 멈췄으니 바로 나갑시다.”
현준의 말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있던 리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에게 순종하라는 일본의 교육과 문화를 받은 리리나였고 지금 상황에서는 현준의 말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그렇게 리리나는 현준을 따라 황급히 호텔을 빠져나가기 위해 비상구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린 사람들로 인해 비상구 쪽은 북새통이었다.
자칫 대피하는 사람들 사이에 깔리기라도 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일부의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호텔 건물이 내진 설계대로 만들어져 있다면 그냥 호텔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가능성이 컸다.
현준은 힐끔 호텔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건물 밖의 인도에 건물의 외부 외장재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차들도 접촉 사고가 났는지 도로 곳곳에 사고가 나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진동이 멈추고 난 뒤에 다시 평온을 되찾자 사람들은 호텔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호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현준의 본능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렸다.
“잠시만요.”
“예? 왜요? 서 대표님?”
“뭔가 냄새가.”
“빨리 내려가야 해요!”
현준은 재촉하는 리리나를 잡아끌고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리리나는 그런 현준에 의아해했지만 잠시 후에 아래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펑!
가스가 폭발한 것인지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화염은 호텔 내부의 내장재들을 태우며 유독 가스를 뿜어내었다.
건물 내의 화재는 불 그 자체보다는 유독 가스에 의한 사상이 더 큰 법이었다.
현준이 있는 층수가 낮았다면 계속 아래로 내려갔겠지만 호텔의 식당은 전망을 위해 대부분 꼭대기 층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화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았다.
“옥상으로 올라갑시다.”
“예! 그래요! 악!”
현준의 말에 리리나도 일단 옥상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며 발을 옮기려다가 발을 헛디뎠다.
하이힐을 신고 있었기에 자세가 더 불안정했던 것이다.
“괜찮으세요?”
“아! 예! 괜찮……. 아아!”
아무래도 꽤 접질린 것인지 고통스러워하는 리리나에 현준은 별수 없다면서 리리나를 등에 업었다.
“서 대표님?”
“일단 살고 봅시다.”
자신을 업는 현준에 리리나는 얼굴이 붉어지며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발의 부상이 상당한 것에 거부를 해 봐야 짐만 될 것 같았다.
현준의 꽤나 넓은 등에 리리나는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현준에게 자기 가슴이 뛰는 것이 들킬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자신을 업고 빠르게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현준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