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242.
오직 혈통만이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이자 증명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모든 것을 증명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게 개망나니라고 해도 말이지.”
서현준에서 현준으로 되돌아온 현준은 혈통이 자신의 영혼을 옥죄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환생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모를 과정의 시작 이후 현준은 호성 그룹 가를 이용해 먹기는 했지만 나름 거리두기를 해왔다.
하지만 그 거리두기는 혈연을 끊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현준에게는 그딴 혈연 따위는 알 바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 왔다.
복수만 끝난다면 자신의 영혼의 소멸 또한 마다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인연의 끈들이 현준의 영혼을 엮어갔다.
인연의 끈 하나하나는 가볍기 짝이 없었지만 모이고 모인 인연의 끈들은 신이 아닌 인간이 끊어 낼 수 없는 절대적인 족쇄가 되는 법이었다.
그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남겨진 자들.
자살로도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밧줄에 현준은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힘겨워지고 있었다.
“너는 지키기로 한 건가?”
현준은 세영이 결국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낙태를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어 버린 것이다.
물론 낙태 가능 한계 시기인 16주 이후에도 낙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시기를 넘기게 되면 산모 건강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
아중가에서 세영의 건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에 어찌 되었든 사산이 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태어나게 될 터였다.
그 아이가 오진호의 아이라면 현준이 이제 선택을 해야 할 건 복수의 포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지금의 현준의 핏줄은 아니었다.
본래는 자신이 오진호였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개별 개체였으니 세영이 낳을 아기는 현준과는 무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현준은 묵묵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별다른 행보 없이 현준이 움직이지 않아서인지 현준은 김정수의 재촉 전화를 받아야 했다.
-현준아. 언제 세영이의 남편 병문안을 갈 거니?-
“정수 형?”
-너 인격이 바뀌었구나.-
김정수는 전화를 받은 현준의 인격이 바뀌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자기 말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었다.
“세영이가 부탁한 거야?”
-그래. 저녁때 어때?-
“뭐 그러지. 나도 확실히 할 것이 있으니까.”
저녁때 보자는 김정수에 현준은 그렇게 하자고 승낙을 하고서는 저녁때 그를 마주했다.
“세영이가 그러더라. 지금의 네가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이라고.”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그래. 재미있는 소리지. 나도 세영이 부탁 때문에 곤란하긴 하다.”
김정수도 현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이 그토록 부탁을 하기에 자신이 생각했을 때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여겨 들어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준은 김정수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나마 관계가 다시 좋아지고 있는 호성 그룹과 완전히 원수 관계가 되고 싶은 거야?”
“뭐? 무슨 소리야?”
“혹시라도 말이야. 내가 진짜 세영이 남편의 영혼의 반쪽이라면 그래서 내가 오진호를 깨우고 사라져 버린다면 서대영 회장님께서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는데.”
“너 정말로 오진호의 영혼 반쪽인 거냐?”
“그건 나도 모른다니까. 뭐 나야 죽는 것이 그다지 두렵지는 않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다툼의 방아쇠가 될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김정수는 그제야 현준이 말을 하고 있는 우려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오진호의 부활은 현준의 소멸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니 알고 있었다.
단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렵다.’
김정수는 어느 순간부터 현준이 두려웠다.
김정수는 현준의 도움으로 아중 건설 그룹을 차지했지만 의구심이 점차 커져갔다.
단지 그 의구심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현준이 오진호의 영혼의 반쪽일지도 모른다는 세영의 터무니 없는 말에 무언의 동의를 하며 현준을 없애 버리려는 것이었다.
과거의 한심한 무능력자였던 정수라면 보지 못했을 것이었지만 지금의 정수는 진실을 바라볼 통찰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장막을 살짝 들춰 볼 수 있는 것이다.
‘넌 대체 뭘 원하는 거냐? 서현준.’
두려운 눈빛을 한 김정수에 현준은 피식 미소를 짓고서는 말을 했다.
“크크크크!”
“현준아.”
“아! 표정 좀 풀어라. 풀어. 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정수 형.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그…… 그렇지. 말이 안 되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심각하던 현준의 표정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변했다.
“하아! 지금이라도 오진호의 몸을 건드는 것은 보여줄 수 있어. 전에 세영이가 부탁을 해서 한 번 하기는 했었지만 말이야. 뭐 세영이가 다른 인격일 때에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한 모양인데. 다른 인격일 때 다시 이야기해 봐. 아주 약간은 기억 공유가 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완전히는 아니거든. 나도 내가 이중인격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네.”
현준은 스스럼없이 정수에게 오진호의 몸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거냐?”
“고등학교 때?”
“그때 아! 너 큰 사고 났었을 때를 말하는 거구나.”
“뭐 그랬다고는 하더라고. 기억은 안 나는데.”
“그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긴 그때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어. 아무튼 뭐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할지 아니면 두 인격 중의 하나가 사라질지는 나도 모르겠고.”
현준은 정수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수는 계속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고 했다.
“그때 사고가 너하고 동갑내기 친구였나?”
“…….”
현준은 정수의 말에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바라보았다.
오진호처럼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잠들어 있는 장우원에 대한 이야기인 듯했다.
그 장우원에 대해서 정수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에 의구심이 생기는 현준이었다.
“그 친구하고 다투다가 네가 다쳤다고 들었는데. 그때 이후로 너 한 번 성격이 조금 변했다고 했었는데.”
“뭐?”
현준은 자다가 갑자기 서현준의 몸에서 자신의 인격이 깨어났다.
그로 인해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인격의 반전이 어떤 사고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다들 현준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어떤 특정 사고를 한 번씩 언급하고 있었다.
“그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네 친구도 크게 다쳐서 너만 살아났고 그 충격 때문에 니 본래 성격이 조금 달라졌거든. 그때는 다들 충격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말이야.”
“혹시 그 이후에 내가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나?”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때 네 성격이 바뀌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나마 호성가와 아중가가 무척이나 친했기에 정수도 얼마간은 알고 있었던 것일 터였다.
현준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느꼈다.
* * *
현준은 첫째 형인 서영수를 찾았다.
“말도 없이 웬일이냐?”
“표정이 많이 좋아졌네.”
현준의 말에 서영수는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나자 마음이 편해진 서영수였다.
동생과 호성 그룹을 두고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을 해왔었다.
아중 그룹의 김자성과는 달리 서영수는 좀처럼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다.
서영수도 서대영 회장이 자신보다는 둘째인 서정대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첫째이기에 서영수가 큰 실수를 하기 전에는 후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서대영 회장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원망도 해보았지만 그만큼 자신이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일 터였다.
“1번이냐? 2번이냐?”
“뭐가 1번인데?”
“옛날 인격을……. 아버지라면 그 인격을 2번이라고 하겠네. 지금 니 성격을 좋아하실 테니 네가 1번이겠고.”
“사고 안 치고 공부 잘하는 걸 좋아하시는 건가 보네.”
“사고는 지금의 네가 더 치는 것 같다만 우리 집안에서 한국대 나왔다는 것에 자부심이 엄청나시니까.”
“한국대가 뭐 별거라고.”
“그 한국대를 내가 가려고 3수를 하고도 못 갔다. 네 똑똑한 둘째 형도 재수를 해서도 못 갔고.”
별수 없이 서영수는 해외 유학을 가야만 했다.
아마 그것이 서대영 회장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그나마 한국대는 아니었지만 그다음의 명문대에 간 둘째인 서정대였다.
“네가 첫째였으면 아니 둘째였어도 아마 너 대학생 때 후계자가 정해졌을 거다.”
“아버지가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 있었나 보네.”
“그건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셨지. 주인집 도련님이 한국대 나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버지를 그렇게 잡으셨나 보더라고.”
“우리 상놈 집안이었나?”
“크크크! 뭐 비슷하지.”
현준은 서대영 회장으로부터 다소 무능하다고 평가를 받았지만 꽤나 눈치가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변이처럼 네가 나왔지.”
“내가 서현준이 아니다. 그런 거지?”
“우리 동생 사춘기가 너무 늦게 왔네. 비운의 주인공 같은 말을 다 하고.”
서영수의 눈빛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자신을 가족으로 동생으로 여기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뭐 이제 알 때도 되었지. 아직 모르고 있었지? 아버지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정대도 너한테는 그 말 못 해줬을 거다.”
“뭘? 뭐가 있길래?”
“네 성격이 변한 이유.”
“내 성격이 변한 이유?”
“그래. 왜 아버지나 어머니가 충격이 크지 않았을까? 짐작을 하고 계셨으니 그런 거지. 너 어릴 때 아니 그렇게 어린 것도 아니지만 장기 이식을 했었다.”
“장기 이식?”
현준은 서현준의 몸에 장기 이식을 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기 이식을 하면 본래 장기를 가진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으로 변하기도 한다더라. 들어 봤냐?”
“어. 들어 봤어. 뭐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의학적이지도 않은 일이지만.”
“맞아. 그런데 너 갈비찜 싫어하지?”
“좋아하진 않지.”
“그거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너는 모를 거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갈비찜 억지로 먹이려고 하셨는데.”
“크크크! 너 본래는 갈비찜 싫어했었거든.”
현준은 서영수의 말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았다.
서정대는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지은 채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네가 본래 내 동생이다. 과거의 너는 가짜고.”
가짜라는 말과 함께 차갑게 굳는 서영수였다.
“내 다른 인격이 가짜라고?”
“그래. 그게 가짜야. 너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가짜. 그러니 혼란스러워하지 마라. 우리는 너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니까.”
현준은 충격적인 서영수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현준에도 서영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대답을 했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동생아.”
하지만 현준은 분명 전생 때의 오진호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서현준의 본래 인격과 영혼이 아닌 것이다.
“나는 서현준이 아니야.”
“아니. 너는 서현준이다. 다른 인격도 서현준이겠지만 너는 확실히 서현준이야.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현준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고 해도 결코 믿어주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일.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
“아니. 알 필요 없다. 아무 의미 없는 일이야.”
서영수로부터는 더 이상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