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245.
서현준을 죽일 수는 없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권력자를 죽인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처벌 수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었다.
더욱이 앞뒤 가릴 것 없는 범죄자도 아니고 가진 것이 무척이나 많은 이들에게 살인은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확실한 겁니까?”
“확실하진 않아.”
김주성 아중 전기 사장은 한때는 상관이었던 자성의 말에 비웃거나 하진 않았다.
아중 그룹 가에서 쫓겨나서 폐인이 되었다고 들었지만 자성을 다시 본 김주성 사장은 그가 여전히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서현준의 인격을 죽인다라.”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위험부담 없이 복수하기에는 나쁘지 않지.”
서현준에 대한 증오가 앙금처럼 남아 있는 김주성 사장이었다.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 찾아온 고난으로 인해 한동안 고생을 많이 해야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웃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옛 추억이 되었다고 말을 할 수 있었지만 자존심 강한 김주성으로서는 복수를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단지 지금의 자신으로서도 건드릴 수 없는 대상이기에 아쉬워하기만 해야 했다.
“서현준이 인격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복수의 대상은 어떤 인격이십니까?”
김주성 사장이 자신의 말을 넘겨짚는 것은 아님에 자성은 요즘에는 마시기 힘든 고급술을 입 안에 털어 넣으며 말을 했다.
“하나는 치밀한 놈이고. 다른 하나는 망나니 같은 놈이더군.”
“…….”
“자네를 힘들게 한 것이 망나니 같은 놈이라 생각을 하는데 말이야.”
“아닐 겁니다.”
“아니라고?”
“예. 치밀한 놈일 겁니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걸렸다.
겁 모르는 고등학생 양아치를 참지 못하고 한 대 때린 김주성 사장이었다.
별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하필 그 고등학생 양아치가 호성 그룹 막내아들이었다.
김주성은 과거에는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 생각해 보면 계획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들에게 그렇게 말을 해 봐야 말도 안 된다고 할 터였다.
“아무튼 세영이가 망나니의 인격일 때 세영이 남편의 몸에 손을 대면 치밀한 인격이 사라지고 세영이 남편이 깨어날 거라더군.”
“어디 무당의 말이라도 들었나 보군요.”
“그런가 보더라고. 꽤나 용한 무당이라더군. 뭐 어찌 되었든 세영이 남편은 깨어나고 치밀한 서현준은 사라질 거라고 하더군.”
자성은 자신이 말하고도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때 김주성 사장이 자성에게 서류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뭔가?”
“한번 보십시오.”
김주성 사장이 내민 서류 봉투를 열어보자 안에는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은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찍혀 있는 서현준이었다.
“이게 뭐지?”
“제 나름대로 서현준에 대해서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꽤나 신기한 일이 있더군요.”
“자네 복수하고 싶었나 보구만.”
힘을 가지게 된 김주성 사장이었다.
물론 그런 힘을 가지고도 서현준을 건들 수가 없었으니 언제가 될지 모를 복수의 칼날을 갈아만 대고 있을 터였다.
“두 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두 명의 여자와 접촉을 하면 인격이 바뀌더군요.”
“…….”
여자에 따라 인격이 달라진다는 김주성의 말에 자성은 세영이 했던 말들이 마냥 헛소리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건가?”
“어차피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군.”
“지금 여기 여자가 서현준과 함께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서대영 회장도 사실상 며느리로 대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착하게 생겼구만.”
자성은 윤미래의 사진을 보며 선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은…….”
“알아. 장은주. 장원문 의원의 딸이지. 그럼 이 사진의 서현준은 망나니 서현준인가?”
“예. 그럴 겁니다.”
“그러면 보자. 이 여자를 죽이고 장은주를 서현준과 붙여 놓으면 그 망나니 서현준이 깨어나겠구만.”
“그러고 오진호 부장의 몸에 접촉을 하면 끝나는 일이지요.”
김주성의 말에 자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준을 죽이는 것도 아니었기에 가진 것이 많은 김주성 사장으로서는 위험부담이 크지 않았다.
“윤미래라는 여자를 굳이 죽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뭐 그러긴 하지. 괜히 문제 커지면 나나 자네나 좋을 것이 없기는 하니까.”
“하지만 최악의 경우.”
“…….”
자성은 김주성이 말을 끄는 것에 의아한 듯이 김주성을 바라보았다.
김주성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김주성에 자성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인격이 왔다 갔다 하겠구만.”
“참 힘들 겁니다. 자신이 자신으로 있지 못한다는 거니까요.”
윤미래만 없다면 현준은 계속 현준으로 있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현준의 인격을 소멸시켜 버릴 수는 없지만 현준을 죽을 때까지 괴롭힐 수는 있다는 것에 김주성이나 자성 모두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성은 김주성 사장에게 세영이 했던 말들을 해주었다.
김주성 사장은 그런 자성의 말에 몇 가지를 더 예상할 수 있었다.
“오진호 부장과 같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우원이라는 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로군요.”
“그래. 어쩌면 서현준의 본래 인격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귀신이 들어가기 좋은 신체라는 말이군요.”
“그래.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과거의 사고로 서현준은 이미 죽은 뒤였고 서현준의 몸을 차지하기 위한 귀신들의 싸움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일단 제가 한번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일은 내가 벌이도록 하지. 아직 나를 따르는 미래교 신자들이 제법 있거든.”
“알겠습니다. 필요한 자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안 그래도 서현준에게 얼마간 받았어. 뭐 많지는 않지만 말이야.”
폐인 흉내까지 내 가면서 현준에게 받은 사천만 원에 쓴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 자금으로 현준의 목을 죌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서현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만일 치밀한 서현준의 상태로 장우원의 몸에 손을 댄다면 망나니 서현준이 사라지는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김주성의 말에 자성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럼 일부러 망나니 서현준을 놔두고 있는 건가? 대체 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준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 *
가진 것이 많아지면 그만큼 몸을 사릴 수밖에 없어진다.
물론 가진 것이 더 많아질수록 권력이든 힘이든 강해질 수 있었지만 그만큼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는 법이다.
현준은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어느 사이엔가 너무나도 많아진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은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동안 쌓아 온 부의 대부분은 포기했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아들에게 유산을 대부분 상속해 주었다.
물론 여전히 해당 자산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일 년쯤 뒤에는 권한마저도 상실하게 될 것이었다.
이지 그룹을 상실한다고 해서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프랜드 컴퍼니의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였고 현금성 자산은 넘치도록 있었다.
더욱이 아버지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었으니 먹고살 돈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돈은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만 필요할 뿐 언제든 없어져도 아까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 주변에 엮인 인연들이 문제였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본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인연들은 현준이 떠나도록 놔두지 않으려고 했다.
“박철호 선수의 챔피언 도전권을 두고 하는 미국 경기에 참석하실 겁니까? 대표이사님.”
이번 경기만 이기면 챔피언에게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박철호 선수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아직 완전하지는 않습니다만 경기 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현준은 이기면 좋지만 져도 상관없을 경기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민지영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다는 철호의 각오가 원동력이었기에 현준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터였다.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장 상무님을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대표이사님.”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서현준의 인격으로 바뀔 수 있었기에 현준은 세영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되도록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게 새로운 협력사를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야쿠자들 간의 전쟁에 휘말려 버린 레이나 프로덕션은 회사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나마 리리나가 사태 수습을 하고 있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현준은 신경조차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깊은 인연을 맺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마는 듯했다.
현실에서도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시모토 야쿠자가 적어도 한국에는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었기에 현준은 일본 쪽 문제는 신경을 끊기로 했다.
그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무료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 무료한 시간이 현준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의 안식이었다.
미국으로 경기를 하러 간 박철호는 경기에 패배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진 경기였다.
“졌다고.”
“예. 대표님.”
“뭐 그럴 수도 있죠. 아쉽기는 하지만 다음에 잘하면 되는 거니까.”
항상 이기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되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박철호 선수의 경기가 승부 조작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현준은 철호가 승부 조작에 연루되었다는 보고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인상을 찡그렸다.
철호가 승부 조작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준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지만 사태는 생각보다 커졌다.
꽤나 신빙성 높은 제보와 제보자가 등장하면서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뉴스를 타게 된 것이다.
현준은 급히 철호를 불러서는 승부 조작에 관련된 부분을 물었다.
그리고서는 승부 조작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가 시킨 일이잖아.”
“뭐?”
“민지영을 만나려면 일부러 져야 한다며.”
“…….”
“돈을 받고 나를 판 거였냐? 민지영은 오지 않았어.”
상대 쪽에게 돈을 받은 정황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철호는 서현준이 돈을 받고 자신의 패배를 유도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현준 본인을 위해 승부 조작을 시킨 것이었다.
지금 눈앞의 현준이 돈을 받고 패배하라고 사주를 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철호는 이제는 더 이상 선수로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에 원망 어린 눈으로 현준을 노려보았다.
이제 민지영을 만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현준은 이 일이 서현준이 벌인 일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멍청한 짓을 왜 따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칫 회사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연하게 현준에 대한 검찰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인격이 저지른 일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