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7
27화
27.
“이사벨?”
“예?”
“아!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만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현준이 회사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제시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준은 제시카를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전생에서의 인연이었다.
‘이사벨을 여기서 만나다니.’
전생 때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꽤나 젊은 묘령의 여인이었다.
당연히 전생 때 만났을 때는 이미 결혼도 했었고 자식도 있던 제시카였다.
아니 그때는 분명 이사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제시카의 기업인 제네스코와 아중 그룹의 협력 사업으로 인연을 맺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아중 그룹과 협력 사업이 이루어지기 전이었고 무엇보다 제시카는 자신의 기업인 제네스코를 상속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꽤나 불쌍한 여자였지.’
깜짝 신데렐라였다.
평범하게 살던 여인이 알지도 못하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 상속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는 3조가 아니라 15조 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받은 그녀였지만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덕분에 온갖 파리 새끼들이 다 꼬여버린다.
그리고 그 때문에 마지막은 비참한 말로를 경험하게 된다.
아중 그룹도 한몫 챙겼으니 그녀에게 꼬이는 파리 새끼 중 하나이기는 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재산을 보고 접근했고 결국 한 남자에게 몸도 마음도 그리고 재산까지 모두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현준은 전생에서 제시카를 꽤나 안타까워했다.
그리고서는 몇몇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제시카는 현준의 조언에 씁쓸한 미소만을 지었을 뿐이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이다.
그런 제시카를 만나게 되자 현준은 한숨이 나왔다.
마치 전생에서의 업보가 새로운 삶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지 네버의 총괄 이사 서현준이라고 합니다.”
“역시 대표님이셨네요.”
“진짜 대표님은 따로 있으십니다.”
지금까지 대리인이라고만 했지 특정 직책을 말하지 않은 현준이었다.
하지만 제네스코의 상속녀인 제시카와 상대를 하려면 정식 직위가 있어야 했다.
이지 네버의 총괄 매니저인 벤자민도 역시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은 자신과 동년배인 제시카를 자신의 집무실로 모셨다.
그녀의 뒤로 덩치 큰 경호원이 서 있었지만 그 경호원도 현준은 알고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남긴 충직한 부하였지. 저자는 믿을 수 있다.’
그녀에게 달라붙는 파리 새끼들을 떨쳐 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해 버린 남자였다.
그녀의 외할아버지에게서야 믿을 수 있는 부하였지만 제시카에게는 다소 무서운 후견인일 뿐이었다.
그다지 고급스럽다기보다는 평범한 소파에 앉은 제시카는 현준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꽤나 투박했다.
손님 접대를 할 마음이 없다는 듯한 집무실이었다.
“그런데 저희 이지 네버를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현준의 질문에 제시카는 집무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아는 친구가 소개해 줬어요. 꽤나 수익률도 좋고 수수료도 싼 투자 업체라구요. 더욱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의 할머니가 한국인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제시카의 피의 4분의 1은 한국인이었으니 한국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기는 합니다만. 한국에 관심이 있으신가 봅니다.”
“제 할머니가 한국분이셨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금발의 미녀인 제시카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한국인의 모습을 찾기는 어려웠다.
“언제 한 번 한국에 가 보고 싶네요.”
“편안한 마음으로 기회가 되시면 둘러보셔도 좋으실 겁니다.”
“감사해요. 이지 네버가 투자금의 한도에 제한을 두고 있던데 그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이지 네버가 일반적인 투자 회사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무슨 의미이지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페이퍼 컴퍼니 같은 것이지요.”
현준은 제시카에게 녹차라떼를 한 잔 주며 그녀의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예? 페이터 컴퍼니라면?”
제시카는 놀란 표정으로 현준을 바라보았다.
“특정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위장 투자 기업입니다. 뭐 겸사겸사 일반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만.”
“저기 그런 말씀 하셔도 되시는 건가요?”
“뭐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고 있거든요. 더욱이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금은 확실하게 보호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 자금 한도에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아. 지금 투자금을 전부 회수하시겠다면 하셔도 됩니다. 바로 되돌려 드릴 수 있으니까요.”
현준의 말에 제시카와 그의 경호원은 황당하다는 듯이 현준을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 자금을 전부 돌려줘도 상관없었다.
현준을 멍하니 바라보던 제시카는 자신의 앞에 놓인 녹차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머! 맛있네요.”
“녹차라떼입니다.”
전생에서 그녀가 한국에 와서 먹어보고 맛있어 했던 것을 떠올린 현준이었다.
그녀의 입맛에 맞는지 제시카는 현준이 타 준 녹차라떼를 홀짝이며 마셨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재벌 4세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총수 가문의 막내아들이죠.”
“아!”
눈앞의 남자가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제시카였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 비슷했다.
물론 자신은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재벌임을 몰랐을 뿐이었다.
“아! 제 소개를 했나요? 저는 제네스코 기업의 상속녀인 제시카라고 합니다.”
“제네스코라면 부동산 기업이군요.”
“예. 맞아요. 식품 쪽도 하고 있어요.”
“그런 기업의 상속녀이신 분께서 무슨 이유로 작은 투자 기업에 투자를 하시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배당금도 상당하실 텐데요.”
“훗! 투자금 안 받으시려고 무척이나 노력 중이시네요.”
“투자를 받으면 어떻게든 수익을 내서 투자가들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하니까요.”
현준의 말에 제시카는 피식 웃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남자였다.
평범한 일반인이던 자신이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되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일이었지만 제시카에게는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의 친구들은 과거처럼 자신을 대해주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전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재산을 노렸다.
하지만 현준은 자신의 재산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긴 돈이 넘쳐나니 남의 돈에 흥미가 없겠지.’
한국이라는 국가의 대기업 막내아들이라고 하니 돈은 자신만큼이나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물론 그녀만큼 재산이 없는 현준이었지만 그녀보다 더 벌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벌 수 있기는 했다.
단지 자신의 복수에 필요한 이상의 돈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이었다.
“한국에…….”
“말씀하세요.”
“제가 머물 수 있는 작은 회사 하나를 원해요.”
“한국에 이민이라도 가실 생각이신가요?”
“이민까지는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제시카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이 엄청난 재산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하긴 그때도 그런 부탁을 하긴 했지.’
전생에서 제시카는 아중 그룹의 자신과 협업을 하면서 적당한 저택과 함께 배당금이 나오는 적당한 기업을 원했다.
미국에서 가진 재산을 전부 잃더라도 한국에 정착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이다.
물론 결국 실패를 하고 비참한 말로를 겪어야 했지만 현준은 다시금 그런 부탁을 받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사연이 있으신 듯하군요. 알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닌 듯하니 의뢰를 하시겠다고 한다면 의뢰를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예? 아! 예! 한 잔만.”
어느덧 녹차라떼를 다 마신 그녀는 현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은 녹차라떼를 한 잔 더 만들어 주며 그녀에게 녹차라떼 스틱이 들어 있는 박스를 같이 가져다주었다.
“이 안에 스틱믹스가 들어가 있는데 컵에 뜨거운 물 부으시고 하나씩 타드시면 됩니다.”
“어머. 이런 게 있었네요.”
“예. 편리해서 업무 중에 생각나면 한 잔씩 마시면 좋습니다. 이건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전생에서도 꽤나 많이 선물로 줬던 현준이었다.
“이거 우리 회사에서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러고 보니 제네스코에 식품 분야도 있었군요. 아직 한국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도 제법 먹힐 겁니다.”
현준은 녹차라떼도 그렇지만 제시카가 특히나 고구마라떼를 더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다.
물론 지금은 고구마라떼를 만들어 줄 수 없었기에 녹차라떼를 준 것이다.
그렇게 현준으로부터 사업적인 도움도 받은 제시카는 현준에 대해 꽤나 호감을 가졌다.
‘뭐지? 왜 꽤나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드네. 마치 잊고 있는 기억이 있는 듯한.’
전생에서 제시카는 현준을 정확하게는 오진호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때는 제시카 그녀에게도 남편이 있었고 오진호도 세영이라는 아내가 있었다.
너무 늦게 오진호를 알아버린 것이 안타까웠던 제시카였지만 지금은 둘 다 솔로였으니 상관이 없을 터였다.
물론 현준은 제시카를 이성으로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의 그녀의 안타까운 미래에 대한 연민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 또한 세영에게 받았던 절망을 제시카 또한 받았던 것이다.
“좋아요. 투자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천만 달러 정도면 될까요?”
“그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저택은 언제 한번 한국에 방문하게 되시면 그때 지역과 규모 등을 확인하시면 되실 겁니다.”
현준은 전생에 그녀가 요구했던 부분들을 알고 있었기에 최적의 후보지 몇 곳과 앞으로 망하지 않을 몇몇 기업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수수료로 제법 챙길 수 있는 일이었으니 군대 가기 전에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기타 사항은 투자 매니저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저기.”
“예? 더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현준이 더는 할 일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의아해하자 제시카는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 저녁에 파티가 있는데 참석을 해 주시겠어요?”
“예?”
“갑작스러운 요구에 죄송합니다만 부탁 좀 드릴게요.”
제시카의 말에 현준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았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때쯤에 그녀가 그놈을 만나는 거였나?’
그 많던 재산을 다 날려 먹게 될 남편 놈을 만나게 되는 시기가 지금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현준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의 호감을 사기 위해 눈물의 똥꼬쇼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결혼을 하고 난 뒤였다.
‘이거 중매라도 서 줘야 하는 건가?’
그녀의 주위라고 해서 나쁜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 꽤나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요?”
“예. 어차피 미국에서의 일정이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 중이었으니까요.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현준이 파티 초대에 응하자 제시카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렇게 이지 네버에서 나온 제시카는 외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붙여준 경호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세요?”
“그 동양 남자 말씀이십니까?”
“예.”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아가씨의 재산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경호원에 제시카는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호원인 짐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나마 현준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는 말에 안심이 되는 제시카였다.
그렇게 내일 있을 파티가 기대되는 그녀였다.
왠지 모르게 현준에게서 자신과 같은 느낌이 들어 의지가 되는 듯한 제시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