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ycoon Wizard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주인을 무는 개 (4)
마나 배터리의 공식적인 명칭은 ‘테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터리의 명칭은 아론이 지었다.
단순히 테슬라의 줄임말이 아니라 라틴어로 땅, 대지를 의미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와 동일시 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너무 거창한 이름인 것 같기는 하지만.’
책임을 떠넘겼으니, 그에 대한 권리도 조금은 있어야지.
이름 정도는 어떻게 지어도 사실 상관없기도 하고.
[아론 머스크 ‘테라를 차량에만 사용할 생각은 없다.’] [‘테라’ 한국에서 발매 초읽기!]– 여윽시 우리 서누 행님, 아직 테슬라에서도 나오기 전에 한국에서 먼저 팔아버리는 클라스.
– 이거 충전식에다가 고유 번호 있어서 외국에서는 사용도 못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 GPS 신호까지 달려서 외국에서 활성화되면 바로 안다고 함.
└ 배터리 하나마다 고유 식별 넘버에 GPS까지 달았으면 이거 하나에 얼마란 거야?
└ 제발 기사 내용은 읽고 댓글 쓰자···
“충전 시에만 비용을 지불하고, 배터리는 무상 제공···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안될 건 또 뭡니까.”
최진우 대통령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총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대체 무슨 의도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이런 짓을 벌이는 건지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는 게 수상하니 조사를 하겠다··· 뭐, 이렇게 발표할까요? 총리 님이 직접 하시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총리의 붉어진 얼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내가 나서줘야겠다.
“총리님께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테슬라에서도 배터리는 차량 가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파손이나 분실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상당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되어 있죠. 우리 어나더 테크에서도 그와 동일한 수준의 배상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할 예정이구요.”
물론 이건 말 장난에 가깝다.
테슬라에서도 배터리 파손의 경우, 교통사고나 자연재해같이 사용자가 고의적으로 일으킨 파손이 아니라면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력 변환 장치와 마나 배터리까지 합하면 그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마나 배터리는 사실상 마법진이 훼손되지 않는 이상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설혹 마법진이 훼손되어 작동하지 않더라도 미스릴을 녹여서 다시 만들 수도 있고.
결국 따지고 보자면 총리의 말대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흠. 그렇다면 제가 보기에도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요? 총리께서는 대체 뭘 걱정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지금 국무총리는 야당의 인물이다.
여당이 아니라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인물의 측근이었던 인물이 국무총리가 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선거 전에 모종의 거래가 오갔을 것이라는 게 사람들의 추측이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사사건건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고 나서는 인물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총리에 있다는 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은 아마 슈렌이라는 물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SW공업사의 대표인 임선우 씨가 영등포에 전례없던 대저택을 짓는다는 발표에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 않자, 슈렌이라는 컴퓨터 부품의 선발매로 여론을 무마시켰었죠. 그리고 단순한 장학 재단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폭넓은 지원을 하기 시작한 어나더 재단. 게다가 이번에는 배터리의 무상 제공··· 대체 임선우 씨가 원하는 게 뭡니까? 혹시 정치권에 욕심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 늙은 아저씨는 왜 이렇게 흥분을 한 거지?
정치? 나는 정치 같은 머리 아픈 일에는 일절 관심도 없다.
저쪽 세상에 있을 때도 귀족에 임명해 준다는 권유는 많았지만, 단 한 번도 귀족이라는 타이틀을 단 적은 없다.
여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귀족이라는 족속은 정말이지 구역질을 해도 여전히 속이 매스꺼울 정도였으니까.
“···아저씨를 보니까 여기도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네요.”
“아, 아저씨?! 아저씨라니! 나는 대한민국 국무총리야!”
“저도 어나더 테크놀로지의 대표입니다. 본인이 대우를 받고 싶으셨으면 저도 ‘임선우 씨’가 아니라 ‘임선우 대표’라고 부르셨어야죠.”
“이, 이런 건방진···!”
대통령을 옆에 두고 이러는 게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 제멋대로 생각하는 총리에게는 무엇 하나도 져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나도 조금 강경하게 대응을 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최진우 대통령이 먼저 나섰다.
“두 분, 일단 진정하시죠.”
“하지만 대통령 님. 이 젊은 녀석이···!”
“총리 님, 녀석이라뇨. 말 조심 하시죠. 한국이 대체 누구 덕분에 차세대 배터리를 우선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되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까? 테슬라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도 배터리 공급에 대한 말은커녕 수출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무슨 뜻인지 모릅니까?!”
식사 내내 거슬리게 굴던 총리에게 평안한 얼굴로 대응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참 대단한 인내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 화를 내다니 뭔가 좀 쑥스럽네.
“총리 님은 이만 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는 걸로 하죠.”
명백한 축객령에 총리가 이 자리에 남아있을 명분은 사라졌다.
총리가 탈모로 휑해진 머리까지 빨갛게 물들이고 방을 나서자, 다시 평온한 얼굴이 된 대통령은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신입사원 채용은 잘 되어 갑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기회에 어나더 테크 전 직원들과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생각입니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그거··· 모처럼 좋은 소식이네요.”
아마 총리는 오늘 일로 화가 나서 야당 의원들과 뜻을 모으려고 할 거다.
대한민국 정치권이 여론을 움직여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아마 어떻게든 배터리의 문제점을 찾아내 부각 시킬 생각이겠지.
어디 한 번 찾을 수 있으면 찾아 보던가.
***
···이건 생각도 못했다.
배터리를 제공하고, 충전 시 비용만 받는 다는 걸 설마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니.
– 배터리라는 건 전기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라는 건 사용하지 않을 때도 꾸준히 방전이 되기 마련이죠. 기존 배터리의 50배 성능을 가졌다는 말은 결국 엄청난 양의 전기를 바닥에 버리는 결과를 만들 게 되는 겁니다.
– 그렇다면 배터리를 많이 공급할 수록 전력 낭비가 가속화 된다는 말씀이군요.
– 배터리를 무상으로 공급한다고 하지만, 결국 ‘테라’는 모두 테슬라의 소유입니다. 만에 하나 파손이나 분실하게 된다면 상당한 금액을 테슬라에게 배상해야 하게 될 겁니다.
와,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써먹네.
기가 막힌다.
– 그렇다면 어나더 테크에서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 아닌가요?
– 뭐, 아직은 ‘무상 공급’이라는 단어만 나온 상태이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지금까지 실컷 자기들 마음대로 떠들어 놓고, 마지막에는 더 지켜보자?
당연히 사람들은 마지막 말 따위는 기억하지 않는다.
게다가 방송에 나와서 떠들어대는 저 추측들 중에 제대로 된 게 있기나 한가?
테라는 전기로 충전되는 것도 아니고, 테슬라의 소유도 아니다.
심지어 충전해둔 채 방치하더라도 마나가 방전되는 건 더더욱 아니고.
‘뭐, 전력 변환기에 연결한 채로 두면 방전이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방송에 나와서 자기들 멋대로 엉터리로 추측한 내용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은 믿겠지.
답답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딱히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
[어나더 테크놀로지 공식 사이트에서 테라 신청 개시] [배터리 무상 보급, 시민들의 반응은 ‘글쎄?’]“생각보다 신청 인원이 많지는 않습니다.”
“네··· 이번에 신설한 배터리 관리과에서 잔뜩 긴장했던데, 왠지 김빠지네요.”
어나더 테크의 임직원 회의에 온 이들도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궁금하긴 하겠지.
배터리는 정말 테슬라의 소유인 건지, 배상금은 얼마나 책정하게 될 건지.
“무상 보급 신청은 앞으로 일주일 간만 받고, 그 뒤부턴 보증금을 받을 겁니다.”
“대표님, 휴대기기 업체들에게서 문의가 제법 들어오고 있습니다. 소형 제품이나 대량 발주에 대한 건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
“소형 배터리는 추후 제작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표준 사이즈만 제작합니다. 그리고 당분간 업체의 협업 요청은 보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유는 여기 있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죠.”
그 사이에 꽤 많은 분량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미스릴은 그리 넉넉하게 생산되지 못했고, 당연히 테라의 재고 역시 넉넉하지 않다.
지금 홈페이지에서 테라의 보급 신청을 받는 것도 모두에게 나눠주는 게 아니라, 신청자에 한해 ‘추첨’을 할 예정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그렇고 실제로는 아라가 신청자들 중에서 전기료가 부담스러운 집을 고를 예정이긴 했지만.
‘IBM에서 빨리 양자 컴퓨터를 완성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수용 회장과 카밀라 회장이 손을 잡고 최선을 다해 노력중이라는 건 알지만, 조금 더 분발해줬으면 싶다.
아라가 1만 큐빗 이상의 양자 컴퓨터를 제어하기 시작하면 미스릴 생산량이 지금보다 몇 배는 늘어날 테니까.
“대표님, 티타늄 합금의 가격 때문에 데카 랩에 공급하던 부품 가격을 부득이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수는 한 번 가격을 올리면 내리기가 힘들 겁니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은 현 상황을 유지했으면 하는데요. 가능할까요?”
어차피 처음부터 이득을 바라고 만들기 시작한 건 아니고, 지금도 회사 매출은 충분하다.
지금 의수 부품 가격을 올리면 티타늄 가격이 다시 안정화 된 후에도 가격을 내리기가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이건 소모품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물건인데, 기존 보다 가격이 낮아지면 그 전에 샀던 사람들의 불만이 생겨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는 부자들을 대상으로 맞춤 제작만 했지만, 상당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의수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규격화한 지금은 가격대가 많이 낮아져서 부자가 아니더라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회사의 이익보다는 최대한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아슬아슬하지만··· 네, 가능합니다.”
희토류도, 티타늄도 공급 안정화까지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
중국 국가안전부와 인텔의 DCG 사이에 오간 모종의 거래.
그 둘 사이에 정확하게 어떤 내용의 거래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건 목표가 나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보려고 아라까지 동원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제가 직접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상당히 위험할 거야.”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온라인으로만 알아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접선 루트를 알지 못하면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서이환의 말처럼 정말 기요국이라는 곳 지하에서 종이 문서로만 보관을 한다면 말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예전 소속 요원이라도 거길 들어가는 게 과연 가능할까?
믿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서 자신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그에 맞는 장비가 있어야겠지.”
이걸 만들긴 했는데, 과연 서이환을 믿어도 될까?
어차피 복종 마법진이 새겨진 이상 서이환이 날 배신할까 걱정하는 게 아니다.
‘만약 잡혀서 이걸 빼앗기게 되면···.’
이 물건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꽤 많이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지금까지 오게 된 거지만.
중국과 인텔을 동시에 압박하려면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게 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테이블 위에 올려둔 건 양피지로 만들어진 스크롤 하나와 커다란 알사탕 크기의 유리 구슬 하나.
하나는 들어갈 때, 하나는 나올 때 사용해야 하는 물건.
“사용법은 간단해. 유리 구슬은 삼키면 되고, 스크롤은 찢으면 된다. ···구슬을 삼키면 정확히 30분 간, 아무도 너를 볼 수 없게 될 거야. 그리고 스크롤은 찢는 순간, 너를 이곳으로 데려다 줄 거고.”
어떻게 보더라도 마법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만에 하나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면 꽤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게 될 수도 있다.
“···제 목숨을 걸고, 반드시 증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목숨을 뭐 이렇게 매번 거는 건지.
“실패하더라도, 돌아오기나 해라.”
“···네, 마스터.”
만에 하나라도 서이환이 잡히면 그게 더 문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