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03
화
꼭 12시간은 아니고 열여섯 시간 간격으로 창고를 개방하는 거야. 그렇게 되어 있어. 그리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확인을 했어.
이건 획기적이었지. 서로 다른 듀풀렉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경우에는 동시에 창고를 개방하는 것이 가능해. 이거 재미 있지? 그러니까 굳이 듀풀렉을 쌍으로 만들어서 서로 나누어 쓸 필요가 없는 거야. 내가 잘못 만든 거지. 그렇게 된 것은 이전에는 그러니까 제여넌의 세상에선 공간을 이리저리 불러서 이용하는 개념이었어. 그런데 여기선 그냥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생기는 개념이야. 이건 완전히 다른 거지. 공간을 누가 끌고 가서 쓰고 있으면 그걸 불러와서 쓰기 어렵고 억지로 불러오면 저 쪽에선 공간이 닫혀 버리는 현상이 생기는데 여기선 아닌 거지.
입구가 겹치는 문제만 해결이 되면 문제가 아닌 거야.
그리고 입구가 겹치는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는데 입구의 넓이와 모양은 사용자의 의지로 조절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육면체의 바닥과 천장을 제와한 네 개의 면에 각각 번호를 붙이고 그 중에 하나씩을 사용하면 되거든. 거기에 입구가 생긴다는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듀풀렉으로 창고 공간을 떠올리고 그 중에서 내가 선택한 면에 입구가 생긴다는 의지를 넣으면 거기 입구가 생겨. 그러니 입구가 겹치는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지.
아, 무인으로 작동하는 듀풀렉 세이브? 그건 원래부터 정해진 입구가 있어. 변하지도 않고 딱 거기 고정된 거지. 그건 우리가 피하면 되는 거야.
“남편, 우리 무슨 지렁이 같아.”
“응? 지렁이?”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지?
“몰라? 지렁이?”
“아니, 지렁이는 아는데 그게 우리 포포니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을 한 거지. 전혀 닮지도 않았고 또 연관도 없잖아.”
나는 엉뚱한 포포니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봐봐. 남편!”
그런 내게 포포니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무더기 무더기 흙더미가 쌓여 있다.
“저게 뭐?”
“히잉,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는 저렇게 흙이 쌓여. 꼭 지렁이가 응가를 해 놓은 것 같잖아.”
포포니가 울상을 지으면서 하는 말이 이렇다.
하긴, 내가 창고에 들어가서 열심히 흙을 파내고 나오면 그걸 꺼내서 쌓는 건 포포니가 한다. 뭐 내가 해도 되지만 그래도 포포니도 뭔가 할 일을 주기 위해서 시킨 거다.
그런데 쌓아도 꼭 뭔가 떠오르는 모양을 만들어 놓고 좋아하던 포포니가 결국 그 뭔가 하는 것의 정체를 깨달은 모양이다. 한동안 쌓던 흙무지에서 지렁이 응가가 떠오른 모양이다.
하긴 생긴 것도 닮은 데다가 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사냥터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흙더미를 만들어 놓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할만도 하다.
하지만 정작 포포니가 투정을 부린 진짜 이유는 다른 거다. 그걸 알아차려야 좋은 남편이 되는 거다.
“집에 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우리 포포니 투정 부리는 것을 보니 말이야.”
“응응, 이제 날 저물어. 그만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그래. 그럼. 어디 좋은 자리를 찾아보자. 듀풀렉 포인트 설치 할 곳을 찾아야지.”
“응응. 나 아까 저기서 봐뒀어. 남편 일하는 동안에 저기 괜찮은 곳을 알아 뒀지. 흠흠.”
포포니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난 그걸 보고 곧바로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런데 포포니 얼굴에 불만의 표정이 떠오르는 것 같다. 곧바로 쓰담쓰담으로 바꾼다.
“헤에.”
역시나.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포포니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역시나 바위 절벽이 있는 으슥한 곳이다. 거길 강기를 두른 칼로 적당히 잘라내고 그 안에 듀풀렉 포인트를 설치한다.
듀풀렉 포인트는 듀풀렉 세이브의 이동형이다.
이게 필요한 이유는 이런 거다. 일단 시간에 맞춰서 창고를 열고 우리 둘 모두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 집의 지하실에 있는 듀풀렉 세이브가 시간이 되었으니 창고를 개방한다. 그럼 우리는 그 입구로 나간다.
짜안,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을 하게 되는 거다.
집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우리는 창고를 열고 들어간다. 이번에는 우리가 절벽 안에 숨겨서 설치한 듀풀렉 포인트가 입구를 개방한다. 그곳으로 나가면 우리는 다시 원래 있던 듀풀렉 포인트가 있던 곳에 도착하게 된다.
우아아아아. 멋지지. 멋지지? 이건 정말 획기적인 거라니까? 이거 발표되면 우린 그냥 떼부자가 되는 거야. 아주 죽여주는 거지. 듀풀렉 포인트만 적당한 곳에 설치를 해 두면 우리는 어디든 한 번에 이동을 할 수 있게 된 거야. 이건 정말 놀라워.
아마 내 예상이지만 듀풀렉 포인트를 모성에 가져다 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 부부는 모성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을지 몰라.
게이트를 넘어 온 사람은 절대로 모성으로 가지 못한다는 불문율이 깨어지게 된다는 거지.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데블 플레인에서 모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거야. 아무렴.
하지만 지금은 정작 이 위대한 발명품을 야외에서 노숙을 피하기 위한 도구로 쓰고 있을 뿐이야. 왜? 그걸 몰라서 물어? 이걸 알려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개뿔, 이런 거는 내가 힘이 빵빵하게 있어서 어떤 놈도 빼앗을 수 없을 때까지는 무조건 비밀인 거야. 알아? 뭣도 모르는 놈이 자랑질 하다가 어디 묻혀서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렇게 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크크크.
뭐 사실은 그것 때문에 지금 사는 집도 조금 불안해서 이젠 좀 괜찮은 곳으로 이사를 갈까 생각을 하고 있어.
일단 외부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곳일 필요가 있는 거지. 그래서 이참에 이알-게이트 본부에 거처를 정할까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그건 또 너무 유동인구가 많아서 보류중이야.
내 편이 많은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비밀을 지키기엔 내 편도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 그래서 고민중이지.
듀풀렉 세이브를 안전하게 설치할 곳이 어디 없을까 하고 말이야.
이거 장인장모 집에다 설치하면 딱이지 싶은데, 아직도 나는 장인이 무섭다. 포포니도 아직은 집에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민만 하고 지하실을 그냥 이용하는 중이야. 뭐 아직은 문제없고 또 사람들이 봐도 창고 열고 드나드는 것만 보이지 않으면 무슨 장식품 같이 보이니까. 당분간 그대로 가는 거지.
아, 그 이야기도 빼 놓았다. 포포니와 함께 교육용 코어 수집 여행을 두 번이나 더 갔다 왔다는 이야기 말이다.
응? 왜 안했냐고? 그거야 주변에 있는 몬스터 잡는 일이라서 그냥 지나는 길에 잡고 코어 만든 거라서 그렇지.
어린 나이에 배울 기술이 뭐 대단할 것 있겠어? 다 기초에 들어가는 거지. 그거 두 개를 더 만들어서 이제 세 개가 되어 있는 거야.
참 일이 많기도 했다. 그지? 그래봐야 제6 임시 거점 건설하고 돌아와서 세 달도 안 된 거 같은데 말이지.
“마눌! 우리 오늘은 뭐 먹어?”
“흥, 포포니 지렁이 만들고 뭐가 먹고 싶기는 해요?”
마눌이 왜 저기압일까? 무슨 일이 있나? 으음. 그러고 보니까 요즘 내가 창고에 드나들어 피곤하다고 남편의 의무를 등한시 한 면이 있구나. 흐음. 그래서 아까도 쓰담쓰담 해 주는 거에 얼굴이 폈던 거구만? 이거 참, 이럼 안 될 일이지.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의 평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포포니에게 콱 깨물어 달라고 해야겠다. 아주 심하게 깨물어 달래야지. 아주 꽈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