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98
화
“자, 그럼 여기 설치를 하겠습니다. 음. 게이트를 나오는 사람들은 이곳 여기에 도착을 하도록 하고, 그리고 게이트로 들어가는 사람도 여기서 이렇게 들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게이트가 열리는 자리를 지정하고 이크아니에게 물었다.
“좋아요. 상관없어요. 으음. 의식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도 않을 것 같으니 괜찮아요.”
“자, 그럼 여기 설치를 하겠습니다. 대신에 나중에 여기 작은 집이라도 지어서 비바람은 피하게 해 주십시오. 여기에서 게이트를 열고 닫는 사람이 일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음,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나는 이크나이의 말을 들으면서 포포니가 가지고 온 듀풀렉을 설치했다.
사실 듀풀렉은 팔찌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번에 가지고 온 듀풀렉의 크기도 그리 크지 않다. 그래도 가로세로높이 30센치 크기의 상자 형태로 작은 크기는 아니다. 뭔가 받침대를 놓고 올려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일단 가방 허브 지기에서 탁자 하나를 꺼내서 그 위에 듀풀렉을 올렸다.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탁자에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이제 더 놀라운 것을 보게 될 텐데 이걸 가지고 일일이 설명을 하고 어쩌고 할 틈도 없다.
“포포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게이트 열어 줘. 어떻게 하는지 알지?”
“웅. 남편. 여기 코어 넣고 이거 돌리면 되잖아.”
포포니가 듀풀렉 게이트의 활성화 방법을 흉내로 재현해 보인다.
“그래. 맞아. 그럼 가서 장모님 모시고 와야겠네. 그런데 장인어른도 오시는 거 아닐까?”
“웅. 오실 거야. 기다리고 계셔. 엄마랑 같이 있어.”
“그래, 알았어. 그럼 나 허브 기지로 간다. 텀덤이에게 연락해서 출구 열어 달라고 해.”
“알았어 남편. 갔다 와!”
포포니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면서 나는 허브 기지로 들어갔고, 거기서 텀덤이 열어주는 통로로 장모님 앞으로 나갔다.
“커엄 왔는가?”
먼저 반기는 사람은 장인어른이다. 그리고 장모님과 텀덤, 마샤, 리샤가 모두 모여 있다. 거기에 포폰 처남과 포포리 처제도 장모님 뒤에서 눈빛을 빛내고 있다.
이미 듀풀렉 게이트로 거점 도시로 나들이도 한 번 갔다 왔으면서 또 뭐가 저렇게 궁금한지 모를 일이다.
“잠시만요. 일단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보고 잘 되었으면 곧바로 물의 일족 마을로 게이트를 열겠습니다. 그런데 마을의 다른 전사들은 함께 안 가십니까?”
“응? 왜? 거기 무슨 싸움이라도 났나? 괴물들이 습격이라도 했어?”
장인께서 물으신다.
“아닙니다. 별 일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두 마을이 교류를 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설마 지금 설치한 그것도 또 가지고 갈 건가?”
허억, 장모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전에 듀풀렉 게이트를 모라산 마을 개척을 위해서 가지고 갔는데 그게 무척 섭섭하셨던 모양이다.
“아, 아닙니다. 여기하고 물의 일족 마을 간에 설치된 이건 그냥 둘 겁니다. 그래야 두 마을 간에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요.”
나는 급히 변론을 한다. 여기서 이것도 맛보기로 내 놓은 거라고 했다가는 내 처가살이 정말 꼬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렴.
“그럼 전사들이야 필요할 쉬엄쉬엄 오가면 될 일이지. 일단은 우리가 먼저 가 보도록 하지.”
장인께서 그렇게 나를 재촉하신다. 일단 텀덤이 설치를 제대로 해 뒀으니 작동만 시키면 될 일이다. 물론 저 쪽에 포포니도 호응을 해 줘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에 생긴 통로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듀풀렉 게이트가 있는 창고는 속이 꽉 찬 상태기 때문이다. 들어가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서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에 바로 붙여서 다른 입구를 만들면 서로 연결이 되어서 이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자 다 되었습니다.”
나는 포포니가 그 쪽 입구를 열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게이트가 연결 되었음을 알렸다.
“커엄. 그럼 어디.”
말릴 틈도 없이 장인께서 게이트로 들어가신다.
“쯧쯔. 어째 점점 아이같아지는지.”
그 뒤를 장모님이 유유자적 걸어 들어가시고, 포포리와 포폰이 쪼르르 따라간다.
“텀덤하고 마샤는 여기 남아서 고생을 좀 더 해야겠다.”
“에이, 형님도 고생은 무슨 고생입니까? 여기 있으니까 아주 좋습니다. 수련도 하고, 마샤와 함께 소풍도 다니고. 윽.”
그래 그런 소린 왜 해서 마샤에게 꼬집히냐?
“그런데 리샤는? 함께 갈까?”
“아니요. 전 마샤에게 배울 것이 많아요. 에스폴이 되었지만 에스폴이 배워야 할 것을 모두 배우진 못했어요. 아주 바빠요. 빨리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어서 배우자를 찾아 떠나고 싶은 거겠지.”
“아, 아니.”
마샤의 말에 리샤는 우물쭈물 말을 못한다. 정말 그런 생각인 모양이다.
사실 에스폴들이 따로 떨어져서 여기저기 방랑을 하는 이유가 그러란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짝을 만나기 전까지는 외모가 매우 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게 떠돌면서 여러 인연을 만나봐야 그 중에 평생의 짝이 될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에스폴은 여행을 많이 하고 또 사람들과 많이 사귀는 편이란다.
그러니 연합의 헌터들과도 가장 교류가 많은 종족이 에스폴이 된 것이다.
사실 연합의 요청을 받고 또 일을 해 주는 선주민은 그리 많지 않은데 에스폴들을 꽤나 연합과 교류가 많은 편이다. 그게 다 에스폴이 사교적인 탓이다. 그리고 그 사교성이란 것은 배우자를 찾으려는 애처로운 노력의 산물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리샤가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다니 다행이긴 하다. 모성에서 겪은 일 때문에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굴리야가 리샤가 되면서부터는 완전히 에스폴로 다시 태어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어쨌거나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니 좋은 일이다.
“뭐 그럼 수고해. 나는 빨리 가야해서. 늦게 가면 또 무슨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라서 말이지. 그런데 우리 장인 오늘도 수련을 해야 한다고 사람 잡는 건 아닐까 몰라.”
나는 고개를 흔들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꺄하하하.”
“호호호호. 우아아아. #$%$#^&&$#$%^#$#%#@@@$%$#%$#$……”
이 이건 또 무슨 일이냐?
나는 게이트를 통해서 물의 일족 마을로 오자마다 정신 줄을 놓고 말았다.
아니 장모님과 이크아니 둘이서 서로 양 손을 잡고 뭐라고 떠들고 있는데 그 내용은 전혀 모르겠다. 다만 그 폭풍같은 수다에 넋이 나갔을 뿐이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우웅. 엄마랑 이크아니 님이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저렇게….”
포포니도 충격을 먹은 건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
시선을 돌려 장인어른을 찾아보니 장인은 이미 어디론가 가고 없다.
“언니 무서워.”
“누나!”
포포리 처제와 포폰 처남이 포포니 곁으로 와서 슬쩍 매달린다.
물의 일족 마을의 사람들도 적응이 되지 않는지 얼이 빠진 얼굴로 두 프락칸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마눌?”
“응? 남편.”
“저녁 먹을 준비하자. 배고프겠다. 장모님도 저렇게 떠드시다보면 배가 많이 고프실 거야.”
“우웅. 근데 우리 어디로 가지?”
“저기 이리로 오십시오. 좀처럼 손님이 오시지 않는 마을이지만 그래도 손님을 위한 집이 있습니다. 이리로.”
포포니의 물음에 답을 한 것은 이크아니 님을 근접 수행하던 전사였다.
“네. 고맙습니다. 저는 세이커라고 합니다. 이쪽은 포포니, 그리고 처제 포포리, 처남 포폰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대지의 일족 옴파롱 울룰루의 첫째 아들과 대지의 일족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지요. 참, 저는 물의 일족 수와젠입니다.”
“네. 수와젠 반가워요. 인사가 늦었네요.”
“하하하. 오늘은 정말 정신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날이지요. 그 대단함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도 없지만 그저 가슴이 쿵쿵쿵쿵 뛰는 겁니다. 하하하.”
수와젠은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그는 오늘이 물의 일족에게 큰 전환점이 되는 날임을 아는 것 같다. 아니 일종의 예감 같은 것을 느낀 모양이라고 할까? 그의 웃는 얼굴이 머릿속에 깊이 파고든다. 시원한 웃음이다.
수와젠이 우리를 손님용 건물로 데리고 왔을 때, 거긴 장인 어른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장인어른?”
“커엄. 빨리빨리 오지 않고. 포포니는 들어가서 저녁 준비를 하고 포포리도 도와라. 그리고 포폰은 말썽 피우지 말고 내 곁에 붙어 있고, 사위는….”
“네? 저는요?”
“수련해야지. 준비하게.”
“자, 장인어른!”
“응? 왜? 뭐? 어째?”
“아, 아닙니다. 주, 준비 되었습니다.”
그래 내가 뭔 준비가 필요하겠어? 그냥 지금부터 죽도록 맞는 일만 남은 건데. 커허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