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30
화
포포니의 웅얼거림을 듣지 못한 것일까? 프락칸들은 아무 말도 없이 우리를 데리고 호숫가로 향했다.
굵은 기둥들 위에 집들이 있으니 우리는 계속해서 기둥들 사이를 걸어서 호숫가로 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보통 기둥보다 몇 배는 두꺼운 기둥이 있고, 그 기둥 위에는 또 그만큼 큰 둥지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당연히 그 둥지가 있는 높이도 다른 바람의 일족이 사는 집들 보다는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손님을 저 위로 올라가게 하는 건 좀 힘들 것 같으니 우리 거처로 가는 것이 좋겠어요. 언니.”
“음. 그렇게 해야겠지.”
거우거우미가 가우가우미 프락칸에게 언니라 부르더니 우리를 호수 안쪽 수상 마을로 이어지는 나무다리로 데리고 갔다.
이건 이크아니 프락칸이 있는 수상 마을에서 봤던 거라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다리를 건너서 처음 닿은 곳이 곧바로 물의 프락칸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곳에 물의 구슬이 놓여 있었기에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우와, 물의 구슬이로군요. 크기나 밝기가 좋은데요?”
나는 물의 구슬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올렸다. 자클롭 부족장을 잡아서 새로운 구슬을 얻기 전까지 이크아니 프락칸의 마을에 있었던 그 물의 구슬 보다는 훨씬 더 좋은 것 같았다. 아니 자클롭 부족장을 데드존에서 죽여서 물의 구슬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도 여기 있는 물의 구슬보다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이곳에 있는 물의 구슬은 굉장해 보였다.
“우리 마을의 자랑이죠. 아주 좋은 물의 구슬인데…..”
거우거우미가 말을 하다가 말았다.
“왜요?”
“동생은 물의 구슬을 새로 만들 수가 없어서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거예요. 이전에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에 물의 프락칸이 물로 돌아갔죠. 그런데 그 때 후계자로 키워지고 있던 거우거우미가 물의 구슬을 만드는 것을 모두 배우지 못했어요. 그 때문에 괴로워 하는 거에요.”
“그럼 다른 물의 프락칸에게 배우면 되지 않나요?”
“그래서 어떻게든 산맥 너머로 프락칸을 보내서 배워오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까지 세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를 하고 말았어요.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죠.”
거우거우미 프락칸이 조용조용 설명을 해 준다.
하긴 산맥을 넘어서 다른 물의 일족을 찾아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
“괴물들은 우리 프락칸에게 아주 민감해요. 그래서 마을을 벗어난 프락칸들은 굉장히 위험하죠. 그래서 마을을 나서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에요. 특히 저 하늘에 있는 괴수는 정말 무섭죠. 마을만 벗어나면 곧바로 알아차리고 공격을 하니까요.”
“하늘에 있는 괴수요?”
“네. 평소엔 보이지도 않지만 프락칸들이 마을을 벗어나면 알아차리고 모습을 보여요. 그 때문에 이젠 프락칸들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말았죠.”
일종의 고립인 모양이다.
“그 때문에 다른 마을을 건설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도리어 작은 마을들이 모두 파괴되고 밀려버렸죠. 그래서 우리들에게 배우는 프락칸들이 생긴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프락칸들은 망해버린 마을에서 온 프락칸들이란 소린가? 그럼 이곳에서 가르친 프락칸 후보들은 프락카이 된 후에 산맥을 넘으려고 하다가 죽었겠군.
그러다가 하늘에 있다는 괴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부터는 완전 고립되어 살고 있는 거고.
“강력한 전사들이 있어서 그래도 정화 의식을 자주 할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죠. 우리 마을은 아직도 든든하게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가우가우미가 조금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봐야 측은해 보일 뿐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정한 상황이 아닌가.
뭐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라. 이제 우리 부부가 이곳에 도착을 했으니 그야말로 당신들에겐 복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온 셈이라고 할까?
“자자, 그만 떠들고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자자, 다들 거기 앉아요. 손님들도 앉고.”
가우가우미가 물의 구슬이 있는 대청 바닥에 자리를 잡고 모두를 앉게 한다.
“우리가 이 마을의 프락칸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마음대로 모든 일을 하지는 않아요. 우리들 일곱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서로 의논해서 다수결의 투표를 하죠. 그래서 마을 일을 결정하고 그것을 어얼스가 처리를 해요. 어얼스는 마을의 대지의 일족 대표거든요. 명목상이지만 그렇게 대지와 물과 바람의 일족들이 화합해서 일처리를 하는 거죠.”
거우거우미가 프락칸들과 함께 원형으로 자리를 잡고 앉은 나와 포포니에게 그렇게 다시 설명을 해 준다.
뭐 어차피 가우가우미, 거우거우미 두 프락칸의 입김이 강하겠지만 그래도 다수결이라고 하니 모양은 좋게 보인다. 속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커엄. 음. 제가 성격 탓인지 말을 여러가지로 꾸미고 하는 것을 못합니다. 그러니 곧바로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쪽 끝, 해안가에 물의 일족이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곳의 프락칸은 이크아니 프락칸으로 한 명의 예비 프락칸을 교육 시키고 있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우리 대지의 일족과 함께 그 근처에 있는 문어 괴수를 사냥하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물고기 괴수 사냥에도 성공을 했지요.”
“오오, 괴수 사냥을 했다는 거군. 대단해.”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군. 괴수를 사냥하다니.”
“약한 괴수라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지. 엄청나군.”
내가 괴수를 사냥했다는 말에 프락칸들이 조금 놀란 듯이 옆 사람과 웅성거린다.
나는 잠시 그들이 떠들도록 두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새로운 물고기 괴수 사냥이 끝나고 그 괴수를 이용해서 물의 구슬을 만들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니요? 물의 구슬을 만드는 방법을 그 프락칸도 모르는 건가요?”
“아닙니다. 괴수 사냥 바로 전에도 자클롭이라는 커다란 게를 잡아서 물의 구슬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때에 만들어진 물의 구슬이 저기 있는 저 구슬 보다 조금 더 상위의 것입니다. 물론 그걸 만드느라 이크아니 프락칸께서 고생을 하긴 하셨지만 어쨌거나 성공을 하셨죠. 그런데 이 괴수로 구슬을 만드는 것은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째서지요? 왜 물의 구슬을 만들지 못하는…. 아, 혹시 그 괴수가 지닌 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건가요?”
거우거우미가 따지듯이 물어 보다가 스스로 답을 찾아 내었다.
“맞습니다. 이크아니 프락칸께서 적어도 물의 프락칸이 넷에서 다섯은 모여야 그것을 물의 구슬로 만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말도 안 되요. 아무리 괴수라도 그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우가우미가 듣고 있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잠깐만, 놀라지 마십시오. 여기에 몬스터 사체 하나를 꺼내 놓겠습니다. 일단 그걸 보시지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 마을로 오기 전에 하늘호수라고 생각되는 이 호수 근처에서 잡은 몬스터 한 마리의 사체를 꺼내 놓았다. 물론 그 사체는 데드존에서 죽은 것이다.
“아, 이건 갈퀴손 소라게로군요.”
거우거우미가 몬스터의 정체를 바로 알아봤다. 포포니와 내가 생각하기에 남색 등급의 몬스터로 호숫가에 많이 있는 녀석들이다.
“이건 이 마을로 오는 길에 잡은 녀석입니다. 그럼 이 녀석이 지니고 있는 기운을 조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거우거우미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거우거우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사체에 손을 대고는 기운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우거우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몇 번이고 다시 확인을 한다. 그러자 다른 프락칸들도 몬스터 사체에 다가가 확인을 시작했다.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어떻게 이 괴물이 이런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을 수가 있죠? 이건 혼자서 세 마리 정도의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일반적은 갈퀴손 소라게는 아닌 것 같구요.”
“하지만 딱 봐도 그냥 갈퀴손 소라게인데요?”
“그러니까 이상한 거죠.”
“맞아요. 이상하죠. 그러니까 손님께서 우리에게 확인을 하라고 했겠죠. 그렇지 않은가요? 세이커 님?”
거우거우미가 그렇게 정리를 하고는 우리 부부를 바라본다.
다른 프락칸 역시 본래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서 내 대답을 기다린다.
“맞습니다. 그 몬스터 사체가 그렇게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죽기 전에 이 세상과 단절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이 아닌 곳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기운이 본래 돌아가야 할 상위 코어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묶여 버린 거죠.”
“잠깐, 그렇다는 말은 괴수를 잡을 때에도 그렇게 해서 잡았다는 말인가요? 그래서 그 괴수가 이것처럼 그렇게 강력한 기운을 품게 되었고, 그래서 한 사람의 프락칸으론 도저히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는 건가요?”
거우거우미가 상황을 제대로 이해를 한 모양이다. 똑똑한데?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내와 함께 물의 일족 프락칸을 찾아서 먼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한 마을은 제 동생이 찾아가서 프락칸의 협조 허락을 받았습니다.”
“대단하군요. 굉장한 일이에요. 그럼 그 물고기 괴수라는 것으로 넷, 혹은 다섯 개의 물의 구슬을 만들 수 있겠군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의 구슬을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는지는….”
“그럴 수 있다고 전대 프락칸께서 말씀하셨어요. 강한 기운을 품고 있는 괴수의 사체를 가지고 두 개의 물의 구슬을 한꺼번에 만들었던 적이 있다고 하셨죠. 그러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정말 대단한 일이죠.”
그래 그런 것 같은데 어째 너무 흥분하는 거 아닌가 몰라.
“하지만 동생아, 너는 마을을 벗어날 수가 없어. 만약 나간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가우가우미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거우거우미를 본다.
“아니. 괜찮아. 이번에는 내가 가야지. 그 어린 아이들이 죽을 때에도 내가 이 마을의 프락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아이들을 보냈었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갈 거야. 내 뒤를 이어 줄 프락칸이 셋이나 있어. 이젠 내 차례야.”
뭐여? 죽을 각오를 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만드는 이건 또 뭐냐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보고 이야기를 해도 해야지 왜 자기들 마음대로 저러고 있는 거냐고.
파파팟!
“아앗!”
그 순간 뭔가 푸른색의 빛이 가우가우미를 향해서 날아들었고, 포포니와 나는 급하게 그 푸른빛을 막아섰다.
포포니의 검이 가우가우미의 앞을 가로막고 그 앞을 데드존의 입구가 열렸다.
키킷?
그리고 그 입구 안으로 그것이 빨려 들어갔다.
“틸라피!!”
가우가우미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어? 이거 뭔가 일이 잘못된 걸까? 공격이 아니었던 거여? 다들 눈이 똥그랗게 되어서 놀란 표정인데 그게 우릴 부부를 보고 있다.
“틸라피, 틸라피는 어디로 간 거죠? 네? 주, 죽은 건가요?”
가우가우미가 벌떡 일어나서 포포니에게 매달리며 묻는다.
우와, 이거 정말 실수한 모양이다.
나는 확인할 것도 없이 곧바로 데드존에 들어간 그 파란색의 뭔가를 꺼내 놓았다. 갈퀴손 소라게 몬스터의 옆에다가.
“아아, 틸라피!!”
거우거우미가 다시 나타난 그것에게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죽지는 않았겠지? 그, 그래야 할 텐데. 나와 포포니는 서로 바짝 붙어 서서 우리가 친 사고가 어떻게 진행이 되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 일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