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281
화
어떻게 되었을까? 24시간을 줬는데 그 사이에 모성에 연락이나 할 수 있었을까?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통신도 되지 않는다. 데블 플레인이 광활한 우주 공간 어디에 있는지 위치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통신을 할까? 당연히 통신도 플레인 게이트가 열려야 가능한 것이다. 플레인 게이트를 통한 정보의 전달, 마치 저장을 해 둔 것처럼 통신을 묶어 두었다가 플레인 게이트가 열리면 그곳으로 가야할 통신들을 보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고다비 그랜드 마스터에게 24시간 안에 내가 먼저 1급 행성에 몬스터로 공격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그게 모성에 제대로 전달이 되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안 그러면 모성은 연락도 못 받은 상태에서 1급 행성에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다.
“우우. 남편 이렇게 해도 될까? 사람들 많이 다칠 텐데?”
“그래서 사람들 안 사는 곳에다가 일단 풀어 놓기로 한 거잖아. 여기가 1급 행성인 이유는 워낙 자연이 깨끗하게 보존이 되어서 그런 곳이야. 여긴 여행 목적으로 와도 오염을 시키면 안 되는 곳이지.”
“응 전에 이야기 했었어. 그래서 사람도 거의 안 산다고 했지?”
“플레인 게이트가 있는 도시만 빼곤 거의 개발을 안 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여기 몬스터 풀어 놨다가 그녀석이 여기서 자리 잡고 살면 어떻게 해?”
포포니는 그게 걱정인 모양이다. 하지만 모성이 그런 꼴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프리야 행성은 정말 귀하게 아끼는 행성으로 알고 있다. 뜬소문으론 모성의 권력자들이 간혹 휴가를 온다는 소리도 있을 정도다. 뭐 그거야 믿거나 말거나 하는 소문이지만 말이다.
사실 예비 행성을 따로 준비해 두고 있다는 소리도 있을 정도니까 뭐 1급 행성이라도 모성의 권력자들이나 부자들이 올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식민 행성들 중에선 제법 유명한 곳이니 이런 곳에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건 그냥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닌 거다.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하고 또 공식적으로 해명도 해야 할 일이 될 것이다.
“이쯤이면 될까?”
“웅웅. 여긴 사람들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포포니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몬스터를 풀어 놓을 장소로 정하고 나니 마음이 놓이는지 흔쾌히 동의한다.
“포포니.”
“웅?”
내가 포포니를 부르는데 그 목소리가 굳어 있자 포포니는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런 포포니의 눈동자에 의혹과 함께 망설임과 걱정이 들어 있다.
“알지?”
“우웅, 몰라.”
“그래. 몰라도 이제 내가 설명을 해 줄게. 난 이제부터 전쟁을 하는 거야. 이건 어쩌면 내가 질 수도 있는 전쟁이야. 그런데 하지 않을 수도 없겠어. 그냥 피해서 남모르는 곳에서 살 수도 있는데 그러자면 포포니의 고향을 떠나야 하고, 또 가족들가 헤어지지 않으려면 가족들도 고향을 떠나서 처음 보는 곳에서 살아야 할 거야. 그러다가 또 모성에게 들키면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서 살아야 하고 말이야. 그래 계속 그렇게 피해서 살 수도 있을지 몰라. 우리에겐 듀풀렉 게이트가 있으니까 말이야. 계속 만들어서 모성도 모르는 또 다른 별을 발견해서 살면 될지도 모르지. 그런데 포포니.”
“으응?”
“난 그렇게 도망다니며 살기가 싫어. 그래서 싸우려는 거야. 놈들이 내가 가진 것을 탐낼 거고 또 빼앗으려고 들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야.”
“알아.”
“사람도 다치고 죽고 할 거야. 나 때문이기도 하지.”
“그럴 거야. 알아. 사람하고 사람하고 싸우는 거니까.”
“포포니에게 미안해.”
“아니야. 남편. 난 남편 아내니까 괜찮아. 나도 남편이랑 같이 싸울 거니까. 전에도 사람들이랑 싸웠고, 또 사람들 죽였었어. 그래도 난 괜찮았어. 적은 죽여야 하는 거야.”
“그래도 미안해. 포포니. 나는 포포니가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그런데 어쩌면 그럴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 주지 않고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어. 그래서 미안해.”
“남편, 포포니는 전사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전사 포포니는 남편 아내니까 무조건 남편 편에 서 있을 거야. 응. 그럴 거야.”
포포니가 나를 보며 굳은 눈빛을 보낸다. 아, 이런 여인을 데리고 전쟁을 시작하는 나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도대체 이 싸움에서 내가 뭘 얻고 뭘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시작도 하기 전에 후회를 떠올리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데드존에 넣어 두었던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를 프리야 행성의 숲속에 풀어 놓았다.
헌터들은 저 몬스터의 외형을 따라서 아르마딜로라고 부른다.
그런 이름을 가진 동물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그 외갑의 방어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며 크기도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 중에서 수위에 속하는 놈이다.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길이가 자그마치 30미터가 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프리야 행성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쿠오오오오오.
“엇? 포포니 저 놈이 소리도 냈던가?”
“아니. 남편 저거 소리 낸 적은 없는데. 아주 작게 찍찍 거리는 소리는 들었지만 저런 소리는 없었어.”
나와 포포니는 반중력 자동차를 타고 최고 고도에서 아르마딜로를 살피는 중이다. 사실 반중력 자동차는 최고 100미터 정도가 고도 제한으로 되어 있고, 도시에 고층 건물이 많아서 위험할 때에만 도시 규정에 따라서 고도 제한을 풀어주곤 하는데 포포니와 내가 타고 있는 것은 고도 제한이 100미터로 되어 있는 종류였다. 그래서 우린 아르마딜로를 풀어놓자마자 곧바로 500미터 이상 멀리 떨어진 후에 녀석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전에 세포니 행성에 데리고 갔던 놈이 얼마나 강해졌었지?”
“우웅. 다섯 배?”
“그럼 저 아르마딜로가 다섯 배가 강해지면 어떻게 될까?”
“우웅. 그럼 우린 굉장히 위험한 건데?”
“우리?”
“응!”
나는 포포니의 말을 들으며 아르마딜로를 보고 있다가 그 놈이 우리가 있는 쪽을 보고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우와, 정말 들킨 모양이다. 일단 튀자!”
나는 반중력 자동차를 최대 속도로 운전해서 아르마딜로에게서 벗어났다. 아무래도 지상을 달려서 오려니 덩치 때문에 걸리는 것이 많은지 아르마딜로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웅. 좀 더 가야해.”
“응?”
“나도 그 놈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 놈도 우릴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느껴지지 않는 곳까지 도망을 가야지. 아니 그러고도 한참을 더 가야 해. 그 몬스터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르니까 나보다 훨씬 강할지도 몰라.”
포포니 말이 맞을 것 같다. 분명 강해지긴 했을 텐데 포포니가 그 녀석을 감지할 수 있다면 그 녀석도 우릴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니 최대한 도망을 가야 하는 거다.
“그럼 녀석이 도시까지 감각 범위가 미치는 거 아닐까?”
“아, 맞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어. 남편. 큰일 났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경고를 하기 위해서 풀어 놓은 아르마딜로야. 이후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저들이 알아서 하도록 둘 수밖에.”
“우웅. 그럼 우린 돌아가자. 남편. 만약에 아르마딜로가 도시에 사람들 공격하는 거 보면 구해주고 싶을 것 같아.”
“쯧. 그래. 돌아가자. 나도 아르마딜로가 도시를 공격하기 전에 모성에서 대책을 세우기를 바라. 정말로.”
“응. 그랬으면 좋겠다.”
포포니는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웃는다. 하긴 이 무슨 웃기는 소리란 말인가. 재앙을 떨어뜨려 놓고 그걸 꼭 막아 내길 바란다는 미친소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앞뒤 안 맞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