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65
화
어쨌거나 근거지를 만드는 일은 별다른 우여곡절 없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마무리까지 지었다.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성의 감지 체계가 은폐마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은폐마법으로 가린 상태로 게이트를 열어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서 모성에 자그마치 다섯 곳의 거점을 만들었다. 모두가 은폐마법을 쓴 후에 성간-게이트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이 성간-게이트의 경유지는 세포니 행성이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만들었던 모든 게이트 중에서 세포니 행성의 창고를 중간 경유지로 사용하는 것을 모두 새로 교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세포니 행성만큼은 아직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포니 행성은 모성에서도 모르는 행성이 분명하니 그곳은 최후의 피난처로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세포니 행성의 좌표를 가지고 있는 모든 듀풀렉을 회수하고 새로 만든 것들을 내 줬다. 이제 세포니 행성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나와 포포니, 그리고 텀덤과 마샤 두 부부 밖에 없다. 이참에 리샤의 듀풀렉도 바꿨다. 리샤는 섭섭하다느니 어쩌느니 말하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우리가 모성에서 활동을 하다가 포로가 되는 것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일은 아니라고 이해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데블 플레인 연합과 모성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코어 공급에 대한 문제였다.
모성과 식민지 행성들에서 원하는 에테르 코어의 양은 전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데 의외로 우리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사용하는 코어의 양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듀풀렉 게이트나 성간-게이트에 사용되는 코어의 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물론 거기에 더해서 내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새로운 게이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새로운 게이트는 곧 새로운 코어 소비처가 된다.
그러니 데블 플레인 연합에서 코어가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쿠드 행성의 일곱 어머니들이 먼저 코어의 반출량을 줄였다. 거기에 스추알라가 뒤따라서 비축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반출량을 줄였고, 몬스터 전선에선 아예 모성과 거래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성과 식민 행성에선 난리가 난 것이다.
그래선지 한 번은 제7 데블 플레인에 플레인 게이트를 다시 가동시키는 시도를 한 모양인데 그랬다가 섬사람들이 떼로 몰려와서 플레인 게이트 주변을 봉쇄하고 게이트를 나오는 이들을 보이는 족족 죽여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섬사람들 입장에선 내가 만든 게이트가 아닌 플레인 게이트를 통해서 오는 놈들은 모두가 침략자로 생각한다. 이전에 플레인 게이트를 넘어 왔던 이들이 섬사람들의 섬을 공격하고 파괴한 적이 있기 때문인데, 이제는 원활하게 소금을 공급 받는 섬사람들 입장에서 그런 침략자를 두고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제 아쉬운 것이 없으니 단호하게 대처하고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건데, 그 때문에 데블 플레인 연합과 모성 사이의 대립이 더욱 첨예하게 된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제9 데블 플레인, 거기서 사뭇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제9 데블 플레인 밖, 정확하게는 대기권 밖에 우주선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그 우주선이라는 것이 다른 우주선이 아니라 초거대 화물선이었다. 하지만 그 우주선의 등장은 나와 데블 플레인 연합에게 엄청난 위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우주선이 대기권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다. 하지만 우주 밖에서 무슨 짓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그 초거대 화물선이 무엇을 싣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화물들을 대기권 안쪽으로 떨어뜨리기만 하더라도 적잖은 피해가 생길 것이다.
떨어지는 동안에 마찰열로 연소되어 사라질 화물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나마 우주 연구소의 나크림 책임 연구원에게 알아보니 다른 데블 플레인 쪽으로는 가장 가까운 화물선들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을 걸릴 거라고 하니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역시 데블 플레인 연합의 취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일이라서 사뭇 위기감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알게이트 회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한 끝에 각 데블 플레인에 거대한 전투 위성을 만들어서 방어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 일치를 봤다.
사실 예전에는 그게 불가능했었다. 각 행성의 대기권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부유선이라도 부유선이 떠오르는 힘이 중력에 반발하는 마법적인 힘 때문이기 때문에 대기권 밖까지 부유선을 타고 갈 수는 없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제여넌의 세상에서도 우주여행을 하는 마법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는 듀풀렉의 좌표를 조절해서 언제든지 창고의 위치를 지정할 수 있다. 그러니 행성 밖의 우주 공간에 창고 공간을 열고 거기에 작은 인공 구조물을 놓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교두보만 확보하면 거기에 우주 정거장을 만들거나 혹은 전투 위성을 만들거나, 우주선을 만들거나 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곳에선 에테르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알게이트 회원들은 또 한 가지 엄청난 무기를 만들어 냈다.
그것은 일종의 에테르 코어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에테르 코어가 지니고 있는 에테르를 일실에 폭발 시켜서 엄청난 에테르 폭풍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내 머리를 쥐어박았는데 그건 이전에 마나석을 폭발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그 정도의 자책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 에테르 코어 폭탄의 첫 실험이자 실전 실험은 제9 데블 플레인의 대기권 밖에서 꼼짝도 않고 있던 초거대 화물선을 대상으로 실행되었다.
물론 그 실험을 위해서 우리 이알게이트의 과학자들이 엄청난 가상실험 데이터를 뽑아내며 고생을 해야 했다.
잘못해서 그 초거대 화물선이 제9 데블 플레인의 인력에 딸려 오는 날이면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들은 그 화물선을 나포해서 제9 데블 플레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난 다음에 에테르 폭탄을 실험하기로 하고 이전에 초거대 화물선에서 전보를 빼 냈던 그 팀을 다시 불러서 초거대 화물선 나포 계획을 실행했다.
당연히 화물선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불러들이는 일은 내가 맡았다. 은폐마법을 쓴 상태로 화물선 안으로 이동을 한 다음에 포포니윙을 타고 관리컴퓨터가 있는 곳까지 가서 그곳으로 해커 팀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쓴 것이다.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일이야 당연히 그곳에 듀풀렉 창고를 만드는 방법을 썼다.
좌표 계산이 복잡하긴 하지만 이젠 우주 지도의 범위 안에서 내가 가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 위험 지역이라는 곳만 빼곤 말이다. 왜 거 있잖은가, 우주선들이 들어가기만 하면 이유모를 실종이 이어진다는 그런 곳들 말이다. 사실 그런 곳으로는 아직 창고를 열지 않고 있는데 그래도 그 중에 한 곳은 나도 아는 곳이더라고. 데드존이 열리는 좌표를 계산해서 위치를 찾아보니까 우주지도에서 위험지역으로 표시된 곳 중에 한 곳으로 나오던데, 그래서 몇 번 실험을 해 보니까 그 곳은 엄청난 압력이 모든 방향에서 대상에서 작용하는 특이한 곳이더라고. 거기다가 공기도 있어서 우리같은 생명체가 버틸 수 있는 환경은 되는데 아무튼 압력 때문에 꼼짝을 못하는 거지. 그런 곳에 초거대 화물선이고 뭐고 들어가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겠지.
그 나머지 위험지역은 아직 실험을 하지 않았어. 만약 거기에 듀풀렉 창고를 만들어서 게이트를 열었다가 정말 위험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라도 하면 그걸 어쩌겠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우주라는 끝도 모를 괴물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느끼는데, 괜히 위험한 일을 자초할 생각은 아직 없다는 말씀이지.
물론 인간의 호기심이 언제까지 눌려질 수 있을지는 나도 장담은 못하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