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54
화
포포니는 내가 마법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포포니는 전적으로 육체 능력자 타입이다.
그래서 정신 능력자들이 에테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에테르를 이용한 공격들에 대처하는지 물어보니까 몸 안에 쌓은 힘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포포니 역시 오러 호흡법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포포니도 그것을 코어의 지식 전승을 통해서 배운 것이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모양이다.
나도 코어를 통해서 배운 은신을 아주 잘 쓸 수 있지만 그걸 누구에게 가르치긴 어렵다. 그걸 가르치려면 온 몸을 휘도는 오러의 흐름을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오러 로드를 모르는 놈은 들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 육체 능력자들이 에테르를 사용할 때에 쓰는 방법이 오러 로드를 이용하는 방법과 유사하긴 하지만 그들이 오러가 아닌 변형 에테르를 쓰는 것처럼 오러 로드가 아닌 유사한 길을 쓰는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육채 능력자의 기술을 오러 로드를 통해서 쓸 수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오러 로드가 더 상위의 개념이거나 확장된 개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지식 전승은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서 내가 아는 오러 로드를 사용해 은신의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해 준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 코어를 들었다면 또 다른 형태로 그 기술을 쓸 수 있도록 해 줬을 것이고 그 기술의 수준은 내가 익힌 은신의 수준에 비해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 같은 지식도 차이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은신이 내 오러 로드를 이용해서 펼칠 수 있도록 전해진 것을 보면 말이다.
오러 로드를 상용하지 않는 이에겐 다른 방법으로 은신을 쓰도록 했을 것이다.
아, 어쨌거나 포포니가 내 마법진 연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연굴를 할 때는 포포니는 요리 연습을 하고 나는 마법진 연구를 한다.
그런데 포포니는 요리 연구와 마법진 연구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니는 연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단 말을 할 수가 없게 한다. 그러니까 마법진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인정하려 들지 않는 거다. 그래 먹는 건 중요한 거니까. 인정해 줄 수밖에.
드디어 에테르의 광폭한 성질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을 찾아냈다.
더구나 이 물질은 에테르 전도율도 최상급이다. 다른 말로하면 마법진을 그리는데 아주 그만이란 소리다. 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세밀한 작업이 어려운 거라고 할까?
머리카락보다도 얇게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해 봐도 1mm 이하로는 두께를 줄일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마법진의 크기가 커지게 된다. 소형화가 어렵다는 말이지.
평면에 그리는 마법진과 입체 평면의 마법진은 그 규모가 다르고 들어가는 마법진들의 수가 다르다. 당연히 복잡하기 짝이 없다는 말인데 이것의 최소 굵기가 1mm이라면 마법진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걸 크게 그려서 축소 마법으로 줄여서 될 일이면 어떻게 해볼 텐데 그렇게 되면 마법진의 선들이 견디지 못하고 가닥가닥 끊어진다.
이 물질의 결합구조가 1mm 이하의 굵기를 허락하지 않는 거다.
그래도 어쩌랴.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한도로 줄여서 공간확장상자를 만들었다.
배낭이 아닌 상자인 이유는 그 크기가 가로 1미터 세로 1미터에 높이가 2미터짜리 육면체기 때문이다. 이걸 배낭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거기다가 채용한 코어도 화이트 코어가 아니라 초록색 몬스터 코어다.
이걸로 실험을 해 보니 코어를 교체하지 않고 3개월 정도 유지가 될 것 같다. 약 100일 정도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안에 물건들을 얼마나 어떤 종류로 넣는가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생길 것이다. 아마 안쪽에 에테르 활동이 많은 물건을 넣으면 유지 시간이 극도로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초록색 등급으로 100일이면 나쁘지 않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이걸 등에 지고 다녀야 하나? 뭐 무게 감소 옵션도 적용이 되니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 크지 않은가 말이지.
음, 이건 조금 줄일 가능성이 있긴 하다. 높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제일 문제니까 그 부분을 접으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연구를 해 봐야 할 일이다.
잠깐 사이에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고민이 확 날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다른 부분은 줄일 수가 없겠다.
해 보면 안다. 표면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직육면체를 접어서 전체 부피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 봐라. 그럼 내가 무슨 고민을 했는지 알 거다.
물론 접으려면 어딘들 못 접을까만 이미 가로로 접힌 부분을 또 세로로 접다보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다. 그렇게 유연하고 얇은 재질이 어디 그리 흔할까? 거기다가 튼튼하기도 해야 한다. 왜냐면 가방처럼 써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외피를 두른다고 해도 내피는 바꿀 수가 없다. 공간이 넓어지는 그 부분이 바로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마법진이 공간 내부에 직접 노출되어야 한다는 거다. 거기 뭐가 덧붙일 수가 없다. 마법진이 작동하는 순간 덧붙인 것이 떨어지거나 마법진이 망가지게 될 테니까.
아무튼 시험 작품은 만들어졌다.
“우웅. 이거 다시 해 봐요. 이거도 넣고. 이거도 넣고. 이거도 넣고. 저거도.”
포포니는 아주 묘한 표정으로 했던 작업을 하고 또 한다.
아무리 봐도 다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엄청난 물건이 다 들어갔다가 나오니 신기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다.
“포포니 잊지 마. 이건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건 들키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어. 이방인 그러니까 헌터들 중엔 욕심이 많은 이들이 있어서 이걸 빼앗고 싶어 하는 놈들이 있을 거야. 그런 놈은 권력도 큰 놈일 가능성이 높지.”
“알아. 무슨 소린지. 부족들 사이에서도 보물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곤 해. 그럴 때에는 지킬 수 없는 보물은 아무도 모르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땅에 묻어서 버리거나. 그런데 이건 세이커의 머리에 있는 지식으로 만든 거니까 버릴 수도 없는 거잖아. 그러니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이해했어. 하지만 그건 이해가 되는데 여기 이것들이 다 들어가는 건 이해가 안 되지 않아. 어떻게 이렇지?”
포포니는 다시 물건들을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하자 내게 안겨서는 칭얼거린다.
그 칭얼거림은 뜻도 없고 내용도 없다. 그냥 못마땅한 뭔가가 있다는 표현일 뿐.
“저거 더 예쁘게 만들어서 포포니 하나, 그리고 나 하나 가지기로 하자.”
그런 포포니를 위로할 말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응?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들키면 안 된다면서?”
봐라 반응이 제대로 오잖아.
“한꺼번에 물건을 꺼내거나 넣지 않고 조심하면 되지. 그리고 보통 때엔 쓰지 말고 멀리 사냥을 갈 때나 그럴 때에 쓰면 되잖아.”
“아, 그렇구나. 응응. 좋아. 아주 좋다. 이제 음식 재료나 도구를 많이 들고 다닐 수 있겠다. 아앙, 아주 마음에 들어. 응응.”
그래 신이 났구나.
몬스터 코어의 능력과 마법진의 완성도 그리고 재료의 효과 등이 어울려서, 공간확장상자는 그 내부 공간이 가로세로 높이가 3미터 정도가 되었다. 27세제곱미터 넓이란 소리다.
그보다 더 확장 비율을 높이고 싶은데 그 정도로 세밀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아마 그렇게 하려면 같은 마법진의 가장 작은 선을 0.1mm 까지 끌어 내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어려우니 이정도가 지금 수준에서는 한계라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마법진의 규모를 크게 하고 또 코어의 등급을 더 높은 것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가로세로높이 10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 마법진을 그리고 남색 등급의 코어를 쓰면 내부 공간이 50,50,50의 창고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만들 이유도 없으니 그냥 가능성만 체크를 하고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