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91
화
제6 임시 거점에 모인 사람들의 주된 목표는 여러 몬스터들 사이에서 그 영역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곳을 찾는 것이다. 그것도 영역이 맞물리는 바람에 비어 있는 공간, 그것을 찾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왜냐하면 그런 자리가 있어야 임시 거점을 정식으로 건설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5 임시 거점처럼 막상 자리를 잡아도 간혹 몬스터가 나타나 쑥대밭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가 흔치 않고 또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면 그 자리에 임시 거점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공간이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부족 코어를 처리하기도 한단다.
하나의 부족을 없애서 안전하게 거점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6 임시 거점 정도 되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된다.
적어도 남색 등급의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데 그것 보라색 등급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남색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는 아마 보라색 등급 중에서도 상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와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뭐 그건 재앙이란 소리다.
전에 코무스 지역에서 남색 등급의 부족 코어를 건드렸다가 해결도 못하고 결국 물러났던 일이 있었다. 그 책임자가 나와 악연인 허벌인데 그 놈은 아직 이곳 제3 데블 플레인에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때에도 헌터 연합에서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를 자극하지 말고 다른 몬스터의 이동만 막으라는 소극적인 대응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후에 그 부족 코어를 지닌 몬스터를 만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연합의 결정은 최고의 판단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이곳 제6 임시 거점에서도 남색 부족 코어를 정리해서 임시 거점을 세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어떻게든 몬스터들의 빈 공간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떠돌며 천막촌 생활을 하고 있는 거다.
여긴 사체 수거반도 오지 않으니 코어가 아니면 텔론 수익도 없는 곳이다.
뭐 텔론에 집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우리가 도착한 이곳도 몬스터들의 출몰 지역을 교묘하게 피해서 자리를 잡은 건데 그래도 벌써 다섯 번이나 습격을 받았다고 정착을 하기엔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단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장소를 물색하면서 이곳에서 버티는 중이란다.
그런 중에 세바스찬이 의외의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곳에 붙박이 몬스터가 있다는 것이다. 붙박이 몬스터는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머무는 녀석을 말하는데 세바스찬이 이걸 잡고 거기에 제6 임시 거점을 세우자고 한 거다.
문제는 그 녀석을 잡은 다음에 다시 그 자리에 젠이 되지 않을 것이냐 하는 건데 그건 다시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잡으면 된다는 거고, 가장 중요한 문제 그 놈이 보라색 등급인데 잡을 수 있겠느냐 하는 거였다.
그에 대해서 세바스찬은 굴리야가 나와 함께 한다면 보라색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거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일단 시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세바스찬은 리더고 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계획이니 할 수 없다고 뺄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 부부는 세바스찬의 계획에 따라서 보라색 몬스터 사냥에 참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호흡을 맞춰 볼 필요가 있기에 근처에 있는 남색 몬스터들을 상대로 연습을 충분히 하기로 하고 한동안 남색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덕분에 난민촌 같던 제6 임시 거점이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물론 텔론도 넘쳤다. 남색 코어를 몇 개 수확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 남색 몬스터를 수십 번이나 상대하면서 호흡을 맞춘 정예 헌터들이 붙박이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출발했다.
등급은 보라색.
다른 곳에서 잡은 적이 있어서 등급을 알 수 있는 녀석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등급도 몰랐을 거란다. 하긴 이 데블 플레인엔 아직도 등급을 모르는 몬스터가 많이 있을 거다. 헌터들이 파고 든 영역은 전체 데블 플레인의 영역에 비하면 열에 하나도 안 되는 범위에 불과하니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 목표는 붙박이. 즉 한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몬스터이며 또한 단독 개체로 생활하는 몬스터다. 녀석의 영역은 산에 있는 작은 동굴. 영역은 산 전체. 그 안에는 다른 몬스터도 살지만 놈의 거처인 동굴 부근에는 어떤 몬스터도 나타나지 않는다.
크기는 6미터. 형태는 거인형이다. 다만 팔이 넷인 것이 특이하고 네 개의 손에 칼과 도끼, 창과 방패를 들고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다른 곳에서 잡힌 녀석들도 무기를 각각 들었는데 그 종류는 개체마다 다르다고 했다.
세바스찬의 말로는 한때, 늙은이들이 서로 내기가 붙어서 누가 보라색 코어를 많이 모으나 하는 시합이 있었단다. 그 때에 제법 많은 보라색 등급의 몬스터들이 잡혔던 거지 그 늙은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보라색 등급은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이라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공격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세바스찬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공격을 버틸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격이 통하지 않는단다. 그렇다고 준비 시간이 걸리는 그 공격을 수시로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결국 잡는 것은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생이랑 굴리야가 디버프만 잘 걸어주면 나하고 제수씨의 공격이면 충분히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럼 끝이지. 상처를 줄 수 있으면 죽일 수도 있다. 이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번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디버프야 그거 안 되면 그냥 티티티 해야 되는 거라고. 알았지?”
세바스찬이 강조하지 않아도 익히 아는 일이다.
디버프 안 된다 싶으면 세바스찬이 시간 끄는 동안에 무조건 도망가기로 한 거다.
“자, 그럼 진입을 해 봅시다.”
세바스찬이 선두에서 검을 들고 나섰다. 나는 이번에 출정하는 이들에게 스티커를 넉넉하게 분배했다.
그들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환호성을 올렸었다.
그 때에 세바스찬은 이번에 사냥이 성공하면 무조건 내 지분을 늘려 주겠다고 호기를 부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세바스찬의 그 발언에 대해서 아무도 반대 하지 않았다. 디버프에 스티커까지. 이 정도면 지분을 약간 더 줄 정도의 공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 역시 사냥이 성공해야지 아니면 난 그냥 스티커만 잃게 되는 거다.
세바스찬의 뒤를 포포니가 따르고 그 뒤에 알프레와 다른 실력자 넷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일곱이 근접 공격을 하고, 뒤에서 나와 굴리야가 디버프를 하고, 다른 네 명의 정신 능력자들이 상황을 봐서 에테르 방패를 쓰거나 공격을 하거나 할 것이다. 굴리야와 나는 오직 디버프에만 집중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끊어서는 안 된다.
나도 한숨을 쉬고 그들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보라색 등급 몬스터 첫 대면이다.
거인형 몬스터는 이미 상대를 해 봤다. 이번 사냥을 연습하면서도 주로 거인형 몬스터를 상대로 연습을 했다.
하지만 막상 놈을 마주하니 이전에 봤던 몬스터는 그저 꼬맹이에 불과하단 느낌이 먼저 든다.
그 놈에게 달려들어서 시선을 잡고 있는 세바스찬에게 이번에는 진심으로 엄지손가락을 세워주고 싶다.
“디버프!”
나는 담담한 목소리를 가장하며 굴리야에게 신호를 줬고, 우리 둘은 동시에 디버프를 시전했다. 둘이 함께 펼치는 디버프는 상대의 생체 에너지 방어를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킨다.
몬스터의 디버프 방어 체계는 공격적인 시도가 있으면 그에 대한 반응이 있고, 부드러운 접근이 있으면 그에 대한 방어가 작동한다. 하지만 동시에 두 가지 전혀 다른 형태로 디버프가 시전 되면 생체 에너지 방어 체계가 혼돈을 일으켜서 효과적인 방어를 하지 못한다. 그럼 그 순간에 우리의 디버프 기반 에테르가 몬스터의 체내로 들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몬스터는 점차 약해진다.
“성공하고 있어요!”
굴리야가 기쁨의 함성을 지른다. 그와 동시에 포포니가 세바스찬의 옆으로 뛰어들어 함께 공격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