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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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그라운드 위의 변태들(1)
눈부신 태양과 정열의 나라 스페인.
수많은 축구스타들이 대거 이적을 하며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모두 지나자,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한차례.
땀을 식혀주는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니 어느덧 10월이 되었다.
기온은 뚝 떨어졌으나, 챔피언스 리그가 시작되면서 열기만큼은 여름보다 더욱 뜨거워졌다.
스페인 1부 리그 역시 마찬가지.
오랜 시간 동안 2강 구도였던 라 리가(La liga)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행보가 심상치 않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챔피언이었던 그들은, 10월 초까지 1승 2무 3패를 기록하면서 최악의 스타팅을 끊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영입해온 가브리엘 에인세와 아비달이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을 책임져온 슈퍼크랙 호나우지뉴의 부진이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그는, 고작 27세밖에 되지 않았건만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쇠퇴하고 있었다.
현 최고 축구선수의 몰락이었다.
오히려 앙리가 노장투혼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팀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
그들은 현재 노장들이 대활약을 펼치며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고 있었다.
시즌이 시작된 이래로 줄곧 1위를 맡아오다가, 현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얼마 전 35세에 접어든 지단을 필두로, 34세의 카를로스, 31세의 반 니스텔루이, 30세의 라울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낸 결과였다.
물론 선수층 노화로 인해 ‘노인정’이라고 불리며 놀림을 받고 있지만, 호빙요·로벤·스네이더가 맹활약을 펼치며 레알의 밝은 미래를 다지고 있었다.
이러한 겹경사로 인해 페레즈 회장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덩달아 호영에게도 괜찮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7경기 중 6경기를 선발 출장하여 4번이나 공식 MOM에 선정되었다.
체력적으로 점점 버거운 감이 있었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지옥이나 다름없었던 브라질 리그를 경험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더욱이 리저브팀은 코파 델 레이(Copa del Rey) 국왕컵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기에, 카스티야는 2부 리그 일정만 소화하면 그만이었다.
때문에 호영도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6경기에서 7골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득점왕 단독 선두로 껑충 올랐다.
카스티야는 7전 4승 2무 1패로 리그 2위를 달리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9월, 중학교 3학년으로 올라간 호영은 학업에 점점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축구하는 데 있어서 학력이 뭐 중요하겠냐마는 스페인에서는 중요했다.
만 16세 미만의 경우, 정식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선수등록이 애당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냥 축구만 할 줄 아는 반쪽짜리 선수를 키우지 않겠다는 스페인 축구 협회의 뜻인데, 학교를 다닌 메시와 달리 호날두는 초졸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호날두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 선생님이 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자 저는 의자를 집어던졌죠. 그리고 전 퇴학당했습니다.”라고 하는데, 그것이 축구에 전념하게 된 계기라는 루머도 있었다.
아무튼 호영으로서도 앞으로 2년은 더 다녀야 학교생활을 끝낼 수 있는 셈이었다.
만약 대학을 나오고 싶으면, 선수 생활 은퇴 후에 다니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도자 전공을 위해 영국·독일·스페인 대학교 스포츠 관련 학과에 다니며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는 선수들 말이다.
10월 중순에는 리그 7위의 엘체CF(Elche Club de Futbol)와의 원정전이 있었다.
이날의 경기는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서 힘든 경기가 펼쳐졌지만, 카스티야는 점점 완성도가 높아져가는 팀워크를 앞세워 1대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그 다음 주에 맞붙은 ‘짐나스틱 데 타라고나(Gimnastic de Tarragona)’는 리그 최약체답게 손쉬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홈경기였기에 카스티야는 열띤 함성을 등에 업어 7대1이라는 대승을 거뒀다.
호영은 이날 2골 2도움을 달성하며, 공식 MOM과 아울러 각종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또한 마르카 타블로이드로부터 평점 3점 만점을 받으며 한국 언론에도 자신의 이름을 장식하였다.
그 다음 주에 치러진 그라나다 74CF(Granada 74 Club de Futbol)와의 원정경기에서는 비록 패배를 맛봤지만, 카스티야는 5승 3무 2패로 리그 2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호영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하루에도 편지가 20~30통씩 날아올 정도였다.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국내최고 스포츠스타 홍명도가 하루에 60통씩 받았다는 걸 보면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간혹 부정적인 편지도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진짜 문제는 11월이었다.
리그시작 전부터 강력한 승격후보로 알려진 말라가CF, 스포르팅 히혼, CD누만시아를 연달아 만나면서 난항을 겪었다.
잘하는 선수가 한 명이면 할 만한데, 그게 여러 명인 데다가 조직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상대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선수단 몸값만 해도 카스티야의 10배 이상은 되었으니,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호영은 상대팀 선수들의 재능을 최대한 탐하며 실속을 챙겼다.
팀은 1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리그 6위로 11월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12월.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다.
지중해의 햇살 덕에 따뜻하다고 알려져 있는 스페인이었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하루는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가 몰아쳤다.
다만 카스티야의 선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리그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결과, 카스티야는 2경기 만에 리그 4위로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해냈다.
관건은 12월 23일에 예정된 바르셀로나B와의 승부였다.
이는 승점을 떠나서 자존심이 걸려있는 경기였는데, 근래 양 팀 간의 유망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욱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우호영 대 보얀 크르키치의 대결.
카스티야의 스태프진은 그 결전을 위해 몇 주 전부터 경기준비에 돌입했었다.
정밀하고 세밀한 비디오분석.
바르셀로나B의 팀 컬러,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 등.
온갖 자료를 긁어모아 만반의 대비를 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발데베바스 지하 시청각실.
다음 경기를 위한 만디야 감독의 설명이 한창이었다.
“바르셀로나B는, 우리와 지난달에 경기를 치렀던 누만시아, 말라가, 스포르팅 히혼 같은 상위 클럽들보다는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할 거다. 연령대나 신체조건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경력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숙이고 들어갈 건 전혀 없다는 뜻이지.”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그쪽 공격진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이라며 만디야가 말을 이었다.
“여기 화면에 보이는 선수, 다들 알다시피 보얀 크르키치다. 오른발잡이 스트라이커지. 이 중에 아마 이미 작년에 붙어봤던 녀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겔(Miguel), 어땠지?”
“인정하긴 싫지만, 실력만큼은 엄청난 녀석입니다.”
보얀 크르키치(Bojan Krki?).
지난 7년 동안 약 900골을 기록한 바르셀로나의 초대형 유망주.
특히 재작년의 경우,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팀을 2부 리그로 끌어올리는 대활약을 펼쳐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경우, 현재 리그 득점기록에서 호영과 3·4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상황.
호영으로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경기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야 호나우두의 재능을 탐할 수 있었기에.
호영은 전의를 불태웠다.
호영이 시청각실에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 무렵.
FC 바르셀로나의 시우다드 에스포르티바 훈련장(Ciutat Esportiva)에서는, 바르셀로나 B팀 선수들이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난리인 사내가 있었다.
“기계인가? 그렇게 정적으로 움직여서 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유기체가 되어 행동하란 말이야. 너희들은 정해진 역할에 얽매여서는 안 돼. 너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축구선수라고. 투수는 공을 던지지만, 미드필더는 던지고, 받고, 뺏고, 넣고, 막고, 굴리고, 가지고 놀아야 돼. 너도 마찬가지야. 골키퍼라고 공만 막는다고 다가 아니야. 필드 위의 선수들을 보라고. 골킥을 찰 땐, 정중앙에 놓고 차는 게 정석이야. 그래야 빌드업을 해야 할 거 아닌가?”
선수를 괴롭히듯,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쫓아다니며 꾸중하고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미친놈 같았다.
“헤이, 볼란치(volante)! 스토퍼(Stopper)랑 유대감을 쌓으라고 몇 번을 말하나? 단절되면 축구는 죽는단 말이다.”
이는 훈련 때면 매일같이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일명 ‘펩 모드(Pep Mode)’라는 것인데, 뭔 소리인가 싶은 자신만의 축구철학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을 뜻한다.
매우 정신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움직임에는 펩(Pep)의 디테일한 전술이 녹아있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개체를 이루게 된다.
정작 문제는 선수들이 그것을 몸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주입식 교육이나 다름없었다.
“거기!”
그때, 과르디올라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이 들어왔다.
그러더니 바로 그쪽으로 뛰어가 선수 하나를 붙잡으며 나무랐다.
“공 뺏겼는데 뭐하는 거지? 바로 뺏어 와야 할 거 아니야? 적어도 7초 안에는 공을 탈환해야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몇 번을 말했나.”
“······ 알겠습니다.”
꾸지람을 들은 선수가 뒤돌아서 인상을 팍 구겼다.
‘아 저 정신병자 놈 또 시작이네.’
현재 선수들에게 각인된 과르디올라는 감독이라기보다는 정신병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선수들이 모두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른다는 것이었다.
“너, 저기로 뛰어가봐.”
“네.”
“어이! 멈춰!”
“예?”
“너, 자동차야? 내가 뛰라고 했지, 언제 직선주행을 하라고 했나? 상대 수비수는 멍청이가 아니야. 살아있는 생명체다운 움직임을 보이란 말이다.”
“··· 넵.”
다른 클럽의 훈련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
보통 이런 주문이 있으면, “내가 그걸 왜 해야 하죠?”라는 반응이 일반적인데, 그들은 달랐다.
내로라하는 특급 유망주들은 마치 초등학생처럼 과르디올라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며 목적의식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마치 엄격히 통제되는 초등학교 같았다.
그도 그럴 게, 그는 훗날 축구변태라는 오명 아닌 오명으로 불리게 될 과르디올라다.
잔디 길이를 잰다거나, 홈경기 볼 보이까지 관리하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의 소유자.
그가 만일 메디컬테스트를 한다면 극도의 편집증을 판단 받을 것이 분명했다.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는 전혀 딴판.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 B팀 감독 선임을 두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잡았고, 그는 기대에 부흥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현재 구단 내에서 라포르타 회장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직 선수들에게 완전한 신뢰를 못 얻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래도 과르디올라의 말뜻을 알아듣는 이가 유일하게 딱 한 명 있었다.
“너를 믿는다.”
팀의 기둥을 맡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훗날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될 그는 우호영을 막을 유일한 대비책이었다.
“우호영이 우로 뛰면, 넌 전후좌우로 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그럼 만약 우호영이 좌로 뛰면 넌 어떡해야 하지?”
“전후좌우로 뜁니다.”
“좋았어. 뛰어.”
“예!”
그렇게 특훈이 거듭되는 사이.
12월 23일.
대망의 결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