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11
112
111.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4)
카예혼이 골대 반대편 포스트에 자리를 잡은 사이, 호영은 세컨볼이나 루즈볼을 낚아채는 역할을 맡았다.
장신의 베테랑 수비수들을 상대로 헤딩을 따낼 가능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셀타 비고는 그에 맞춰 수비대형을 갖췄다.
아무래도 프리킥 위치가 득점으로 연결되기 쉬운 자리였기 때문에, 크로스가 올라오기도 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페널티 부근.
팀 내에서 제공권에 뛰어난 코스타는 골대 반대편에 위치하는 동시에, 역습을 위해 언제든 박스 바깥쪽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 주위에 우호영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씰룩.
코스타가 콧수염을 달싹이며 이죽거렸다.
“자신 있는 얼굴인데.”
“없을 리가 없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으려는 호영의 모습에, 코스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게 오히려 그를 기쁘게 만들었다.
‘이런 녀석이 재미있지.’
그저 침묵하는 선수보다는, 이런 유형의 선수를 이겼을 때 그 성취감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명심해. 나는 상대가 좀 한다고 겁내지 않아.”
“나는 상대가 나보다 못해도 방심 안 해.”
“캬.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구만. 내가 올 시즌에 부상 입힌 녀석만 둘인데, 구단에 병동 빈자리라고 알아봐달라고 하는 게 어때?”
“너는 미리 정자은행이라도 알아보는 게 어때.”
“흐흐.”
짧은 시간.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 코스타는 그런 호영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욱 밟아주고 싶었다.
아주 그냥 어깨가 들썩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과연 미친놈답게 느닷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미리 말하지만 난 코바체비치 같은 노땅이 아니야. 축구는 네가 잘해도 이런 건 내 전문이란 소리지. 그리고 공은 둥글거든.”
진심을 담은 경고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호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스읍.
호흡을 고르며 경기의 흐름을 읽을 뿐이었다.
그런 호영을 바라보며 코스타 또한 경기에 집중했다.
그는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준비가 돼있었다.
어쩌면, 경기가 시작된 이래로 줄곧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승부였다.
남자들의 싸움.
여기서 이기면, 코스타로서는 경기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존심, 승부욕, 자존감.
그 세 가지로 움직이는 것이 코스타였으니까.
‘그럼 어디 한 번 부딪쳐볼까.’
키커 마르코스가 디딤발을 디딜 무렵, 코스타와 호영의 등이 거칠게 맞닿았다.
순간 코스타의 어깨에 힘이 가득 실렸다.
그때였다.
“!”
단단하다.
마치 땅속 깊은 곳에 뿌리박혀있는 고목처럼, 흔들림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코스타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여차하면 팔꿈치를 쓰면 돼.’
그런 괘씸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른 순간이었다.
뻐엉!
마르코스의 왼발 크로스가 허공을 가른 것은.
[골포스트 반대쪽으로 향하는 크로스! 크게 돌아갑니다! 마테오스가 타겟인가요!] [아! 그 전에 중간, 미겔 토레스가 뛰어오릅니다!]타악!
신장 184센티의 미겔이 뛰어올라 크로스를 중간에서 낚아챘다.
그의 머리에 맞고 튕겨나간 공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 떨어졌다.
호영이 어슬렁거리고 있던 구역이었다.
그 찰나였다.
코스타와 우호영 사이에 피 튀기는 자리싸움이 벌어진 것은.
슥.
제공권 싸움은 누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느냐가 관건.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호영이었다.
환상적인 위치 선정 능력.
날카로운 예측력.
더해, 월등한 점프력까지.
“흡!”
타이밍에 맞춰 호영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여기까지만 보면 완벽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 큭.”
성장기에는 나이와 체격을 무시할 수 없는 법.
순간적으로 코스타의 어깨가 훅 치고 들어오자, 호영이 옆으로 살짝 밀려나고 말았다.
더욱이 그는 심판의 눈을 피해 은근슬쩍 팔꿈치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호영이 아무리 단단하고 몸싸움에 일가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팔꿈치로 밀어내는 걸 마냥 버티고 있을 수는 없었다.
‘흐.’
역시, 별 거 아니네.
코스타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찾아올 무렵이었다.
“후욱.”
“···?!”
코스타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호영이 넘어지기 바로 직전, 악착같이 균형을 잡더니 도로 일어난 것이었다.
‘왜 다시 일어나.’
보고도 믿겨지지 않았다.
분명 다 넘어갔었는데······ ·.
그렇다고 불가사의한 현상은 아니었다.
잘만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오뚝이야 뭐야?’
저 상황에서 ‘잘’하는 게 가능하다고?
그 짧은 시간 안에?
그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한 코스타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우호영에 대해 겉만 알지 속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흑인의 타고난 근육에서 비롯되는 월등한 유연성과 훌륭한 균형감각을.
고루 잡힌 바디밸런스에서 비롯되는 뛰어난 민첩성을 말이다.
그것이 만들어낸 조화는 대단했다.
더해, 호영은 예술적인 볼 컨트롤로 축구공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가져왔다.
토옹, 통.
남다른 어깨 트래핑.
그리고 그에 이어진 것은 거친 몸싸움이었다.
퍼억!
호영이 널찍한 등판에 무게중심을 싣자, 코스타가 신음을 흘렸다.
얼굴이 음료수캔 마냥 찌그러졌다.
“··· 으.”
설상가상으로, 호영은 이미 발아래로 공을 가져간 상태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아무리 신체적인 발육이 마치지 않은 상태라지만, 호영보다는 훨씬 월등했다.
약 6센티 차이 나는 신장에 체중도 족히 10킬로는 차이 날 터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큭.”
근육의 질이 다르다는 것.
끝내 볼 다툼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호영이었다.
‘씨발.’
디에고 코스타.
사실 그는 체격만 좋지 몸싸움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저 과격하고 대담할 뿐, 몸싸움을 주 무기로 삼는 공격수는 결코 아니었다.
‘아.’
코스타는 그제야 이해했다.
상대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프로는 프로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코스타로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몸싸움에서 승리한 호영이, 뛰어난 순발력을 앞세워 박스 안쪽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완패(完敗) 확정이었다.
무슨 수라도 써야 했다.
‘안 돼.’
이럴 때면 본능적으로 나오는 버릇이 하나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바로 손버릇.
코스타가 몸을 비틀며 팔뚝을 바깥쪽으로 휘둘렀다.
주먹을 꽉 쥔 채로, 우호영의 널찍한 등판을 향해서.
퍼억!
그런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과격한 등짝스매싱이었다.
그리고.
쾅!
[우호영!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넘어지고 맙니다! 균형을 잃으면서 코스타와 동시에 넘어집니다!] [디에고 코스타, 명백한 반칙이에요. 누가 보나 고의였습니다. 방금 우호영 선수의 등을 주먹으로 가격······.]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빠각!
“케엑!”
우호영과 동시에 넘어진 코스타의 얼굴이 일순 만신창이가 되었다.
호영이 넘어지면서 코스타의 허벅지를 밟아버린 것이었다.
지그시.
“크아악!”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며 허겁지겁 달려오자, 코스타가 고통을 호소하며 억울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우호영에 앞서, 코스타에 대한 판결이 먼저 있었다.
레드카드였다.
그러자 코스타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 균형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놈이 거기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코스타는 돌연 당당한 태도로 주심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 전에 저놈이 제 낭심을 걷어찼습니다.”
“사실인가?”
주심의 눈이 옆으로 돌아갔다.
호영이 반문했다.
“주심님. 무릎으로 낭심을 걷어찼는데 저렇게 멀쩡히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 말이 사실이었다면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어야 맞죠.”
“그렇긴 하지.”
주심이 극히 공감했다.
상식적으로 그게 맞는 말이었으니까.
주심이 코스타를 바라보았다.
“디에고 코스타, 너한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거다.”
어느새 법정이 되어버린 필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두 번째 판결이 떨어졌다.
주심이 호영에게 꺼내든 것은 옐로카드였다.
넘어지면서 코스타의 허벅지를 밟은 것에 대한 고의성을 염두에 둔 판정이었다.
“고작 옐로카드? 내 낭심을 걷어찼다니까?”
“그건 경기 끝나고 판독해보면 알겠지. 네 말이 사실이면 사무국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거야.”
“이런 씨발!”
화를 다스리지 못한 자의 최후.
물귀신작전에 실패한 코스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피치 밖으로 나갔다.
이어 관중들의 야유가 한바탕 쏟아졌지만 주심은 경기를 재개했다.
누가 봐도 그건 레드카드 감이었으니까.
주심은 카스티야에게 페널티킥 찬스를 부여했다.
슥, 슥.
키커는 우호영.
잔디 위에 스터드를 비벼대며 준비에 나섰다.
긴장할 건 없었다.
페널티킥은 키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겁을 먹어야할 상대는 자신이 아닌 상대 골키퍼, 핀토(Pinto)였다.
호영은 공을 응시했다.
이 한 골로 경기의 승패가 가려질 것이다.
‘침착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호영이 뒤로 물러나 도움닫기거리를 확보하였다.
직후 나머지 선수들이 뒤로 물러날 무렵, 마르코스가 호영의 어깨를 툭툭 다독이며 말했다.
“설령 못 넣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우리가 있잖아.”
맞다.
축구는 팀플레이다.
4년 전 카카가 말했던 것처럼, 등 뒤에는 언제나 열 명의 선수들이 함께하고 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후우.”
한 차례, 심호흡을 다진 호영은 자신있게 디딤발을 내딛었다.
짧고 정확하게.
단 두 걸음.
슥.
탁.
철렁!
“우워어어어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동료들이 포효하며 호영을 얼싸안았다.
골네트 왼쪽 상단에 꽂힌 호영의 세 번째 골이었다.
바로, 해트트릭(Hat-trick).
[고오오오오올! 우호영! 카스티야의 역전골을 만들어냅니다!] [이로써 세군다 디비시온(2부 리그)의 역사가 다시 한 번 바뀌는군요. 14년 272일의 나이로, 우호영 선수가 최연소 해트트릭 타이틀을 갈아치웁니다. 무려 747일이나 앞당긴 기록이에요.]해트트릭.
셀타 비고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대기록이었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후안 로만 감독은 얼굴을 붉혔다.
‘제길···.’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전광판에 걸리자, 후안은 싸늘해진 얼굴을 감추며 벤치로 돌아갔다.
절망스러웠다.
코스타까지 퇴장당한 마당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는 수밖에.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후반 내내 엎치락뒤치락했던 경기가 한쪽으로 기운 뒤로는 그 어떤 변동도 있지 않았다.
지루하게 흘러가다가 결국 후반 47분경.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발라이도스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다.
호영의 눈이 관중석 한쪽으로 향했다.
구석에 앉은 채 분을 삭이고 있는 코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바라보며 호영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디에고 코스타]보유재능
-축구천재(A+2)
-타오르는 승부욕(A+3)
-확실한 골 결정력(A+2)
-허를 찌르는 공간침투(A+2)
-물불 안 가리는 대담함(A-)
-(더 보기)
(조건1: 디에고 코스타보다 많이 득점하기)
(조건2: 이번 경기에서 MOM으로 선정되기)
꺼억.
“잘 먹었다.”
포만감이 장난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