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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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창과 방패(1)
고약해 보이는 팔자주름과 가지런히 정돈된 백발.
고집이 드세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불같은 성격을 가진 그는, 3년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을 맡고 있는 ‘하비에르 아기레(Javier Aguirre)’였다.
엄격하기로 소문난 그는 기자들에게도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좀 비키시오. 궁금한 건 어제 캄프 누에서 다 대답했을 텐데.”
“마르카 타블로이드에서 나왔습니다. 어제는 마드리드에 경기가 있어가지고 캄프 누에 못 갔습니다.”
“그럼 당신한텐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군.”
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친분이 두터운 마르카의 기자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훈련장 내부로 향했다.
출입을 허가받은 친(親)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기자들만이 짧게나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짧게 하고 들어가렵니다. 먼저 이쪽 기자님부터.”
이에 한 여성 기자가 취재 마이크를 들이밀며 물었다.
“아틀레티코는 어제 캄프 누(Camp Nou)에서 펼쳐졌던 리그 6라운드에서, 바르셀로나에게 5대2라는 쓰라린 패배를 겪어야 했습니다.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일컬어지는 바르셀로나에게 말이죠.”
“아니, 내 생각은 다릅니다. 바르셀로나는 그 여느 때보다 강했어요. 비록 시즌 초반에는 부진했을지 모르나,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축구를 보여주고 있죠. 다른 팀들도 곧 알게 될 겁니다.”
패배에 대해 변명하는 게 아니었다.
바르셀로나가 강했다는 사실을 숨김없이 밝히는 것뿐이었다.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는, 전임 감독 레이카르트의 전술에서 장점만 쏙 빼오고 단점을 보완하여 점점 완벽한 전술을 구축하고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아기레 감독이 느낀 바르셀로나가 그러했다.
이번엔 다른 젊은 남성 기자가 물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상대는 리그에서 6연승을 달리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홈경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담이 많이 되실 것 같은데요.”
바르셀로나전 바로 다음 라운드에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일정이 잡혀있었다.
이는 아틀레티코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 모든 팀들이 다 그러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스케줄.
하지만 아기레 감독은 특유의 비웃음을 살짝 흘렸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나 딱히 두렵지는 않습니다. 우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는 그들을 이겨야 할 본분이 있으니.”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치는 아기레.
그 모습에 기자가 다시 물었다.
“어젯밤 베르나베우에서 페르난도 알론소 전략분석관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소득이 있었는지요?”
“··· 크흠. 우리에겐 아직 13일이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철저한 훈련을 통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소득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어젯밤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관전하고 온 페르난도 알론소의 보고서에는 명쾌한 해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A4용지 18장 분량으로 간추려진 1차 경기분석보고서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패턴은, 지난 시즌 호비뉴를 키 플레이어로 한 4-3-3이나 4-2-3-1과 많이 다릅니다.그들은 올 시즌 7경기에서 3개의 스타팅 포메이션은 사용하였고, 한 경기에 평균적으로 3.85번의 큰 전술 변화를 주었습니다. 선수 위주의 전술을 운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 7할은 라울과 지단을 기반으로 둔 전술이며, 나머지 3할은 우호영의 다재다능한 역할수행을 활용한 전술입니다.
대부분의 슈팅은 박스 안 난전 상황에서 나왔으며, 이 경우 득점확률과 유효슈팅의 빈도수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대입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볼 점유율이 2% 상승할 때마다 승률이 1.4%가량 상승하는 것(A패턴)으로, 특히 지단과 우호영이 동시에 출전할 경우에 A패턴이 극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원 장악을 핫 존(Hot-Zone)으로 삼되, 경기력에 혼란을 주는 요인과 경기의 흐름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다음 경기에서 출전이 유력한 주력선수들을 대상으로 개인별 분석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Manzanares ATM(Atletico Madrid) 선수 전용 웹 페이지에 개재하였습니다.
그 외에 나머지는············.]
과학이 가파르게 발전해가는 이 시대에, 데이터 분석은 팀 전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수치로 얘기하고 떠들어봐야 결국 ‘골’을 넣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긴 하나, 그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바로 전력분석이었다.
승률을 단 1%라도 올릴 수 있다면, 전략팀이 과로로 죽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팀의 전력·전술만은 낱낱이 파헤쳐야 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는 이렇다 할 해답이 없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거였다.
-완벽해야 이길 수 있다.
아기레로서는 두 어깨가 무거웠다.
바르셀로나한테는 백 번 져도, 레알 마드리드한테는 결코 질 수 없는 게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심했다.
“후······. 그야말로 수난시대로군.”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아기레가 도착한 곳은 필드가 아닌 시청각실이었다.
이미 코칭스태프과 선수들이 모두 출석한 상태였는데, 다들 피로에 절어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젯밤 바르셀로나와 5대2라는 혈투를 펼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다음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었다면 적어도 이틀간은 푹 쉬게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전까지는 앞으로 13일이나 남아있었지만, 총 6차로 구성된 훈련 세션을 모두 끝내려면 마냥 쉴 수만은 없었다.
야외훈련은 쉬더라도, 최소한 실내훈련은 미리 해두어야 했다.
“오늘은 간단한 프리젠테이션만 할 테니, 추가로 배포하는 자료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하도록 해라. 모두 알겠나?”
“예.”
이러한 사실을 반기는 선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이도 없었다.
영원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는 기필코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 모두 집중하도록. 브리핑에 앞서 보게 될 영상은, 레알 마드리드의 올 시즌 7경기를 상황별 카테고리로 묶어 요약한 것이다. 먼저 지단의 후방 빌드 업을 통한 두 가지 찬스 메이킹 루트다.”
아기레가 신호를 주자, 전략팀에서 보내온 분석 영상이 재생되었다.
누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중 한 장면이었는데, 지단과 우호영 그리고 라울의 연계플레이가 돋보이는 득점이었다.
다음으로 재생된 장면은 FC 바테 보르소프와의 경기.
지단의 후방 빌드 업과 우호영의 전방 플레이메이킹 그리고 반 더 바르트의 2선 압박이 만들어낸 완벽한 골이었다.
“이거 원···.”
“산 넘어 산이로구만.”
영상을 확인한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바르셀로나보다 더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았다.
특히 우호영의 플레이 영상을 처음 본 선수들은 저마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나이도 어린놈이 뭐 저렇게 영악한 플레이를 해? 저기서 공격조율 하는 것 좀 봐.”
“뭐 최연소 기록을 박살내고 있다는 것만 들었지, 저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는데. 나 저런 유망주는 처음 봐.”
“메시가 데뷔했던 첫 시즌이 생각나네.”
라울·지단·카를로스 등 기존의 선수들이야 원래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우호영까지 이만한 수준일 줄은 몰랐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 경기는 처음 보는데,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 우호영은 어지간한 중위권 팀에 들어가도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수준이고.”
“그러게. 다른 선수들이 뒤에서 잘 받쳐준다고는 하지만··· 그런데, 설마 이것 말고도 더 있어요?”
“더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끝났다 싶으면 계속해서 새로운 영상이 재생되었는데, 잊을 만하면 우호영이 단골처럼 등장하였다.
영상 속의 호영은, 라울·로벤·이과인·말루다·반 더 바르트·지단·구티·반 니스텔루이 등 여러 선수들과 다양한 조합으로 삼각편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완벽한 삼각형은 곧 승리’라는 축구의 기본을 철저히 따르는 전술이었다.
이윽고 아기레가 입을 뗐다.
“우리는 이 삼각편대를 깨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상대가 라울이든 로벤이든 우호영든,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부숴야 승산이 있어.”
“음··· 그런 것 같군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빡센데.”
최신식 기술로 보기 쉽게 편집된 영상은 선수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올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해온, 프랑스 출신의 35살 노장 골키퍼 ‘그레고리 쿠페(Gregory Coupet)’였다.
비록 경미한 부상으로 지난 바르셀로나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향후 10일 정도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될 예정이었다.
즉, 레알 마드리드전에 출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기레 감독은 그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쿠페는 이전 클럽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문제없지.’
그는 세계적인 골키퍼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작정이었다.
경기는 10월 19일 저녁 8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 비센테 칼데론 스타디움(Estadio Vicente Calderon)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경기 시작 5분 전 터널.
양 팀 선수들은 경찰과 심판을 사이에 둔 채 무언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한쪽 구석에 동양인 소년이 서있었다.
감격스럽게도,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호영이었다.
호영의 눈이 정신없이 굴러갔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선수가 저 옆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금발의 장발머리를 헤어밴드로 말끔히 정리한 우루과이 출신의 명품 스트라이커.
그를 바라보는 호영의 눈이 빛났다.
[디에고 포를란]-캐논 슈터의 중거리 슛(U)
-경이로운 골 결정력(S+3)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S+2)
-두 박자 빠른 킥(S)
-두루 잘 쓰는 양발(A+3)
-칼날처럼 매서운 판단력(A+3)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이번 경기에서 60분 이상 뛰기)
(조건2: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하기)
(조건3: 유효슈팅 3회 이상 기록하기)
(조건4: 공격 포인트 2점 이상 기록하기)
(조건5: 승점 따내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특수조건: 경기에서 승리하기)
(특수조건를 달성할 시 추가로 디에고 포를란의 잠재력을 탐할 수 있습니다)
우루과이산 캐논 슈터 디에고 포를란(Diego Forlan).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미치도록 강력한 왼발의 슈터라면, 포를란은 양발이 고루 강한 캐논 슈터다.
슈팅파워는 물론, 정확도나 타이밍이 매우 일품이었다.
‘오늘은 중거리다.’
기존의 중거리 슈팅 재능을 한 번에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서 빨리 경기장에 나가 준비한 것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출전해보는 빅 매치라서 그런지 터널에서의 시간이 오늘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숨만 쉬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곧이어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주심과 양 팀 선수들이 동시에 경기장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지하 터널에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베르나베우와는 반대로, 이곳 비센테 칼데론 스타디움은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호영이 경기장 밖으로 걸음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Atleti, Atleti, Atletico de Madrid!”
당장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는 행진곡 같은 느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식 응원가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불타오르던 우호영의 승부욕은 경기가 시작한 지 고작 7분 만에 터졌다.
[우호영, 기습적인 중거리 슈우우우우우우웃!]딱히 과정이라 할 것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땅볼 패스를 받았는데 슈팅각도가 살짝 열려있었을 뿐이고, 호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껏 때렸을 뿐이었다.
그야말로 기습적이고 위력적인 슈팅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살짝 멀고 도움닫기가 없는 제자리 슈팅이었기에 파워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했다.
퍼억!
[몸을 날리는 그레고리 쿠페의 환상적인 선방! 창과 방패의 대결이 따로 없습니다!] [역시 쿠페에요. 슈팅이 아주 날카롭긴 했으나, 중거리 골을 쉽게 허용할 골키퍼가 아니죠. 무표정의 저 얼굴을 보세요. 별 거 아니다, 이 뜻 아니겠습니까?]해설의 말대로 쿠페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 뭐 이렇게 묵직해?’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슈팅파워가 상당했다.
30미터 거리에 이 정도 파워면 엄청난 수준이었다.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슈팅을 막았던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
‘선수보고서에 기록된 속도보다 빠른 것 같은데···.’
그런 의문이 들 무렵.
시야에 우호영의 뒷모습이 들어오더니, 이내 탄탄한 두 허벅지에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오늘 경기,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