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80
181
180.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상대(1)
얼마 전 모니카에게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13일 엘 클라시코가 있던 날 새벽.
당시 기숙사에 있었던 모니카가 방에서 몰래 빠져나오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녀는 호영이 일어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시간이 되자마자 복도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들었는데, 하필이면 경비원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학교에 소문이 퍼졌어.”
“뭐라고 퍼졌는데?”
“음······.”
감미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 안.
모니카는 초코라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뗐다.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내가 유난을 떤다고 뒤에서 욕하는 애들이 있대.”
눈뜨면 체육관에서 운동만 하지만, 연애에도 관심이 매우 많은 아이들이었다.
한창 이성에 눈을 뜰 나이가 아닌가.
남의 연애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좀 이상하네. 네가 그날 밤에 전화했던 이유가, 날 응원해주기 위함이라는 건 말 안했어?”
“내가 전화한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의 ‘우호영’이라는 건 아무도 몰라.”
“난 네가 이미 다 말했을 줄 알았는데.”
“알면 분명 난리가 날 거야. 수업 때마다 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전교생이 찾아올걸? 하하하.”
모니카가 해맑게 웃었다.
간만에 호영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럼 우리 사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학교장님밖에 없는 거네?”
“우리 사이?”
찰나, 모니카는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다시 입을 뗀 건, 수만 가지의 고민이 오간 뒤였다.
“응. 학교장님밖에 모르셔.”
“그럼, 이거 받아라.”
“응?”
호영이 가방에서 꺼내 건네준 것은 하얀색 상자였다.
그리고 그 상자 뚜껑을 열자, 모니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애플?”
다름 아닌 올해 출시된 3G핸드폰이었다.
“되게 귀엽게 생겼다. 초콜릿 같아. 근데 이게 뭐야?”
“핸드폰이지.”
“아니, 그건 알겠는데.”
“네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엥?”
예상치 못한 호영의 말에 모니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받···.”
“편하게 연락하라고 개통까지 다 해놨으니까 그냥 받아서 쓰기만 하면 돼. 조작법도 되게 쉬워. 거기 가운데 홈버튼 눌러봐.”
“홈버튼?”
꾸욱.
“오! 켜졌어.”
“하하. 누르니까 당연히 켜지지.”
“헤헤.”
해맑게 웃고 있는 모니카를 보고 있으니 호영의 입가에도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정 고마우면 맛있는 거나 해줘. 마리아한테 파로파(Farofa) 만드는 법 배웠다면서.”
“아아. 고마워, 호영아.”
마음 같아서는 당장 호영을 껴안고 싶은 모니카였지만, 걸림돌이라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둥근 테이블이었다.
모니카는 포옹하는 것 대신 테이블 위에 자그마한 상자를 올려놓았다.
“크리스마스 선물?”
“응. 근데 내 거가 너무 초라해 보이네.”
모니카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걱정스런 눈빛으로 호영을 바라보았다.
“꺼내볼래?”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어본 호영은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새하얀 털장갑이었다.
솜씨가 상당히 좋아서 구매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니 모니카가 손수 만든 것이 분명했다.
El Salvador.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호영을 부르는 ‘구세주’라는 단어가, 황금색 필기체로 자그마하게 수놓아져있었으니까.
“쉴 때마다 조금씩 만든 건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기숙사 방에서?”
“응. 몰래 이불 뒤집어쓰고.”
‘소문난 이유가 경비 아저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네.’
호영은 웃으며 장갑을 껴보았다.
모니카의 손처럼 부드럽고 따스했다.
“안 그래도 장갑 하나 필요했는데, 잘됐다. 고마워.”
올 시즌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2008년 12월 끝자락.
연초까지 쭉 이어지는 특급휴가는 축구선수들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년 5월 말까지 버틸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했기에, 모처럼의 휴가였음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보내야 했다.
과도한 외출이나 파티는 삼가고, 최소한의 볼 감각을 위한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본 철칙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안 하고 매일같이 술파티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매우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었다.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정기 훈련이 시작되었고, 연말과 연초를 제외하고 매일 가벼운 훈련이 잡혀있었다.
그리고 12월 28일 발데베바스.
“야, 크리스마스 이브 때 뭐했냐?”
“뭐하긴. 축구 보면서 스파게티 먹었지. 마르셀루 넌 뭐했는데?”
“수소문해서 유명한 헤어드레서를 만나고 왔지. 다음 시즌 때부터 아프로 머리로 스타일링하기로 했어.”
“왜 하필 내년인데?”
“몰랐어? 로버트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마드리드를 떠나기로 했거든. 지주는 아마 은퇴할 거고.”
결국 때가 왔다.
팀의 기둥 역할을 맡아주었던 노장 선수들이 하나둘씩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왼쪽 풀백자리는 네가 책임져야겠네.”
“지주(Zizou)의 자리는 네가 맡아야겠지.”
“그렇겠지.”
호영은 기분이 이상했다.
지단과 함께 공을 차기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째.
그동안 의지했던 스승이 은퇴한다는 게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
“그럼 1월엔 누가 올까? 프런트의 말을 들어보면 중원과 수비진을 강화한다던데.”
“누군가는 오겠지.”
호영은 누가 와도 상관없었다.
리그 우승을 위해서라면 여전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오전 훈련이 끝나갈 무렵,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예술적인 볼 컨트롤(SS+3)을 탐합니다.] [재능을 완전히 가져오는데 200일→25일이 소요됩니다. 25일 동안 다른 재능을 탐할 수 없습니다.] [예술적인 볼 컨트롤(SS+3)↑]기존의 볼 컨트롤(SS+) 재능이 두 단계 성장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호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메시에게서 얻었던 잠재력.
그것을 ‘예술적인 볼 컨트롤(SS+3)’에 사용하였다.
그러자 그때, 손꼽아 기다려왔던 순간이 찾아왔다.
[경지에 이른 볼 컨트롤(SSS-)↑] [재능을 완전히 가져오는데 300일→60일이 소요됩니다. 60일 동안 다른 재능을 탐할 수 없습니다.]최초의 트리플 S급 재능.
감격에 겨워 가슴이 벅차오르는 가운데, 연달아 떠오른 문구가 호영의 마음을 더욱 흥분시켰다.
호영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60일 뒤 확인 가능
‘통합이라···.’
합성과는 어떤 점이 다른 걸까?
흥분되었다.
과연 이게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확실한 건 새로운 목표가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12월 31일 밤.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 시계타워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종이 울리자, 사람들은 스페인 전통에 따라 포도알을 먹었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호영 역시 마찬가지로, 포도알이 들어있는 음료를 꿀꺽꿀꺽 삼켰다.
2009년은 그렇게 찾아왔다.
2009년 1월.
레알 마드리드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중원강화를 위해, 프랑스산 수비형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Lassana Diarra)를 400억이란 거금을 주고 영입하였고, 줄리앙 포베르(Julien Faubert)라는 선수를 임대하였다.
그리고 네덜란드산 특급 스트라이커 훈텔라르(Huntelaar)를 영입해야 한다는 보드진의 의견이 있었지만, 페레즈의 극구반대로 인해 그 이적 건은 무산되었다.
또한, 더 이상의 공격자원 보충은 없을 거라고 못을 박았다.
네덜란드 커넥션의 끝을 알리는 결정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았다.
살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새로 온 이적생들은 팀에 그럭저럭 잘 적응해주었고 훈련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1월은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없었기에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이 잡혀있었다.
중원을 탄탄하게 다진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1월 초에 벌어진 정통강호 비야레알(Villareal)과의 홈경기에서 1대0 승리를 거두며 연승행진을 이어나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바로 1월 11일, 발렌시아와의 원정경기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날의 경기는, 리그 2위와 리그 3위의 대결인 만큼 시작 전부터 그 열기가 굉장히 치열했다.
오죽했으면 경기장 인근에서 관중들의 패싸움이 벌어지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양 팀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앙숙이 따로 없었다.
흡사 마드리드 더비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색적인 야유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그런 환경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나마 지단이나 반 니스텔루이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경기 시작부터 상태가 안 좋은 선수도 있었다.
바로 페페.
그는 그날 따라 야유를 퍼붓는 비야레알 응원단에게 한방 먹여줘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안 그래도 바르셀로나전 이후 자신감이 폭발하던 시기라 그 정도가더욱 심했다.
결국 그는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고 경기 중에 끔찍한 플레이를 저지르고 말았다.
화근은 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다비드 비야(David Villa)의 돌파였다.
그전부터 비야와 신경전이 있었던 페페는 그를 발로 걷어차 넘어트렸다.
사실 여기까지는 수비를 위한 전략적인 반칙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허나, 중요한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넘어진 비야를 무릎으로 찍어 내리는 엽기행각을 벌이고 만 것.
그래도 만약 거기서 멈췄더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페페는 멈추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비센테(Vicente)가 심판에게 항의하자, 페페는 곧장 그에게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며 복서로서의 자질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결과는 뻔했다.
퇴장.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비야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고, 이후 발렌시아는 11대 10의 유리한 싸움에서 계속해서 이득을 취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결과는 3대1로 발렌시아의 승리.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가 이길 줄 알았던 세계의 수많은 축구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경기가 끝난 뒤 페페가 주심에게 “너희는 모두 창녀의 아들이야!”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프리메라리가 연맹은 페페에게 향후 10경기 출전 금지를 내리면서 그의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하였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10일 내에 항소할 권리가 주어졌지만, 사실상 큰 의미는 없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위기에 봉착하였다.
미래를 알고 있었던 호영이 페페의 난동을 막아보려고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지만, 예정보다 3달이나 빠르게 일어난 탓에 그러지를 못했다.
깡페페의 전설은 이번 생에도 어김없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를 기점으로 클럽에 악재가 겹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가 어느덧 2월 중순을 훌쩍 넘겼다.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다음에 치르게 될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상대.
EPL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그들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잉글랜드의 강호였다.
그들을 꺾기 위해서는 악재를 덮을만한 묘수(妙手)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