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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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보상, 보상, 또 보상(3)
호영이 향한 곳은 경기장 지하에 위치한 접견실이었다.
호영으로서는 처음 가보는 장소였다.
보통 그곳은, 경기 후 슈스터가 원정팀 선수들과 따로 대면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용도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보통 구단을 찾아온 귀빈들을 위해 내어준다.
가령 스폰서십을 위해 선수들을 찾아온 기업인이라든가, 아니면 중요한 소식을 들고 온 기자라든가.
끼익.
준비된 접견실로 들어간 호영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레드와인과 과일주스가 놓인 테이블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장년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투토스포르트(Totto Sport) 언론에서 나온 알베르토라고 합니다. 이번 골든보이 어워드의 심사위원장을 맡았지요.”
“우호영입니다. 반갑습니다.”
“편하게 앉으시죠.”
말끔한 정장을 입은 사내는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저널리스트였다.
호영은 이때 직감했다.
‘됐구나.’
예상대로, 그가 들고 온 것은 호영이 손꼽아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축하드립니다. 당연히 예상은 하셨겠지만, 우호영 선수가 2008년 골든 보이 어워드(Golden boy Award)에 선정되었습니다.”
그 말에 호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선정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혹여나 이변이 일어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예상대로 이뤄졌다.
“압도적인 표차입니다. 시즌 초반 때만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데르손 선수가 유력한 경쟁자였지만 9월 이후부터는 우호영 선수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었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는 수상입니다. 투토스포르트를 대표하여 우호영 선수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골든 보이 어워드 수상.
이로써, 세계의 공신력 있는 스포츠 매체들이 호영을 최고의 유망주로 인정하게 된 셈이었다.
“그럼 시상 때문에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신 건가요?”
“보통 경기장으로 몰래 트로피를 들고 가서 경기가 끝나면 서프라이즈로 수여하거나, 포토라인에서 기습적으로 나타나 시상식을 거행하기도 합니다만, 올해는 이렇게 되었네요. 어워드의 권위가 높아지면 언젠가는 따로 시상식을 가지게 되겠지만요.”
전대 수상자였던 라파엘 반 더 바르트, 웨인 루니, 리오넬 메시, 세스크 파브레가스, 세르히오 아게로.
그들 모두가 뛰어난 활약을 해준 덕분에 골든 보이의 공신력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6대 수상자인 우호영까지.
“그래서 말인데, 우호영 선수가 분발해주셔야겠습니다. 저도 항상 이렇게 옮겨 다니는 것도 지겹거든요.”
“이런. 저 때문에 괜히 마드리드까지 행차하신 거군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알베르토는 가벼운 농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이제 포토라인으로 가셔서 트로피를 수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가시죠.”
“아, 우호영 선수?”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알베르토가 손을 내밀었다.
“잠깐만 시간을 좀 내어주시겠습니까?”
본론은 끝났지만 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알베르토는 꽁꽁 감추고 있던 속마음을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했다.
“포토라인에서 공식인터뷰를 진행할 텐데,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전에 앞서 개인 인터뷰를 여기서 잠깐 가져도 되겠습니까?”
“형식적인 건가요?”
“어워드에 관련 없는 제 개인적인 인터뷰입니다. 껄끄러우시면 답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호영은 흔쾌히 승낙하였다.
상을 주러 온 사람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인터뷰 기회를 얻은 알베르토는 흥분에 겨운 얼굴로 입을 뗐다.
“최근 이적 관련한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등 빅 클럽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이 중에서 관심 있는 클럽이 있으신가요?”
“음, 저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을 한 덕분에 골든 보이 수상자라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엘 클라시코라는 큰 무대에서 팬들이 만족할 만한 활약을 해냈고요.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마드리드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얘기시군요?”
“마드리드의 팬 분들은 저를 항상 응원해줍니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했죠. 그들을 위해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꼭 들어 올리겠다고요. 저는 레알 마드리드의 라 리가 3연패의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
“멋진 각오입니다. 그럼 혹시, 나중에라도 같이 뛰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을까요?”
“같은 팀이든 상대 팀이든, 세계적인 선수들과는 언제라도 함께 뛰어보고 싶은 게 축구선수의 소망이죠.”
“AC밀란의 카카도 거기에 포함될까요?”
‘웬 AC밀란?’
호영은 AC밀란이란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심상치 않은 질문이었다.
호영이 되물었다.
“갑자기요?”
“갑자기는 아니구요.”
그런데 인터뷰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 대신.
끼익-
호영을 만나러 온 사람은 심사위원장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
“우(Woo).”
마침 타이밍 좋게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호영의 오랜 스승이자 형제인 히카르도 카카(Ricardo Kaka)였다.
그는 호영을 살포시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 오랜 동생, 오랜만이다.”
지난 18일.
AC밀란은 1월 11일까지 약 3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하면서, 선수들에게도 휴가가 주어졌다.
카카는 본래 성격상 훈련을 하면서 휴가를 보냈겠지만, 올해에는 특별히 아드리아노 갈리아니(Adriano Galliani) 부회장과 함께 마드리드를 방문하였다.
이틀 뒤 프랑스에서 열릴 제 53회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가하기 전, 볼일이 있어 방문했던 것이었다.
카카와 호영은 오랜만에 만난 만큼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심사위원장이 자리를 비워주자 둘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AC밀란의 부회장이랑 페레즈 회장이랑 같이 회장실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가 온 거예요?”
“여기에 네가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안 들릴 수가 있어야지. 경기도 잘 봤다. 이젠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더라.”
“그럴 리가요.”
4년 만에 본 카카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해있었다.
메시만큼은 아니었지만 탐나는 재능이 수두룩했다.
AC밀란에 가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낸 모양이었다.
그런 카카는 호영을 보더니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 자란 것 같아 괜히 내가 자랑스럽네.”
“당연하죠. 히카르도 씨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저는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텐데요.”
“하하.”
카카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신실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마드리드는 지낼 만 하니?”
“모든 것이 좋아요.”
“다른 곳에서 지내볼 생각은 없고?”
“아직은요. 그런데 페레즈 회장과는 무슨 얘기를 나누셨어요?”
“나에게 딱 맞는 흰색 유니폼이 하나 있다고 하더라고.”
“그렇군요.”
호영은 카카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와서 망하게 되는 끔찍한 미래를 말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도 그러란 법은 없었다.
그가 AC밀란에 남는다고 해서 승승장구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마드리드에 온다고 해서 또 망하라는 법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다만 카카가 확실하게 바라는 것은 하나 있었다.
“어디에서든 너랑 같이 한번 뛰어보고 싶다. 베르나베우든 산시로에서든.”
“저야말로요.”
이후에는 지하 1층 포토라인에서 공식 시상식이 열렸고, 호영에게는 축구공 모양의 황금 트로피가 주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잠재력(SS+)]특수조건 달성.
골든 보이를 수상함으로써 얻어낸 메시의 잠재력이었다.
지난 엘 클라시코에서 얻었던 사비의 잠재력(SS-)은 이미 ‘예술적인 볼 컨트롤(SS+)’에 사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에 얻은 잠재력은 바로 사용하지 않았다.
‘12월 28일까지 기다리자.’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았다.
12월 넷째 주.
스페인에도 크리스마스 주간이 찾아왔다.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는데, 특히 마드리드의 거리는 그 여느 곳보다도 화려하고 개성이 넘쳤다.
새해를 기념하기 위한 포도 특판 매대가 마트마다 설치되는 한편,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에서는 각종 축제와 파티가 열렸다.
스페인 사람들이 축구를 잠깐 내려놓은 유일한 기간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축제를 즐겼다.
구단에서 전통적으로 가지는 크리스마스 오찬이 노에드 호텔에서 진행되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참석해 좋은 시간을 보냈다.
페레즈가 착석한 테이블에는 한껏 멋들어지는 슈트를 쫙 차려입은 선수들로 가득 차있었다.
라울·구티·카시야스 등 클럽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합석했는데, 그중에는 호영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낯설고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딱히 그런 건 없었다.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페레즈의 바로 옆자리라는 것이 살짝 부담스럽긴 했다.
“이브에 계획이 있나?”
“오래된 친구랑 만날 생각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파파라치에게서 벗어나는 건 너무 큰 소망이겠죠?”
“불가항력이야. 하지만 만약, 베르나베우에서 데이트를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직원들의 입을 막는 건 쉬운 일이거든. 원한다면 한 시간 정도는 경기장을 통째로 대여해주지.”
“하하하. 언젠가 한 번쯤은 해보고 싶네요.”
오찬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하지만 호영의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한 것은 점심 식사가 모두 끝난 이후, 귀한 손님이 테이블에 착석한 뒤였다.
‘볼 때마다 긴장되네.’
축구계의 전설.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명예회장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였다.
비록 머리는 희끗희끗했으나, 그는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선수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호영의 시선은 그에게 고정된 채 떨어지지 않았다.
디 스테파노가 가지고 있는 L급 재능을 보고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소유를 주장하는 사람이 오더라도 현혹될 만한 재능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야.’
같은 L급이라도 차붐의 허벅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일 터.
조건 하나만 해도 ‘라 리가에서 우승하기’일 정도로 어려웠으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디 스테파노는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잇는 전설이 아닌가.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이뤄내면 돼.’
이뤄야 할 건 많았지만 그만큼 시간과 기회도 많았다.
지금껏 그래왔듯 멈추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일단 크리스마스에는 좀 쉬어야지.’
1월부터는 더 이상의 브레이크가 없다.
멈추지 않고 달릴 걸 생각하면 지금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걱정 없이 쉴 생각이었다.
바로 다음날.
호영은 얼굴을 가리고 외출에 나섰다.
평소였다면 그냥 나섰겠지만, 오늘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간만에 만난 그녀는 빨간 목도리에 얼굴을 푹 파묻은 채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지는 장면이었다.
“오늘 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나왔대.”
귀엽고 풋풋하기만 했던 소녀는 어느새 점점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