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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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공포의 아들탄(4)
[우호영이 툭툭 치고 나갑니다.] [비에이라가 뒷걸음질 치면서 대치를 벌입니다.]슬쩍.
호영의 눈빛이 바로 앞으로 향했다.
화면으로 보면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축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헌데 190센티가 넘는 흑인이 바로 앞에 서있다고 생각해보라.
물론 거구를 상대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강해.’
비에이라에게서는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었다.
마치 거대한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느낌.
그를 앞에 두고, 다른 생각을 부릴 여유 따위가 존재할 리 없었다.
상식선에서는 보통 그게 맞았다.
제아무리 잘 나가는 세리에의 공격수라도, 그를 상대할 땐 심혈을 기울여 최고의 기량을 펼쳐낸다.
하지만.
슥.
호영은 시야를 넓게 퍼트렸다.
동시에 비에이라에게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여유를 부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른 공격활로를 모색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할 비에이라가 아니었다.
자신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팔고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이맛살이 거칠게 짓구겨지면서 몸이 먼저 움직였다.
호영의 숨이 한 차례 멈춘 것도 바로 그때였다.
타닥.
두 사람의 발이 동시에 움직인 그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주위가 조용해졌다.
팍 가라앉았었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오오, 우호영이 비에이라를 벗겨냈습니다!] [그러면서 우호영! 막힘없이 치고 나갑니다!]찰나 비에이라는 두 눈을 의심했다.
순발력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아닌가.
왕년에는 짐승의 몸을 가졌다고 평가받았던 그였다.
이건 근육형질의 차이이자, 흑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었다.
그런데 뚫렸다니.
‘씨······.’
욕지기를 삼켰다.
그 대신 재빨리 몸을 틀어 호영에게 다가갔다.
과연 베테랑 중의 베테랑다운 대처였다.
노쇠했어도 끈기와 투지 그리고 정신력만큼은 여전히 세계제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비에이라가 따라가 보지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우호영은 이미 2선을 넘었어요.]노쇠해버린 그의 다리는 호영의 드리블속도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믿을 건 후방에 있는 캄비아소(Cambiasso)뿐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퍼억!
[우호영과 캄비아소가 충돌합니다.] [캄비아소가 슬금슬금 다가와 잽싸게 덮쳐버리는군요.]시종일관 우호영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캄비아소가 유니폼을 잡아끌며 몸싸움을 시도했다.
그 사이 비에이라가 쫓아와 호영을 뒤에서 덮쳐 공을 빼냈다.
이것이 바로 무리뉴의 수비전술이었다.
[우호영으로선 아쉽게 됐습니다만 분명 좋은 시도였어요.]확실히 좋은 시도였다.
뜻밖의 수확이 생겼으니까.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A+)]오랜만에 멘탈리티 재능.
‘나에게 이런 잠재력이 있었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전반 25분.
무리뉴는 포메이션을 살짝 손봤다.
[초반부터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테르. 처음엔 4-1-2-1-2를 들고 나왔지만 라인의 간격을 조절하여 4-3-1-2로 탈바꿈했습니다.]다이아몬드 4-4-2라고도 불리는 4-1-2-1-2 포메이션은 주제 무리뉴가 FC포르투 시절에 즐겨 쓰던 전술이었다.
그리고 작년 만치니 감독의 인테르 역시 4-1-2-1-2를 주로 사용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리뉴가 4-1-2-1-2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살짝 다른 점이 있었다.
무리뉴는 기존의 4-1-2-1-2를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버무려 4-3-1-2라는 포메이션을 만들어냈다.
무리뉴 체제 안에서 변모한 인테르는, 중앙을 과감히 버리고 측면을 선택하는 과정을 밟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과연 축구철학이 확고한 감독다운 전술입니다. 최전방에 투톱으로 나가있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아드리아누가 공간을 벌려주고 있어요.] [측면에서의 공격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 잘 풀리고 있고요.] [지난주 이브라히모비치 선수가 했던 인터뷰와는 다른 모습이네요.]불과 1주 전 나폴리(Napoli)와의 경기에서 패배를 했던 날, 즐라탄은 인터뷰에서 무리뉴를 대놓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측면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없다. 계속해서 나를 이런 식으로 측면으로 내보내려고 한다면 나도 내 식대로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올라간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축구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필드에서 뛰어다니는 우리가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야 진정 승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몇몇 공격수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최전방 공격수이지 측면 공격수가 아니다. 중앙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원하는 건, 공격수로서 당연한 일이다. 어쩔 때는 크레스포(Crespo)와 투톱을 서는 것이 더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무리뉴는 우리의 생각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많은 것을 내포한 인터뷰였다.
무리뉴가 전술보다 더욱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선수단 장악인데, 즐라탄이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은 감독에게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불화설로 번지게 되었고, 수많은 추측기사들을 통해 세계로 널리 퍼지게 됐었다.
이를 두고, 무리뉴와 즐라탄은 챔피언스 리그를 위해 서로 타협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인터뷰 내용과는 180도 다른 게임이 펼쳐졌다.
즐라탄은 불만은커녕 무리뉴의 말에 충실하며 전술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전은 인테르가 압도적으로 가져갔다.
스코어의 균형이 깨진 것은 전반 35분이었다.
[사네티(Zanetti), 즐라탄이 빠진 자리를 대신하여 중앙으로 깁숙히 침투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측 측면의 즐라탄에게 살짝 패스를 흘겨줍니다.]측면에서 공을 받은 즐라탄은, 짐승처럼 달려오는 마이콘(Maicon)에게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내주었다.
[즐라탄이 박스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이콘이 공을 잡습니다.]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붙어보는데요!]퍼억!
“······!”
마이콘은 탄탄한 신체를 앞세워 카를로스의 영역을 벗어났다.
바로 이어진 행동은 그의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크로스였다.
[대각선에서 올려주는 크로스!] [즐라탄의 키를 넘어 뒤쪽 공간으로 올라갑니다!] [아드리아누(Adriano)가 쇄도하는데요!]“집중해!”
“반대편으로 가잖아!”
“젠장.”
박스 안은 난리가 났다.
아드리아누를 잡았어야 할 칸나바로는 그의 민첩한 돌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철렁!
그대로 헤딩을 허용해주고 말았다.
인테르의 선제골이었다.
[고오오오올!] [아드리아누의 헤딩골이 레알 마드리드의 골망을 가릅니다. 엄청난 점프력을 이용해 바닥에 꽂아버리는 강력한 헤딩슛이었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래도 카시야스가 기적처럼 반응을 했는데 말이죠. 침투와 헤딩이 워낙에 훌륭했네요.]신이 내린 재능 아드리아누.
27세의 나이에 폼은 많이 죽었지만 골 감각만큼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무적이라고 불리던 피지컬은 이제 볼 수 없지만, 위치 선정과 공간장악력, 그리고 파워만은 여전하네요. 저렇게 육중한 칸나바로가 꼼짝을 못하다니요.]인테르의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마이콘, 콰레스마, 루이스 피구 등 크로스가 일품인 선수들과 아드리아누, 즐라탄, 크레스포처럼 제공권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는 것.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정확히 10분 뒤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추가골을 허용했다는 점이었다.
이번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득점이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이 강하게 밀어붙여봤지만, 왈테르 사무엘(Walter Samuel), 이반 코르도바(Ivan Cordoba) 그리고 다비데 산톤(Davide Santon)이 물오른 수비를 보여주었다.
그 수비진을 뚫는다고 하더라도 골대 앞에는 거미손 줄리우 세자르(Julio Cesar)가 버티고 있었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45분 동안 결정적인 찬스 한 번 살려내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전반전을 마쳐야했다.
원정팀 라커룸은 한숨소리로 그득했다.
전반전 내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그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다.
이제 겨우 2점 차이였지만,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때려보지 못할 정도로 무력하게 졌다는 사실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호영은 구석에 앉은 채 홀로 생각에 잠겼다.
‘모든 것이 말렸어.’
슈스터가 무리뉴의 심리전에 말려든 것부터 시작해서 방금 전까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흠.’
얼마 전 난리가 났었던 즐라탄의 인터뷰.
그리고 무리뉴와 선수단의 불화.
그것은 분명 레알 마드리드에게 있어서 큰 호재였다.
특히 베른트 슈스터는 그 사실에 매우 기뻐하며 대응전술을 마련하였다.
그것을 위한 훈련에만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모른다.
대부분이 그렇게 짐작했었다.
즐라탄을 엔트리에서 과감히 빼버리거나, 아니면 적절하게 타협하여 중앙 공격수에 배치할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 무리뉴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았다.
‘어째서?’
그 잘난 즐라탄이 무리뉴 앞에서 성깔을 죽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였다.
‘연막작전.’
의심이야 당연히 했지만, 대상이 즐라탄이었기에 그 인터뷰를 믿었던 것이다.
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성격이었으니까.
‘심리전에서 완전히 당했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과연 명장(名將)이다.
과르디올라가 ‘축구공’을 한 손으로 갖고 노는 능력을 지녔다면, 무리뉴에게는 ‘축구라는 게임’을 양손으로 잡고 뒤흔드는 능력이 있었다.
‘과르디올라도 대단하지만 무리뉴도 장난이 아니야.’
직접 겪어보니 알 것 같았다.
감독들의 인터뷰능력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의 짧고 굵은 심리전들이 인테르를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 셈이었다.
호영은 사실 인테르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알고 있던 0809시즌의 인테르는 이런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얘기가 달랐다.
그렇다면 0910시즌의 인테르는 얼마나 더 강해진다는 소리인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라커룸마저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겨내야 할 길이다.’
꿀꺽.
두려움을 삼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라울과 지단이 슈스터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이었다.
호영이 입을 뗐다.
“분위기 반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그 시각 홈팀 라커룸.
짝짝.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2번의 박수소리.
2득점을 자축하며 라커룸으로 들어온 무리뉴 감독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군.’
모든 것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슈스터에게 언론의 화살을 돌려 압박감을 심어주기 위해 했던 인터뷰.
팀의 불화설을 터트리기 위해 즐라탄에게 지시하였던 거짓인터뷰.
모든 것이 통했다.
이제는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다들 집합. 전반전은 좋았다. 하지만 후반전은 더 좋아야 돼. 왜지? 바로 우호영의 투지가 불타오르는 시간이기 때문이지. 그건 마법이 아니라 사람의 재능이야. 다들 이해하겠나?”
“예.”
“알고 있습니다.”
“실력만큼이나 투지도 뛰어나더군요.”
“그래, 알았으면 됐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우호영이 위험하지 않을 때와 위험할 때를 파악해서 그를 살살 놓아줘라. 그리고 그때, 비에이라와 캄비아소가 동시에 덮치는 거야. 전반전과는 다르게 나서야 돼. 그는 이미 우리의 수비전술을 파악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인테르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마지막으로 무리뉴가 몇 마디 덧붙였다.
“최전방에서 너희들을 이끄는 것은 항상 나다. 너희들은 내 뒤에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나가서 싸워라. 우리가 갈 곳은 오로지 로마뿐이다. In bocca al lupo.”
“Crepi il lupo!”
행운을 빌자는 이탈리아어를 끝으로, 그들은 결승전이라는 꿈을 안으며 경기장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꿈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주심의 호각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이었다.
우호영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시점과도 일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