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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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졸업 그리고 본격적인 시작(1)
경기가 끝난 후, 벤제마에게서 ‘정교한 퍼스트 터치(A+3)’를 탐하자 ‘경지에 이른 볼 감각’의 절대치가 소량 상승했다.
더욱이 지네딘 지단의 ‘경이로운 탈 압박(S+)’이라는 귀중한 재능을 가져올 수 있었다.
히든조건이 바로 ‘공식 은퇴식 거행’이었기 때문이다.
늦은 밤.
공식 은퇴식 이후 경기장 지하에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지단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아무리 담담한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언정 복받쳐 오르는 감정은 쉽게 참아낼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분명 미셸 플라티니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상징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는 수많은 동료선수들이 있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은퇴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난처한 질문.
이 질문만 나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고 만다.
하지만 지단은 즉흥적으로 가감 없이 말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프랑스에는 비에이라, 마케렐레, 드사이, 앙리 등이 있을 것이고, 레알 마드리드에는 라울, 카를로스, 구티, 호나우두, 카시야스, 살가도 등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우호영이 제 황혼기에 있었죠.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매우 감동적이군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정말 우호영이 당신의 축구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었던 것인가요?”
“제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엔조 프란체스콜리와 미셸 플라티니 때문입니다. 그리고 축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호영입니다.”
그는 그 말을 시작으로, 30분이 넘도록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을 가진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리고 인터뷰 직후.
기자회견장을 나온 지단은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이젠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필 수 있겠군.”
이제 은퇴한 몸이니 어디에서든 떳떳하게 담배를 필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담배와 때려야 땔 수 없는 사이였다.
오래 전, 유명한 골초로 알려졌던 그는 항상 기자들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곤 했었다.
금연을 시도한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금연을 시도했던 게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였다.
우호영을 바라보며 재기를 다짐했던 그날부터 약 2년간은 담배에 손도 대지 않았었다.
은퇴를 미루게 된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지단은 창밖의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앞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곳에서 더 오래 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우호영 덕분이었다.
‘신비로운 녀석이야.’
그와 함께한 시간은 늘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예전엔 놀라운 잠재력으로 사람을 놀라게 만들더니, 요즘엔 입이 떡 벌어지는 실력으로 기쁨을 주고 있었다.
이렇게나 성장한 우호영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졌다.
직접 1-2년간 가르쳤다보니 뿌듯함이 엄청났다.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친아들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가르쳤던 게 바로 호영이었으니까.
그리고.
“후······.”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어느새 옛날 일이 되어버렸다.
8년간 몸담았던 이곳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자신의 흔적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었다.
물론 마드리드를 아예 떠나려는 것은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코치직을 맡아 감독으로 발전해가고 싶다는 오랜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칼데론이었다.
그는, 페레즈와 매우 각별한 사이인 지단을 고용할 리가 없었다.
‘한동안은 마드리드를 떠나있어야겠지.’
여기 있다가는 칼데론의 정치적 희생양이 될 것이 뻔했다.
이미 얼마 전 페레즈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여 훗날을 위해 잠시 마드리드를 떠나있기로 하였다.
치익.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나니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었다.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라커룸이었다.
구단의 배려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자리를 치우기 위함이었다.
당연히도 불은 다 꺼져있었다.
선수들은 이미 아까 전에 돌아갔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타닥, 탁.
“뭐지?”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이런 맙소사···.”
지단의 입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졌다.
이미 아까 전에 팀 버스를 타고 떠났어야할 선수들이 모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분위기는 한없이 진지했다.
한 명쯤은 웃음보를 터트릴 만도 한데 모두가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장난기가 많은 마르셀루조차 마찬가지.
이것이 레전드의 마지막을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였다.
그리고.
“지주, 그 동안 수고 많았다.”
라울이 대표로 나와 지단과 포옹을 나눴다.
“녀석들도 참···.”
지단은 다시금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평소 부끄러움이 많았기에 이런 이벤트에 특히나 약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탁.
다시 불이 꺼지더니 뒤쪽에서 건장한 사내가 불쑥 튀어나왔다.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서있는 호영이 지단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얼굴은 편안했다.
누구보다 이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호영이었지만, 떠나보낼 땐 시원하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미련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지단은 감독이 되어 반드시 마드리드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다.”
마지막 순간까지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지단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8월 30일.
다음날은 선수단 전원에게 꿀 같은 휴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호영은 아침부터 외출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머리에 왁스칠을 해서 한쪽으로 넘기고, 옷은 깔끔하게 갖춰 입은 다음, 루치가 대기해놓은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시각은 오전 8시였고, 30분 남짓 걸려서 도착한 곳은 SAK국제학교 엘 카스티요였다.
“와, 사람 많네요.”
개학까지 일주일이나 남아있었음에도 학교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른 점은 학생들이며 학부모며 그 밖의 외부인이며, 대부분이 드레스나 양복차림을 갖춰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페인 졸업식은 이런 식이군요. 학생들도 드레스랑 양복을 갖춰 입을 줄은 몰랐는데.”
“한국도 저러나요?”
“음···. 글쎄요. 제가 한국에서는 중학교를 안 다녀봐서.”
“하하. 참, 그러시죠.”
오늘은 SAK국제학교 엘 카스티요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달리 말해 모니카의 졸업식이었다.
“그럼 조심히 갔다 와요. 팬들에게 둘러싸여서 구해달라고 전화하시지 말고. 그게 가장 힘든 일인 거 알죠?”
“큭큭. 걱정 말고 볼 일 보고 오세요. 그럼 전 갔다 올게요.”
오늘도 어김없이 선글라스를 낀 호영은 조용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분명 파파라치들이 따라 붙었겠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오늘은 머리도 좀 색다르게 만졌으니까 많이는 못 알아보겠지.’
그리고 입구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어?! WHY?”
“이런.”
학교 안으로 들어선지 단 1초 만에 호영을 알아본 한 소년.
“우, 우호영 선수 맞죠?”
“안녕하세요. 모른 척 좀 부탁드릴게요.”
“와······.”
호영이 악수를 건네며 부탁하자, 소년은 당황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져대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그러고는 곧 허탈한 얼굴을 지었다.
“펜이 없어요······.”
“사인은 다음에 만나면 꼭 해줄게요.”
“아아, 잠시 만요. 제발 잠깐만 있어줘요. 팬이에요. 아니, 우상이란 말이에요.”
호영의 또래나 될까 싶을 그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 펜을 하나 구하고 왔다.
직후 와이셔츠를 등 뒤로 반쯤 올리면서 말했다.
“거기에 사인 좀 해주세요!”
“이거 유성펜이잖아요.”
“네, 맞아요. 그걸로 해주시면 돼요!”
“아, 예.”
맞다.
잠깐 그것을 망각했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구란 인생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 됐습니다.”
“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팬이거든요.”
“하하. 고맙습니다. 악수나 한 번 해요.”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나 좋아해주는데,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호영은 성심성의껏 팬서비스를 해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호영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축구장에서나 흐름을 읽을 줄 알지, 여기에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재능이었다.
“헉. 저기 봐.”
“우호영 아니야?”
“우호영이 여길 왜 와.”
“아는 사람 있나보지!”
“설마 여자친구?”
“말도 안 돼.”
“안 돼.”
“반대야.”
“그럼 한 번 가보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가운데로 몰려들고 있었다.
호영은 이미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머리가 너무 튀었나? 아니면 선글라스?’
특히나 난리법석인 여성들의 반응을 보자면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도 같았다.
솔직히 오늘은 평소보다 외모와 의상에 신경을 쓰긴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반응이 더욱 폭발적이었다.
‘엄청나구만.’
금세 인파에 둘러싸이고만 호영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선글라스를 시원하게 벗었다.
어차피 오늘은 푹 쉬기로 작정했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돌발 팬 사인회나 연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었다.
그 시각 학교 안에서 졸업식을 준비 중이던 학생들은 난리도 아니었다.
“야, 그거 들었어?”
“뭐?”
“밖에 우호영 왔대.”
“뭐? 어디!”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데?”
“헉.”
“야, 어디가! 졸업식 준비해야지 이 미친년아!”
호영의 주된 팬층이 ‘10대 소녀’와 ‘5~100세 남성’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었다.
올해 초부터는 호영을 캐릭터로 만들어 학용품 같은 것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주 고객 역시 10대 소녀들이나 자식을 둔 남성들이었다.
구단과 호영에게 들어오는 초상권수입도 짭짤했다.
그만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호영 열풍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어유. 다들 난리도 아니네. 세상에 딱 한 번 있는 졸업식인데 말이야. 뭐, 축구선수 처음 봐?”
마리아 사르다.
돈 많고 잘 생긴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로서는 우호영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양인은 그녀의 취향이 아니었다.
우호영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본다고 하더라도 딱히 감흥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그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들 난리인지 말이다.
“얘. 너도 우호영 팬이니?”
사르다는 옆에서 화장을 하고 있던 한 소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모니카가 말했다.
“응. 엄청 좋아해.”
둘은 룸메이트였다.
하지만 사이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르다는 예쁘게 몸매 좋은 모니카를 질투했고, 항상 트집을 잡길 원했다.
오늘도 다를 건 없었다.
“너 남자친구도 있잖아? 밤마다 몰래 나가서 통화하는. 그러다 네 남자친구가 알면 속상하겠다.”
“이제 안 해. 그 애가 핸드폰 사줬거든.”
“어머, 지금 남자친구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얘도 참. 우리 나이 대에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그 말에 모니카는 그저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응. 우호영이 내 남자친구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짜 남자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모니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가끔씩은 말하고 싶어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윽고 사르다가 말했다.
“빨리 나와~ 곧 시작하겠다.”
“그래.”
잠시 후 진행된 졸업식은 과연 예술학교답게 후배들의 화려한 축하무대로 시작되었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연계된 전문체육원에 들어가거나 따로 코치진을 두고,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향한 꿈을 키우게 된다.
올해 모니카는 비교적 돈이 덜 드는 전문체육원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유학비가 어마어마하게 드는 수준이라 집안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스페인에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윽고 졸업식이 성황리에 끝나자 모니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호영이는 아직 안 왔나?’그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모니카!”
모니카를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
“사진 좀 찍어줘!”
마리아 사르다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돈 많고 잘 생겼다며 사르다가 입이 닳도록 자랑하던 남자친구가 같이 서있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바로 부탁을 들어주었다.
“찍는다?”
찰칵.
그렇게, 사진을 한 방 찍어준 직후였다.
“모니카.”
“어, 호영아! 와있었구나.”
“그럼. 막바지에 잠깐 화장실 갔다 오느라.”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호영이었다.
그러자 순간 모니카는 숨이 멎은 듯했다.
멋진 옷차림으로 대면하는 만큼 느낌은 더욱 특별했으니까.
누가 보나 선남선녀였다.
제대로 스타일링한 호영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멋있었고, 화장에다가 드레스까지 갖춰 입은 모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저기!”
황급히 달려온 사르다의 남자친구.
놀랍게도 그는 오늘 아침에 사인을 받은 소년 중 하나였다.
“사, 사진 같이 찍어요!”
그는 사르다를 버리고 호영에게 냉큼 달려와 셀카를 찍었다.
사르다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모니카에게 물었다.
“둘이··· 아는 사이?”
이에 대답한 이는 모니카가 아닌 호영이었다.
“남자친구에요.”
그 말에 쿵쾅대는 소리가 새어나갈 것처럼 크게 울렸다.
모니카의 심장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