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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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저스트 텐미닛(1)
경기 직후 기자회견장.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오늘의 경기는 정말 뜻깊었던 것 같습니다. 첼시를 상대로 무려 4골을 터트린 것은 물론이고, 팀이 리그 2위로 도약했는데요. 게다가 MOM으로 선정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환상적입니다.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완벽했습니다. 그 누구도 못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무엇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죠. 맨 시티는 더 이상 그저 그런 팀이 아닙니다.”
MOM으로 선정된 호영은 당당하게 말했다.
우승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문제라면 맨유와의 승점 차이가 4점이라는 것.
맨유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맨 시티의 노력과는 별개로 우승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아직 구단이 해소하지 못한 문제점이 하나 남아있었다.
이어진 기자의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저는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경기 시작 전 호비뉴 선수와 직접적인 마찰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외의 일부 선수들과의 불화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여긴 경기에 관해 인터뷰를 하는 자리입니다. 그건 어울리지 않는 질문인 것 같군요. 이 기쁜 날에 말도 안 되는 것들로 분위기를 흐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만치니가 살짝 발끈했다.
만약 그게 터무니없는 루머였다면 대강 넘겼겠지만, 어느 정도는 팩트였기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었다.
더구나 그는 현재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매우 민감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건만, 수뇌부는 아직까지도 재계약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로서는 맨체스터 시티를 계속해서 맡고 싶었지만, 높으신 양반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 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치니는 물론 명장이다.
다만 챔피언스 리그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 커다란 문제였다.
감독 교체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잠시 뒤, 기자회견장에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 찾아왔다.
화이트 하트 레인 스타디움에서 날아온 속보였다.
“방금 막 끝난 경기에서 토트넘이 맨유를 2대1로 이겼다는 속보입니다!”
“!”
장내에 있는 모든 이가 놀랐다.
그러더니 이내 데스크에서 스멀스멀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호영도 그중 하나였다.
‘이로써 1점 차이.’
하늘이 돕고 있었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그리 험난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주.
유로파 리그 4강 2차전이 펼쳐졌다.
경기 장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에 위치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Johan Cruyff Arena).
맨 시티는 1차전에서 이미 3대1 승리를 거두었기에, 크게 실수하지만 않으면 무난히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호영은 이번에도 역시나 서브멤버로 벤치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호영도 열심히 몸을 풀었다.
경기 시작까지 약 90분을 앞둔 시점이었다.
“반갑네.”
아약스의 진영에서 찾아온 그 사내는 아약스의 코치였다.
[데니스 베르캄프]보유재능
-논 플라잉 더치맨의 퍼스트터치(L)
-명석한 전술이해력(S+3)
-경이로운 축구 지능(S+)
(현재 퇴화된 재능은 볼 수 없습니다.)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경기에서 승리하기)
(조건2: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 진출하기)
(조건3: 이번 경기에서 5골 기록하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티에리 앙리와 최고의 듀오를 이루며 아스날의 무패우승으로 이끌었던 전설적인 공격수.
지금이야 아약스의 코치직을 역임하고 있지만, 선수 시절에는 ‘역사상 다시는 안 나올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단했다.
세컨드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을 확실하게 정립하고 그것의 본보기가 된 선수이기도 했다.
비행공포증이 있어 날지 못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 ‘논 플라잉 더치맨(Non-Flying Dutchman)’이 큰 약점이지만, 경기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훨훨 날아다녔던 선수다.
말해봐야 무엇하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퍼스트 터치.
그 분야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문자 그대로 ‘베르캄프=퍼스트 터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
어디에서 공이 날아오든, 그리고 어떤 각오에서 공이 날아오든, 그것을 자신의 공으로 다룰 수 있는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논 플라잉 더치맨의 퍼스트터치(L)’.
‘베르캄프가 은퇴한 지 5년이었던가.’
이로써 확실해졌다.
인간의 재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퇴화되는데, 만약 그중 매우 특출한 재능이 있다면 한 가지가 L급으로 변환되어 보존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베르캄프가 여전히 그 재능을 예전만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능만 보존될 뿐이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아무튼, 은퇴하기 전에 꼭 만나서 재능을 탐하고 싶었던 선수였는데 이렇게 만나서 L급을 탐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다만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웠다.
선발 출전할 계획도 아니건만, 이번 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라는 것은 마치 힘쓰지 말고 마음 편히 포기하라는 것 같았다.
베르캄프가 재차 입을 열었다.
“내가 아약스의 코치인 것을 떠나서, 저번 경기에서 못 봐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도 못 보게 생겼군.”
은근슬쩍 호영의 출전 여부를 떠보려는 의도.
그것을 대강 눈치챈 호영은 그를 따라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 아약스와 경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동감이네. 다음엔 그 모습을 꼭 경기장에서 봤으면 좋겠어.”
“좋은 날이 있을 겁니다.”
“하하. 기다려지는군.”
그렇게 말하고 돌아선 베르캄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좋은 정보를 얻어냈다.
‘경기에 나오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아.’
호영이 경기에 나오지만 않는다면 아약스가 역전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었다.
그들은 오늘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시피 준비해왔으니까.
더욱이 이곳은 아약스의 성지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이다.
볼보이도 관객들도 모두가 아약스의 편이라는 뜻.
어쩌면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베르캄프의 얼굴이 경악으로 뒤덮인 것은.
[맨체스터 시티 선발라인업]골키퍼: 셰이 기븐
수비수: 웨인 브릿지, 제롬 보아텡, 뱅상 콤파니, 파블로 사발레타
미드필더: 아담 존슨, 패트릭 비에이라, 다비드 실바, 숀 라이트필립스
공격수: 우호영, 아데바요르
경기 시작을 앞두고 발표된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명단.
4-2-3-1이 아닌 4-4-2 포메이션인 것은 둘째 치더라도, 선수선발이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난 수준이었다.
‘우호영이 왜···.’
데니스 베르캄프는 믿을 수 없었다.
‘설마 심리전이었나······?’
만약을 대비해 우호영을 후보명단에 넣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선발로 나올 줄은 몰랐다.
‘제길. 녀석에게 한 방 먹었군.’
베르캄프뿐만 아니라 해설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호영 선수의 선발은 확실히 예상외입니다. 현재 EPL에 집중해야 하는 맨 시티로서는 사실 우호영까지 딱히 내보낼 필요가 없거든요?] [그렇습니다. 3대1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아니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겠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예 전반전에서 승부를 보고 편히 쉬겠다는 것이죠. 괜히 나중을 생각했다가 경기에서 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네요.]그것도 하나의 이유이긴 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선발명단이 발표되기 30분 전, 원정팀 라커룸에서 사건이 하나 있었다.
호비뉴와 만치니의 마찰이었는데, 그 이유는 선발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던 만치니가 호비뉴에게 출전 명령을 내렸는데, 애초에 경기를 뛸 생각이 없었던 호비뉴가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며 태업을 일삼은 것이었다.
큰 경기에는 내보내지 않고, 이런 영양가 없는 경기에만 내보내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유로파 리그 4강전이면 큰 경기이긴 했지만, 이건 사실상 이미 결판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예 2군을 내보내기에는 불안했기에 호비뉴를 출전시켰던 것인데, 호비뉴로서는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호비뉴는 감독에게 불만을 표출했고, 그 과정에서 만치니는 격분하며 상스러운 욕을 날렸다.
그것이 호비뉴가 태업을 일삼게 된 이유였다.
호영이 자진해서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감독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제가 선발로 출전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짓고 벤치로 복귀하겠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
사실 호영으로서도 이득이었다.
데니스 베르캄프의 재능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5골을 넣으려면 선발로 출전하는 편이 유리했다.
아니, 필수였다.
그래서 호영은 경기 시작 전 몇몇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특히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춰야하는 아데바요르와, 후방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통해 지원을 해줄 다비드 실바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경기준비에 철저히 임했다.
“영(Young), 난 널 믿어. 네가 가는 길에는 항상 내가 뒤에 있을 거야.”
“흐흐흐. 걱정 말라고. 지난번과 같은 일은 없을 거야. 물론 어떤 녀석이 널 괴롭히면 그땐 나도 이성을 잃을지도 모르겠지만.”
실바와 아데바요르는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건 호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5골.’
그야말로 작정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풀타임을 뛰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45분이면 족해.’
약 10분에 한 골씩.
초반부터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경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삐익!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선축은 맨체스터 시티가 가져갑니다. 뒤로 패스하면서 나가는 우호영. 다비드 실바가 받습니다.] [좌측의 맨체스터 시티, 평소와는 달리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FA컵 결승전이나 맨체스터 더비전을 의식해서 전술을 꼬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아데바요르를 포스트 플레이어로 내세우면서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우호영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역시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네요.] [그런 것 같군요. 맨체스터 시티가 흐름만 확실히 가져가면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수월하게 득점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해설진의 말이 백 번 옳았다.
아데바요르는 피니셔의 역할이 아닌, 수비수들의 주목을 끌어 호영에게 많은 기회를 몰아주는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그는 맡은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해내고 있었다.
“영! 나만 믿어!”
호영과 투톱으로 같이 뛴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뻐하며 시작과 동시에 활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설의 말대로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득점기회가 찾아올 것 같았다.
아니, 오래 갈 필요도 없다.
탁!
[다비드 실바가 전방으로 찌릅니다!] [아데바요르가 내려가서 받습니다. 2선 중앙, 다시 다비드 실바에게 내어줍니다. 동시에 1선 침투를 시도하는 아데바요르!] [아약스의 중앙 수비수, 퓌르논 아니타가 따라갑니다!]아데바요르의 위협적인 침투가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냈다.
다비드 실바의 패스가 반대편으로 들어간 것은 바로 그때였다.
툭.
[우호영이 수비를 등지고 받습니다. 아아, 그대로 돌아서는데요!]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수비를 등진 채 패스를 받은 호영은 몸을 급격히 회전시켰다.
군더더기 있는 동작은 없었다.
절제와 부드러움의 조화.
슈팅은 엄격한 통제하에 이뤄졌다.
뻐엉!
얀 페르통언(Jan Vertonghen)이 슬라이딩 태클을 걸어봤지만 공은 이미 골대 안에 처박혀있었다.
[고오오올! 맨 시티가 넣습니다!] [우호영의 전매특허, 알고도 못 막는 터닝슛이 나왔네요. 저 선수에게 저런 환경을 내어주면 그대로 골이거든요.]전반 48초 만에 터져 나온 골.
과정은 매우 단순했지만 결과는 강력했다.
그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호영은 조용히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더니, 도로 경기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정확히 1분 뒤였다.
타악!
[아담 존슨의 인터셉트! 우호영을 바라보는데요!] [한 번에 연결됩니다. 우호영, 우호영! 그대로 슈우우우우웃!]24미터.
호영은 공을 받자마자 뒤로 돌아 슈팅을 때렸다.
비슷한 패턴에 같은 터닝슛.
원래 가장 무서운 게, 알고도 못 막는 패턴이 아닌가.
아약스의 수문장 마르턴 스테켈렌뷔르흐는 이번에도 과연 무방비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골망은 여지없이 흔들렸다.
철렁!
[고오올! 다시 한 번 우호영! 불과 2분 만에 2골을 때려 박습니다!!]“······.”
경기장은 경악으로 뒤덮였다.
2분 만에 2골.
더구나 경기는 아직 42분이나 남았다.
목표치인 5골은,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끝날지도 몰랐다.
‘10분.’
목표가 바뀌었다.
10분에 한 골이 아니라, 10분에 5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