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0
31
030. 꿈과 재능이 넘치는 그곳(4)
차범곤의 숙소를 찾아간 호영은 얼굴을 굳혔다.
“엇···?”
주범은 느닷없이 나타난 독일인 남자.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20대 청년이었다.
‘이건 뭐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다.
사고가 멈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눈앞에 나타난 청년은 축구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선수였으니까.
콩락.
국내에서 그런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 사내였다.
그리고.
‘와······.’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재능이었다.
[미하엘 발락]보유재능
-중원사령관(T)
-중원사령관의 다재다능(U)
-독보적인 헤딩(S)
-드높은 점프력(A+)
-능숙한 양발(A+)
-강철 같은 체력(A+)
-탁월한 볼 배급(A)
-적극적인 활동량(A-)
-천재적인 전술이해도(A-)
-강력한 중거리 슈팅(A-)
-확실한 골 결정력(A-)
-강철 같은 육체(A-)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T(Title)급 재능을 탐할 시 감각의 일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만 18세가 넘어야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FC바이에른 뮌헨 U13을 상대로 승리하기)
(조건2: FC바이에른 뮌헨 U13을 상대로 5득점하기)
(조건3: 4대륙유소년대회에서 득점하기)
(조건4: 미하엘 발락의 노하우 전수받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전도유망한 유소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
‘와! 이게 대체 몇 개야.’
C급짜리 재능까지 일일이 세어보니 보유한 재능만 서른 가지가 넘었다.
만능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었다.
‘이 형이랑 동거하면 대박이겠네.’
지금껏 보았던 선수들 중에서 가장 탐스러운 사나이.
미하엘 발락.
그가 천천히 영어로 말했다.
“여기가 바로 차붐의 숙소니?”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차범곤을 만난 발락은 진심으로 행복해보였다.
월드컵 이후 레버쿠젠을 떠나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그는 뼛속까지 레버쿠젠을 사랑했으니까.
레버쿠젠의 부흥을 이끌었던 차범곤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치였다.
‘레전드긴 레전드구나······.’
다시금 차범곤의 위엄을 깨달은 호영.
차범곤을 두고 국뽕이라느니 고평가라느니 그런 말이 많지만, 그가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었다.
무려 유럽 4대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에서 말이다.
‘나도 메시나 호날두를 만나면 이러겠지?’
발락에게 차범곤이 우상이라면,
호영의 세대에서는 메시와 호날두가 수많은 축구 팬들의 우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어쩌면 나도···?!’
자신도 남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상승이 우선이었다.
특히 저 앞에 있는 재능.
재능덩어리!
호영은 발락을 바라보았다.
‘저걸 어쩐다.’
두 명의 레전드가 사담을 늘어놓는 동안 호영은 머리를 굴려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소년이나 일반적인 성인선수와는 매우 상이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틀은 대체 뭐지.’
중원사령관(T).
‘이 재능이 발락을 대표한다는 건가?’
그것을 탐할 시 선수의 감각을 습득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었다.
‘그럼 엄청난 거잖아.’
중원사령관 발락의 감각을 일부 얻게 된다면 기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18세가 넘어야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튼 지금 얻을 수 있는 건 U급이라는 거네.’
중원사령관의 다재다능(U).
이 또한 엄청난 재능이었다.
조건이 어려워서 그렇지.
‘세 가지 조건이라······.’
(조건1: FC바이에른 뮌헨 U13을 상대로 5득점하기)
(조건2: 4대륙유소년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2점 기록하기)
(조건3: 미하엘 발락의 노하우 전수받기)
같은 U급이라도 차두림의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무려 5득점.
그것도 명문 중의 명문인 FC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4대륙유소년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2점까지 기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
우호영.
선천적인 재능은 없어도 끈기하나는 있는 남자였다.
‘아직 붙어보지도 않았잖아?’
호영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런데 이 소년은 누굽니까?”
호영을 가리키는 발락.
호영이 차범곤의 옆자리에 딱 붙어서 앉아있으니 궁금했던 것이다.
차범곤이 말했다.
“아,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하는 유망주야. 지금 상파울루FC에서 축구를 배우고 있고. 올해에는 U13리그에서 우승에 골든볼까지 받았지 뭔가.”
“오, 그렇습니까?”
발락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호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악수를 건넸다.
“반가워.”
지금까지는 독일어로 대화했지만, 지금만큼은 쉬운 영어로 말해주는 발락이었다.
호영이 악수를 받으며 화답했다.
“안녕하세요.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10분.
셋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호영의 질문이 대화내용의 주를 이뤘는데, 차범곤은 군말 없이 통역을 해주었다.
열성적인 호영의 모습이 기특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대화는 호영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흘러갔다.
“축구를 잘하는 노하우?”
끄덕.
호영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발락을 쳐다봤다.
그러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Umsonst ist der Tod.”
“하하하!”
차범곤이 호쾌하게 웃었다.
“왜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헉.”
“대신 뮌헨과의 경기에서 이기면 알려주겠다는구나.”
발락은 호영이 기특하다는 듯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삐이익-
FC바이에른 뮌헨 U13과의 경기가 치러진 것은 이틀 뒤였다.
호영은 경기가 시작된 이래로 초반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같은 팀 선배들에게 공을 밀어달라고 부탁까지 한 상태.
발락의 재능을 탐하려면 다섯 골이나 넣어야 했으니까.
그렇기에 호영은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어째 프리시즌이 정규시즌보다 바쁠 것 같더라니.’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불평하지는 않았다.
이건 기회였으니까.
불평할 시간에 공이라도 더 잡아야했다.
‘다섯 골을 넣어야 한다. 반드시.’
하지만.
툭.
철렁!
삐이이익!
몇 번의 간결한 소리 이후 필드를 채우는 휘슬소리.
득점을 알리는 신호였다.
“아오!”
아군이 넣었으면 환영이지만 그 반대.
2분 만에 선제골을 가져간 것은 FC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얘네 꽤 잘하잖아.’
바이에른 뮌헨의 U13팀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단 꿈나무원정대보다는 수준이 훨씬 높았는데, 선수층이 종잇장처럼 얇은 프랑크푸르트와는 정반대로 아주 두터웠다.
‘수비는 보통인데 공격진이 미쳤어.’
이쪽에 호영이 있다면 저쪽엔 뮐러가 있었다.
그렇다.
그 뮐러가 맞았다.
2010남아공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수상하고, 2014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 팀 우승에 기여한 득점머신.
토마스 뮐러(Thomas Muller).
게스트 뮐러와 클로제의 계보를 잇는 그가, FC바이에른 뮌헨 U13의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토마스 뮐러]보유 재능
-축구천재(A-)
-허를 찌르는 공간침투(A+)
-단단한 기본기(A)
-뛰어난 축구지능(B+3)
-안정적인 골 결정력(B+2)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FC바이에른 뮌헨 U13을 상대로 승리하기)
(조건2: 한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보다 많이 득점하기)
(조건3: 해트트릭 하기)
165cm에 달하는 큰 키.
얼마 전까지 만 13세였던 그는 올해 U13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뮌헨 유스팀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
호영으로서는 일석이조의 기회였다.
현 세대의 독일최강 발락에다가, 미래세대의 최강 뮐러의 재능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뮐러보다 많이 득점하기가 관건이야.’
얼마 전에 만났던 파투?
물론 대단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진짜야.’
혜성같이 등장하여 혜성처럼 빛나는 활약을 선보이게 될 토마스 뮐러.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보이던 선수는 아니었다.
라고, 보통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호영이 느끼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체 누가 그딴 소리를 한 거야.’
뮐러는 누가 보나 군계일학이었다.
화려함이라고는 일체 없었지만, 골을 매우 쉽게 넣어버리는 공격수였다.
그저 담담하고 깔끔하게 기회를 만들어 확실하게 마무리 지을 뿐.
단단한 기본기와 영리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연계플레이로 게임을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호영이 알기로도 뮐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테크니컬보다는 유틸성이 뛰어난 선수.
공간침투능력을 활용한 오프 더 볼 무브먼트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떡잎부터 달라.’
뮐러는 정말 돋보였다.
반면에 호영은 못했다.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뮐러의 플레이에 말려 죽을 쒔다.
‘왜 그러지?’
게임이 답답하다고 해야 할까.
기량에서 밀러에게 밀리는 것은 아닌데, 어째선지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돌파도 번번이 막히고 패스도 여의치 않았다.
더구나 상대 골키퍼는 중거리 슛을 막아내는데 선수였다.
“큭.”
‘다섯 골이나 넣어야 하는데.’
속만 점점 타들어갈 뿐 이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
더해, 전반전에만 2골을 실점하고, 후반전에 3점을 추가로 실점했다.
꿈나무원정대는 이미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
모든 것에서 꿈나무원정대가 패배한 경기였다.
후반전에 겨우 올린 1득점이 모든 공격 포인트였다.
삐이익-
경기가 종료되자, 호영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경기결과는 5대1 꿈나무원정대의 대패.
무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하.”
분했다.
분을 삭히고 스스로 절제해보려 해도 복창이 터질 것 같았다.
같은 공격수로서 완벽히 패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더욱이 기회도 몽땅 날아가 버렸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붙어볼 수 있을까?
바이에른 뮌헨이 무슨 동네조기축구회도 아니고, 조른다고 한 판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발락과 뮐러의 재능을 모두 놓친 셈.
미련이 남은 호영은 한동안 피치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날 저녁.
무엇도 하고 싶지 않았던 호영은 으리으리하게 차려진 뷔페식 저녁을 단 한 그릇으로 때웠다.
그리고 방구석으로 돌아가 자책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를 두고 코치들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라며 호영을 격려했지만, 중요한 건 결과였다.
“으아아!!”
평소에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호영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 왜 이렇게 못 한 거지.’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호영은 벽에 머리를 박은 채 경기를 되짚어보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호영아!”
“어. 형준이 형?”
“코치님이 모이래!”
“왜?”
“대회일정 잡혔다고 브리핑 한다던데?”
“아, 다다음주에 시작한다고 했지. 가자.”
호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석형준을 따라갔다.
그리고 이론교육실로 도착하자 얼마 안 돼, 호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적처럼 찾아온 마지막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