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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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선택(3)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차출을 요청받은 호영은 며칠 뒤 곧바로 대한민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우호영, 오는 6월 A매치 평가전 소집······ A매치 득점이 목표? 아니면 한국 축구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 [아시안컵도 마다하고 리그에 전념하였던 우호영이 평가전에 차출될 예정이다. 이는 비시즌 훈련과 휴식에 집중하겠다던 우호영의 최근 기자회견과는 상반된 행보이다. 이를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은 화장품 모델계약을 위한 내한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우호영이 한국 내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기자야. 발로 기사 쓰냐? 우호영이 뭐가 아쉬워서 국내에서 입지를 다져 ㅋㅋ 당장 은퇴해도 피파에서 한 자리는 꿰찰 수 있겠구만.
└우호영이 축협 눈치를 본다는 건 진짜 지나가던 개가 비웃을 소리다
└비웃다가 빡쳐서 물려고 달려들듯ㅋㅋ
└그러게. 우호영이 뭐가 아쉬워서 진짜 평가전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거지? 월드컵 3위로 이미 충분한데 ㅎㅎ 뭐 우리야 감사하지만.
└그러고 보니까 좀 이상하긴 하네.
└쉬면서 훈련에 전념한다고 며칠 전에 말했는데 A매치 일정에 다 참가한다?
└우호영 쪽 말 들어봐야 알 듯. 왜 저번에도 아시안컵 때 박지석 강제차출 당했잖아. 그러고 우승했으면 몰라. 팀은 4강에서 떨어지고 박지석은 부상당하고.
한국의 네티즌들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축협이 우호영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단지 의혹일 뿐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은 여전히 축협이었다.
만수르가 빈 함맘 쪽으로 붙은 이상, 그리고 호영이 만수르에게 붙은 이상, 대한축구협회는 더 이상 호영의 편의를 봐줄 리 만무했다.
만약 호영이 월드컵 같은 A매치에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귀화’를 방어책으로 내세울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즉,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대한축구 협회.
언론 플레이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호영은 그저 그들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일개 선수였을 뿐.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문자 그대로 세계를 뒤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호영은 고민이 많았다.
호영에게도 좋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더욱이 그것이 실현 가능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만수르였다.
그는 신기하게도 호영과의 재계약을 마치고 난 뒤, 호영과 더 많은 만남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통은 다음 시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만남의 이유가 사뭇 달랐다.
“혹시나 했더니 정말 차출을 하는군.”
만수르는 이번 사태에 대해 호영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만수르는 같은 정치인으로서, 정현성 부회장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내가 빈 함맘 쪽으로 붙는다면 자네에게 피해가 갈 거란 것도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지.”
오늘 호영을 불러내 따로 보자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도울 일이 있을 것 같군.”
그리고 정현성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자네는 이번 사건에서 빠지게. 나 때문에 자네가 피해 보는 것은 원치 않아.”
“하지만 전 끼어든 적도 없는걸요.”
“괜한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얘기일세.”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음 같아선 당신을 지지해서 정현성에게 한 방 먹이고 싶지만 꾹 참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네. 자네가 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으니까. 자네는 그들과 같은 한국인이지 않은가.”
준비되지 않은 채 섣불리 나섰다가는 오히려 당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그저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었다.
“내가 보기에 현재 자네는 절대 대한축구협회를 이길 수 없어.”
그 말이 백 번 옳았다.
“만약 자네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현성 부회장과 정현규 회장이 자네를 협박한 사실을 폭로한다면 판이 뒤바뀔지도 몰라.”
분노한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겠지. 한동안 자네에 대한 차출이 뜸해지다가, 잠잠해진다 싶으면 차후에 보복성 행위를 해올 가능성이 높아.”
국민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봐야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만 교체될 뿐, 그 뿌리는 결코 뒤바뀌지 않는다.
갖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을 유지해온 기득권이 바뀔 리 없었다.
지금까지 쭉 그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정현성 피파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현성이 계속해서 피파에 남는다면, 자네의 국가대표 차출 문제를 가지고 우리 구단을 압박할 거야. 우리가 각종 술수로 차출을 피하려고 든다면 어떻게 해서든 징계를 하려고 들겠지.”
하기사, 피파 회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직책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그로서는 물불 안 가리는 게 당연했다.
어쩔 수 없었다.
‘피파가 개편되서 귀화가 가능해지면 스페인으로 가거나, 지금 당장 은퇴를 선언하고 다음 월드컵을 포기하던가 정해야 돼.’
계속 이대로는 휘둘릴 수 없었다.
물론, 귀화를 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당장 은퇴를 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하고 간단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대표를 아예 은퇴하자니 그 다음이 문제였다.
팬들의 실망감은 둘째치더라도, 내년 올림픽은 물론 다음 월드컵까지는 포기해야 할 테니까.
몇 년 안에 귀화정책이 풀려 다른 나라로 귀화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러겠지만, 아직은 확신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블래터 회장이 이긴다면 향후 4년 간은 A매치에 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영에게는 아직 월드컵이라는 꿈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그때 가서 돌연 복귀를 선언한다면, 고의적 차출회피로 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고발 당할지도 몰랐다.
그들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었으니까.
모든 것은 철저히 준비한 뒤에 실행해야 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그렇지. 지금은 정현성 부회장 말에 따르는 게 최선일세.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현성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무래도 보기에도 좋고.”
지금은 답답하긴 해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가장 최선이었다.
얻는 것은 없어도, 최소한 잃는 것은 덜할 테니까.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상관없네. 자네가 그를 지지해도 바뀌는 건 없을 테니.”
엄청난 자신감.
빈 함맘의 편에 선 만수르는 정현성을 경쟁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다.
“상대는 블래터 회장이지, 정현성이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시아표는 우리쪽에게 넘어오게 돼 있어. 알리 빈 알 후세인 피파 위원이 날고 기어야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중동은 무조건 우리 걸세.”
중동을 잡으면 아시아까지 먹고 들어간다는 뜻.
즉, 만수르로서는 전혀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호영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피파에서의 지위나 권력도 없는 그가 투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알렉슨 퍼거슨, 마라도나, 펠레가 백날 다른 인물을 지지해봐야 블래터 회장이 당선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결국 돈과 권력이 전부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보고 앞으로 계속 정현성 부회장을 지지하라는 건 아닐세. 이대로 언제까지나 계속 휘둘릴 순 없지 않은가.”
“그럼 방법이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가 정현성 부회장의 마지막이 될 거야. 그때부턴 대한축구협회만 상대하면 되는 거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선거 때까지만 버티라는 거군요.”
그 다음부터는 호영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 뒤로 만약 대한축구협회의 횡포에 맞설 생각이라면, 강력한 방비책 하나쯤은 마련해둬야 했다.
호영이 무슨 짓을 하던, 결국 유리한 건 법적으로 호영을 수시로 휘두를 수 있는 그쪽이니까.
안 그래도 대한축구협회는 요 몇 년 사이 올림픽 동메달과 월드컵 3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하면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였다.
때문에 호영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각해둔 게 하나 있었다.
다만 도움이 필요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만수르의 도움이.
“저는 귀화를 제 방패로 삼을 겁니다.”
“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현재 규정상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 어떻게 귀화를 빌미로 대한축구협회를 위협한단 말인가.
만수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호영이 이에 대한 설명을 부연했다.
“제가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네. 우리가 선거 공약으로 내건 귀화정책 개혁안을 보고 그러는 것 같은데 말이야.”
호영의 의중을 얼추 파악한 만수르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건 계획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 사실 우리는 이번 년도를 노리는 게 아니거든. 4년 혹은 8년, 그것도 아니라면 12년 뒤인 그때를 노리고서 전초작업을 진행 중인 것뿐일세.”
“이번 선거에서 블래터를 이길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씀이죠.”
“그렇지. 우리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표를 쓸어 담는다고 해도 기존의 기득권은 무조건 블래터를 찍을 걸세. 결국 우리 쪽에 합류한 세력도 눈치를 보다가 블래터 쪽으로 전부 붙게 될 테고. 여느 때와 같이 거의 만장일치가 나오겠지.”
만수르는 철두철미한 정치인답게 현재 피파의 문제점과 정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별을 따줄 사람이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바로 그때, 호영이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만약 그들이 블래터 회장을 절대 뽑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필승이지. 문제는 그게 의미 없는 가정이라는 것이고.”
맞다.
지나가던 개가 비웃을 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호영에게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절대적인 무기가 하나 있었다.
회귀.
아직은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알고 있는 호영이었다.
지금처럼 누군가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그리고 판을 뒤집을 수 없다면.’
판을 아예 박살내버리면 되는 것이다.
6월.
더위가 슬슬 몰려올 즈음, 호영은 대한민국 전주를 찾았다.
한국과 중국의 A매치 평가전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가득 차 열띤 분위기에 휩싸여있었다.
만석.
호영이 차출되었다는 소식에 표는 예전부터 매진이었고, 경기장 근처에서는 암표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호영의 개인 팬으로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곧 경기가 시작될 텐데요. 선축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수들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주목할 점은 우호영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상비군에서 올라온 2군 선수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해외파들이 쉬고 있는 가운데 우호영 선수가 전주까지 찾아와주었네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우호영 선수가 유독 돋보이는군요.]군계일학.
그것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선수들이 우호영을 두고 팬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이돌의 팬들처럼 한곳에 모여 호영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좀처럼 쉽사리 호영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의미 없는 호영의 표정이나 손짓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위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관계를 떠나서, 평소에 무척이나 동경하던 선수가 코앞에 떡하니 서있으니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 한 명.
개중 그나마 자신감이 있는 중국선수가 한 명 있었다.
고슴도치 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그 앞으로 자신 있게 걸어가 호영에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다. 이쪽은 덩 팡 저우. 날 알고 있겠지?”
중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국인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갔다가 방출되었던 중국의 자존심 ‘덩 팡 저우(D?ng F?ngzhu?)’였다.
“그럼. 잘 알고 있지.”
13억 인민 좌절 슛으로 명성을 떨친 그의 이름을 호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두 웨이입니다.”
“양 하오입니다. 좋은 경기 부탁드립니다.”
“가오 린이라고 합니다!”
“유 하이야. 만나서 반가워.”
덩 팡 저우를 시작으로, 다른 중국 선수들이 서로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는 경기장을 찾아온 원정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그들로서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였기에 결코 이 순간을 날려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중국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중국 골대 뒤쪽 서포터즈 석에 앉아있는 정현성 피파 부회장이 보이는군요.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대한축구협회 정현규 회장이 자리했습니다.]바쁜 와중에도 전주까지 내려와 경기장을 찾은 둘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오늘 담판을 짓고야 만다.’
우호영을 손아귀에 넣고 삶아먹기로 작정을 한 정현성 부회장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나는 대로 우호영을 따로 불러내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경기장에 찾아온 것은 최악의 실수였다는 사실을.
그는 그것을 경기가 시작한지 불과 2분 만에 깨닫게 되었다.
전반 2분 만에 터져 나온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호영의 눈은 매의 그것만큼이나 날카로웠고, 슈팅은 그 여느 때보다도 정확했다.
그리고.
“아, 아악!”
“혀, 형님!”
“부회장님!”
골대를 살짝 벗어나 서포터즈석으로 날아간 공.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 정현성 부회장의 얼굴을 한 끝 차이로 스쳤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어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고.
순간 정현성 부회장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해서는 안 될 짓을 벌였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번져갔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호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