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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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선택(4)
[아아아, 아찔했네요. 자칫했으면 정현성 부회장의 얼굴에 제대로 맞을 뻔했어요.]날카로운 슈팅을 때린 호영은 다시 경기에 집중하였다.
꼭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초월적인 볼 감각.’
아직 재능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공을 다룰 때 느껴지는 그 감각.
불가능한 동작을 실현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써보고 싶었지만, 그러기도 전에 후반전에 교체되었다.
경기는 5대1 대한민국의 대승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터널로 돌아갈 무렵에는 덩 팡 저우가 다가와 유니폼 교환을 요청하였다.
호영은 흔쾌히 수락하였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유니폼이 될지도 모르겠네.”
“응?”
호영은 쓴웃음을 삼키며 인터뷰룸으로 들어갔다.
허성수 감독과의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MOM 선정 인터뷰가 짤막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대한민국에서 호영의 담당기자라고 할 수 있는 황태석 기자가 물었다.
“축하합니다. 우호영 선수.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는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슬픕니다.”
“예?”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슬픕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인터뷰룸은 적막에 휩싸였다.
호영은 거기에 대고 쐐기를 박았다.
“저는 오늘부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합니다.”
“···!”
은퇴.
지난 며칠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말은 즉,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월드컵·아시안컵·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호영은 앉아서 먼저 당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만수르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 해결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 우호영, 국가대표 돌연 은퇴 선언] [우호영이 대한축구협회와 정현성 피파 부회장 측의 협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우호영은 은퇴에 대해 완강한 뜻을 밝히며, 현재 한국축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였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이냐······ 중국 관광시켜서 얼씨구나 좋다 했는데,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그럼 그게 은퇴경기였어?]└미친 축협 놈들 ㅡㅡ
└그러니까, 정현성이 선거 운동 도와달라고 했다가 안 해준다니까 대표팀에 무리하게 차출한다고 협박한 거야?
└어쩐지 우호영 혼자서만 차출된 게 이상하다 했어. 진짜 쓰레기 같은 놈들. 이래봤자 미안하다고 한 다음에 밑에 인사들 몇몇 꼬리 자르고 대충 끝내겠지.
└ㅋㅋㅋ그게 맞지. 장담하는데 축협은 20년이 지나도 안 바뀐다
└우호영만 불쌍하게 됐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은퇴한다고 칼 같이 말했을까.
└하기사 그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들었겠지.
└우호영 내가 끝까지 응원한다. 못된 놈들 다 청산하고 반드시 돌아와라.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호영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감동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완전히 한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 [우리 대한축구협회는 국민들에게 한 치의 거짓말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저를 포함한 대한축구협회의 그 어떤 직원도 우호영 선수에게 협박을 가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우호영 선수와의 통화내역을 하나도 빠짐없이 언론에 공개할 것이며, 그런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우리가 우호영 선수를 중국전에 차출한 것은, 9월에 시작될 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문이었습니다. 우호영 선수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과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이번에 특별히 부른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만약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할 위기가 찾아온다면, 우호영 선수를 급하게 차출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호영 선수가 우리의 배려를 협박으로 오해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호영 선수의 은퇴는 아쉽게 되었지만, 우리는 결코 그의 결정을 막을 권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축구기관으로서 그의 결정을 존중하는 바입니다.] [ 정현성 피파 부회장,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는 했지만, 차출 문제를 가지고 협박한 적은 결코 없다. 필요하다면 모든 증거를 제시할 것. 또한 우호영이 중동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결코 비판할 수 없는 일. 모두가 그의 결정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말도 사실이었다.
선거를 도와달라는 말은 했어도, 그것을 차출에 관련지어서 직접적으로 협박한 적은 결코 없었으니까.
한쪽으로 기울고 있던 전세가 순식간에 기우는 시점이었다.
[일부 축구 전문가들, “이는 오만방자한 축구선수의 어리광일 뿐. 절대 받아줘선 안 돼. 국가대표 차출이 악의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애국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평소 우호영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안티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다.
이후 호영의 결정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그래도 만 17살에 국가대표 은퇴는 말이 안 되는데. A매치 아직 10경기도 안 뛰지 않았나? 앞으로 15년을 뛸 텐데 그 동안 뭐하려고?]└바보냐? 당연히 월드컵 기간 되면 다시 복귀하겠지. 그건 축협에서도 그렇게 안 내버려둘 듯.
└그래도 너무 책임감이 없네. 클럽이 아무리 전부라고는 하지만, 국가대표 차출돼봤자 일 년에 몇 경기 뛰는 게 전부인데.
└국가가 밥 먹여 주냐. 먼저 잘못한 건 축협인데 왜 우호영을 비난함?
└만약 우호영이 거짓말 치는 거면?
└지금까지의 축협과 우호영의 행보를 봐라. 그건 인성만 봐도 알 수 있다.
└뭐, 내 생각엔 딱히 월드컵을 나갈 필요가 있나 싶다. 이미 월드컵 3위 했으니 됐지 뭐. 어차피 향후 국가대표 스쿼드로는 우승 못할 거 아니까 개고생 하기 전에 미리 손 씻은 듯
└우호영은 그런 선수 아니다 ㅡㅡ
하지만 아주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은퇴는 언제든지 번복할 수 있기 때문에, 호영이 분명 되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였다.
그게 바로 대한축구협회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였다.
우호영처럼 야망 있는 선수가 월드컵을 포기할 리는 없으니까.
주도권은 정현성 부회장에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은퇴를 선언하고 다시 영국으로 복귀한 호영은 이제야 무거운 짐을 살짝 내려놓은 기분이 들었다.
당장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광고제의는 여전히 끊이질 않도록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현성 부회장과의 언론 플레이 역시 끊이질 않았다.
호영은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어차피 여기서 더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오히려 구설수에 오른 정현성 부회장의 지지율이 깎이면 깎여나가지, 이런 사건을 오래 끌수록 불리한 건 그쪽이었다.
안 그래도 며칠 전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만나서 절충안을 만들고 어서 사건을 덮자는 내용이었다.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선거운동을 도와달라는 딜을 걸겠지. 앞으로 편의를 봐준다면서.’
안 봐도 뻔했다.
하지만 호영은 그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사건을 어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도 곧 있으면 알아서 마무리될 거야.’
조만간 모든 것이 한 방에 해결될 예정이었다.
현재 만수르와 함께 진행 중인 계획만 잘 해결된다면.
서울시 종로 대한축구협회 회장실.
정현규 축협 회장과 정현성 피파 부회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사뭇 화기애애했다.
“하하. 이 친구, 어린 친구답지 않게 배짱이 두둑해요. 이 정도 했으면 겁나서라도 기어들어올 텐데 말이죠.”
정현규가 비아냥대자 정현성이 덩달아 피식 비웃었다.
“은퇴? 누가 겁낼 줄 알고? 차출하지 말라고 액션 치는 걸 모를 줄 아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된 거 그저 천천히 기다리죠. 어차피 기다리면 무조건 돌아오게 돼있어요. 모르긴 몰라도 월드컵은 무조건 나가고 싶을 테니까.”
“하긴, 그쪽도 생각이 있으면 빠르게 마무리 하려고 하겠지. 앞날이 그렇게나 창창한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서 좋을 거 하나 없으니 말이야. 그렇다고 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다가는 우호영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그를 놓아줄 생각은 결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다시 국가대표로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우호영은 얼마를 줘도 못 구할 자원이었으니까.
“우리가 주도권을 계속 잡고 있으려면 지금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예, 그럼요.”
모든 것이 예상했던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우호영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주면서 그가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우호영의 에이전트에게 적당히 얘기를 해두었으니 머지않아 곧 연락이 올 거야. 이 정도 양보해줬으니 그쪽에서도 알아들었겠지.”
모든 것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똑똑똑.
회장실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이어 황급히 들어온 전무이사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기사 좀 보십쇼.”
“뭔데 그러나?”
“그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이 사람이 이거.”
전무이사의 핸드폰을 뺏은 정현규는 화면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응?”
“뭔데 그러나?”
그 다음은 정현성 부회장의 차례였다.
기다리기 급했는지 핸드폰을 그대로 뺏어가 해외기사를 확인하였다.
[무함마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 회장, 블래터 피파 회장의 비리 의혹제기]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측의 주장에 따르면, 블래터 회장은 남아공이 201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되도록 피파(FIFA) 집행위원들에게 뇌물을 전달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롬 발케 사무총장이 핵심인물로서 블래터의 심부름을 맡았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포착됐다며 각종 증거를 제출하였다고 전해진다. 이에 스위스 사법 당국은 비리 수사를 강화하면서 블래터 회장을 고발하였다.] [블래터 회장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오심에 대한 입막음용으로 아일랜드 축구협회에 500만 유로를 지급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아일랜드 또한 그것을 받아들이고, 아비바 스타디움을 건설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빈 함맘 회장 측에서 주장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스위스의 오심논란까지 불거져······ 알고 보니 모든 것은 비리였나] [블래터 회장 “모든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 이건 누군가의 정치공작.”] [만약 블래터 피파 회장이 사퇴하게 될시, 빈 함맘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될 가능성 매우 높아······ 덩달아 빈 함맘 회장의 귀화정책 개혁안에 관심 급상승] [빈 함맘 회장의 귀화완화정책-‘혼혈인(부모부터 조부모까지 해당)’이나 ‘다국적가정(부모부터 조부모까지 해당)’에 한해서, 반대쪽 국적으로 귀화를 1회 가능하도록 개혁······. 문턱이 너무 높은 유럽 국가대표에서 좌절한 축구인재들을 겨냥한 정책······. 단, 월드컵·대륙선수권대회 통합 2회 이상 참가 시 귀화 불가능]난데없이 블래터 회장의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각종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선거 경쟁자인 정현성 부회장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잠깐. 우호영이, 외조부가 스페인 사람이잖아?”
“맞습니다···.”
“······.”
즉, 모든 것이 저 기사대로 실현된다면 은퇴고 나발이고 우호영에게 엄청난 무기가 주어지는 셈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지잉-.
안 그래도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타이밍 딱 좋게 지울리아노 루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시오.”
헌데 그는 화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고객께서 귀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귀화의 이유는 정현규 회장과 정현성 피파 부회장의 횡포.
다시 말해, 모든 화살이 둘에게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었다.
사태를 대강 파악한 정현성은 서둘러 대답했다.
“만나서 얘기하지.”
-일단 그 전에 공개적으로 사과부터 좀 받아야겠군요.
“허······.”
주도권이 호영에게 넘어간 순간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과 굳이 엮일 이유는 없었다.
새로운 시대.
그리고 새로운 길이 호영의 눈앞에 놓여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