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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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차미네이터 vs 람보르기니(2)
더글라스 코스타.
90년생으로, 상파울루FC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한 브라질산 특급유망주였다.
얼마 전 CR플라멩구 U13과의 친선경기에서 15분 만에 5골을 몰아친 적이 있었으며, 동 나이대에서는 그보다 빠른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상파울루 U13의 감독인 카를로스(Carlos)가 열 골을 넣으라고 한 것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U13의 에이스인 코스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테니까.
더구나 상대는 창설된 지 얼마 안 된 FC슛돌이었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생각이었다.
‘플레이 영상을 보니까 우호영이라는 저 아이 빼고는 축구를 제대로 배운 애들이 없더군.’
제아무리 친선경기라지만, 카를로스는 FC슛돌이의 플레이 영상 분석을 이미 끝내놓은 상태였다.
혹여나 저런 팀에게 패배라도 한다면 망신살이 뻗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전술이 필요 없는 상대더군.’
FC슛돌이의 연령은 만 7~9세.
반면 상파울루 U13의 평균연령은 만 12세.
신체적으로나 경력으로나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헤이!”
카를로스가 두 명의 선수를 불렀다.
공격의 핵심 더글라스 코스타와 수비의 중심 카세미루.
그 둘에게 각각 말했다.
“더기. 너는 무리하지 말고 몸 푼다고만 생각해. 중요한 경기는 일주일 뒤에 시작이니까. 뭐, 열 골만 넣으면 되지 않겠어? 그래도 특급유망주라는 이름값은 해야지.”
“식은 죽 먹기죠.”
더글라스가 특유의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카세미루.”
“넵.”
“저기 저 7번 등번호를 달고 있는 친구 보이지? 오늘 네가 맨투맨을 맡아라.”
“우호영이라는 애요?
“그래.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야.”
“기회라뇨! 제가 저 꼬맹이한테 질 거라는 말인가요?”
카세미루(Casimiro).
그 역시 더글라스 못지않은 유망주였다.
더구나 한 살 낮은 호영과 비교되니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녀석, 흥분하긴. 해보면 알 거다. 만약 네가 실점을 하지 않는다면 오늘당장 한국의 디즈니랜드로 데려가주마.”
“와우!”
개인지시를 마친 카를로스는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8대8 경기다. 질리도록 많이 해봤으니 잘 알겠지만, 이 경기장은 우리가 사용하던 곳보다 더 좁아. 그러니 우리는 중원에서의 벵거볼(Wengerball)로 기회를 만든다. 다들 알아들었겠지?”
“넵!”
“그리고 골리. 하프라인 슛 조심하고.”
“네!”
일반적인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려운 주문이겠지만 상파울루U13의 선수들은 모두 이해한 모습이었다.
‘아싸. 디즈니랜드다!’
오늘 호영을 담당마크하게 될 카세미루가 반대편을 바라보며 헤벌쭉 웃었다.
슛돌이들은 곧 있을 경기와는 무관하게 여유만만했다.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하! 는! 말!”
“디비디비딥!”
“킥킥킥킥! 성준이 걸렸다.”
또래 아이들이 키득키득 대며 노는 사이, 오직 한 아이만이 분위기가 달랐다.
우호영.
‘나보다 15cm는 더 작은 것 같은데.’
자신이 호영의 득점을 막든, 더글라스가 열 골을 넣든 하나만 성공하면 놀이공원에 갈 수 있었다.
‘너무 쉽잖아?!’
“더기! 박살내버리자!”
“물론이지.”
죽이 잘 맞는 카세미루와 더글라스는 벌써부터 놀이공원에 갈 생각에 들뜬 채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삐익!
선축은 상파울루FC로부터 시작됐다.
[좌측의 상파울루, 우측 FC슛돌이의 역사적인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아, 역시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시작하자마자 무작정 달려 나가는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패스를 하고 있어요. 과연 세계적인 명문이라 이건가요?]지금껏 맞붙었던 차붐FC, 할렐루야CF, 성남시민축구단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8대8경기인 만큼 평소보다 경기장이 많이 컸는데, 상파울루는 차분하게 중앙에서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가져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만 보면 달려가는 수준의 막장축구가 아니었다.
신체적인 건 둘째치더라도 지적수준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대결이 따로 없었다.
[원래 서양은 체격적인 조건이 한국보다는 좋잖습니까? 어른도 그렇고 어린이도 그렇고요. 경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경험들은 사실 우리 선수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죠. 브라질리언이 유럽선수들보다 크진 않지만 몸이 아주 유연하고 탄력이 있어요. 괜히 삼바축구라고 불리는 게 아니거든요. 그에 반해 FC슛돌이를 보세요. 겨울이라 그런지 완전 살얼음이에요.] [무슨 뜻이죠?] [선수층이 아주 얇다는 거죠. 우호영 선수를 제외한다면 말이에요.] [하하하. 그래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 말씀하신 순간! 9번 더글라스 코스타 선수가 공을 몰고 돌파를 시도합니다!]더글라스가 중원에서 넘어온 전진패스를 받자마자 퍼스트 볼 터치를 길게 늘어트렸다.
직후 특유의 스피드로 슛돌이의 수비대형을 무너트리고, 동시에 문전 앞으로 순식간에 쇄도했다.
‘뭐야 이거? 얘네들 엄청 못하잖아?’
너무 낮은 수준에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간 더글라스가 마무리로 인스텝 슛을 때린 순간이었다.
파앗.
“···?!”
삐익!
반대편 골대를 향해 낮게 깔아 찬 공은 공중으로 떠올라 골라인을 넘겼다.
어느새 우측에서 들어온 발이 더글라스의 슈팅을 차단한 것이었다.
“누구야?!”
더글라스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호영이 씩 웃으며 서있었다.
“쳇. 운 좋은 줄 알아라.”
승부욕이 남달랐던 더글라스는 그저 불운해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전반 5분이 지나자, 원톱으로 기용된 더글라스는 서서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예상이었으면 2골은 넣었어야 했는데, 득점은 고사하고 고작 유효슈팅 1개가 유일한 기록이었고, 그마저도 호영의 볼 차단에 막혀버렸다.
‘저 녀석. 축구를 좀 하잖아···.’
처음엔 우연이라 치부했지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게 지속되니 더 이상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젠장!’
분했다.
점유율은 9대1 그 이상.
상파울루가 압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골이 안 터지니 속이 끌어올랐다.
그리고 터졌다.
“야!”
“왜?”
“너 공격수라며. 왜 여기 있는 건데?”
“뭐라는 거야.”
포르투갈어를 쓰는 더글라스와 한국어를 쓰는 호영 사이에 의사소통이 통할 리 없었다.
호영이 귀를 후벼 파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You. No goal. Today.”
“뭐야?!”
“크크.”
일부러 알아듣기 편하게 단어로 끊어 말해주자 더글라스가 발끈했다.
그의 축구 인생에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수비수도 아닌 공격수에게 원천 봉쇄되는 수모를 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좋아. 제대로 한다. 감독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대로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팀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골은 언젠가 터지게 돼있으니 역습만 조심하면 그만이었다.
‘수비진에는 카세미루가 있으니 걱정 없고.’
문제는 자신.
‘꼭 넣고 만다.’
더글라스는 전의를 불태우며 축구화 끈을 단단히 매듭지었다.
그 결의는 13분에 가서 결실을 맺었다.
탓.
슛돌이 팀이 공격을 하러 우르르 올라간 순간, 카세미루가 공을 커트하자마자 전방으로 땅볼패스를 찔러 넣었다.
더글라스가 길쭉한 다리를 쭉쭉 뻗으며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됐다. 완전히 뚫렸어!’
뒷공간은 텅텅 빈 상태였다.
이른바 완벽한 노마크찬스!
이미 겁부터 먹은 상대 골키퍼쯤은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즉, 공을 잡기만한다면 득점이 확실시되는 상황.
‘잡았···!’
그런데.
‘··· 어?’
탓.
우호영.
언제부턴가 자리를 잡고 있던 호영이 별안간 공을 낚아채더니, 도리어 공을 몰고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 씨. 공격수가 왜 자꾸 최후방에 있는 건데.’
더글라스가 탄식을 흘렸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뺏는다.’
달리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더글라스.
공을 달고 달리고 있는 우호영 쯤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인지도 모르고.
‘뭐야···?’
당연히 이길 줄 알고 속도경쟁을 시도해본 더글라스는 호영을 놓쳐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영은 미친놈처럼 드리블을 치며 나아갔고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더글라스의 완패였다.
“하···.”
더글라스는 허탈감을 숨기지 못한 채 멀어져가는 호영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불도저 같은 그의 모습을.
“뭐 저런 게 다 있어!!”
끝내 분통을 터트린 더글라스가 애꿎은 잔디를 발로 찼다.
하지만 경기는, 그러거나 말거나 속개됐다.
[오······ 방금 위험했어요. 저 선수 한 성격 하는데요?] [하하하. 그나저나 우호영 선수. 오늘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까지는 중거리슈팅을 특기로 삼았다면 오늘은 돌파를 위주로···.] [아! 말씀하신 이 순간! 우호영 선수! 문전을 향해 거침없이 쇄도합니다!]호영이 저돌적인 드리블을 치며 상대 선수들을 순식간에 벗겨냈다.
마치 발에 부스터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이거 완전 사기잖아?’
차미네이터의 치고 달리기를 직접 써보니 알 것 같았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치고 달리기를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더니 전율이 멈추지 않았다.
그럼 차두림보다 더 잘하는 축구선수들의 재능은 얼마나 대단하다는 걸까.
‘그냥 애들이 아예 따라오질 못하잖아!’
최후방에는 어느새 딱 한 명의 수비수만이 남아있었다.
역시 아는 얼굴이었다.
[카세미루]보유 재능
-축구영재(B+)
-단숨에 잘라버리는 볼 커팅(B)
-준수한 볼 차단(C)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단독돌파 성공하기)
(조건2: 득점하기)
훗날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게 될 수비형 미드필더 겸 수비수이자, 브라질 셀레상을 이끌어나갈 특급유망주 카세미루(Casimiro).
그 앞으로 호영이 달려갔다.
이건 일타쌍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