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18주 차 기말고사 (12)
– 쐐애액!
즉시 옆으로 비켜서며 회피하자, 이수독이 곧바로 도를 회수한 뒤 사선으로 휘둘렀다.
그것마저 몸을 기울여 피했으나, 식칼은 휘둘러지다가 우뚝 멈추더니 내 가슴팍을 노리며 찔러 들어왔다.
– 쐐애액!
‘관성 무시.’
내 신발 [구름밟이]에도 붙어 있는 스킬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것을 일정량 무시하며 행동할 수 있다.
도법은 휘두르는 동작이 큰 만큼 빈틈도 큰 편인데, 관성 무시를 쓰면 빈틈을 최소화하거나, 지금처럼 의외의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그 좋은 걸 왜 여태 안 쓰나 했더니.’
이 순간을 위해 남겨 두었던 모양이다.
물론 순순히 그 의도대로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 뿅!
시기적절하게 주먹만 한 먹구름이 솟아올라 식칼을 가로막았고, 그사이 나는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
회심의 한 수가 막혔음에도 이수독은 그저 즐거운 듯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더욱 맹렬하게 도를 휘둘러 왔다.
– 쐐애애액!
‘졸지에 메인 탱커를 맡게 됐네.’
후방에 도달한 시점부터, 이수독은 집요하게 나 하나만을 노리고 있었다.
마치 다른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김 형!”
“집사.”
고현우와 서예인 등 파티원들이 뒤쫓아 오며 계속 견제했으나, 이수독은 최소한으로 대응하고 나머지 모든 전력을 나한테만 쏟고 있었다.
‘오히려 이게 낫긴 해.’
이곳저곳 헤집고 돌아다니면 더 골치 아프다.
가령 홍연화나 박나리, 서예인 등을 작정하고 노리면, 근접전이 취약한 만큼 순식간에 당할 터.
그것보단 목표를 나 하나로 고정하는 쪽이 차라리 마음 편한 일 아닐까.
‘몸이 고생이라 그렇지.’
– 쐐애액!
나는 식칼을 묘목과 먹구름으로 살짝살짝 엇나가게 하고, 간발의 차로 회피했다.
중간중간 이수독이 주먹을 내지르거나 장력을 날릴 때는 윈드포스와 트위스터를 섞어서 대응했다.
– 퍼펑!
그렇게 여러 합을 주고받으면서 도망다니다가 생각했다.
이대로 소모전을 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왕 고생하는 거 짧고 굵게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파티원들에게 외쳤다.
“큰 초식들 써. 난 신경 쓰지 말고.”
나야 전투 불능이 되더라도 6시간 대기하다가 다시 입장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해서 컨트롤 룸 돌파에 성공만 한다면 팀 점수 1,500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전투 불능이 될 생각도 없지만 말이다.
한소미와 조벽이 답했다.
“오케이!”
“그렇게 하지.”
그들이 기세를 끌어올리는 한편, 내 몸에는 불타는 갑옷이 둘러지고 화염 보호막이 씌워졌으며, 싱그러운 녹빛이 감돌았다.
홍연화와 박나리가 방어 마법과 버프를 걸어 준 것이다.
‘은근히 뿌듯한데.’
중간고사 이후 열심히 방어를 보완시켜 놨더니 이렇게 돌아온다.
역시 영웅 육성은 이 맛에 하는 거 아닐까.
한편 나도 이쯤에서 조금 더 능력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해서 아껴 두었던 증폭을 사용했다.
픽스 존에 걸려서 모두 B랭크.
그래도 조금이라도 스펙을 올릴 수 있으니 나쁠 건 없었다.
– 휘잉—
중첩된 방어 마법들에 윈드 배리어까지 두른 덕에, 방어력이 상당히 탄탄해진 상태.
다음 순간 조벽과 한소미가 절초를 펼쳤다.
무형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손바닥과 주먹들, 시리도록 차가운 검기들이 쏟아진다.
– 콰콰콰콰—!
– 쐐쐐쐐쐐—!
“좋군.”
이수독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내 그의 기세가 급격히 치솟고, 온몸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근육이 한계를 넘어 비명을 내지르는 듯했다.
그리고 순간 몸이 여럿으로 나뉜 듯한 착각이 들더니, 레이드 초반에 선보였던 스킬을 시전했다.
무려 세 번 연속으로.
– 콰아아아아—!
일대가 온통 권영(拳影)과 장영(掌影), 검기와 도기로 뒤덮여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는 최대한 안전한 위치로 도둑걸음을 밟았다.
‘아이고, 사람 살려. 김호 살려.’
피할 수 없는 건 먹구름으로 막거나 배리어로 때웠다.
결과적으로 모든 방어 마법을 소진하기는 했지만 피해는 없었다.
반면 조벽은 이수독의 반격을 정통으로 얻어맞았는지 던전 밖으로 방출된 상태.
한소미도 안색이 하얗게 질린 것으로 보아 내상을 입은 듯했다.
물론 이수독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이수독 93%]“얼마 안 남았군, 계속 가겠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이수독.
그런데 그 때,
– 스르륵…….
측면이 일렁거리더니 서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샷건을 앞으로 겨눈 채.
혼란을 틈타 유령무영으로 은밀하게 접근한 것이다.
이수독이 즉시 도기(刀氣)를 날려 대응했으나,
– 번뜩!
서예인은 불릿 타임으로 회피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 콰아앙—!
마력탄 한 다발이 와르르 쏟아졌다.
하나하나의 파괴력은 돌격소총에 비해 떨어지지만, 중요한 건 범위가 넓어서 피하기 어렵다는 점.
물론 그건 지척에 있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여기선 써야겠네.’
– 스르륵…….
나는 유령무영으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마력탄들을 피해 냈다.
반면 이수독은 쿨타임이 도는 중이라 다른 수단을 써야 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마력탄 몇 발이 그를 스쳤다.
[이수독 92%]“그르릉.”
거기에 범이가 잽싸게 달려들더니 서예인의 목덜미를 물고 구출해 갔다.
이수독이 턱을 까딱였다.
“이것도 좋군. 다음은 송천혜인가.”
– 파지지직,
과연 송천혜가 굵은 벼락을 손에 쥔 채 접근해 오는 중이었다.
홍연화도 손 위에 이글거리는 화염 구체를 소환한 상태.
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라면,
‘피하기가 쉽단 말이야.’
따라서 여기서는 내가 손을 보탤 필요가 있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허밍버드로 ‘마비’ 상태이상을 거는 거지만,
‘금방 풀리겠지.’
저 양반은 디버프 저항력이 꽤 높아서, 하나 맞춰 봐야 잠깐 멈칫하는 게 고작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해결책이 있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여러 번 맞추면 그만이지.’
[문어발] [허밍버드] [허밍버드]…….
문어발로 허밍버드를 6번 연이어 시전했다.
페널티로 인한 마나 소모량은 36배.
온몸에서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탈력감이 찾아왔다.
그래도 그 덕분에,
– 치지지지지지직!
뇌전의 벌새 여섯 마리가 날아올랐다.
벌새들은 이수독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불규칙적인 궤적을 그리며 접근해 갔다.
“……!”
이수독의 얼굴은 희열에 차 있었는데, 이것이 내 승부수라는 사실을 눈치채서일 것이다.
또 그의 온몸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나고, 식칼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가까이 오는 것은 무엇이든 갈아 버릴 듯한 기세.
– 쐐쐐쐐쐐쐐—!
이에 벌새들은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존재처럼 움직였다.
식칼을 슬쩍 옆으로 피하거나, 잠시 뒤로 물러나거나 멈추고, 순간적으로 가속하며 짓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식칼에 잘린 허밍버드는 한 마리뿐.
나머지는 일제히 이수독의 몸에 꽂히며 전류의 폭발을 일으켰다.
– 파츠츠츠츠—!
“훌륭하다……!”
이수독은 온몸이 마비된 채로 입만 달싹여 감탄사를 흘렸다.
뒤이어 송천혜가 벼락을 내리꽂고, 홍연화가 던진 화염 구체가 떨어지며 폭발이 일었다.
– 콰아아앙—!
그러나 결정적인 찰나, 이수독의 상반신이 하얗게 빛나더니 둥그런 강기의 막을 피워 올렸다.
‘호신갑(護身鉀).’
그러고 보면 장비는 두 개까지였지.
아끼고 아껴두던 아이템 스킬을 이제 와서 사용한 모양이다.
이수독이 화염과 전류의 폭발을 뚫고 나오며 거대 식칼을 내리그었다.
물론, 아이템 스킬은 나도 하나 남겨 뒀다.
내 정수리와 식칼 사이에 먹구름이 끼어들었다.
“푹신푹신.”
– 펑!
그리고 삽시간에 불어나며 식칼을 튕겨 냈다.
효과음이 있다면 ‘띠용’아닐까.
이수독이 막 자세를 회복하려는데,
– 서걱,
고현우가 어디선가 튀어나와선 주술검을 그었다.
서예인이 했던 것처럼 유령무영으로 은밀하게 접근한 뒤, [급류]로 기습한 것이다.
[이수독 90%]이수독은 고현우를 한 번 보고, 체력 게이지를 한 번 봤다가, 다시 고현우를 쳐다보았다.
“……올해 1학년은 평가를 다시 해야겠군. 세 명이나 유령무영을 익혔는가.”
“운이 좋아 기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연이라.”
이수독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
고현우와 서예인이 항상 나랑 어울려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서일 것이다.
아마 유령무영도 내 덕분에 얻었으리라 추측하고 있을 테고, 그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단지 익힌 사람이 다섯이나 더 있다는 사실만 다를 뿐.
이내 이수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승리할 자격이 있다. 레버를 내려 주지.”
“……!”
“……!”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레버를 내려 준다는 건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
컨트롤 룸 레이드가 성공했다는 뜻이니까.
모두 이수독에게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막 등을 돌리려는데, 이수독이 우리를 불러세웠다.
“가기 전에.”
“……?”
“……?”
“저것들도 챙기도록.”
그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아이템들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전 도전자들이 쓰러지며 떨군 것들로, 개중에는 치즈 상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성공했으니 모조리 챙겨 가라는 말이다.
“감사합니다.”
“이제 가라.”
모두 재차 감사 인사를 건넸으나 이수독은 관심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려 버렸다.
* * *
김호 패거리가 떠난 뒤.
이수독은 컨트롤 룸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
한참이나 그러고 있는데, 철문이 열리며 학생들이 안쪽을 기웃거렸다.
보나 마나 다음 도전자일 터.
그러나 이수독은 계속 눈을 감은 채 한마디 던졌다.
“30분 뒤에 들어와라.”
“아, 네에…….”
학생들이 그대로 철문을 닫고 나갔다.
원칙적으로 교사는 언제든 도전에 응해야 하지만, 이수독의 말에 토를 달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없었다.
컨트롤 룸이 다시 고요함을 되찾고.
이수독 역시 다시 상념에 빠져들었다.
그의 뇌리에는 조금 전 벌였던 전투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머릿수가 많아서 개개인의 역량을 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투였다.
오랜만에 긴장감이란 걸, 아니 그 이상을 느껴 봤으니까.
그 중심에는 물론 김호가 있었다.
그를 떠올리자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칼은 먹여 주고 싶었건만.’
어찌나 요리조리 잘 피하던지, 한칼은커녕 그가 보유한 방어 특성조차 발동시키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은가.
이수독이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는 반드시.’
서포터가 다 해먹음